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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91화 (391/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91화

36장 일이 술술 풀리네(11)

14.

“저도 맘에 안 듭니다.”

“그렇지 해진아, 우리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저 자식이 이상한 거지?”

“네.”

“저 자식 저러다가 언제가 사고 한 번 칠 것 같다. 제대로 감시하자.”

“알겠습니다.”

김일도 병장의 말에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날 밤 모두가 잠든 밤 12시경 상황실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통신보안 충성대대 상황실입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당직사령님. 사단에서 오대기를 걸었습니다.”

“그래? 몇 시에?”

“00시 05분, 위병소에 거수자 2명 출현! 사단 방향으로 도주입니다.”

당직사령이 시계를 확인했다. 00시 02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당직병은 05분이 되면 바로 1소대로 가서 상황 전파해.”

“네, 알겠습니다.”

당직병이 시계를 보았다. 05분이 되자마자 바로 1소대로 뛰어 내려갔다. 그리고 1소대 문을 벌컥 열며 불을 켰다.

“비상! 비상! 긴급상황 발생 위병소에 거수자 2명 출현 사단 방향으로 도주!”

그 순간 1소대원들이 총기를 제외하고 전투화와 방독면까지 다 착용한 단독군장 차림으로 벌떡 일어났다.

“오대기 비상! 빨리 움직여!”

오상진도 벌떡 일어나 재빨리 상황실로 뛰어갔다. 소대원들 모두 몇 초 만에 기상하여 신속히 개인 총기를 휴대하고 차량이 있는 연병장으로 뛰어가 탑승했다.

한편, 오상진은 통신병과 함께 상황실로 가서 정확한 상황을 전파받은 후 차량으로 향했다.

“야, 다시 한번 상황 전파한다.”

오상진은 탄약을 수령 후 각 소대원들에게 탄약이 든 탄창을 분출하며 말했다.

“위병소에 거수자 2명이 출현했다. 위병소 통제를 무시하고, 현재 사단 방향으로 도주 중이라고 한다. 두 명을 신속히 잡으라는 명령이다. 모두 확인했나?”

“네. 확인했습니다.”

소대원들이 힘차게 대답을 했다. 다만 이제 막 잠들 뻔했다가 깬 그들이었기에 정신이 없었다. 모두 직감적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상황 발생 후 위병소를 통과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4분 50초였다.

“4분 50초입니다.”

위병소장이 시간을 체크했다. 오상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제 상황종료 된 겁니까?”

“네. 고생하셨습니다.”

위병소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수고하십시오.”

오상진이 소대원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얘들아, 상황종료다.”

“소대장님 몇 분입니까?”

“저희 통과했습니까?”

소대원들의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4분 50초!”

“와!”

“대박, 5분 주파했다.”

“다행이다. 큰일 나는 줄 알았네.”

소대원들은 오대기를 하면서 처음으로 표정이 밝아졌다. 새벽에 그것도 밤 12시에 걸린 오대기에 당황할 만도 했지만 신속히 움직여 준 소대원들이 오상진은 고마웠다.

“자, 모두 고생했다. 차량에 탑승해라, 부대 복귀하자.”

“네.”

“그리고 앞으로도 종종 새벽에 비상 걸릴 거다. 그러니 휴식을 취할 때는 충분히 쉬어.”

“알겠습니다.”

다를 단독군장 차림에 전투화도 벗지 못하고 불편하게 잠을 청했지만 각자 뿌듯함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렇게 1소대의 5분대기조 첫날이 지나가고 있었다.

15.

오상진과 1소대원들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그곳엔 초시계를 보며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철환 1중대장이 있었다. 김철환 1중대장은 오상진이 도착하자마자 초시계를 눌렀다.

‘4분 44초? 오호…….’

김철환 1중대장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오상진이 숨을 고르며 경례를 했다.

“충성!”

“그래, 상진아. 4분 44초!”

오상진을 비롯한 1소대원들의 표정에는 변함이 없었지만 다들 속으로는 엄청 기뻐했다.

‘해냈다.’

‘잘했어!’

‘드디어 5분을 주파했어.’

김철환 1중대장도 속으로 중얼거렸다.

‘제법이네. 많이 나아졌어.’

하지만 입으로는 그러지 않았다. 김철환 1중대장은 근엄한 표정으로 입을 뗐다.

“고작 4분 44초야. 5분 이내에 들어왔지만 아직도 조금은 불안정해. 많이 부족하단 말이야. 조금만 더 분발하면 4분 10초대로 충분히 줄일 수 있을 것 같은데.”

김철환 1중대장의 칭찬에 목말랐던 1소대원들은 실망을 했다. 다들 축 처져 있었다. 그런데 오상진마저 축 처질 수는 없었다.

“네, 더욱 노력해 보겠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다음번에는 좀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하도록 하겠다.”

“네,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의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소대원들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입 밖으로 불만을 내뱉진 않았지만 축 처진 어깨와 굳은 표정에서 그들의 불만이 내비쳐졌다.

‘뭐지? 5분 내로 끊었잖아. 그런데 아직 멀었다고?’

‘4분 10초대? 와, 그게 나와?’

‘헐……. 갈수록 태산이구만.’

1소대원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김철환 1중대장은 자기 말만 하고 갔다.

“다음에는 좀 더 줄일 수 있도록!”

“네,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이상, 상황종료!”

“상황종료.”

김철환 1중대장이 떠나고, 오상진이 몸을 돌려 소대원들을 봤다.

“다들 고생 많았다.”

“소대장님 저희 이번에는 빠르지 않았습니까?”

“중대장님 표정만 봐도 빨리 도착한 것 같은데…….”

“맞아! 4분 44초에 도착을 했어. 그런데 아직 중대장님 마음에는 들지 않는 것 같다. 아무튼 중대장님 말씀처럼 마지막까지 긴장 풀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

“네, 알겠습니다.”

“이만 복귀하자!”

오상진과 소대원은 다시 차량에 탑승한 후 부대로 복귀했다.

16.

1소대원들도 내무실로 돌아왔다.

김우진 상병이 방탄헬멧을 벗으며 한마디 했다.

“아, 오늘 진짜 힘들다.”

구진모 일병도 자신의 자리에 앉아 방탄헬멧을 벗었다.

“김 상병님, 저희 말입니다. 오늘이 삼 일째인데 몇 번 출동한 것 같습니까? 9번? 아니면 10번?”

김우진 상병이 가만히 듣더니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정확하게 11번!”

“와, 이러다가 우리 기록 세우는 거 아닙니까? 이러다 진짜 오늘 새벽까지 20번 채우겠습니다.”

그러자 김우진 상병이 구진모 일병의 입을 꼬집었다.

“야야, 넌 그놈의 입이 문제야. 입!”

“아, 왜 그러십니까?

“입조심 하라고 인마!”

김우진 상병의 으름장에 구진모 일병이 입을 꾹 다물었다. 뒤늦게 운전병이 들어왔다.

“아, 힘들다. 자자, 좀 쉽시다.”

운전병이 침상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 모습을 본 김우진 상병이 살짝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운전병 아저씨.”

“네?”

“아저씨는 솔직히 운전만 하는데 뭐가 그리 힘들다고 합니까?”

“와, 제가 안 힘들다고요? 진짜 섭섭하게 말씀하시네. 만약에 제가 집중해서 달리지 않았어도 이 정도 됐을 거 같습니까. 기어 한 번만 잘못 넣어도 차가 퍼져 버린 텐데, 그럼 우리 다 죽는 겁니다. 정말 내 노력은 하나도 몰라주시네.”

김우진 상병은 그의 말에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예예! 고생한 거 알겠습니다.”

“그러니까요. 좀 알아주십시오.”

“네네. 알겠습니다.”

김우진 상병이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운전병은 뒤로 벌러덩 누웠다.

김우진 상병은 그런 그의 모습이 너무도 보기 싫었다. 마치 이곳이 자기 안방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됐다, 됐어! 내가 말을 말자.”

김우진 상병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다가 한태수 일병을 봤다. 뭔가 잔뜩 불편해 보였다.

“야, 한태수.”

“일병 한태수!”

“너 왜 그러냐? 어디 불편해?”

“그, 그게 아니라…….”

한태수 일병의 시선이 자신의 전투화로 향했다. 김우진 상병의 시선도 따라갔다. 그러다가 확 인상을 썼다.

“마, 맞다. 너 무좀 있지!”

“네. 겨우 나아가는 것 같았는데……. 3일 동안 또 통풍을 못 시켰더니……. 간지러워 죽겠습니다.”

“아, 미친……. 꼭 그렇게 티를 내야겠냐.”

김우진 상병이 인상을 썼다. 한태수 일병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저는 오죽하겠습니까? 죽겠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가만히 듣다가 한태수 일병을 봤다.

“태수야, 많이 안 좋냐?”

“네. 지금 죽겠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말입니다. 잠깐 벗어서 통풍 좀 시키면 안 됩니까?”

“나도 그렇고 싶지만……. 곤란하겠는데.”

“저, 진짜 미칠 것 같습니다.”

한태수 일병이 몸을 배배 꼬았다.

“발바닥을 누가 살살 간지럽히는 것 같습니다. 뒷머리까지 간질거릴 정도입니다. 아니면 잠깐 발이라도 씻고 오면 안 됩니까?”

“안 돼. 그 안에 비상 걸리면 어쩌려고……. 아니다, 딱 10분 줄게. 빠르게 조치해.”

“네. 알겠습니다.”

한태수 일병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는 재빨리 내무실을 나가려고 했다. 김일도 병장이 물었다.

“어디 가?”

“밖에서 벗으려고 합니다. 아무리 그래도 내무실에서는 민폐인 것 같아서…….”

“알았다. 일광욕 잘 시켜!”

“넵!”

한태수 일병이 신나 하며 내무실을 나가려는데 의무병과 마주쳤다.

“어? 의무병 아저씨.”

“예?”

“혹시 무좀약도 있습니까?”

의무병이 잠깐 망설이다가 입을 뗐다.

“원래는 없는데……. 제가 따로 준비한 것은 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혹시 약 좀 주실 수 있습니까?”

“지금 바르시게요?”

“네.”

“지금은 안 될 텐데…….”

“왜요?”

“그래도 발을 깨끗이 닦고, 물기를 말린 다음에 발라야 효과가 있어요. 지금 상태에서는 발라 봤자 소용없어요.”

“그래요? 아, 미치겠네. 저 이러다가 무좀으로 의가사 제대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한태수 일병이 한탄을 하자, 뒤에 있던 김우진 상병이 말했다.

“야, 한태수.”

“일병 한태수.”

“내 평생 무좀으로 의가사 제대했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어.”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말이!”

“야, 그만 지껄이고, 빨리 안 나가? 이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간다.”

“아, 맞다!”

한태수 일병이 후다닥 건물 밖으로 뛰어나갔다. 재빨리 전투화를 벗고 양말까지 벗었다. 그 상태로 따가운 햇볕에 발을 말렸다. 그리고 간지러운 곳을 퍽퍽 긁었다. 그제야 한태수 일병의 얼굴에 편안함이 나왔다.

“하아, 이제야 좀 살겠네.”

17.

김일도 병장이 슬쩍 시간을 확인했다. 11시 58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야, 점심 먹으러 가자!”

“넵!”

한태수 일병도 어느새 전투화를 신고 나타났다. 김일도 병장이 보며 물었다.

“괜찮아?”

“이제야 좀 살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 어서 숟가락 챙겨!”

“먼저 손 좀 씻고 오겠습니다.”

“알았다. 그럼 우리 먼저 간다.”

“네.”

1소대는 여전히 단독군장 차림으로 밥을 먹었다. 그러면서도 귀는 쫑긋했다. 언제 어디서 비상 걸릴지 모르기 때문이었다.

어제도 식사 도중에 비상이 걸려 그대로 수저를 내려놓고 출동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복귀하고 마저 식사를 했지만 밥이며 국이며 이미 다 식어 있었다.

“설마 어제처럼 또 비상 걸리지는 않겠죠?”

“야, 내가 입조심 하라고 했지. 입조심!”

“죄송합니다.”

김우진 상병의 핀잔에 구진모 일병이 입을 다물었다.

김일도 병장은 식판을 들고 먼저 앞장서서 배식을 받았다. 그런데 반찬 중에 가지 조림이 있었다. 가지 조림도 간장이 들어간 것이 아니라. 허연 들깻가루가 들어간 조림이었다. 그 모습이 마치 한태수 일병의 발바닥에 들러붙은 무좀균을 연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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