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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89화 (389/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89화

36장 일이 술술 풀리네(9)

“1소대장님 홧팅!”

“잘하십시오.”

“…….”

3소대장과 4소대장이 응원하고, 이미선 2소대장은 그저 바라만 봤다. 오상진이 행정반을 나와 상황실로 뛰어 올라갔다.

“오대기 상황 전파 부탁드립니다.”

작전장교가 일어서며 말했다.

“탄약고에 거수자 2명 발생. 현재 탄약고 경계병과 대치 중! 거수장 2명 생포.”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상황을 전파받고 곧장 인식표를 장착한 후 연병장으로 뛰어나갔다.

13.

1소대 내무실은 때아닌 전쟁이었다.

“야, 비상이다! 비상이야!”

“뭐 해야 합니까?”

“뭘 뭐해. 새끼야! 단독군장 차림으로 뛰어나가!”

철컹! 철컹!

“야! 누구야! 총기 거치대 자물쇠 누가 안 풀었어!”

“일병 구진모. 바로 가져오겠습니다.”

“야, 새끼야. 빨리빨리 움직여!”

“알겠습니다.”

구진모 일병이 후다닥 상황실로 가서 총기 거치대 열쇠를 챙겨서 가지고 내려왔다. 그탓에 벌써 1분이 훨씬 지나고 있었다.

“아, 진짜! 왜 이렇게 늦어!”

운전병이 한마디 했다.

“아무래도 오늘은 5분 넘길 것 같습니다. 그냥 느긋하게 하십시오.”

그 한마디에 김일도 병장의 눈이 추켜 떠졌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것도 아니고 무슨 그런 말을 하는지 몰랐다.

그때 구진모 일병이 뛰어왔다.

“야, 빨리 열어!”

“네.”

총기 거치대를 열고 후다닥 총을 빼냈다.

“빨리빨리 뛰어나가!”

“네, 알겠습니다.”

그제야 운전병도 슬그머니 움직였다. 그는 어느 정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아후, 이놈의 오대기. 일주일은 언제 다 가나.”

그렇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태평하게 연병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1소대는 첫 오대기 비상의 긴장에 이것저것 긴장도 많이 해 실수도 많았다.

“빨리빨리 뛰어!”

오상진은 어느새 나와 서 있었다. 김일도 병장이 헐레벌떡 뛰어왔다.

“야, 김일도! 지금 뭐하자는 거야!”

“병장 김일도. 죄송합니다.”

“됐어! 빨리 타!”

“네.”

1소대원들이 차례차례 차량에 탑승했다. 오상진도 차량에 탑승했다. 그때 운전병도 슬그머니 나타나 차에 시동을 걸었다.

부아아아앙!

오상진이 눈살을 찡그리며 운전병을 봤다.

“야, 운전병.”

“상병 김익준.”

“운전병이 제일 먼저 나와 시동 걸고 대기해야 하는 거 아냐?”

“지금도 괜찮습니다.”

“뭐? 아, 아니다. 당장 탄약고로 가!”

“넵!”

운전병이 액셀을 강하게 밟았다. 그사이 오상진은 바로 탄약이 든 탄창을 분출하며 말했다.

“현재 탄약고에 거수자 2명 출현! 현재 탄약고 경계병과 대치 중! 모두 상황 전달받았나?”

“넵!”

오상진이 시간을 확인했다. 아무래도 이미 5분은 충분히 지난 것 같았다.

‘하아, 첫 훈련부터…….’

오상진이 잔뜩 인상을 쓰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운전병의 현란한 운전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너?”

“헤헤, 저 수송대대에서 알아주는 운전병입니다.”

묵직한 육공트럭을 거침없이 운전하는 운전병은 오상진은 처음이었다. 아니 과거에서도 이렇게 터프하게 운전하는 운전병은 본 적이 없었다.

끼이이익!

“탄약고에 도착했습니다.”

오상진이 바로 내렸다.

“야, 다들 내려! 빨리빨리 움직여!”

“넵!”

그 시각 김철환 1중대장은 탄약고 앞에서 초시계로 재고 있었다.

“이것들 봐라.”

초시계를 바라보는 김철환 1중대장은 표정이 굳어갔다. 5분을 넘어 6분이 지나고 있었다.

“이것들이 지금 빠져 가지고…….”

김철환 1중대장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졌다. 충성대대에서 탄약고까지의 거리는 도보로 약 5분 정도 되었다. 차로 이동하면 1분도 안 걸리는 거리였다. 그런데 6분이 다 되어가는데도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첫 훈련부터 이러면 곤란한데.”

김철환 1중대장이 중얼거릴 때 입구에서 오상진을 비롯해 1소대원들이 달려왔다.

“허헉, 허헉! 충성! 오대기 출동 끝!”

오상진이 김철환 1중대장에게 경례를 했다. 김철환 1중대장은 잔뜩 굳어진 얼굴로 경계를 받았다.

“1소대장.”

“네. 지금 몇 분이 지났는 줄 알아?”

“……잘 모르겠습니다.”

“5분이 넘었을 것 같아, 안 넘었을 것 같아?”

“…….”

오상진은 입을 열지 못했다. 딱 봐도 5분이 넘은 것이 확실해 보였다. 오상진이 김철환 1중대장의 눈치를 살폈다.

“6분 12초!”

순간 오상진을 비롯해 다른 소대원들 모두 실망한 얼굴이었다. 김철환 1중대장도 마찬가지였다.

“야! 솔직히 이건 좀 아니지 않냐? 원래라면 위병소 통과가 5분이야. 그런데 고작 탄약고인데도 6분을 넘기면 어떻게 하자는 거야!”

“……죄송합니다.”

“첫 훈련부터 이렇게 중대장을 실망시킬 거야!”

“아닙니다.”

김철환 1중대장의 호통에 오상진과 소대원들 모두 무겁게 가라앉았다.

“원인이 뭐야?”

“처음이라 많이 긴장한 것도 있고…….”

“또!”

“확인해서 보고서 올리겠습니다.”

“미흡한 점은 즉각 수정하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잘 좀 하자! 정신들 좀 차리고! 이러면 우리 아작 나는 거야!”

“넵!”

1소대원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사실 김철환 1중대장은 첫 훈련부터 5분을 넘길 거라고 예상은 했었다. 통계를 보면 첫 훈련에서 대략 10분도 넘긴 사례가 있었다. 그런데 6분 정도면…….

아무튼 몸에 익숙해지면 탄약고까지는 3분 안에 주파를 할 것 같았다. 문제는 얼마나 빨리 적응을 하는 것이었다.

“아무튼 조금만 더 분발하자!”

“네. 중대장님!”

“알았다. 고생했고, 지금으로부터 상황종료!”

“상황종료.”

김철환 1중대장이 상황종료를 외치고 터벅터벅 부대로 복귀를 했다. 오상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소대원들을 바라봤다.

“고생했다. 솔직히 우리가 늦은 것도 맞으니까 다음에 좀 더 잘하면 돼. 그보다 김일도.”

“병장 김일도.”

“이렇게 늦게 나왔어?”

“그게……. 총기 거치대 때문입니다.”

“총기 거치대?”

“네. 총기 거치대가 잠겨 있는데, 열쇠를 가지러 가려면 상황실까지 가야 합니다. 그때 시간이 많이 소요됩니다.”

“아……. 그 부분을 조율해야겠구나. 그럼 총기 거치대 열쇠는 소대장 서랍에 두도록. 그래도 늦는다 싶으면 소대장이 다른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

“네!”

솔직히 오상진도 5분대기조는 처음이었다. 과거에서도 5분대기조를 한 적이 없었다. 만약에 충성대대에 계속 있었다면 할 기회가 있었겠지만 로또 사건으로 강원도 산골로 쫓겨났다. 그곳에서는 5분대기조가 특별히 필요가 없었다. 그리고 중대장, 대대장이 되었을 때도 5분대기조가 있었지만 그때는 이미 5분대기조를 할 상황이 아니었다.

“하아…… 아무튼 첫 훈련이었다. 다들 고생했고,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수정해 나가면 된다. 부대로 복귀하자!”

“네.”

다들 힘없이 대답한 후 몸을 돌렸다. 정말 발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뛰어왔다. 추운 겨울임에도 소대원들 이마에는 땀이 한가득 흘러내렸다. 오상진은 그 모습을 보며 자신 탓을 했다.

‘내 탓이야. 내가 제대로 알았어도 총기 거치대 열쇠에 관한 것을 얘기해 줬을 텐데. 주의 부족이야!’

오상진이 첫 5분대기조다. 그러니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너무 잘하려고 욕심부리면 당연히 탈이 난다.

‘한 이틀 정도는 적응하는 것에 중점을 두자. 병사들에게 향할 욕은 내가 다 먹으면 돼.’

오상진은 방패가 되어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오상진은 혼자만의 생각을 정리했다.

내무실로 복귀한 1소대원. 오상진은 박수를 치며 격려했다.

짝짝짝!

“자자, 시무룩하게 있지 말고. 힘을 내라! 이제 고작 한 번이야. 그리고 적응 문제이기도 하고. 아직 이 훈련에 낯설어서 그래. 최대한 몸에 익히도록 하자.”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총기 거치대 한번 볼까?”

“네.”

오상진이 침상 한편에 마련된 총기 거치대를 봤다. 평소에는 철로 된 사슬로 고정시킨 후 열쇠로 봉해 놓는다. 함부로 총을 꺼내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렇구나. 역시 이걸로 시간을 많이 잡아먹겠다. 그럼 비상 걸리며 진모는 즉시 행정반으로 와서 총기 거치대 열쇠를 신속하게 가져가!”

“네.”

“그리고 반납하는 것도 잊으면 안 된다.”

“알겠습니다.”

무엇보다 총에 관해서는 민감하게 다뤄야 했다. 작은 사고도 나지 않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좋아. 첫 훈련 잘했어. 잘한 거야. 그러니 다음 비상이 걸릴 때까지 충분히 휴식을 취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일도야.”

“병장 김일도.”

“일단 애들 휴식시키고. 바로 전 훈련에 대해서 애들하고 복기하도록 해봐. 어디가 문제인지, 어떻게 하면 좀 더 빨리 움직일 수 있는지. 솔직히 지통실에서 상황 전파받고 움직이면 기본 1분에서 2분은 까먹어. 차에 타고 위병소까지 3분! 그렇게 총 5분 안에 움직여야 해. 그러니 우리 서로 잘 생각해 보자.”

“네, 알겠습니다.”

“그래. 부탁한다.”

오상진이 김일도 병장의 팔을 가볍게 두드린 후 내무실을 나갔다. 오상진이 나가고 무겁게 내려앉은 내무실 분위기에 숨을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

“후아! 세상에 오대기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습니다.”

구진모 일병이 진이 빠진 얼굴로 말했다. 김우진 상병도 마찬가지였다.

“시발, 나도 죽겠다.”

이 둘만이 아니었다. 모든 소대원이 혼이 빠져나간 듯 멍했다.

“자자, 정신들 차렷!”

김일도 병장이 박수를 치며 주목시켰다.

“얘들아, 이제 첫 훈련이야. 첫 훈련에 이런 모습 좋지 않아. 그리고 긴장 늦추지 말고, 언제 비상 걸릴지 모르니까.”

“네. 알겠습니다.”

“일단 단독군장 착용한 상태로 휴식을 취하면서 오늘 늦은 이유에 대해서 얘기해 보도록 하자. 어떻게 하면 가장 빨리 나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말이야.”

김일도 병장은 오상진이 내린 지시에 따라 소대원들이랑 토의를 시작했다. 이런저런 문제가 많았지만 가장 첫 번째는 첫 훈련이라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 그리고 아직 몸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총기 거치대였다.

“그래. 일단 너희들의 의견 잘 알았고. 문제는 총기 거치대야. 진모야.”

“일병 구진모.”

“일단 네가 좀 고생해야겠다.”

“네. 알겠습니다.”

“좋아. 일단은 뭐가 문제인지에 대해서 알았고. 다음 비상 때는 좀 더 빨리 움직이도록 하자. 고생했고, 휴식을 취하도록 해.”

“네.”

김일도 병장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김우진 상병은 그대로 드러누웠다.

“아이고 첫 비상인데 이거 은근히 힘드네.”

잠깐 토의하는 사이 밖에 있다가 내무실에 들어온 운전병이 슬쩍 말했다. 원래 운전병은 내무실에 잘 있지 않았다. 차량에 있든지 아니면 휴게실, 또는 구석에 짱박혀 있는다.

뭐, 대부분은 차량에 앉아 잠을 자거나, 대기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김익준 운전병은 달랐다. 불편한 내무실에서 앉아 있었다. 그리고 5분대기조를 한번 해봤다고 이것저것 알려주려고 했다. 이번에도 운전병이 나서서 말했다.

“에이, 한 번 비상 걸리면 한동안 안 옵니다. 지금 화장실 갈 사람은 가고, 빨리 다른 볼일들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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