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88화
36장 일이 술술 풀리네(8)
“넌 아마 영원히 무좀을 달고 살게 될 거다.”
“그런 소리 하지 마십시오. 진짜!”
“왜? 사실을 말한 것뿐인데.”
“으아아아악!”
그때 이은호 이병이 손을 들었다.
“은호 왜?”
“이병 이은호. 저 샤워 못 하면 좀 힘든데 말입니다.”
김일도 병장이 한숨을 푹 내쉬며 이은호 이병에게 갔다.
“아이고, 우리 이등병씨! 힘드십니까? 샤워를 못 하면?”
“…….”
“나도 샤워를 시켜주고 싶지. 그런데 이번은 답이 없다! 아니면 알아서 눈치껏 하던지.”
“네.”
이은호 이병이 바로 시무룩해졌다. 그리고 1소대원 전부 단체로 표정이 굳어져 있었다.
한편, 중대 행정반에서는 오상진을 위로하고 있었다.
“우리 1소대장님 잘할 겁니다.”
“그렇습니다. 오대기는 일주일만 버티면 됩니다.”
“네. 파이팅입니다.”
오상진은 어색하게 웃었다.
“아, 네에.”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소대장들도 그걸 알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이 그게 전부였다. 게다가 오상진도 일주일 내내 내무실에서 먹고 자고 해야 했다.
“일단 다음 주부터니까, 천천히 준비를 해놔야죠.”
“네.”
옆에 있던 박중근 하사도 살짝 근심 어린 얼굴이 되었다.
“박 하사는 괜찮겠어요?”
“어쩔 수 없죠. 집에는 미리 말해놓겠습니다.”
“네.”
오상진은 저절로 미안한 얼굴이 되었다. 그때 중대 행정반으로 한태수 일병이 들어왔다.
“충성, 일병 한태수. 행정반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태수야. 어쩐 일로?”
“저, 통신과로 가서 무전기 배터리 수령해 오겠습니다.”
“그래. 알았다. 아, 그리고 인식표랑 암구호로 챙기는 거 잊지 말고!”
“네.”
한태수는 곧장 통신과로 향했다. 통신병 한 명이 한태수 일병을 바라봤다.
“오대기 걸렸다면서?”
상병 한 명이 말했다. 한태수 일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대기면 통신 잘 받아야 하는데……. 잘할 수 있냐?”
“잘 모르겠습니다.”
“야, 그거 잘못 받으면 너도 죽고, 소대장님도 죽어!”
“아, 그런 겁니까?”
“당연하지!”
“그저 열심히 하면 되지 않습니까?”
“귀를 계속해서 열어두라고 알겠냐?”
“네.”
한태수 일병이 대답을 했고, 상병은 측은한 눈길로 바라보며 배터리와 통신 장비 하나를 건네주었다.
“일단 이건 예비로 두고! 너희 중대 행정반에 하나 있지?”
“네.”
“그거 테스트 한번 해보고, 문제가 있으면 바로 가지고 올라와.”
“알겠습니다.”
한태수 일병은 무전기 배터리와 무전기 한 대를 가지고 내려왔다.
11.
의무대대에서도 5분대기조 파견 나갈 사람을 고르고 있었다. 그런데 다들 손을 들지 않았다. 분대장이 답답한지 일어나 말했다.
“야, 너희들 오대기 어렵지 않아. 그냥 비상 걸리면 소대장님만 주구장창 쫓아다니면 돼. 아무것도 없이. 일주일 푹 쉬다가 오는 거라니까.”
분대장의 설명에도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좋아, 너희도 알다시피 내가 좀 평화주의잖아. 그래서 공평하게 제비뽑기로 한다. 다들 불만 없지?”
“네. 없습니다.”
“좋아. 그럼 사다리 타기로 하자. 막내야, 달력 가지고 와라.”
“이병 안득만. 네 알겠습니다.”
달력이 바닥에 깔리고 순식간에 사다리가 그려졌다. 그리고 빠른 선택을 위해 역순으로 올라가 번호를 택했다.
“누구냐?”
“접니다.”
그렇게 의무병 한 명이 정해졌다.
다음은 운전병이었다. 수송대대의 한 내무실.
김익준 상병은 자기만 아니면 된다는 생각에 당당하게 서서 말했다.
“야, 누가 갈래?”
“김 상병님, 남의 일이라고 그러시는 거 아닙니다.”
“킥킥킥, 너희들은 뒤졌다! 일주일 동안 아무것도 못 하고……. 하루에 출동이 몇 번 걸리더라?”
“4번은 기본이라 들었습니다.”
“그래! 4번! 재수 없는 당직사령 만나면 자다가도 비상 걸리는 거 알지?”
“네. 그리 들었습니다.”
“아무튼 누가 갈지 모르지만 열심히 해라. 크크크.”
그때 수송 담당관이 불쑥 들어왔다.
“충성.”
“그래, 김 상병! 너 지금 군장 싸!”
“네?”
“네가 가야겠다.”
“어, 어딜 말입니까?”
“어디긴 어디야. 충성대대지.”
“아니, 왜 제가 갑니까? 저 내일모레면 병장입니다.”
김익준 상병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수송담당관이 인상을 썼다.
“내가 지금 농담하는 것처럼 들려?”
“정말입니까? 제가 가는 겁니까?”
김익준 상병은 재차 확인을 했다. 수송담당관은 곧바로 답했다.
“맞아!”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수송담당관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네가 여기 수송소대에서 가장 운전을 잘하잖아.”
“네에? 그게 이유입니까?”
“그래, 인마. 잔소리 말고 그리 알고 있어!”
“…….”
조금 전까지 자기는 절대 가지 않을 것이라 믿고 낄낄대던 김익준 상병은 망연자실하게 털썩 주저앉으며 절망했다.
“내가 왜? 단지 운전 잘한다는 이유만으로?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김익준 상병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내무실에 있던 모둔 소대원들이 위로의 눈빛을 보내주었다.
12.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5분대기조가 시작된 월요일 이른 아침 오상진은 의무대와 수송대대에서 파견된 두 명의 병사를 소개했다.
“자, 일주일 동안 함께 지낼 두 명의 파견병들을 소개하겠다. 먼저 의무대에서 파견 나온 강준영 일병. 그리고 수송대대에서 파견 온 운전병 김익준 상병이다. 다들 잘 지내보도록.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을 소개를 하고 난 후 다시 중대 행정반으로 갔다. 김일도 병장이 일어났다.
“해진아 두 사람 자리 알려줘라.”
“네.”
이해진 상병이 움직였다. 두 사람에게 빈 관물대를 알려주었다. 어쨌거나 두 사람은 일주일 동안 함께 생활을 해야 했다.
그때 김우진 상병이 운전병 김익준 상병을 불렀다.
“아저씨, 상병 몇 호봉이에요?”
“말호봉입니다.”
“어? 나랑 같네.”
“아, 그래요?”
“그런데 말호봉이 왜 왔어요? 원래 일병이 오지 않아요?”
김우진 상병의 물음에 김익준 상병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그러게 말입니다. 내가 짬이 있는데.”
“그러게요. 진짜 왜 왔어요?”
“저보고 운전 잘해서 가야 한다고 합니다. 그게 말이 됩니까.”
“와, 거기 빡세게 하네요.”
“그렇죠! 그렇게 생각하죠!”
“네. 상병 말호봉인데……. 좀 봐주고 그러지.”
“내 말이요.”
“파견 며칠로 하셨습니까?”
“제가 듣기론 일주일로 들었습니다.”
김우진 상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일주일 파견이라고 말했으니, 확실히 일주일만 버티면 될 거라 생각했다.
“일주일이라……. 일주일에 훈련 몇 번 걸립니까? 아저씨는 몇 번 파견 나가봐서 알 거 아니에요.”
“알죠!”
김익준 상병의 얼굴에 자신감이 느껴졌다.
“알고 있어요? 몇 번 걸려요?”
“제가 다른 대대에 파견 갔을 때에는 하루에 기본적으로 3번은 걸렸던 것 같습니다.”
“하, 하루에 3번요?”
“그게 기본이라는 거죠. 그냥 오대기는 시도 때도 없이 걸립니다.”
“그게 전부 다 훈련입니까?”
“훈련도 있고! 실제도 있고요.”
“아…….”
“특히 당직사령은 꼭 한 번 걸게 되어 있어요. 뭐, 맘에 안 들면 여러 번 하기도 하지만……. 사단에서도 걸고요.”
“와, 사단까지…….”
“점검 확인하는 거죠.”
“그렇구나.”
“문제는 실전이며 좋은데, 대부분이 훈련이라는 거죠. 힘 빠지는 겁니다.”
“그렇겠네요. 5분 만에 나갔는데 훈련이라니. 크윽, 벌써부터 속 쓰리네.”
김우진 상병이 인상을 썼다. 김일도 병장이 일어났다.
“자자, 잡담 그만하고! 모두 단독군장 차림으로 대기해. 벌써부터 시작되었다. 언제 걸릴지 모르니까, 긴장들 하고.”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도 단독군장 차림으로 나타났다.
“야, 일주일이다. 일주일만 사고 없이 정신 바짝 차려서 마무리하자.”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1중대 1소대의 오대기(5분대기조)가 시작되었다.
첫째 날 5분대기조.
1소대 내무실에 있는 소대원들은 바짝 긴장한 채로 앉아 있었다. 일단은 방탄헬멧은 착용하지 않았다. 하지만 몸에는 단독군장 차림이었다. 물론 방독면도 착용한 상태였다.
“와, 솔직히 언제 걸릴지도 모르고 이렇게 기다리는 건 긴장됩니다.”
김우진 상병이 먼저 말을 꺼냈다. 소대원들 모두 김우진 상병에게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러다가 운전병이 입을 열었다.
“너무 긴장들 하지 마십시오. 원래 처음에는 다 늦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다가 몸에 익고 그러면 5분이 아니라, 3분대도 찍고 그럽니다.”
“아, 그래요?”
“네. 제가 오대기 한번 해봤다고 그랬지 않습니까.”
“그럼 그전에 있던 부대 최고 기록이 몇 분입니까?”
“아마 3분 52초였던가?”
“와, 진짜예요?”
“그럼요.”
운전병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소대원들은 다소 놀라고 있었다.
‘3분대라고? 그게 가능해?’
‘몸에 익숙해지면 빨라지긴 할 거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3분대는 무리라고 보는데.’
솔직히 허풍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대놓고 ‘에이, 뻥이죠?’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어쨌든 운전병은 오대기를 해본 사람이고, 여기 있는 1소대원들은 이제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처음부터 너무 잘하려고 하지 마세요. 차차 하다 보면 요령도 생기고, 충분히 5분 안에 가능하니까요.”
“그래요.”
그렇게 운전병의 잘난척하는 모습이 조금 눈에 거슬렸지만 최대한 얻어낼 수 있는 정보는 얻어내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한편, 행정반에 있는 오상진도 단독군장 차림으로 업무를 보고 있었다. 3소대장과 4소대장이 안쓰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1소대장님 괜찮으십니까?”
“뭐가 말입니까?”
“지금 엄청 불편해 보이십니다.”
“아, 단독군장 차림 말입니까?”
“네.”
“저도 처음에는 불편하지만 한동안 이렇게 있으니 지금은 괜찮습니다.”
“그래도 많이 힘들어 보입니다.”
3소대장의 말에 오상진이 환하게 웃었다.
“뭐, 지금 겨울이지 않습니까. 추운데 잘 되었죠. 방한도 되고, 지금은 따뜻해서 좋습니다.”
오상진은 오히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물론 효과도 나름 괜찮았다.
“이야, 우리 1소대장님 멘탈 갑입니다.”
“하핫, 그렇습니까?”
“저는 아마 못 할 것 같습니다.”
4소대장이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오상진이 바로 답했다.
“막상 닥치면 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직 첫 비상은 걸리지 않았지만 아직까지는 해볼 만합니다.”
“우우우, 저는 그 긴장감이 너무 싫습니다. 어떻게 견딥니까?”
4소대장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 얘기를 가만히 듣고 있던 이미선 2소대장이 물었다.
“그런데 5분대기조는 훈련이 자주 걸립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초창기에는 자주 걸리는…….”
에에에에엥!
-5대기 비상!
“비상!”
“비상!”
다른 소대원들이 비상을 외쳤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피어 있었다. 오상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탄헬멧을 썼다. 3소대장이 살짝 인상을 쓰며 이미선 2소대장을 봤다.
“앗, 2소대장이 오대기 비상 얘기를 하니까 바로 걸어버렸지 않습니까.”
“앗! 제가 그런 겁니까?”
“아뇨. 말이 그렇다는 겁니다.”
“그런데 원래 비상을 이렇게 겁니까?”
“그럼 어떻게 겁니까?”
이미선 2소대장과 3소대장이 말을 하는 사이 오상진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상황실로 뛰어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