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87화
36장 일이 술술 풀리네(7)
10.
충성대대로 사단 공문이 내려왔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공문을 확인한 후 대대장실로 들어갔다.
“대대장님, 대대장님.”
한종태 대대장은 잠깐 낮잠을 자다가 후다닥 깨어났다.
“뭐, 뭐야?”
“사, 사단에서 공문이 왔습니다.”
“사단에서? 무슨 공문?”
“저희 대대에서 5분대기조를 편성하라고 합니다.”
“가, 갑자기?”
“네.”
“아, 하필 오대기야…….”
한종태 대대장이 잔뜩 인상을 쓰며 구시렁거렸다. 그러다가 곽부용 작전과장을 보며 물었다.
“근데 왜 우리 대대가 5분대기조지? 설마 나 사단장님께 찍힌 거야?”
“그건 아닙니다. 실은…….”
곽부용 작전과장이 전해 들은 얘기를 차분하게 설명했다. 한종태 대대장도 모든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런 이유로 오대기를 한다? 게다가 잘해야 한단 이 말이지?”
“네.”
“그런 누굴 시켜야 하지?”
한종태 대대장이 곰곰이 생각을 했다. 그런데 바로 떠오르는 인물이 있었다.
“그럼 적당한 인물로 오상진 중위를 시켜야겠네.”
곽부용 작전과장이 말했다.
“사실 사단에서도 가급적이면 오 중위의 소대를 준비시키라고 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무슨 말이 필요해! 지금 당장 1중대 1소대 5분대기조 시키고, 책임지고 오상진 중위에게 잘하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대답을 하고 대대장실을 나갔다. 그리고 자신의 책상에서 수화기를 들어 김철환 1중대장에게 소식을 전달했다.
1중대장실.
김철환 1중대장은 작전과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김철환 1중대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미치겠네.”
그리고 다시 수화기를 들었다.
“나다, 1소대장 내 방으로 오라고 해.”
전화를 끊고 얼마 후 오상진이 중대장실로 들어왔다.
“저 부르셨습니까?”
“그래, 불렀다.”
김철환 1중대장은 오상진을 원망 가득한 눈길로 바라봤다. 오상진은 움찔하며 물었다.
“왜 그러십니까? 무슨 일 있습니까?”
“상진아, 난 지금 이 순간 네가 참 밉다.”
“예? 갑자기 왜 그러십니까?”
오상진은 갑작스러운 김철환 1중대장의 발언에 고개를 갸웃했다.
“우리 오대기 걸렸다.”
“오대기라면? 5분대기조요?”
“그래!”
“5분대기조는 우리 차례가 아닐 텐데 말입니다. 갑자기 왜 우리 쪽으로 왔습니까?”
“그걸 난들 아냐. 사단장님도, 대대장님도 1중대 1소대! 너를 ‘콕’ 집어서 말하는데. 왜 그럴 것 같니?”
김철환 1중대장의 물음에 오상진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또 접니까?”
“그래, 인마! 너 요새 왜 이렇게 열심히 하니? 나 진짜 중대장 생활 제법 오래 했지만 너처럼 열심히 하는 소대장은 처음 봤다. 너무 맘에 안 들어!”
“중대장님, 열심히 하면 안 됩니까?”
“그 소리가 아니잖아!”
김철환 1중대장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러다가 다시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아무튼 넌 좋겠다. 일복이 터졌어. 그래도 너 지난번에 휴가 다녀왔잖아. 불평 말고 열심히 해라. 알았지?”
“그래야죠, 어쩌겠습니까.”
오상진도 답답했다. 너무 열심히 해도 문제였다. 그만큼 기대감이 생기니 말이다.
“편제는 알아서 다 짜고. 애들에게도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일러둬.”
“다음 주부터입니까?”
“그래 다음 주 한 주 동안이니까. 열심히 해봐.”
“네.”
오상진이 전달을 받고 중대장실을 나왔다. 그 길로 곧장 1소대 내무실로 향했다.
“나왔다.”
오상진의 등장에 김우진 상병이 주위를 확인하더니 벌떡 일어나 경례를 했다.
“충성, 1소대 개인정비 중.”
“쉬어.”
“쉬어.”
오상진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일도는?”
김우진 상병이 바로 답했다.
“잠깐 담배 피우러 나간 것 같습니다.”
“그래? 훈련 나갈 준비 하냐?”
“아닙니다, 지금은 개인정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냐?”
오상진은 소대원들을 한차례 둘러봤다. 그때 담배를 피우고 온 김일도 병장이 오상진을 발견했다.
“충성.”
“일도 왔냐.”
“네.”
김일도 병장이 자신의 자리로 갔다. 오상진이 김일도 병장을 보며 물었다.
“너, 오대기 해봤냐?”
“5분대기조 말입니까?”
“그래.”
“안 해봤습니다.”
“네가 안 해봤으면 여기 인원 전부 안 해봤다는 거네.”
“네, 그렇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대답을 하고는 갑자기 눈을 크게 떴다.
“소대장님, 설마…… 저희 오대기 합니까?”
“응.”
“와……. 미치겠네.”
김일도 병장이 털썩 침상에 주저앉았다. 그의 표정은 망연자실했다.
“이건 아니지……, 말년에 오대기라니, 오대기라니…….”
그러자 옆에 있던 김우진 상병이 말했다.
“에이, 김 병장님 솔직히 말년은 아니지 말입니다. 아직 4개월이나 남았는데…….”
김우진 상병이 옆에서 눈치 없이 말했다. 순간 김일도 병장이 고개를 홱 돌려 노려봤다. 김우진 상병이 움찔하며 시선을 피했다.
“너 인마, 오대기가 뭔 줄은 알아?”
“저도 대충 얘기는 들었습니다. 그거 하면 모든 훈련에서 제외라고 들었습니다. 아닙니까?”
“야, 그런 것만 하면 나도 좋지! 오대기는 한마디로 지옥이야, 지옥!”
오상진도 안타까운 시선으로 김일도 병장을 바라봤다.
“아무튼 다음 주부터니까. 알아서들 준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소대장에게 말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래, 수고해라.”
오상진이 내무실을 나섰다. 최강철 이병이 눈치를 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상병님. 오대기가 뭡니까?”
최강철 이병은 진정으로 궁금해했다. 이해진 상병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5분대기조, 일명 오대기로 불리는데…….”
이해진 상병이 말을 하려다가 슬쩍 김일도 병장을 쳐다봤다.
“야, 날 왜 쳐다봐. 그냥 네가 설명해.”
이해진 상병이 김우진 상병에게 향했다. 김우진 상병이 손을 흔들었다.
“나 몰라! 네가 알아서 설명해.”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이해진 상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잔뜩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후임병들을 한번 훑어본 후 입을 열었다.
“5분대기조, 일명 오대기는 일정 숫자 이상의 병력이 주둔하는 병영이나 숙영지에서, 긴급한 초동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를 대비하여 운용하는 방식입니다.”
그 외에도 이해진 상병의 설명은 이어졌다.
“오대기도 명생이 부대에 속해서 초동조치를 담당하고 있기에 지휘조, 수색조, 차단조, 지원조로 구분되어 있습니다. 원래라면 말이죠. 편성은 이렇습니다.”
지휘조 : 소대장, 통신병, 의무병, 운전병
수색조 : 1분대
차단조 : 2분대
지원조 : 소대본부
“이렇게 나눠집니다. 단 의무병과, 운전병은 다른 부대에서 지원형식으로 파견되어 당분간 같이 생활하게 됩니다. 또한 소대장님도 저희 내무실에서 같이 지내게 될 것입니다.”
“소대장님까지 말입니까?”
조영일 일병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이해진 상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뭐 소대장님께서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겠지만 당분간은 식사를 챙겨드리는 거나, 잠자리는…… 그래, 진모야.”
“일병 구진모!”
“네가 책임지고 신경 좀 써라. 물론 소대장님께서는 바라지 않겠지만.”
“네. 알겠습니다.”
구진모 일병이 말했다. 그러다가 한태수 일병이 손을 들었다.
“5분대기조를 하면 주로 뭐합니까? 초동 진압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이해진 상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임무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할게. 기본적으로 비상시 초동대응이 그 뜻을 두고 있다. 적의 소규모 특작부대 침입, 위병소를 비롯한 초소에서 거수자가 초병을 위협할 때. 민간인이 술 먹고 난동부릴 때, 지휘관 및 당직사령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 가장 먼저 출동하는 것이 바로 오대기다.”
이해진 상병은 역시 군 정보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었다. 거의 자동 응답기 수준으로 바로 말이 나왔다. 김일도 병장이 고개를 들며 말했다.
“참고로 5분대기조 기간 동안에는 전투복이며, 전투화, 특히 단독구장 차림은 절대 벗을 수가 없다.”
“네? 진짜입니까?”
김우진 상병이 깜짝 놀랐다.
“그럼 씻지도 못한다는 말씀입니까?”
“씻어? 잠깐 세수 정도는 가능하지만…… 언제 출동이 걸릴지 모르는데 씻을 여력이 있을까? 5분 안에 출동을 해야 하는데?”
“아…….”
김우진 상병은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노현래 이병의 표정은 괜찮았다.
“그 정도는 할 만하지 않습니까? 딱 일주일 동안인데 말입니다.”
순간 김우진 상병이 노현래 이병을 쳐다봤다.
“야, 인마! 너야 워낙에 안 씻으니까 괜찮겠지, 더러운 자식아! 그리고 제발 부탁인데 매일 양말 좀 빨자. 너 관물대에 안 빤 양말 지금 몇 켤레 있냐?”
김우진 상병의 물음에 노현래 이병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5켤레 있을 겁니다.”
“인마, 안 빠냐?”
“주말에 한꺼번에 빨면 됩니다.”
“아놔, 더러운 자식! 관물대 썩겠다. 제발 좀 빨아라.”
“아직은 괜찮습니다.”
노현래 이병이 환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김우진 상병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니, 무좀이 걸리지…….”
“어? 저 아직 무좀 안 걸렸는데 말입니다.”
“닥쳐! 너, 내가 장담하는데 상병 달기 전에 무좀 바로 온다.”
김우진 상병이 저주를 퍼부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노현래 이병은 태연했다. 김일도 병장이 박수를 쳤다.
짝짝짝!
“자자, 아무튼 잡담은 그만하고. 다음 주부터 오대기니까. 알아서 준비들 하자.”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자리에 앉은 이해진 상병에게 물었다.
“이 상병님.”
“왜?”
“이 상병님의 말씀은 일주일간 단독군장 차림으로 계속 지내야 한다는 말씀이죠. 전투화도 못 벗고!”
“그렇지!”
“그럼 잠도 그 상태로 자는 겁니까?”
“맞아. 언제 비상이 걸릴지 모르니까.”
“하아……. 그렇습니까.”
최강철 이병이 축 늘어졌다.
“그럼 볼일 보는 건 어떻게 합니까?”
“뭘 어떻게 해. 큰 볼일 보다가도 비상소리 들리면 바로 끊고 출동해야지.”
“대박! 언제 걸릴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그렇지. 재수 없으면 그런 식으로도 걸린다 이 말이지.”
“완전히 바짝 긴장해야겠습니다.”
“듣기로는 하루에 한 번은 꼭 걸려! 최대 4번도 걸려봤다고 그러던데…….”
“하루에 말입니까?”
“그래. 시도 때도 없이 건데.”
“와, 대박!”
“그중에 실전도 있고, 훈련도 있고……. 뭐 대부분 훈련이겠지만…….”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시무룩하게 답했다. 이해진 상병이 최강철 이병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괜찮아. 일주일만 하면 되는데. 잘할 수 있어!”
“알겠습니다.”
그 소리를 주위에 있던 소대원들이 들었다. 다들 말도 안 된다는 반응뿐이었다.
“말도 안 됩니다. 어떻게 그런 생활을 합니까?”
“세수도 제대로 못 하면 물티슈로 얼굴을 닦고 해야 합니까?”
“그럼 머리도 못 감습니까?”
그러자 김일도 병장이 다시 말했다.
“왜? 할 수 있어. 해! 다만 비상 걸리면 그대로 출동해야 한다는 사실!”
그 소리에 1소대들은 다들 절망했다. 그중 조용히 지내고 있던 최우석 상병이 입을 열었다.
“하아, X발……. 간신히 무좀 나았는데…….”
그 소리를 들은 김일도 병장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