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86화
36장 일이 술술 풀리네(6)
“어? 왔어요?”
“추운데 이런 곳에서 자고 있으면 어떻게 해요.”
“괜찮아요. 시동 걸어놓고, 히터 틀었어요.”
“그래도…….”
“어서 타요. 추워요.”
“네.”
한소희가 냉큼 운전석에 올라탔다. 다행히 차량 내부는 히터를 틀어서인지 따뜻했다.
“아, 따뜻하다.”
한소희가 손을 부비며 말했다. 그런데 오상진은 그런 한소희를 빤히 쳐다봤다.
“왜요?”
“아뇨, 오늘은 참 내추럴하게 입고 왔네요. 공부하고 있었던 거예요?”
“아뇨. 그냥 이것저것 뭐 취미 삼아 뭐 할지 고민 중이었어요. 시험 기간도 끝났고, 학교도 방학이고 하니까요.”
“아……. 그래서 옷차림이 프리했구나.”
한소희는 자신의 옷차림을 바라보며 물었다.
“왜요? 많이 이상해요? 아니면 그냥 야하게 입고 올 걸 그랬어요?”
“에이, 그냥 해본 소리예요. 우리 소희 씨는 언제나 예뻐요.”
오상진이 씨익 웃었다. 한소희가 핸들을 잡으며 말했다.
“사실은요. 집에다가 시험이라고 뻥 치고 나왔어요. 시험 끝나고 나니까, 집에만 붙어 있으라고 아빠가 어찌나 눈치를 주던지 어쩔 수 없었어요.”
“잘했어요.”
“그런데 술 많이 마셨어요?”
“아뇨!”
“후~ 해봐요.”
오상진이 후~ 했다. 한소희가 손으로 코를 막았다.
“뭐야, 술 많이 마셨네. 안주는 뭐 먹었어요?”
“돼지껍데기랑 갈매기살이요.”
“오오 돼지껍데기! 상진 씨도 돼지껍데기 먹을 줄 알아요?”
“그냥 한번 먹어봤는데 내 스타일 아니네요.”
“칫! 그럴 줄 알았어요. 그래도 다음에 나랑 꼭 먹으러 가요.”
“알았어요.”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한소희가 차량 내부를 두리번거렸다.
“와, 새 차 냄새난다. 밖은 어두워서 모르겠고. 내부는 새 차라서 그런지 깔끔하네요. 어? 뒷좌석은 아직 비닐도 안 뜯었네요.”
“네.”
“이거 신형이에요?”
“네. 이번에 나온 신형입니다.”
“와…….”
한소희는 감탄하며 핸들을 이리저리 움직였고, 계기판이며 센터박스를 확인했다.
“그런데 소희 씨.”
“네?”
“언제부터 운전했어요?”
“어? 내가 말 안 했나? 저 면허 딴 지 2년 좀 넘었는데.”
“어? 그런데 운전하는 거 못 봤는데요.”
“그야 당연하죠. 면허증 따고 운전할 기회가 없었거든요.”
“그, 그 말은…….”
오상진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한소희가 함박웃음을 지었다.
“딩동댕! 장롱면허랍니다.”
순간 오상진의 표정이 얼어붙었다.
“어어…….”
“괜찮아요. 예전에 오빠 차를 한 번 몰아봤는데. 오빠가 저 운전 잘한다고 그랬어요.”
“아, 그, 그래요.”
“믿어봐요. 안전벨트 맸죠?”
“네.”
오상진은 대답을 하면서 은근슬쩍 차창 위 손잡이를 꼭 붙들었다.
“상진 씨, 보험은 확실하게 들었죠?”
“들었죠.”
“잘됐다. 혹시 사고가 나더라도 내가 같이 갈 테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요.”
한소희는 웃는 얼굴로 무서운 말을 사정없이 내뱉었다.
“그럼 출발할게요.”
“……네.”
한소희가 히죽 웃으며 차를 출발시켰다.
부아아앙!
끼이이익!
갑자기 급출발에 급정차까지 했다. 오상진은 벌벌 떨면서 한소희를 불렀다.
“소, 소희 씨…….”
“어? 새 차라서 그런지 브레이크가 잘 듣네요. 살짝 밟았는데 ‘팍’ 하고 서네.”
한소희의 시선에 발아래를 향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 뭔가를 찾는 듯했다.
“좋아, 여기가 브레이크구나. 그럼 이게 엑셀이고. 확인 끝!”
“소희 씨, 진짜 운전 잘할 수 있죠?”
“그렇다니까요. 그럼 출발!”
부아아앙!
한소희는 활짝 웃으며 차량을 빠르게 출발시켰다. 오상진은 바짝 긴장한 채로 앞을 바라봤다.
“소, 소희 씨. 신호등! 앞에 신호등 빨간불!”
“알아요. 저도 보여요.”
끼이이익!
한소희는 계속 한 박자씩 느리게 움직였다. 오상진은 심장이 벌렁거리는 것을 느끼며 손잡이를 쥔 손에 힘을 잔뜩 줬다. 그것을 알 리가 없는 한소희는 환한 얼굴로 고개를 돌려 오상진을 바라봤다.
“상진 씨, 저 운전 잘하는 것 같지 않아요?”
“……하하. 네. 잘하는 것 같네요.”
“그럼 앞으로 데이트할 때 내가 운전할까요?”
“어어, 그건 좀…….”
“왜요? 저 운전 잘한다면서요.”
“그, 그래도 제가 어떻게 소희 씨 힘들게 운전대를 맡깁니까. 제가 해야죠.”
“아닌데. 전혀 힘들지 않아요.”
“아닙니다. 힘듭니다! 아니, 힘들 겁니다.”
오상진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한소희가 눈을 크게 떴다.
“아, 놀래라. 갑자기 고함을 지르고 그래요.”
“미, 미안해요. 저도 모르게 그만……. 아무튼 전 소희 씨 힘든 것은 못 봅니다. 운전은 제가 합니다.”
“알았어요. 칫! 그런데 우리 어디로 가요?”
“집으로 가야죠.”
“상진 씨 집에 데려다주고 나면 난 어떻게 집에 가지?”
“그럼 우리 아지트 갈까요?”
“칫, 아지트 가서 뭐 할라고?”
“뭐하긴요. 씻고 자야지!”
“어머나! 응큼해!”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한소희 역시도 바짝 긴장한 채로 열심히 아지트로 향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울빌딩에 도착을 했다. 지하 주차장에 간신히 주차를 한 후 내렸다.
“소희 씨, 수고했어요.”
“수고는요. 오랜만에 운전하니까, 재미있던데요.”
한소희는 신나 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오상진은 죽을 맛이었다.
“네네. 다음에 진짜 다음에 그때 다시 운전해요.”
“네.”
오상진은 너무 긴장을 했던지 다리에 힘이 없었다. 살짝 비틀거리면서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어머! 상진 씨 술 많이 마셨어요? 왜 이렇게 비틀거려요?”
“술을 마셔서 비틀거리는 것은 아닐걸요.”
“그럼 왜요?”
한소희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눈빛으로 물었다.
“아, 아니에요. 어서 올라가요.”
두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한소희가 물었다.
“상진 씨, 진짜 술 많이 안 마셨죠.”
“네, 왜요? 한잔하고 싶으세요?”
“네. 갑자기 오늘 소주가 땡기네요.”
“그럼 안주는 치킨 먹을까요?”
“아뇨, 통닭 말고 1층 떡볶이 먹어요.”
“좋죠.”
오상진과 한소희는 슬쩍 1층 떡볶이집으로 향했다. 장사를 마칠 시간이었는지 슬슬 정리를 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네, 어서 오세요. 오랜만이네요.”
“네, 장사 잘되시죠.”
“그럼요. 너무 잘돼서 요즘 행복해요.”
“다행이네요.”
한소희가 말을 하면서 슬쩍 확인을 했다.
“떡볶이 가져가시게요?”
“네. 혹시 남는 것 있으면 주세요.”
“어, 이거 식어서 맛없을 텐데……. 가만있어 봐요. 제가 새로 해드릴게요.”
가게 사장님이 빠르게 움직였다. 한소희가 바로 말렸다.
“아뇨, 괜찮아요. 이 집 떡볶이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어요. 걱정 말고 주세요.”
사장님이 남은 떡볶이를 잔뜩 챙겨줬다. 그리고 튀김까지 한 봉지를 건넸다.
“얼마예요?”
“에이, 무슨 돈을 받아요. 그냥 가져가세요!”
“아니에요. 돈은 받으셔야죠. 아무리 그래도 파셔야죠.”
“알았어요. 그럼 떡볶이값만 받을게요.”
“네.”
한소희는 떡볶이를 계산했다. 오상진은 그때 편의점에서 소주와 맥주를 사서 왔다. 5층 아지트로 들어가 떡볶이와 튀김, 소주와 맥주를 깔고 마셨다.
“카아, 좋다!”
한소희가 소주를 마시며 감탄을 내뱉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오상진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이런 것이 행복인 것 같다.’
9.
52사단장 백 소장은 출근하자마자 책상 위에 놓인 신문을 봤다.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비서실장인 김학래 소령이 들어왔다.
“어제 잘 주무셨습니까?”
“오오, 비서실장은 잘 잤나?”
“네.”
김학래 소령이 결재할 것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백 소장은 신문 보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다.
“요즘 말이야. 정치권들이 개판이야! 국민들을 생각해야지 말이야.”
백 소장이 신문을 보며 한마디 했다. 그러다가 김학래 소령이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그것보다 사단장님.”
“왜?”
“혹시 소식 들으셨습니까?”
“소식? 무슨 소식?”
“56사단 난리 났답니다.”
“56사단? 거기가 왜?”
“지난번에 군단장님 취임식 때 52사단장 찍혔지 않습니까.”
“어, 뭐 그랬지. 그런데 왜?”
“이번에 갑자기 오대기(5분대기조)를 걸었답니다. 그것도 위병소에 나타나셔서 말입니다.”
“뭐? 오대기를 군단장님이 걸어? 그거 확실해?”
“네.”
“군단장님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오대기를 걸어!”
“진짜 걸었답니다. 그런데 문제는 오대기가 나타난 시간이 10분을 넘겼답니다.”
“10분이나 넘겨? 아주 작살 나겠네.”
백 소장이 피식 웃으며 신문을 내려놓았다. 김학해 소령이 미소를 지었다.
“그만큼 군단장님께 확실하게 찍혔다는 거죠. 56사단장 우리 군단장님과 라인이 다르다고, 제대로 하지 않았잖습니까. 게다가 좀 삐딱하게 굴기까지 했고 말입니다.”
“맞아. 그랬지! 내가 그 양반 한번 호되게 걸릴 줄 알았다. 어휴, 쯧쯧쯧…….”
백 소장이 혀를 차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뒤따라 들어온 보좌관이 슬쩍 말했다.
“사단장님 그렇다면 우리도 미리 준비해야 하지 않습니까?”
“준비? 뭔 준비? 오대기?”
“네. 군단장님께서 언제 우리 사단에 걸지도 모르는데 말입니다.”
“야, 나는 그런 거 없어. 난 군단장님하고 엄청 친해.”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보좌관의 말을 듣고, 비서실장 김학래 소령이 바로 이해를 했다.
“아, 사단장님 그래서 더 준비를 해야 합니다.”
백 소장이 비서실장을 봤다.
“왜?”
“막말로 군단장님께서 56사단만 걸어버리면 이거야말로 대놓고 보복했다고 느끼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그에 대한 비교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교? 아, 그러니까. 군단장님께서 우리 사단에 걸 수도 있다? 이 말이야?”
“네. 만약 제가 군단장이라면 저희 사단 겁니다. 그리고 ‘봐, 이 사단은 잘하잖아’ 이렇게 얘기할 것 같습니다.”
보좌관은 말을 듣고 백 소장은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군, 맞아, 그래! 생각해 보니 맞는 말이네.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했을까? 비교할 대상이 필요한 것은 당연한 것이지. 그럼 우리 사단에 걸지도 모르겠네.”
“네. 그래서 지금이라도 미리 준비하시죠.”
백 소장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해졌다.
“오대기 현재 어느 쪽에서 하고 있냐?”
“수방사 쪽입니다.”
“그래? 그쪽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물론 그렇지만 저희에게는 확실한 카드가 있지 않습니까.”
“확실한 카드?”
“네. 충성대대 말입니다.”
순간 백 소장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그렇군. 충성대대라면…….”
백 소장도 수방사 쪽 특수부대가 오대기를 한다고 하면 괜찮았다.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들이야, 오대기만 주구장창하는 부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장 강력한 임팩트를 주려면 전투대대에서 5분대기조를 훌륭하게 수행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게다가 충성대대에는 믿을 만한 소대장이 있었다.
“오상진 중위가 있었지.”
백 소장의 입가로 미소가 번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