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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85화 (385/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85화

36장 일이 술술 풀리네(5)

“내가 우리 오 중위가 동생 같아서 하는 말인데. 너무 가깝게 지내지는 마요. 막말로 한종태 대대장 오 중위 덕분에 사단장님께 점수도 많이 따고 그러고 있잖아요. 솔직히 그 사람 그럴 만한 위인은 아니잖아요.”

장석태 정훈장교가 이번에는 술잔을 천천히 들이켰다. 오상진이 곧바로 술병을 들어 따라줬다. 오상진은 방금 말한 장석태 정훈장교의 뜻을 이해했다.

‘따지고 보면 하자가 있는 군인인데 나 때문에 점수를 따고 다시 위를 노린다는 것이 아니꼽다 이 말이군.’

오상진은 장석태 정훈장교가 하는 말을 완벽히 이해했다. 그런데 자신의 부대 대대장을 이렇듯 까니, 솔직히 씁쓸하기도 했다. 오상진이 술잔을 들어 입안에 털어 넣었다.

“크으…….”

소주의 쓴맛에 인상을 쓰며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입으로 가져갔다. 장석태 정훈장교는 곧바로 화제를 돌리며 물었다.

“오 중위는 중위인데 계속 소대장을 맡을 생각입니까? 아니면 보직 이동할 생각은 있어요?”

“아뇨, 당분간 소대장 일을 열심히 하고 싶습니다.”

“그래요? 이유가 뭐예요?”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그저 처음 맡은 소대원인데 소대장으로서 끝까지 책임을 지고 싶습니다.”

“오, 그 태도 맘에 듭니다. 일종의 책임감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그렇구나.”

장석태 정훈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한종태 대대장의 말로는 자기가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오 중위를 데리고 가겠다고 하던데, 그건 얘기가 된 것이 없는 거네요.”

“아, 그렇게 말씀하셨습니까?”

“네.”

“전 들은 적이 없습니다.”

오상진은 순순히 답을 해줬다. 장석태 정훈장교는 술도 한잔했겠다, 오상진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며 슬쩍 떠보았다. 이런 식으로 장석태 정훈장교는 오상진에 대해 하나씩 알아갔다.

6

6.

오상진과 장석태 정훈장교의 술자리는 계속 이어졌다. 소주병은 점점 쌓여갔고, 술자리는 무려 2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밖으로 나온 오상진과 장석태 정훈장교는 차가운 바람에 몸을 감싸며 부르르 떨었다.

“으으으, 춥다.”

“어디 가십니까?”

“왜요? 데려다주시게요?”

“네, 같이 움직이시죠. 제가 집까지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에이, 저 술 취한 거 아닙니다. 그 정도 먹고 끄떡없습니다. 그리고 우리 집 여기서 가까워요. 난 택시 안 타고 걸어가도 됩니다.”

“아, 그러십니까?”

“네. 아무튼 오 중위! 오늘 유익한 만남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봐요.”

“네, 조심히 들어가십시오.”

오상진이 인사를 했다. 장석태 정훈장교가 손을 흔들며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오상진은 장석태 정훈장교가 사라진 방향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도 그럴 것이 오상진은 과거에는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뒤 충성대대에서 짧은 시간을 보낸 후 강원도로 갔다. 그곳에서 정신 차려서 다시 열심히 군 생활을 했던 건데 그러던 중 다시 과거로 돌아오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그런데 딱 한 분류의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었다. 바로 학연이었다. 학창시절의 추억들과는 여태껏 조우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장석태 정훈장교를 만나고 대화를 하면서 뭔가 색다른 기분이 들었다.

“참, 내가 어린애가 된 기분이네.”

물론 지금의 오상진은 나이가 어린 것은 맞았지만, 그 속은 거의 50대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장석태 정훈장교를 만나는 동안에는 진짜 어린 나이로 되돌아간 것만 같았다.

“그래, 이런 기분도 그리 나쁘지 않네.”

오상진은 다시 한번 피식 웃으며 걸어갔다. 그러다가 돌연 걸음을 멈췄다.

“맞다, 차! 차 가져가야지.”

오상진이 다시 걸음을 돌려 주차장으로 갔다. 그곳에 임시 번호판을 단 따끈따끈한 신형 싼타페르가 턱 하니 주차되어 있었다. 그것도 올 흰색으로 말이다. 오상진은 신형 싼타페르를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그때 오상진의 휴대폰이 울렸다.

띠리리링! 띠리리링!

휴대폰을 꺼내 확인했다. 한소희였다.

“소희 씨! 어떻게 딱 맞춰서 전화했네요.”

-뭐예요. 지금 어디 있어요?

“인터뷰하고 난 후에 근처에서 술 한잔했습니다.”

-그런데 왜 나에게 말도 안 했어요?

“아, 미안해요. 사정이 그리되었습니다.”

-사정요? 무슨 사정이요?

한소희는 늦은 시간까지 전화 한 통 없었던 것에 심통이 난 것이었다. 오상진은 잔뜩 심통이 난 한소희를 달래며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

“제가 정훈장교를 만났는데 그분과 인터뷰를 하고 다른 여러 가지 얘기를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정훈장교요? 그럼 국방일보에 실리는 건가요?

“아무래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렇구나. 난 연락이 없어서 걱정했잖아요.

“미안합니다.”

-그보다 우리 상진 씨 잘나간다. 이제 전국구 스타 되는 거 아니에요?

그런데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한소희 목소리가 시무룩했다. 자기는 아직 학생이고, 뭐하나 내세울 것이 없는 자신과 달리 오상진은 자꾸만 위로 올라가니, 마음 한편이 씁쓸한 모양이었다.

“하하하, 스타는요. 아직은 군인입니다.”

-그렇죠. 군인이죠. 잘나가는 군인!

“잘나가기는요. 그보다 아까 아주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뭔데요?

“장 중위님이 저한테 여자 친구 있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래서요?

“어떻게 만났냐고 물어봐서, 군대 장교 소개로 받았다고 했어요. 그런데 뭔가 살짝 무시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아니, 왜요?

“알잖습니까, 군대 안에서는 여자 형제들이 있다고 해도 특별히 미인인 경우는 극히 드물지 않습니까.”

-오홍, 계속해 봐요.

“그래서 제가 엄청 예쁘다고 자랑했죠.”

-피! 거짓말.

“정말입니다. 그런데 자꾸 중간에 끊으면 얘기 안 할 겁니다.”

-알았어요. 계속해 봐요.

한소희의 목소리는 이미 풀어져 있었다. 오상진은 계속해서 말했다.

“내가 사진도 보여줬더니 막 당황하더라고요.”

-네? 막 이상한 사진 보여준 거 아니에요?

“아니, 그분이 무슨 연예인 사진을 내밀고 여자 친구 사진이라고 하냐며 그러더라고요.”

-정말요?

“그래서 우리 여자 친구 엄청 예쁘다고 다시 한번 말했죠. 그랬더니 엄청 부러운 눈빛으로 바라봤어요.”

-치, 우리 남친 장하네.

“내가 좀 하죠.”

오상진이 의기양양했다.

-그런데 지금 어디예요?

“소희 씨, 나 보고 싶구나.”

-당연히 보고 싶죠.

“저 지금 차 가져가려고 주차장에 있어요.”

-어? 술 마시지 않았어요? 어떻게 하게요?

“그렇지 않아도 그게 고민이에요. 소희 씨 태우기 전까지는 아무도 안 태우기로 했는데……. 아무래도 그 약속을 깨야 할 것 같아요.”

-아니, 왜요?

“대리기사를 불러야 할 것 같거든요.”

-안 돼요, 그건!

“그럼 어떻게 해요? 차 두고 택시 타고 갈까요?”

-차 두고 그럴 수는 없죠.

“그럼 어떻게 할까요?”

-제가 갈게요. 제가 갈 때까지 기다려요.

“소희 씨가요? 여기 꽤 멀 텐데…….”

-괜찮아요. 저 여기 집 아니에요.

“아, 아지트에 있었어요?”

-네.

“알겠어요.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얼른 와요. 여기 현아자동차 본사 근처에요.”

-거기 어딘지 알아요. 금방 갈게요.

7.

그 시각, 저벅저벅 길을 걸어가고 있던 장석태 정훈장교의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네, 여보세요.”

-어디냐?

“아버지세요? 저 지금 집에 가고 있어요.”

-또 술 마셨냐?

“제가 하는 일이 또 그렇지 않습니까.”

-남들이 보면 네가 무슨 대단한 일을 하는 줄 알겠다. 오늘은 왜 술 마셨냐?

“아버지 지난번에 말했던 오상진 중위 있죠.”

-오 중위? 오상진? 아아, 너희 백 소장이 총애한다던 그 친구?

“네.”

-무슨 일로 만났냐?

“그 친구가 이번에 교통사고……. 지난번에 말씀드렸잖아요. 사단에서 뺑소니범 쫓아갔다던 그 사람 말이에요.”

-아, 그 친구가 이 친구야?

“네.”

-대단한 친구네.

“그래서 한번 만났어요. 얼마나 대단한 친구인지.”

-그래서 어땠어? 괜찮은 것 같아?

“아버지.”

-왜?

“그전에 진짜 우리 사단으로 오는 거예요? 아니, 오실 수는 있어요?”

-그건 또 왜 물어봐?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야.

“그래도 아버지가 생각이 있으시다면 오실 수 있다면서요.”

-왜? 언제는 오지 말라며.

“오십시오. 내가 만나봤는데 이 친구 장난 아니에요.”

-뭐야? 자세히 말해봐.

장석태 정훈장교는 오상진과 나눴던 대화를 상세히 설명했다.

-그러니까, 단순히 운이 좋아서 그런 일들을 벌인 것은 아니란 말이지.

“이 친구는 진짜예요. 조금만 밀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제대로 클 것 같아요. 내가 사단에서 이리저리 들어서 아는 것이 많은데, 오 중위 덕분에 한종태 대대장도 진급 욕심을 내고 있어요.”

-뭐? 한종태? 그 자식이 진급 욕심을 내고 있다고?

수화기 너머 아버지가 피식하고 웃었다.

“아이고, 아버지. 아니, 장 장군님! 한종태 대대장 지금 장난 아니게 잘나가고 있어요. 조만간에 대령 찍고, 원스타까지 달게 생겼어요.”

-자식이, 스타는 아무나 다는 줄 알아. 그런 놈은 달면 안 돼!

“그런데 그런 놈을 달게 만든 것이 오 중위라니까요. 잘 생각하세요, 아버지. 확실히 사단에 침 발라 놓으세요.”

-자식이 말을 꼭 해도…….

“아무튼 제가 아버지 생각해서 하는 말이니까. 아버지 진짜 오 중위 놓치지 마세요.”

-알았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겠으니까. 얼른 집에 들어와.

“아, 그리고 아버지!”

-왜?

“김철환 대위라고 아세요?”

-김철환 대위? 글쎄다. 잘 모르겠네.

“혹시 말이에요. 김우현 대령이라고 이름 들어보셨습니까?”

-김우현 대령?

수화기 너머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떠올랐는지 바로 말했다.

-아, 김우현 대령. 알지, 아버지 몇 기수 선배였잖아. 그분은 암으로 돌아가신 것으로 아는데…….

“그분 사위가 김철환 대위입니다. 오상진 중위가 김철환 대위를 잘 따릅니다.”

-오, 그래? 그런 인연이 있어? 그렇다면 괜찮은 친구 같네.

“왜요?”

-김 대령님이 참 좋은 분이셨지. 나름 후배들 사이에서도 덕망이 있었고. 그분이 딸을 엄청 아끼셨지. 그래서 아무에게나 딸을 주지 않았어. 그런데 그분 딸하고 결혼한 것을 보면 김철환 그 친구도 괜찮은 것 같네.

“에이, 아버지는 보지도 않고 어떻게 다 압니까.”

-자식아! 안 보고도 다 아는 수가 있어.

“아, 네에. 알겠습니다. 아무튼 슬슬 준비하시라고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래, 고맙다. 아버지 챙겨 주는 녀석은 너밖에 없다.

“그렇죠!”

-그러니까, 빨리 들어와!

“예예, 가고 있습니다.”

장석태 정훈장교가 고개를 까닥였다. 그런데 지나가는 길에 포장마차가 눈에 들어왔다.

“아버지, 여기 꼼장어가 있는데……. 어떻게, 꼼장어에 소주 한잔하실래요?”

-자식! 두말하면 잔소리지. 빨리 들어와.

“네. 금방 가겠습니다.”

장석태 정훈장교는 전화를 끊고, 포장마차로 들어갔다.

“아주머니, 여기 꼼장어 2인분 포장요.”

“네. 알겠어요.”

8.

오상진의 차량이 주차된 곳으로 택시 한 대가 멈췄다. 그곳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청바지에 패딩을 입은 한소희가 내렸다.

한소희는 대번에 오상진이 있는 차량으로 갔다. 조수석에 앉아서 자고 있는 오상진을 본 한소희가 중얼거렸다.

“추운데 여기서 자고 있다가 입 돌아가면 어떻게 하려고…….”

한소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창문을 두드렸다. 오상진이 번뜩 정신을 차리며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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