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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84화 (384/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84화

36장 일이 술술 풀리네(4)

5.

장석태 정훈장교가 돼지껍데기 하나를 ‘후후’ 불어서 입으로 가져가 오물거렸다.

“아까, 오 중위 중대장님 성함이 김철환 대위님이라고 했죠?”

“네.”

“중대장님 결혼하셨습니까?”

“네, 당연히 하셨죠.”

“아, 그렇구나. 자식은 있으시고?”

“예, 딸 하나가 있습니다.”

“어디 사십니까?”

“저희 사단 아파트에서 살고 계십니다.”

“아, 부대 앞에 있는 그 아파트 말이죠.”

“네.”

“그렇구나. 처가는 뭐 어떻다고 해요?”

“네?”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장석태 정훈장교가 바로 웃음을 흘렸다.

“하하하, 아니. 별건 아니고요. 궁금해서 그럽니다.”

“궁금한 것은 알겠지만 제가 보기에는 저희 중대장님 호구조사를 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호구조사……. 하하핫! 뭐, 어떻게 보면 그렇게 보이기도 하죠. 사실 제가 이렇게 물어보는 것은 오 중위가 어떤 상관하고 일을 하는지 궁금해서 그러죠.”

“그것이 왜 궁금하십니까?”

오상진은 진짜 궁금했다.

“제가 오 중위에게 관심이 많아서 그럽니다. 관심이!”

“네? 저를요?”

“네. 제가 오 중위를 엄청 좋아할 것 같거든요.”

장석태 정훈장교가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순간 오상진이 팔로 자신의 몸을 감쌌다.

“저, 저는 여자 좋아합니다.”

“누가 뭐래요. 저도 여자 좋아합니다. 우리 오 중위 오해했네요.”

“그, 그래도 그런 말은 오해하기 딱 좋습니다.”

“뭐 오해하라고 하죠.”

“선배님!”

“하하하! 미안합니다. 농담입니다. 하지만 오 중위의 관심은 진짜입니다.”

“그 관심 잠시 접어 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나중에요. 나중에…….”

오상진은 순간 등에 소름이 쫙 생겨났다.

‘이, 이거 위험한 거 아니야?’

그러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니야! 아니야! 여자 좋아한다고 했잖아. 그래 그 말을 믿어야지.’

오상진 혼자 온갖 이상한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장석태 정훈장교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아까 한 질문에 대해서 말해줘요. 그쪽 중대장님 처가는 어때요?”

“저도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형수님 아버님이 군인인 것만 알고 있어요.”

오상진은 중대장과 형수의 러브스토리도 잠깐 얘기를 해줬다. 장석태 정훈장교는 매우 흥미롭게 그 얘기를 들었다.

“오오, 그렇게 만났군요. 역시 운명이었던 겁니다.”

“네?”

“하하하, 제가 또 한 감성해서 말이죠.”

오상진은 순간 앞에 있는 사람이 알다가도 몰랐다. 하지만 장석태 정훈장교는 어느 순간부터 진지한 얼굴이 되었다.

“그럼 중대장님하고 엄청 친하게 지내겠어요.”

“네. 저에게는 은인이나 마찬가지이신 분이거든요.”

“은인요?”

“네, 제가 힘들 때 항상 도움을 주셨던 분입니다. 무엇보다 처음에 자대배치 받고, 적응하지 못하고 살짝 방황할 때도 마음을 다잡아 주신 분이기도 하고요.”

“오오, 그렇구나. 얘기만 들어도 엄청 가깝게 느껴지네요.”

“네.”

“다른 소대장님들 하고는 잘 지내죠.”

“3소대장이랑, 4소대장은 잘 지내고 있습니다. 다만, 2소대장이 최근에 바뀌었습니다. 여자 소대장이다 보니까, 좀 다가가기가 어렵습니다.”

“여자 소대장? 이름이 뭐예요?”

“이미선 소위입니다.”

“이미선? 가만 이미선이라…….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이미선…….”

장석태 정훈장교는 이미선이라는 이름을 연신 곱씹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번뜩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아! 생각났다. 그 이미선이 그쪽으로 갔어요?”

“예? 혹시 이미선 소위에 대해서 아는 것이라도 있습니까?”

“아는 것이 있다라…….”

오상진의 물음에 정석태 정훈장교가 술잔을 들어 한 잔 꺾었다. 그리고 술잔을 내려놓고 거친 자신의 턱을 매만졌다.

“이거 어디까지 얘기를 해줘야 하나?”

정석태 정훈장교가 약간 뜸을 들이고 있었다. 그 모습에 오상진이 말했다.

“말하기 곤란하시면 안 하셔도 됩니다.”

“아, 또 그렇게 말하면 섭섭하지. 실은 나도 자세히는 잘 모릅니다. 다만 내가 정훈장교다 보니 이런저런 소문들을 많이 들어요. 그런데 이 소위가 참 열심히 하더라고요.”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단순히 일만 열심히는 하면 좋은데, 참 여러 가지로 열심히 하더란 말이죠. 욕심도 좀 많은 편이고.”

오상진은 얘기를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소리이지?’

오상진이 그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장석태 정훈장교가 충고를 했다.

“사실 그 일 가지고 길게 얘기할 필요는 없고, 만에 하나 이 소위가 단둘이 술 마시자고 하면 마시지 마요. 위험하니까.”

“네? 아, 네에……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처음에는 의문을 가져다가 바로 느낌이 왔다. 단둘이 술 마시지 말라는 것은 사적으로 가까이 지내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건 그렇고 오 중위는 여자 친구 있어요?”

“네, 있습니다.”

“오오, 육사 졸업하고 임관해서 정신없이 지냈을 텐데 어떻게 여자 친구는 만났어요?”

“혹시 같은 육사 출신의 여자?”

“아, 아닙니다.”

“그럼요?”

장석태 정훈장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눈을 반짝이며 오상진을 바라봤다.

“실은 지금은 전역했지만 의무부대에 있던 군의관이 소개시켜 줬습니다.”

“군의관이요?”

“네. 친동생을 말입니다. 저랑 만나보면 괜찮다며 소개를 시켜줬습니다.”

“아, 그래요?”

정석태 정훈장교가 약간 실망한 얼굴이 되었다.

“여자 친구 예뻐요?”

그 말을 들은 오상진은 살짝 기분이 상했다.

“네. 많이 예쁩니다.”

“많이 예뻐요, 그냥 예쁜 것이 아니라? 혹시 사진 있으면 보여줄 수 있어요?”

이때까지 정석태 정훈장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남자가 눈에 콩깍지가 끼면 자기 여자 친구는 세상에서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군인 여동생이니까, 아무리 예뻐도 쉽게 군인을 소개해 주지는 않았다.

게다가 군인이 보는 여자의 기준은 거기서 거기라는 편견들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정석태 정훈장교도 똑같은 분류였다.

그 말에 오상진은 휴대폰에서 제일 예쁘게 나온 사진을 찾아서 보여주었다. 정석태 정훈장교는 진짜 별생각 없이 사진을 확인했다.

“어?”

정석태 정훈장교는 순간 헛바람을 삼켰다. 그리고 오상진을 바라보며 놀란 눈이 되어 있었다.

“이 사진 진짜입니까?”

“네.”

“에이, 이거 연예인 사진이죠?”

“아닙니다. 제 여자 친구입니다.”

“아닌데, 암만 봐도 여자 연예인인데…….”

정석태 정훈장교가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오상진이 휴대폰을 다시 받은 후 자신과 찍은 사진을 보여줬다.

“자, 이거 보십시오. 제 여자 친구 맞죠?”

“어? 진짜네!”

정석태 정훈장교가 놀라면서 오상진과 사진을 번갈아 봤다.

“후후후, 제 여자 친구가 좀 많이 예쁘긴 합니다. 그렇게 놀라시는 이유 충분히 이해합니다.”

정석태 정훈장교는 놀란 눈으로 입을 뗐다.

“이야, 오 중위는 다 가졌네.”

“네?”

“아니에요, 아무것도…….”

정석태 정훈장교는 말을 얼버무리며 앞에 있는 술잔을 들어 입에 털어 넣었다.

그 순간 오상진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술을 마셨다. 정석태 정훈장교가 술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런데 나한테는 안 물어봐요?”

“뭐를요?”

“내가 물어봤으면 오 중위도 물어봐야죠.”

“아, 장 중위님도 여자 친구 있으세요?”

“없습니다!”

정석태 정훈장교가 단호하게 말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없으시구나.”

“네, 없어요. 대신 와이프는 있습니다.”

순간 오상진이 깜짝 놀랐다.

“벌써 결혼하셨습니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내가 조절을 잘 못 해서…….”

정석태 정훈장교가 씁쓸한 얼굴로 술잔을 들이켰다. 그 모습을 보며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 네에. 그러시구나.”

순간 분위기가 이상해지려고 했다. 그런데 장석태 정훈장교가 바로 말을 이어갔다.

“우리 와이프가 간호장교 출신이에요.”

“네.”

“내가 뭐 원래 꼬시려고 한 것은 아닙니다. 훈련과정에서 부상을 입었는데 우리 와이프가 치료를 해줬어요. 그런데 와이프가 날 보면서 실실 웃는 겁니다.”

장석태 정훈장교는 자신의 아내와 만난 스토리를 얘기해 주었다. 오상진은 전혀 그에 관해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래서 내게 관심이 있는 것 같아서 어느 날 고백을 했는데 나에게 관심이 없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황당한 시추에이션인지!”

장석태 정훈장교는 그 날을 생각하며 분했는지 거칠게 술을 먹었다. 오상진이 술병을 들어 따라 주었다.

“그래서요?”

“알고 보니 와이프는 자신의 웃는 상이니 뭐니 그런 이상한 소리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소리에 자존심이 상하셨구나.”

“어? 그건 일급비밀인데……. 아무튼 정답! 거기서 제가 생각을 했죠. 내가 쉽게 고백을 하니까, 나를 만만하게 본 것 같더란 말입니다. 그런 상태에서 왜 쓸데없는 오기가 생겼는지 몰라요. 그 날 이후 매일같이 들이댔죠. 그리고 2달 후 끝내 쟁취를 했죠!”

“오, 축하드립니다.”

“오 중위! 내 말을 끝까지 들어요.”

“아, 네에…….”

“아무튼 쟁취를 해서 어쩌다 보니 결혼까지 하게 되었는데…….”

정석태 정훈장교는 다시 한번 술을 마셨다.

“오 중위.”

“네.”

“결혼은 늦게 하는 것이 좋아요.”

“네?”

“물론 난 결혼해서 행복해! 행복하긴 행복한데, 그래도 결혼은 늦게 하는 것이 좋아요.”

정석태 정훈장교는 뭔가 말에 모순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상진은 뭔가 가슴에 확 와닿는 것 같았다.

‘왜, 저 말이 그렇게도 이해가 되고, 공감이 되지?’

오상진이 서글픈 눈으로 정석태 정훈장교를 바라봤다. 그러자 정석태 정훈장교가 눈을 피하며 말했다.

“아, 고기 탄다. 어서 먹어요.”

괜히 불판 위에 있는 고기를 휙휙 내저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고기 한 점을 먹었다. 그리고 화제를 바꿔 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그러다가 정석태 정훈장교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한종태 대대장은 어때요? 친해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잘 모르겠습니다.”

“몰라요?”

“제가 임관한 지 일 년도 되지 않았고, 그 와중에 지금의 대대장님도 중간에 오셨고 해서 말이죠. 그래서 대대장님과의 친분을 얘기한다는 것에…….”

“하긴 그게 정상이죠. 그게 맞아요. 그런데 한종태 대대장님은 오 중위랑 엄청 친하게 생각하는 것 같던데요.”

“아, 저희 대대장님요?”

오상진이 멋쩍게 웃었다. 그렇다고 한종태 대대장님 친분을 과시하는데 대놓고 아니라고 말하는 것도 우스웠다.

하지만 정석태 정훈장교는 오상진의 표정을 보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겠습니다.”

“네? 뭘요?”

“아뇨, 그냥 알겠다고요.”

정석태 정훈장교가 웃었다. 오상진은 혹시 자신의 말실수를 했나 곱씹어 봤다. 전혀 그런 말을 한 적은 없었다. 그때 정석태 정훈장교가 다시 물었다.

“오 중위는 한종태 대대장에 대해서 얼마나 알아요?”

“사실 잘 모릅니다.”

오상진이 바로 답했다. 하지만 오상진도 김철환 1중대장에게 들은 것이 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다 소문이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그것을 굳이 떠들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반대로 정석태 정훈장교는 거리낌이 없었다. 그래서 바로바로 얘기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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