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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81화 (381/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81화

36장 일이 술술 풀리네(1)

1.

오상진이 휴게실에 앉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오택진 대리가 나타났다.

“차는 입고시켰고, 지금 기사들이 전부 바빠서 아직 상태 확인은 못 했습니다. 긴급으로 수배했으니까, 조만간 수리 들어갈 겁니다.”

“네.”

“아니지, 바쁘시면 먼저 들어가시겠습니까? 제가 차후에 전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오상진은 잠깐 생각했다. 이미 중대장님께 보고는 했고, 아직 시간에 여유는 있었다.

“아뇨, 좀 더 기다려 볼게요.”

“그러시겠습니까? 여기 TV도 있고 커피랑 녹차도 있으니까, 편히 쉬고 계세요. 아, 마음껏 드셔도 됩니다.”

“네.”

오상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택진 대리는 다시 수리하는 곳으로 갔다. 때마침 영환이라고 불린 사내가 차량을 확인하고 있었다.

“어, 영환 씨 왔어요?”

“네, 대리님. 갑자기 뭔 긴급입니까?”

“아, 이거? 센터장님 지신데, 긴급으로 수리해 달라고 하셔서 말이에요. 근데 또 이런 거 맡길 만한 사람이 영환 씨밖에 없잖아. 알죠? 내가 영환 씨 믿는 거.”

“알겠습니다. 일단 차량 분해부터 해야겠어요.”

“그래요.”

영환 기사가 재빨리 차량을 분해하기 시작했다. 오택진 대리는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약 30분 뒤, 영환 기사가 잠시 떨어져 있던 오택진 대리에게 다가갔다.

“대리님.”

“네. 어떻게 됐습니까? 견적은?”

“그리 많이 나올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앞 범퍼부터 엔진 앞까지 싹 다 갈아야 하겠지만 말이에요.”

“엔진 앞까지? 엔진은?”

“으음, 엔진이 먹힐 뻔했지만 다행히 거기까지는 아닙니다.”

“크게 문제 될 것 같아요?”

“뭐, 그 정도는 아닙니다.”

“그래요? 이야, 의외네. 싼타페르가 튼튼하긴 한가 봐.”

“뭐, 현아자동차 중에서는 나름 튼튼하다고 볼 수 있죠.”

“그런가.”

오택진 대리가 신기해하고 있는데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어? 잠깐만…….”

오택진 대리가 한쪽으로 물러나서 전화를 받았다.

“오택진입니다.”

-나 본사에 있는 홍보과장 최은호요.

‘최은호? 가만, 최은호 과장님이라면…….’

오택진 대리는 예전에 연수받으러 갔을 때 그를 만났던 기억이 떠올랐다.

“최 과장님 안녕하십니까.”

오택진 대리는 반갑게 인사했다.

-그래요. 혹시 센터장님 자리에 안 계십니까? 전화를 안 받으시네.

“센터장님 거래처에 가셨습니다.”

-거래처에? 언제 돌아옵니까?

“그건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그보다 최 과장님, 저 오택진 대리입니다.”

-누구?

“예전에 연수회 때 인사드렸는데…….”

-아, 기억난다. 그래, 잘 지냈나?

“네, 과장님. 저는 잘 있습니다. 그런데 과장님께서 직접 전화를 다 하시고…….”

-아니, 우리가 하려고 하는 일이 있는데……. 그건 나중에 말하고, 혹시 말이야, 자네 센터에 오상진 씨 차량 입고되었나?

오택진 대리가 깜짝 놀랐다.

“아, 네에. 방금 입고되었습니다.”

-나는 다른 공업사에 입고되었던 거로 알았는데?

“아, 그게 말입니다. 센터장님께서 뉴스를 보시고, 이건 우리 서비스센터에서 고쳐야 한다고 하셔서 제가 바로 낚아채 왔습니다. 과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저희 센터장님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거 말입니다. 게다가 저희 현아자동차 차량 아닙니까? 그래서 센터장님께서 발 벗고 나서신 것 같습니다.”

최은호 과장이 피식 웃었다.

-너 솔직히 말해봐. 자네가 건의한 거야, 아니면 센터장 작품이야?

“네, 센터장님 작품입니다.”

-훗, 자네 작품이구만.

“아…… 그건…….”

오택진 대리가 말을 더듬었다.

-뭐, 어쨌든 잘했어. 지금 거기에 오상진 씨 계시나?

“네, 차량을 인도받으려면 직접 사인을 해야 해서…….”

-별다른 문제는 없었던 거지?

“네, 다행히 타 공업사에서 장난치려고 하는 것을 잘 빼 왔습니다. 별문제 없습니다.”

-그래, 차 상태는 어때?

“엔진이 살짝 밀렸다고 하는데 그리 큰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대충 사백 정도 예상합니다.”

오택진 대리가 상세히 알려줬다.

-그래? 그럼 그 차량은 어떻게 하기로 했지?

“저희 쪽에서 100% 무상 수리해 드리기로 했습니다.”

-잘했어, 아주 잘했어! 그런데 말이야, 수리는 잠깐 기다려 줄 수 있겠나?

“네?”

-우리도 윗선에서 움직임이 있거든. 지금도 그 문제에 대해서 회의 중이야. 아마 좋은 방향으로 얘기 나올 것 같으니까, 스톱 시켜봐. 그리고 자네들이 고생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보고드릴 테니까, 걱정 말고!

“넵, 알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오택진 대리가 전화를 끊고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윗선에서 뭔가 따로 움직임이 있었던 거야? 그렇다면…… 나 승진할지도 모르겠는데.”

오택진 대리가 씨익 하고 웃었다.

그로부터 30분 후에 다시 전화가 왔다.

“네, 과장님.”

-수리하지 말고, 오상진 씨하고 날을 한번 잡았으면 하는데.

“만남 날짜를 잡으라는 말씀입니까?”

-그래! 아무래도 새 차를 줄 것 같은데. 그러니 오상진 씨에게 언제 시간이 되는지 한번 물어봐.

“아, 알겠습니다.”

-아니다. 거기 오상진 씨 있다고 했지?

“네.”

-알았네. 내가 거기로 가지.

그로부터 약 한 시간이 흐른 후, 서비스 센터에 차량 한 대가 멈춰 섰다. 그곳에서 최은호 과장이 내렸다.

오택진 대리는 바로 최은호 과장에게 달려가 인사했다.

“최 과장님.”

“그래, 오 대리. 오랜만이야.”

최은호 과장이 악수를 청했다. 오택진 대리는 엄청 반가워했다.

“오상진 씨는 어디 계시지?”

“네. 지금 휴게실에 계십니다.”

“알았네. 수고했어.”

최은호 홍보과장은 오택진의 어깨를 두드린 후 휴게실로 들어갔다.

오상진은 그곳에서 한가로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오상진 씨?”

“네.”

“현아자동차 그룹에서 나온 홍보부 최은호 과장입니다.”

최은호 홍보과장이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다. 오상진이 그것을 받고 고개를 갸웃했다.

“아, 네. 무슨 일로?”

“잠깐 시간 좀 괜찮으십니까?”

최은호 홍보과장이 씨익 웃으면서 물었다.

최은호 홍보과장의 얘기를 들은 오상진은 약간 얼떨떨했다. 현아자동차에서 서비스 센터로 자신의 차량을 가지고 올 때 그룹 차원에서 보상을 해준다기에 기대를 했다. 그런데 뜬금없이 새 차로 교환해 주겠다는 것에 살짝 당황했다.

“이거 새 차로 산 것이 아니라 중고로 산 차입니다.”

“중고차고 새 차고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아무튼 우리 현아자동차 고객이지 않습니까. 그런 것은 상관없습니다.”

오상진은 최은호 홍보과장의 말을 듣고 잠깐 생각을 했다.

‘하긴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현아자동자에서 밑도 끝도 없이 새 차로 교환해 주려는 것은 아닐 거야.’

오상진이 슬쩍 물었다.

“혹시 저에게 원하시는 것이 뭡니까.”

최은호 홍보과장이 웃으면서 말했다.

“별거 아닙니다. 선물 증정식으로 사진 하나 찍고, 인터뷰만 해주시면 됩니다.”

“정말 그것이 다입니까?”

“일단은요.”

최은호 홍보과장은 뭔가 여지를 남기는 말을 했다. 오상진은 더 묻고 싶었지만 일단은 참았다. 새 차를 준다는데 어느 정도는 있을 것이라 예상을 했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하하하. 네. 그럼 조만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오상진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택시를 불러서 부대로 복귀를 했다. 오상진은 잠깐 행정반으로 향하다가 멈추고 곧장 중대장실로 걸어갔다.

똑똑똑.

“들어와.”

문을 열고 오상진이 들어갔다.

“충성.”

“어, 잘 다녀왔어? 차는?”

“폐차시킨다고 합니다.”

“폐차? 그 정도로 망가졌어? 야, 넌 도대체 어떻게 박았기에 폐차까지 가냐.”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차가 폐차가 될 정도인데 넌 무사하니 다행이긴 하다.”

“네, 제 차가 워낙에 튼튼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긴 요즘 현아자동차에서 나오는 차량 중 그 모델이 제일 튼튼하게 나왔다고 하더라.”

김철환 1중대장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오늘 현아자동차 본사에서 사람이 나와서 저에게 새 차로 교환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뭐? 새 차로? 아니 왜?”

“그냥 제가 좋은 일을 했는데 당연히 그룹 차원에서 나서야 한다면서 준다고 했습니다.”

“와, 대박이네. 좋겠다, 너! 그래서 어떤 차종으로 준데? 신형 싼타페르?”

“아마도 그거 주지 않겠습니까?”

“뭐 준다고 말은 안 했어?”

“네. 그냥 원하는 차량은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그럼 최고로 좋은 에쿠스르로 받아야지. 뭐 한다고 다른 차량을 받아.”

그 당시 현아자동차에서 나온 가장 고급차량은 에쿠스르였다. 가격대는 대략 4천이 조금 넘었다. 일명 회장님 차량으로 유명했다.

“에이, 에쿠스르를 타면 제가 나이 들어 보이지 않습니까. 게다가 이제 중위인데 에쿠스르를 타고 다니면 난리 나죠. 주변의 눈치가 있는데.”

“하긴 그건 또 그러겠다. 대대장님도 그랜져르로 새 차를 사신다고 하는데 네가 에쿠스르를 타고 다니면 웃기겠다. 잘 생각했다. 그나저나 위에 보고를 해야 하나?”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고민했다.

“보고하기에는 애매하지 않습니까?”

“그것도 그런데 또 웃긴 것이 기사 터지고 알게 되잖아. 그럼 왜 보고를 안 했냐면서 꼬투리 잡을 것이 뻔하거든.”

“그럼 보고합니까?”

“하아, 보고를 하면 별것도 아닌 걸 가지고 보고 한다고 뭐라고 할 것 같고 말이지.”

“그래도 보고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하긴 그래야겠지. 이 문제는 중대장이 알아서 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그보다 너 휴가는 언제 갈래?”

김철환 1중대장의 물음에 오상진의 눈이 커졌다.

“어? 휴가 잘린 거 아닙니까?”

“아니야. 휴가는 아직 살아 있어. 사단장님께서 직접 주신 건데 그걸 함부로 자르겠냐. 게다가 나쁜 일로 그런 것이 아니고, 좋은 일을 한 것인데.”

“그래도 눈치가 보여서…….”

“됐어, 인마! 네가 이상한 짓을 한 것도 아니고, 장한 일을 했는데 그걸로 눈치 보는 것도 이상해. 딴 거 없이 그냥 이번 주에 가라.”

“네, 감사합니다. 중대장님.”

“감사는……. 그보다 차량은 언제 나온다고?”

“아마 본사에서 다시 회의를 하고, 금요일쯤 나온다고 합니다.”

“금요일? 이야, 그럼 여자 친구랑 새 차 타고 휴가를 즐기겠네.”

“또 그렇게 되는 겁니까?”

“자식! 그리고 이번에는 말이다.”

“네.”

“너, 이번에도 뺑소니 잡으면 죽어! 이번에는 뺑소니 발견하면 경찰에 맡기자.”

“하하하하…… 네.”

오상진이 씨익 웃으며 중대장실을 나왔다. 중대장실 문을 닫자마자 오상진이 중얼거렸다.

“그래도 만약에 또다시 똑같은 상황이 눈앞에 벌어진다면 이번에도 쫓아갈 것 같습니다. 중대장님.”

오상진은 피식 웃으며 복도를 걸어갔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내 한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후 사정을 들은 한소희가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정말요? 진짜 좋겠다. 우리 상진 씨는 일이 너무 잘 풀리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말인데 이번 주말에 새 차 타고 휴가 갑시다.”

-칫, 누가 가준대요? 나는 상진 씨 때문에 지난 주말 얼마나 맘 졸였는데요.

“미안해요. 앞으로 그럴 일 없도록 노력할게요.”

-아니에요, 저는 상진 씨가 내 일처럼 나서는 모습을 보고 멋있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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