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80화
35장 일단 달려!(12)
“제 말 잘 들어보십시오. 이상한 곳에서 수리를 받으면 수리비가 왕창 나올 겁니다. 그럼 내년에 보험 갱신할 때 보험료도 엄청 오를 겁니다.”
4소대장이 진지하게 말했지만 로또에 당첨되어서일까. 오상진은 그것 역시 크게 와닿지 않았다.
‘얼마가 오르든 괜찮은데…….’
“무엇보다 이것이 중요합니다. 사고가 이번 한 번만 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우연히 또 사고가 나서 보험처리를 합니다. 그런데 보험사가 자신의 청구했던 보험보다 많이 나오면 그 보험사가 갱신을 잘 안 해주려고 합니다.”
“네?”
오상진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네! 또 웃긴 것이 다른 자동차 보험사들끼리 연결되어 있어서 차량 조회하면 다 뜹니다. 그걸로 ‘아, 이 차주는 사고를 자주는 내는구나’ 이런 인식이 박혀서 보험 가입을 꺼려 한다는 거죠.”
“그건 좀 곤란합니다.”
“지금 보험사 어디입니까?”
“삼솜화재입니다.”
“아, 거기입니까? 거기 다른 보험사보다 좀 비싼 곳인데…….”
“그냥 아는 곳이 거기뿐이어서 말이죠.”
“뭐 어차피 유명한 곳이긴 하죠. 아무튼 이번 사고가 나서 보험 처리하면 앞으로 몇 년간은 삼솜화재에서만 보험을 받아줄 겁니다.”
“아…….”
오상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3소대장과 4소대장에게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그래서 서비스 센터를 가야 한다!”
“네. 거긴 그나마 믿을 수 있는 곳이지 않습니까.”
3소대장이 바로 말했다.
“네, 지금 당장에라도 가까운 현아자동차 서비스 센터로 옮겨 달라고 하십시오.”
“그래도 이미 수리 들어갔습니다. 제가 어제 공업사와 통화를 했습니다. 보험사에 등록되면 바로 수리 들어가라고 말입니다.”
“헉!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알려드리는 건데…….”
“뭐,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하고, 다음에는 꼭 서비스 센터로 가겠습니다.”
“네, 1소대장님. 꼭 그렇게 하십시오.”
“네.”
오상진이 웃으며 대답을 했다. 그런데 때마침 공업사에서 전화가 왔다.
“어? 공업사다.”
그 소리에 3소대장과 4소대장이 귀를 기울였다. 오상진이 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네, 오상진 중위입니다.”
-여기 공업사입니다.
“아, 네에. 차량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 그게 말이죠. 일이 좀 복잡하게 되어서……. 괜찮으시다면 사장님께서 지금 저희 공업사에 한번 찾아와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요?”
오상진의 눈이 커졌다.
18.
공업사에 입고된 오상진의 차량은 곧장 수리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고진석 공장장이 차량 상태를 확인하더니 누군가를 불렀다.
“야, 박 군아!”
“네.”
“이거 빨리 수리 끝내자.”
“알겠습니다.”
얼굴에 시커먼 기름때를 묻힌 사내가 뛰어왔다. 앞이 완전히 망가진 차량을 확인한 박 군이 입을 열었다.
“공장장님, 설마 호구 하나 무신 겁니까?”
“후후후, 그렇지. 렉카 하는 그 친구 있지?”
“네.”
“그 친구가 보너스를 가지고 왔네. 이거 하나면 이번 달은 그나마 괜찮겠지.”
“후후후, 넵! 안 그래도 중고로 딱 맞는 차량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부분은 용접한 후 도장해 버리면 될 것 같고요.”
“그래그래! 자식이, 아무튼 하나를 말하면 열을 알아듣는다니까.”
“헤헤헤.”
박 군이 뒷머리를 긁적였다. 고진석 공장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 수리 시작하자!”
“넵!”
박 군이 곧바로 차량을 분해하기 위해 공구를 들었다. 그때 저 멀리서 말끔한 차림의 한 남자가 뛰어오며 소리쳤다.
“스톱! 스톱!”
고진석 공장장이 고개를 돌렸다.
“누구야? 누군데 저러는 거지?”
사내가 마침내 고진석 공장장 앞에 섰다. 그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저는 현아자동차 서비스센터 직원, 대리 오택진입니다.”
오택진 대리가 명함을 건넸다. 고진석 공장장이 명함을 받고 물었다.
“그런데요?”
“지금 저 차량, 오상진 씨 차량이죠?”
“네, 맞습니다.”
“그거 수리하지 마시고, 일단 멈춰주십시오.”
“아니, 왜요?”
고진석 공장장이 떨떠름한 얼굴로 물었다. 오택진 대리는 눈을 반짝였다.
“저 차량은 저희 현아자동차 서비스센터에서 가져가야 할 것 같거든요.”
그 말이 끝나자 공업사로 서비스센터 렉카 차량이 들어왔다.
“그게 무슨 말이오? 아니, 왜 우리 쪽으로 입고된 차량을 가져가겠다는 겁니까?”
고진석 공장장은 화가 났다. 뭐 이런 예의 없는 사람이 다 있나, 하고 생각했다.
“아, 다름이 아니라 이 차량은 저희 현아자동차 그룹에서 나온 차량으로, 좋은 일에 사용되지 않았습니까. 그 취지에 맞게 본사에서 이 차량을 직접 보상 수리해 주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금 이 사람이 뭐라고 하고 있소? 우리 공업사로 입고된 차량을 왜 맘대로 가져가냐니까?”
“저희 본사에서…….”
“아, 시끄럽고! 우리 쪽에서 수리할 겁니다.”
“주인이 다른 곳에서 수리하겠다고 했는데, 그래야 하지 않겠습니까? 혹시 차주랑 통화는 해보셨어요?”
고진석 공장장이 뜨끔했다.
“토, 통화는…… 지금 하려고 했소!”
그러면서 냉큼 사무실로 걸어갔다. 그 뒤를 향해 오택진 대리가 소리쳤다.
“직접 이곳으로 오라고 해주십시오.”
“에잇! 박 군아, 그거 수리하는 거 잠시 멈춰봐라.”
“네.”
고진석 공장장은 사무실로 들어가더니 오상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19.
오상진은 곧바로 중대장에게 보고한 후 공업사를 찾아왔다. 그런데 서울에서 좀 외진 곳이었다. 택시 기사도 잘 모르는 그런 곳이었다.
“와, 서울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
오상진이 감탄하고 있을 때 저 멀리서 누군가 뛰어왔다.
“아, 오상진 씨 되십니까?”
“네, 제가 오상진입니다.”
“하하하, 여기까지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여기가 좀 외지죠?”
“네,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도 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아무튼 잘 오셨습니다. 저는 여기 공업사 공장장인 고진석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그런데 무슨 일로 절 부르셨습니까?”
“그게 말입니다.”
고진석 공장장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때 깔끔한 정장 차림의 한 남성이 나타났다. 이곳 공업사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매무시였다.
“혹시 오상진 씨 되십니까?”
“네, 제가 오상진입니다.”
사내는 오상진의 군복 입은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저는 현아자동차 서비스 센터에서 나온 오택진 대리입니다.”
오택진 대리가 조심스럽게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다. 오상진은 그 명함을 받고 확인했다.
‘현아자동차 서비스 센터 대리 오택진이라…….’
오상진은 명함을 손에 쥐고 오택진 대리를 바라봤다.
“그런데 무슨 일이십니까?”
“이번에 뉴스를 봤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본사 차원에서 관리해 드리고자 나왔습니다.”
“아뇨, 굳이 그렇게까지 안 해주셔도 됩니다.”
“좋은 일 하셨는데 저희가 딱히 도와드릴 부분도 없고, 그래서 보상 수리라도 해드리고자 합니다. 어떻습니까?”
“엇, 보상 수리요? 그렇다면야 싫어할 이유는 없죠!”
차를 공짜로 고쳐주겠다는데 오상진이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그래서 흔쾌히 허락했다.
“네, 보상 수리해 주십시오. 제가 뭐 어떻게 하면 됩니까?”
“아, 네에. 여기에 서명을 해주시면 제가 다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오택진 과장이 서류를 내밀었다. 오상진은 잠깐 확인을 했다.
‘인도 확인서? 뭐, 별문제 없겠지.’
오상진은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사인을 했다. 그런데 뒤에 멀찍이 서 있던 고진석 공장장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불만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오상진은 고개를 갸웃하고는 오택진 대리를 봤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됩니까?”
“잠시 대기하고 계시면 마저 일을 처리하고 부대로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아, 네에.”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택진 대리는 곧바로 고진석 공장장과 뭔가 얘기를 나누었다. 오택진 대리가 손짓을 하자, 대기하고 있던 렉카차가 오상진의 싼타페르로 가까이 다가갔다.
“이야, 저런 렉카는 고급 차를 나를 때나 오는 렉카던데.”
렉카차는 싼타페르를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후면에다가 싣고 있었다.
오상진은 그 모습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사이 오택진 대리와 고진석 공장장은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여기, 서류 확인하셨죠? 이제 된 겁니다?”
“정말 너무들 하시네.”
“네?”
“우리도 먹고살아야 하지 않소. 수리 거의 다 해놨는데 이런 식으로 물건 뺏어가면 곤란합니다.”
오택진 대리가 씨익 웃었다.
“공장장님, 장사 하루 이틀 하십니까? 딱 봐도 이제 막 수리 들어갔는데, 뭘……. 그리고 렉카 기사랑 커미션이 오간 것을 제가 모르는 줄 아십니까?”
고진석 공장장이 움찔하며 소리쳤다.
“그거야, 남들도 다 하는 거 아니오! 왜 우리한테만 그럽니까?”
“그러니까, 좋게좋게 하자는 것 아닙니까. 공장장님 자꾸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제가 직접 사장님이랑 얘기할까요?”
오택진 대리가 살짝 협박성 멘트를 날렸다. 그러자 고진석 공장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금 저 협박하시는 겁니까?”
“협박이라기보다는, 좋게좋게 가자는 겁니다. 저희랑 이제 거래 안 하실 겁니까? 계속 차 수리하시려면 부품도 수급받으셔야 하지 않습니까.”
“…….”
고진석 공장장은 입을 꾹 다물었다. 오택진 대리는 이번엔 살살 달래듯 말했다.
“내가 잘 말씀드리겠습니다. 부품도 좀 더 싸게 구하실 수 있게 조치도 취해 드리겠습니다. 이 정도면 됐죠?”
“아, 알겠습니다.”
고진석 공장장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진짜로 부품을 주지 않았다간 장사를 접어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때아닌 갑질에 고진석 공장장은 인상을 썼다.
“에이, 모처럼 호구 만나서 이번 달은 편하게 지내나 했더니……. 있는 놈들이 더하네, 더해!”
고진석 공장장이 투덜거리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의 뒷모습을 보며 오택진 대리가 미소를 지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택진 대리가 오상진에게 다가갔다.
“자, 처리 끝났습니다. 이제 제 차로 움직이시죠.”
“네.”
오상진은 오택진 과장의 차에 올라탔다. 조수석에서 안전벨트를 착용한 오상진이 물었다.
“그럼 제 차는 어디로 갑니까?”
“일단은 저희 서비스센터로 갈 겁니다. 그래야 차 찾으러 오실 때 편하지 않겠습니까? 여기 오지까지 오시는 것보다는요.”
“네, 그렇겠죠. 감사합니다.”
오택진 대리는 오상진을 안심시키듯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 뒤로 딱히 오간 대화는 없었다. 약 40분을 달린 뒤에야 두 사람은 서비스 센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잠시만 휴게실에서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제가 접수하고 담당자랑 얘기 나누겠습니다.”
“네.”
오상진은 휴게소로 가서 앉았다. 휴게실에서는 사람들이 앉아서 TV를 보거나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오오, 이때도 서비스는 좋았네.”
오상진이 감탄하고 있을 때 오택진 대리는 접수 과로 갔다.
“방금 들어온 차량 있지? 싼타페르 말이야. 그거 긴급으로 수리 들어가 봐. 그리고 대충 견적이 얼마 나올지도 알아보고.”
“어? 지금 기사님들 다 수리 들어가셨는데…….”
“그래서 말했잖아, 긴급이라고. 영환이 어디 있지?”
“찾아오겠습니다. 그보다 왜 긴급입니까?”
직원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그냥 시키는 대로 좀 하세요. 센터장님 지시니까.”
“아, 예에. 알겠습니다.”
직원이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영환 씨, 영환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