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79화
35장 일단 달려!(11)
“아이고야. 이게 다 뭐냐.”
“이게 다 김일우 일병 아버님께서 보내신 겁니다.”
오상진의 말에 곽부용 작전과장은 피식 웃었다.
“하긴 그럴 만하네.”
“네?”
“너 얘기 못 들었구나. 사실 나도 나중에 알았는데 김일우 일병 아버님이 농사를 정말 어마어마하게 짓는다네. 그래서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시네.”
“아, 그렇습니까?”
“그렇지.”
오상진은 그래도 이건 좀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웃으며 말했다.
“아무튼 우리 오 중위 덕분에 당분간 쌀 걱정은 없겠어.”
곽부용 작전과장이 말을 하면서 오상진을 어깨를 툭툭 쳤다. 그리고 쌀은 곧장 군수과로 향했다. 대대 행보관인 민용기 상사가 뛰쳐나왔다.
“우와, 뭔 쌀이…….”
곽부용 작전과장이 말했다.
“오 중위가 받아온 겁니다. 행보관이 창고에 잘 쌓아 주십시오.”
“그거야 당연한데……. 진짜 오 중위님에게 온 것입니까?”
“네.”
곽부용 작전과장의 확답에 민용기 상사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리고 민용기 상사는 저 멀리 있는 오상진을 향해 해맑게 웃으며 양손 엄지손가락을 추켜올렸다.
16.
조용히 넘어가려던 사건은 한국일보에서 낸 기사로 인해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 결과 오상진에게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결국 오상진은 단 한 명만 인터뷰를 허락했고, 대표로 박은지를 지목했다. 박은지 역시도 오상진의 요청을 흔쾌히 허락했다.
오상진은 인터뷰를 위해 면회소로 갔다. 그곳에서 잠깐 기다리니 박은지가 나타났다.
“상진 씨!”
박은지가 환한 미소로 오상진을 반겼다.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서 와요.”
오상진도 박은지를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오는 데 힘들지 않았어요?”
“에이, 여기 한두 번 와보나요. 전혀 문제 없었죠.”
“다행이네요.”
오상진이 대답을 했다. 그런데 박은지가 오상진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오상진은 움찔하며 물었다.
“왜, 왜요?”
“어디 다친 곳 있는지 확인하는 중이에요.”
“네? 그런데 왜 얼굴만 확인을 해요?”
“얼굴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우리 상진 씨 얼굴에 흠집이라도 생기면 속상하단 말이에요.”
“네? 하하하…….”
오상진이 어색하게 웃었다. 박은지는 다 확인한 후 말했다.
“전혀 문제없네요.”
“그럼요. 문제없습니다. 그런 이제 인터뷰 시작할까요?”
“그래야죠. 그보다 우리 인터뷰 자주 하는 거 같네요.”
박은지의 물음에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저야 은지 씨가 편하니까요. 게다가 기사도 아주 깔끔하게 잘 써주시고.”
“제가 좀 그렇죠?”
“네!”
“그보다 말이에요. 저 그냥 상진 씨 뒤만 쫓아다녀야겠어요.”
“네?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해요?”
“아니, 앞으로도 계속 인터뷰 건이 나올 것 같단 말이에요.”
“아하…….”
오상진은 그저 웃고 말았다. 그사이 박은지는 인터뷰를 위해 수첩과 녹음기를 꺼냈다.
“저. 이제부터 녹음할 건데 괜찮죠?”
“물론이죠.”
“좋아요.”
박은지가 녹음기를 켠 후 첫 번째 질문을 하려는데 먼저 오상진이 물었다.
“그런데 바쁘지 않으세요? 괜히 제가 은지 씨를 부른 건 아니지 모르겠어요.”
“바빠도 당연히 제가 와야죠. 상진 씨 인터뷰인데 제가 안 오면 누가 오겠어요.”
그러다가 박은지기 살짝 눈을 흘겼다.
“가만! 왜요? 저 말고 다른 사람과 인터뷰하고 싶으세요?”
“아뇨, 그게 아니라 은지 씨가 와서 반가워서 그렇죠.”
오상진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박은지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아까도 말했지만 상진 씨 인터뷰는 제가 다 할 거예요. 그리 아세요.”
“네. 알겠습니다.”
“좋아요. 그럼 바로 질문 들어갈게요.”
“네.”
“일단 먼저 어떻게 하다가 그런 일이 생겼어요? 여러 번 말했겠지만 저에게도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겠어요?”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찬찬히 박은지에게 설명을 했다. 박은지는 오상진의 얘기를 쭉 들었다.
“정말 대단한 일을 하셨네요. 그런데 상진 씨 처벌 결과는 어떻게 나왔어요? 위수지역 이탈 건에 대해서 말이에요.”
박은지가 툭 하고 다른 질문을 던졌다. 오상진은 약간 당황했지만 바로 대처를 했다.
“어, 그게……. 제가 함부로 말할 수는 없어요. 은지 씨도 아시면서 그러시네요.”
“칫, 안 넘어오네. 그래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공보장교님께 물어볼게요.”
“네, 이해해 주셔서 고마워요.”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고맙긴요. 약간 꼼수를 좀 부려봤는데 안 넘어오시네요.”
“제가 또 그런 쪽으로는 잘 넘어가지 않아서요.”
“좋아요. 그럼 다음 질문으로 넘어갈게요.”
박은지는 그 외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졌고, 오상진이 답을 해주었다.
그렇게 약 30여 분간 이어지던 인터뷰가 끝이 났다. 박은지가 녹음기와 수첩을 정리하던 중 궁금증이 생겨 물었다.
“이건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물어본 건데요. 뺑소니범이 도망갈 때, 상진 씨가 진짜로 차로 막았어요?”
“네.”
“아니, 어떻게 그렇게까지 할 생각을 했어요?”
“으음, 첫 번째로 요금소 부근이었습니다. 차량은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녀석들은 역주행을 감행한 상태여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큰 사고를 막는 것뿐이었죠. 그리고 어느새 제 차로 뺑소니범 차량을 막아서고 있었던 겁니다.”
“아, 그러니까. 더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 거네요.”
“제 생각은 그렇죠.”
“잘하셨어요. 만약 상진 씨가 안 그랬다면 진짜 더 큰 사고가 일어날 수 있었겠어요. 멋져요, 우리 상진 씨.”
“하하하, 은지 씨가 또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하네요.”
“그런데!”
박은지가 무서운 얼굴이 되었다.
“그러다가 크게 다치면 어쩔 뻔했어요. 너무 무모했어요.”
박은지의 한 소리에 오상진이 씨익 웃었다.
“저는 제 차를 믿었습니다.”
“오오, 상진 씨 차가 뭐였죠?”
“싼타페르요.”
“아, 지난번에 제가 소개시켜 준 그 차예요?”
“예! 차가 아주 좋더라고요.”
“그래요?”
박은지가 희미하게 웃었다. 그리고 모든 장비를 다 챙긴 후 말했다.
“아무튼 오늘 인터뷰 고마웠어요. 내일 기사 기대해요.”
“전 은지 씨가 쓴 기사는 항상 기대가 됩니다.”
오상진이 환하게 웃었다. 박은지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17.
그다음 날 현아자동차그룹의 정성민 본부장 사무실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
똑똑!
“네.”
문이 열리고 비서가 들어왔다. 그녀는 인사를 한 후 입을 열었다.
“본부장님, 여기 커피 가져왔습니다.”
“고마워요.”
“그리고 저 한국일보에서 뉴스가 올라왔는데 한번 보셔야 할 것 같아요.”
“그래요? 어떤 기사죠?”
“뺑소니 사건에 관한 기사입니다.”
“알겠어요. 줘 보세요.”
“네, 본부장님.”
비서가 자신이 들고 있던 태블릿을 건넸다. 그것을 받아든 정성민 본부장은 곧바로 기사를 확인했다.
<뺑소니범 잡은 군인. 차를 믿고 인천 요금소에서 역주행하는 차량을 막아!>
“이게 뭐죠?”
“지난번에 뺑소니범 잡은 군인 기사 보셨지 않습니까.”
“아, 위수지역 넘어가서까지 잡은 그 군인?”
“네.”
“그런데?”
“그 군인이 탄 차량이 저희 회사 차량이었습니다.”
“그래? 상대방 차량은?”
“구형 벤츠르라고 합니다.”
“오, 그래?”
정성민 본부장이 뉴스의 내용을 쭉 확인했다. 그러다기 씨익 웃으며 입을 뗐다.
“그러니까, 이 친구가 우리 차를 믿고 벤츠르를 받았다는 거네.”
“네. 그래서 지금 댓글 반응들이 상당히 괜찮습니다. 저희 현아자동차에 대한 칭찬이 자자합니다.”
비서의 말을 듣고 정성민 본부장도 댓글을 확인했다.
-벤츠르를 이긴 싼타페르!
-싼타페르가 튼튼하기는 하지!
-이 정도는 현아자동차에서 공짜로 고쳐줘야 하는 거 아님?
-수리보다는 이렇듯 홍보까지 해주는데 아예 새 차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봄.
-만약 진짜로 새 차를 주면 완전 대박이겠다.
이러한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정성민 본부장은 이런 댓글 반응에 흥미를 느꼈다. 그는 가만히 자신의 턱을 만지더니 비서를 향해 입을 뗐다.
“지금 당장 회의 소집해 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1중대 1소대 행정반은 각 소대장들이 책상에 앉아 훈련에 관한 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4소대장이 궁금증이 있는지 고개를 들었다.
“참, 1소대장님.”
“네?”
오상진은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했다.
“1소대장님 차량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제야 오상진이 고개를 들었다.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연락을 주기로 했는데…….”
“헐! 그럼 렉카가 끌고 갔습니까?”
“네, 일단은 차량 운행이 힘들어서 렉카에게 맡겼습니다.”
“그거 그냥 끌고 가게 하면 어떻게 합니까. 혹시 서비스 센터로 끌고 가라고 하셨습니까?”
“아뇨, 그때는 제가 경황이 없어서 말이죠. 원래 서비스 센터로 가는 거 아닙니까?”
오상진의 물음에 3소대장이 말했다.
“아이고, 우리 1소대장님. 사고가 처음입니까?”
오상진은 이렇게 크게 난 사고는 처음이었다. 예전이야 물론 몇 번 사고가 있었지만 경미한 사고라 굳이 렉카를 부를 필요가 없었다.
“네. 그렇죠.”
“그럼 백프로 렉카가 아는 공업사로 갔을 겁니다. 원래 렉카들은 공업사와 커미션이 있습니다.”
“커미션?”
“네. 자신의 공업사로 사고 차량을 가져오면 얼마 받고 그런 거 말입니다.”
“아…….”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3소대장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실 그런 공업사는 찾아가기도 힘들고, 수리도 100% 신뢰할 수가 없습니다.”
“어째서 말입니까?”
오상진은 진심 궁금해서 물었다. 3소대장은 마치 자신이 다 아는 듯 설명을 했다.
“분명 그 공업사에서 덤탱이를 씌울지도 모릅니다.”
“덤탱이를 말입니까?”
“네.”
“에이, 설마 그러겠습니까?”
오상진은 이때까지 순수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3소대장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아이고 1소대장님! 큰일 날 소리를 합니다. 원래 그런 곳은 말입니다, 서비스 센터와 다릅니다. 차량을 운전자가 잘 모르지 않습니까.”
“그렇죠. 잘 모르죠.”
“그것을 파고드는 겁니다. 일단 보험사에 청구를 하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거죠. 일단 부품에서 중고를 새걸로 교체했다고 부풀리는 것입니다.”
“중고로 교체해 놓고, 새것으로 교체했다고 말입니까?”
“네. 사실 부끄러운 얘기지만 저도 한 번 당했습니다. 그때 보험사가 나서서 해결은 해줬지만……. 아니, 보험사도 그래, 그런 것은 미리미리 확인을 해주면 얼마나 좋아.”
3소대장은 그때 당했던 것이 억울했던지 소리를 빽 질렀다. 그러다가 주위의 시선을 느끼며 헛기침을 했다.
“어험, 아무튼 차량 서비서센터에 맡겨야 좋습니다. 덤탱이는 물론 억울한 수리비도 지불하지 않아도 되고 말입니다.”
사실 오상진은 수리비가 많이 나오든 아니든 크게 상관이 없었다.
“그렇습니까? 그래도 보험사에서 알아서 한다고 했으니까, 믿어야죠!”
4소대장이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 1소대장님 군대에 관해서는 일 처리가 상당히 좋은데 외부 일은 젬병인 것 같습니다.”
“하하, 그건 저도 인정합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4소대장이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