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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78화 (378/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78화

35장 일단 달려!(10)

“왜 이렇게 긴장했어. 혹시 추가 징계라도 있을 것 같아서 그래?”

“그게 아니라…….”

“그런 것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오히려 위에서 1소대장 칭찬하고 난리야.”

“그렇습니까?”

“장한 일 했어. 솔직히 말해서 대대장님도 징계는 무슨 징계라며 항의를 했어. 장한 일 했는데 이러냐면서 말이야. 그나마 1개월 감봉으로 끝난 것이 다행이지.”

“네. 그런데 무슨 일로 부르셨습니까?”

“어, 내 정신 좀 보게. 자네가 병원으로 보냈다던 그 친구 말이야. 어디 보자, 이름이…….”

곽부용 작전과장이 어딘가에 메모한 것을 확인했다.

“어, 여기 있네. 김일우 일병 아버님께서 자네를 보자고 하시네.”

“아. 그 병사 이름이 김일우 일병이었습니까?”

“그래.”

“혹시 저희 부대였습니까?”

“아니, 옆 부대인 충효대대. 거기 일병이더라고.”

“아, 그렇습니까?”

“그래, 그쪽 작전과를 통해 우리에게 연락이 왔더라고. 자네 연락처를 알았다면 바로 연락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말이야.”

“아…….”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내가 연락을 받았네. 어떻게, 같이 갈까?”

“그래 주시면 감사합니다.”

“알았어. 같이 가자. 나도 충효대대 작전과장인 최 대위를 만나면 되니까.”

“네.”

“가 보자고.”

곽부용 작전과장이 나가고 그 뒤를 오상진이 따랐다. 곽부용 작전과장의 차를 타고 충효대대로 향했다.

차에서 내려 부대 안으로 들어갔다. 병사들이 장교인 것을 확인하고 바로 경례를 했다.

“충성.”

“그래. 작전과가 어디 있지?”

“2층에 있습니다.”

“알았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 2층으로 향했다. 작전과 팻말을 보고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여기 작전과장이…….”

그때 한쪽에 있던 최 대위가 일어났다.

“어, 곽 소령님 오셨습니까.”

“최 대위 오랜만이야.”

“네.”

두 사람이 악수를 나눴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뒤에 있던 오상진을 가리켰다.

“인사하게, 이 사람이 충효대대 작전과장 최일용 대위네.”

최일용 대위가 손을 내밀었다.

“반갑네.”

“반갑습니다. 오상진 중위입니다.”

“그래, 오 중위. 얘기는 많이 들었네.”

최일용 대위가 환하게 웃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물었다.

“그보다 왜 여기로 오라고 그래.”

“에이, 선배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VIP까지 보고가 된 것 말입니다.”

“아, 그래서 눈치 보이니까 여기서 하는 거야?”

“그런 거죠. 그러니 좀 봐주십시오.”

“야, 봐줄 것이 뭐가 있어. 너희가 잘못한 것이 뭐가 있다고.”

“그래도 부대원이 사고가 생기면 괜히 눈치 보고 그러지 않습니까.”

“그보다 김일우 일병 아버님은 어디에 계셔?”

곽부용 작전과장의 물음에 최일용 대위가 바로 답했다.

“지금 대대장실에 계십니다.”

“뭐? 대대장실?”

“따라오십시오. 안 그래도 오 중위 기다리고 계십니다.”

최일용 대위가 일어나 작전과를 나섰다. 바로 옆에 붙은 대대장실 문을 똑똑 두드렸다.

“네에.”

아주 고운 음성이 들려왔다. 최일용 대위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며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곽부용 작전과장과 오상진이 따라 들어갔다.

“대대장님 충성대대에서 왔습니다.”

“오, 그래. 어서 이리와 앉게.”

충효 대대장이 반갑게 두 사람을 맞이했다. 곽부용 작전과장과 오상진이 자리에 앉았다. 맞은편에는 김일우 일병 아버님이 앉아 있었다. 김일우 일병 아버님의 모습은 전형적인 농사꾼의 모습이었다.

“어이구 자네가 오상진 중위구만.”

충효대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상진에게 악수를 청했다. 오상진이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악수를 했다.

“네. 그렇습니다.”

“그래, 그래. 정말 장한 일 했어. 내가 이래서 자네를 좋아한다니까. 하하하.”

충효대대장의 말에 곽부용 작전과장이 눈치를 챘다. 그래서 바로 입을 뗐다.

“충효대대장님께서 워낙에 장교들에게 잘해주셔서 오 중위가 불의를 참지 못했습니다. 또한 같은 사단 소속이라서 말입니다.”

김일우 일병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렇군요. 정말 감사합니다. 이렇듯 대한민국 군대가 전우애가 있는 것이군요.”

이렇듯 곽부용 작전과장도 이들의 연극에 동참해 줬다. 무엇보다 충효대대는 어떻게든 오상진과 친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었다.

“하하하, 오 중위 우리 지난번에 한 번 봤었지?”

“네? 아, 네네…….”

오상진도 대번에 눈치를 챘다. 그래서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그때도 우리 오 중위, 아주 의기가 넘쳐흘렀지. 이렇듯 장한 일을 할 줄 알았네. 내가 이래서 참 보람을 느끼네. 허허허.”

충효대대장이 크게 웃었다. 그리고 곽부용 작전과장이 중간에서 양념을 팍팍 쳐 줬다.

“우리 오 중위는 좋겠어. 이렇듯 충효대대장님까지 알아주시고 말이야.”

“네. 과장님.”

그렇게 적당히 얘기가 이루어졌다. 최일용 작전과장이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대대장님 이제 적당히 자리를 피해주는 게 어떻겠습니까?”

“어어어, 맞아. 내 정신 좀 봐. 아버님 그럼 오 중위랑 얘기를 나누고 계십시오.”

“네에, 감사합니다.”

모든 사람이 나가고, 대대장실에는 오상진과 김일우 일병 아버지만 남게 되었다.

사실 충효대대장이 이렇듯 처음 보는 오상진에게 친하게 대한 이유가 얘기를 좀 잘해달라는 이유였다. 이렇듯 두 사람이 남았을 때 말이다. 한마디로 다른 부대가 구한 것이 아니라, 마치 자신의 부하 장교가 구한 것처럼 말이다.

“정말 고맙습니다. 오 중위님 아니었다면 우리 아들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어후, 그런 말씀 마십시오. 김일우 일병 다 제 동생 같습니다.”

그러다가 오상진은 김일우 일병 아버지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저 때문에 시간 내주신 거 아닙니까?”

“괜찮습니다. 저 시골에서 농사짓습니다. 오히려 지금이 가장 한가하죠. 추수도 다 끝나고 지금은 겨울이지 않습니까. 겨울이 가장 한가합니다.”

“아, 그렇습니까?”

하지만 오상진은 도시 사람이라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대부분 가난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김일우 일병 아버지를 바라보는 오상진의 눈빛은 안쓰러움이 가득했다.

“아무튼 정말 보고 싶었습니다.”

“네, 아버님. 그보다 김일우 일병 크게 안 다쳤습니까?”

“다행히 어렸을 때 합기도를 했습니다. 지 말로는 낙법으로 싹 피해서 큰 피해를 안 입었다고 하는데.”

“그럼 괜찮은 겁니까?”

“아뇨, 팔이랑 다리가 부러져서 한동안은 깁스를 해야 한답니다.”

“그나마 다행입니다. 그런데 후유증은 없다고 합니까?”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본인 말로는 괜찮다고 하는데……. 잘 모르죠. 그보다 우리 아들놈이 그렇게 오 중위님 얘기를 합니다. 특히 뺑소니범을 잡은 것에 너무 감사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녀석들은 어떻게 됩니까?”

“지금 조사가 진행 중이고, 처벌받을 겁니다.”

“아무튼 자식 잘못 키우면 부모들이 고생입니다. 참 가해자 쪽에서는 연락 없었습니까?”

“말도 마십시오. 얼마 전에도 그 녀석들 부모들이 찾아와 합의하자고 난리를 피웠지 뭡니까.”

“아, 그랬습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오상진의 물음에 김일우 일병 아버님이 피식 웃었다.

“내가 누구요. 농사만 무려 30년을 한 사람이오. 그런 사람들 하나도 안 무섭습니다.”

“설마 그분들이 아버님께 큰 무례를 하지는 않았습니까?”

오상진이 걱정이 되어 물었다. 김일우 일병 아버지가 고개를 흔들었다.

“난 괜찮습니다. 그놈들이 변호사를 대동하고 나타났지만 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죠. 그보다 그 자식에 그 부모였습니다. 내 살다 살다 그런 경우 없는 사람들은 처음 봅니다.”

김일우 일병 아버지의 얘기를 듣고, 오상진 역시도 충분히 이해가 되었다.

‘하긴 그 녀석들이 그리 막 나가는 이유도 부모들을 믿어서겠지.’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아버님. 어떻게 하실 생각인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후, 절대 합의는 없습니다. 자식 농사 하나 못 지은 양반들이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나 본데……. 아무튼 절대 합의 안 합니다.”

김일우 일병 아버지가 손사래를 쳤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하셨습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오상진은 김일우 일병 아버지의 생각에 조금 안심이 되었다. 아버님께서 저렇게 말씀을 해주시니까 말이다.

만약에 그 부모님들과 합의를 하고 대충대충 넘어갔다면 오상진이 열심히 쫓아가서 녀석들을 잡았던 것이 허무해질 것 같았다.

“그보다 오 중위님. 우리 아들 살려준 것에 대한 사례를 하고 싶습니다.”

“아버님 무슨 사례입니까. 전 그런 것을 바라고 한 행동이 아닙니다. 그저 같은 군인으로서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그래도…….”

그때 때마침 밖에 나갔던 충효대대장이 들어왔다.

“어, 아직도 얘기 중입니까?”

오상진이 바로 일어났다.

“아닙니다. 얘기 끝났습니다.”

“그런가?”

충효대대장이 은근슬쩍 다가왔다. 김일우 일병 아버지는 오상진에게 다시 말했다.

“그래도 내가 사례는 꼭 하고 싶은데…….”

“안 그러셔도 됩니다. 그냥 김일우 일병 잘 좀 보살펴 주시고, 아직 군 생활 많이 남았습니다. 그저 옆에서 군 생활 잘하라고 힘만 실어 주시면 됩니다.”

충효대대장이 그런 오상진을 기특하게 바라봤다. 곽부용 작전과장도 잘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상진은 김일우 일병 아버지와 얘기를 마무리하고 대대장실을 나왔다. 충효대대장은 그들이 나가고 아버님께 물었다.

“아버님, 어떻습니까?”

“잠깐 얘기를 나눠보니 아주 좋은 군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 군 시절에는 저렇게 좋은 장교는 없었는데, 군대 참 좋아졌습니다.”

“하하하, 그때와 지금은 많이 다르죠, 아버님.”

“그건 그렇고 뭐라도 사례를 하고 싶은데 오 중위님이 자꾸 거부를 합니다. 내가 이대로는 너무 염치없고 미안해서 안 될 것 같습니다.”

충효대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도움을 줄 것인지…….”

“내가 농사꾼이다 보니 가진 것이 뭐가 있겠습니까. 남는 쌀이라도 어떻게 좀 보내줄까 하는데 말이죠.”

충효대대장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런 것이라면 부대로 보내시면 됩니다.”

“아, 그런 겁니까?”

“예! 아무튼 보내주시면 잘 먹겠습니다. 허허허!”

충효대대장이 너털웃음을 흘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김일우 일병 아버지가 얼마나 크게 농사를 짓는지 알지 못했다.

그로부터 이틀 후 위병소로부터 연락이 왔다.

-오 중위님 위병소로 내려와야 할 것 같습니다.

“무슨 일 때문에 그렇죠?”

-오 중위님 앞으로 쌀이 왔는데 말이죠.

“쌀 말입니까? 일단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내려가겠습니다.”

오상진이 곧장 위병소로 내려갔다. 면접 주차장에 4.5톤짜리 트럭이 서 있었다. 그 안에 한가득 쌀포대가 담겨 있었다.

“와, 이게 뭡니까?”

“김일우 일병 아버님이라고 하는데, 일단 50포대는 충효대대로 갔고, 나머지 50포대가 오 중위님 앞으로 온 것입니다.”

때마침 소식을 듣고 온 곽부용 작전과장도 쌀포대를 보고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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