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77화
35장 일단 달려!(9)
-최익현 의원은 뺑소니범을 잡은 장교가 단지 위수지역을 벗어났다고 해서 징계를 한다는 것은 구시대적인 발상이며, 군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장한 일을 한 장교에 대한 포상은 물론 위수지역을 해지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사단장이 뉴스를 보며 물었다.
“저건 또 무슨 소리야?”
“아무래도 최익현 의원이 기사를 보고 기자회견을 연 것 같습니다.”
“그래? 최익현 의원이 왜?”
그러자 한종태 대대장이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최익현 의원 아들이 저희 충성대대 1소대원입니다.”
“그래? 오상진은 운도 좋네. 그럼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일단은 지켜보도록 하시죠.”
“지켜본다라…….”
“네. 사실 최익현 의원은 차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영향력이 있는 의원이 입을 열었으니 조만간에…….”
사단장이 바로 말을 받았다.
“VIP 귀에 들어간단 말이지.”
“네, 그때가 되면 판단을 내리는데 좀 더 편할 것이 아니겠습니까.”
“흐음…….”
사단장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김철환 1중대장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오 중위는 어떻게 됩니까? 그냥 계속해서 헌병대에 둡니까?”
“지금 헌병대에 있나?”
사단장의 물음에 비서실장이 바로 답했다.
“네.”
“일단 부대로 복귀하라고 해.”
“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사단장은 한종태 대대장에게 물었다.
“충성대대장.”
“네.”
“너는 오 중위가 헌병대에 구금되어 있다는 것은 알았냐?”
“아, 네에.”
“알고 있었다면서 부하직원을 챙기지도 않아? 에라이……. 1중대장 반만 닮아봐라.”
한종태 대대장의 표정이 확 변했다. 아무리 그래도 자신의 부하와 비교를 하는 건 빈정이 상했다. 김철환 1중대장도 슬쩍 한종태 대대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다.
13.
사단장실에서 나온 한종태 대대장은 잔뜩 뿔이 난 상태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 옆으로 김철환 1중대장이 다가왔다.
“죄송합니다, 대대장님.”
그러다가 가던 걸음을 멈춘 한종태 대대장이 김철환 1중대장을 노려봤다.
“그러게 왜 하지도 않은 쓸데없는 소리는 해가지고. 너나 오 중위나 마음에 안 들어! 정말 맘에 안 든다니까.”
한종태 대대장이 투덜거리며 앞서서 걸어갔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밖에서 대기하다가 그 모습을 보고 대충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자네가 이해해. 대대장님 이번 기회에 위로 올라가나 했는데……. 딱 보니 사단장님께 밉보인 것 같군.”
“저희 때문에 죄송합니다.”
“뭐가 죄송해. 장한 일 한 것 같은데. 그리고 분위기 보니 잘 해결될 것 같더만. 그러니 너무 걱정 말게.”
“네. 감사합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희미하게 웃었다.
그다음 날 국방부 장관이 사단장에게 연락을 취했다.
-사단장, 나요.
“아, 네에. 장관님.”
-내 목소리 잊지 않았네.
“제가 어떻게 잊을 수 있겠습니까.”
-후후후, 그래. 기억해 줘서 고맙네. 그보다 자네 관할 대대에서 장한 일이 있었다던데.
“그게 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어후, 이 사람이 사단이 이끄는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또 위로 올라온 사람 아닌가.
“그렇습니까?”
-그래서 사단장은 어떻게 했으면 좋겠는가?
“그게 저도 좀 복잡합니다. 마음 같아서는 표창을 주고, 아무 일도 없었다고 조치를 취하고 싶지만 헌병대는 군 수사국 아닙니까. 권력을 찍어 누르면 그 기능이 퇴색될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건 그렇지.
“일단 헌병대의 규칙대로 기본적인 처벌은 하겠지만 잘한 일에는 상은 주고 싶습니다. 그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껄껄, 나도 자네와 같은 생각이네.
“그렇게 해도 되겠습니까?”
-당연하지. 자네 생각대로 하게. 그보다 위수지역 이탈이면 처벌이 어느 정도 되지?
“오 중위는 감봉 조치할 생각입니다.”
-감봉이 가장 낮은 거지?
“네. 견책이나 징계도 있지만 굳이 위수지역 이탈로 그 정도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럼, 그럼! 괜히 그랬다간 욕이나 엄청 먹지. 1개월로 생각 중이지?
“네. 1개월로 생각 중입니다.”
-그렇게 하게. 아, 참. 이번에 표창장 나갈 거야. 오 중위하고 자네에게 말이야.
“아, 그렇습니까?”
-그래 국방부 장관 표창은 아마 자네에게 갈 것이고, 사단장 표창은 자네가 오 중위에게 주게.
“아, 네에.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알겠네. VIP에게도 그리 전달하도록 하겠네.
“네, 장관님.”
사단장이 전화를 끊었다. 비서실장이 물었다.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오 중위, 1개월 감봉시켜.”
“어? 그럼 중대장은……. 그가 보고를 받았는데 말입니다.”
“1중대장도 같이 1개월 감봉시켜. 그리고 중대장 하고 오 중위는 표창도 내려!”
비서실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두 사람에게 감봉도 하고, 표창도 내립니까?”
“그럼 그렇게 해야지, 어쩌겠어! 원칙은 원칙대로 지키고, 장한 일은 장한 일대로 표창을 줘야지. 공과 사는 구분되어야 하지만, 그래도 뭐 약간 모순되긴 해.”
사단장이 피식 웃었다. 비서실장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그렇게 일러두겠습니다. 아 참, 충성대대장은 어떻게 합니까?”
“대대장? 대대장 같은 소리 하네. 그놈이 한 것이 뭐가 있어! 솔직히 맘 같아서는 징계를 내리고 싶은데, 꾹 참는 거야.”
“아, 네에.”
조금 전 한종태 대대장의 행동에 적잖이 실망해서일까.
대대장을 입에 올리는 사단장의 표정이 싸늘하게 얼어붙었다.
14.
1중대 1소대 행정반으로 간부들이 하나둘 출근을 했다.
“좋은 아침입니다.”
“다들 어제 잘 쉬셨습니까.”
3소대장과 4소대장은 일찍 출근한 것인지 벌써 자신들의 책상에 앉아 있었다.
4소대장이 3소대장에게 슬쩍 말했다.
“소식 들으셨습니까?”
“1소대장님 말씀하시는 거죠?”
“네. 정말 대단하지 않습니까. 어떻게 위수지역을 벗어나면서까지 뺑소니범을 쫓을 생각을 했는지 말입니다.”
3소대장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라면 감히 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아마 1소대장님이니까, 가능했던 일인 것 같습니다.”
3소대장 역시 오상진을 인정하고 있었다.
“오늘 얘기를 들어보니 어제 헌병대에 있었다고 합니다.”
“몰랐습니까? 그 일로 위에서 한바탕 난리가 났지 않습니까. 대대장님과 중대장님까지 사단장님께 불려 갔는데…….”
“아, 저도 소식 들었습니다. 돌아오실 때 대대장님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크게 혼이 난 것 같은데 말입니다.”
“어? 그렇습니까? 난 다르게 봤는데…….”
3소대장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4소대장이 바로 물었다.
“다르게 봤다니, 무슨 말입니까?”
“아니, 어제 대대장님과 우리 중대장님께서 함께 가셨지 않습니까.”
“네. 그렇죠.”
“그런데 어제 봤던 중대장님 표정은 매우 밝았습니다. 그래서 ‘아, 일이 잘 풀리겠구나’ 생각했는데 말이죠.”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어제 대대장님 표정은 왜 그런지…….”
4소대장이 의문을 가지고 있을 때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발신자 정보를 확인하더니 슬쩍 주위 눈치를 살피며 아주 조용히 전화를 받았다.
“어! 그래. 진짜? 정말이야? 알았어, 고마워.”
4소대장이 전화를 받고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훗, 그랬군. 그래서 어제 대대장님과 중대장님의 표정이 달랐던 거였어.”
4소대장의 중얼거림을 보고 3소대장이 물었다.
“무슨 전화입니까?”
“아, 제가 사단에 아는 사람이 있다고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 친구에게 온 아주 따끈한 정보입니다.”
“무슨 정보인데 그리 표정이 밝습니까?”
“아, 그러니까. 정보원의 말에 따르면 위수지역 위반에 대한 처벌을 하고, 뺑소니범을 잡은 것에 대한 표창도 한다고 합니다.”
4소대장의 말을 듣고 3소대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됩니까? 군대에서?”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좀 이상하게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1소대장님이라서 가능한 것 같습니다.”
“하긴 1소대장님은 우리 부대 스타시죠.”
“인정합니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이미선 2소대장이 행정반으로 뛰어 들어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4소대장이 고개를 들어 바로 말했다.
“어? 오셨습니까? 좀 늦으셨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어제 술을 좀 마셨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누구랑…….”
“네, 친구랑 마셨습니다.”
“친구랑…….”
4소대장은 친구라는 말에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 이미선 2소대장은 자신의 책상으로 가서 고개를 들어 물었다.
“그런데 무슨 얘기를 재미나게 하셨습니까?”
“어, 그게…….”
4소대장이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오상진이 행정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오상진이 들어오자마자 밝은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4소대장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1소대장님!”
3소대장도 마찬가지였다.
“오셨습니까. 1소대장님.”
“아, 네에. 다들 반갑습니다.”
오상진이 환한 얼굴로 자신의 책상으로 가서 앉았다. 이미선 2소대장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1소대장님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어제는 출근을 하지 않으셨던데.”
“아, 별일 아닙니다. 그리고 어제는 파견 갔다 왔습니다.”
오상진은 괜히 헌병대에 있었다고 하면 이상한 말이 떠돌 것 같아서 살짝 거짓말을 했다. 3소대장과 4소대장은 이미 알고 있지만 오상진이 별로 말하고 싶지 않은 것 같아서 눈치만 봤다. 그러는 사이 행정반으로 전화가 따르릉 왔다. 행정계원이 바로 받았다.
“통신보안 1중대 1소대 행정반 상병 임형식입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임형식 상병이 오상진에게 말했다.
“작전과장님께서 찾으십니다.”
“나를?”
오상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네.”
“알겠다.”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나 행정반을 나섰다. 4소대장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과장님께서 왜 찾으시는지 아십니까?”
“그야 모르죠. 아마 그 일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만.”
“아, 그렇겠습니다.”
4소대장의 표정이 밝아지며 박수를 쳤다. 그러자 가만히 듣고 있던 이미선 2소대장이 물었다.
“그 일이라니, 1소대장님께 무슨 일이 있는 게 맞죠?”
“아, 아닙니다.”
4소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전 오전 훈련 때문에…….”
4소대장이 황급히 나갔다. 이미선 2소대장이 3소대장을 바라봤다. 3소대장 역시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 녀석들이 훈련 준비는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그렇게 말을 하며 3소대장 역시 행정반을 나갔다. 이미선 2소대장이 눈을 가늘게 떴다.
“다들 뭐야? 뭔가 숨기는 것 같은데……. 아니면 나 왕따야?”
이미선 2소대장은 눈을 번쩍하고 떴다. 그녀에게 작은 오해가 생긴 순간이었다.
15.
작전과로 올라간 오상진은 곧바로 곽부용 작전과장을 만났다.
“네, 과장님.”
“오 중위 왔나.”
“네. 무슨 일이십니까?”
오상진이 살짝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