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76화
35장 일단 달려!(8)
“충성!”
“그래, 어서 와.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한종태 대대장이 고개를 들어 김철환 1중대장을 바라봤다. 김철환 1중대장은 살짝 머뭇거리더니 말했다.
“대대장님 아직 보고 못 받으셨습니까?”
“보고? 무슨 보고?”
때마침 작전과장이 들어왔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김철환 1중대장을 발견하고 놀랐다.
“어? 1중대장도 와 있었네.”
“네! 충성.”
“설마 오 중위 때문에 왔어?”
“네.”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종태 대대장이 의문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오 중위? 무슨 일인데.”
곽부용 작전과장이 대답했다.
“오 중위 현재 헌병대에 구금되어 있습니다.”
“헌병대에 구금돼? 왜? 무슨 일로?”
한종태 대대장은 오상진이 헌병대에 구금되었다는 소식에 깜짝 놀랐다. 그러나 평소의 오상진을 생각하면 이번 일은 별일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김철환 1중대장을 바라봤다.
“1중대장 자네가 보고하는 것이 어떤가?”
“제가 말입니까?”
“그래! 아무래도 자네가 더 자세히 알 것 같은데.”
한종태 대대장이 김철환 1중대장을 바라봤다.
“말해봐.”
“네, 알겠습니다. 솔직히 얘기를 하자면 조금 복잡합니다. 사실 오상진 중위가 잠깐 외출을 했다가 부대에 복귀하던 도중 뺑소니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차근차근 설명을 했다. 한종태 대대장이 얘기를 다 듣고 인상을 썼다.
“거참 골치 아프게 되었네. 위수지역 넘어갔다고 했지?”
“네.”
“얼마나 넘어갔어?”
“인천입니다.”
“인천이면 경기도지?”
“네.”
“인천이면 위수지역에 들어가지 않잖아. 난 그리 알고 있는데.”
한종태 대대장이 중얼거리며 곽부용 작전과장을 쳐다봤다. 곽부용 작전과장이 차분하게 설명을 했다.
“그렇습니다만 저희 부대만 위수지역이 서울권으로 되어 있습니다.”
“아니, 왜?”
“예전에 사고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전 사단장님께서 충성대대만 서울권으로 한정을 지었습니다.”
“그랬어?”
“네.”
“하아, 참……. 그런데 인천 어디서 잡힌 거야?”
“인천 요금소 앞입니다.”
“인천 요금소 앞? 야, 그 정도면 봐줘야 하는 거 아니야?”
한종태 대대장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그런데 경찰에게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하필 인천 요금소도 관할구역이 인천경찰서로 되어 있어서…….”
“그건 경찰이 데려간 거잖아. 오 중위 스스로 간 것이 아니라. 그걸 가지고 위수지역을 다져야 해.”
“그런데 아무튼 봤던 사람들도 많고, 일이야 어쨌든 위수지역을 이탈한 것은 맞습니다.”
“와, 진짜 헌병대 녀석들 일 빡시게 하네. 하는 일 없이 애들 잡으러 다닌다더니. 자기들이 대단한 줄 아는가 봐. 답답하다, 답답해.”
한종태 대대장이 헌병대를 욕했다. 그도 그럴 것이 충성대대 오기 전 자신도 헌병대에서 엄청 당했던 것이 있었다. 그래서 헌병대라면 일단 좋지 않게 생각하고 있던 참이었다.
김철환 1중대장은 면목이 없었다.
그때 한종태 대대장의 휴대폰이 울렸다. 한종태 대대장의 시선이 발신자를 확인했다. 사단장이었다.
“헉! 다들 조용히 해.”
한종태 대대장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충성, 충성대대장입니다. 예, 사단장님! 지금 말입니까? 네, 알겠습니다.”
한종태 대대장이 전화를 끊고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야, 큰일 났다.”
“사단장님께서 뭐라고 하십니까?”
곽부용 작전과장이 물었다. 김철환 1중대장도 한종태 대대장에게 집중되었다.
“사단장님께서 지금 당장 사단으로 올라오라고 한다.”
“하아……. 죄송합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한숨을 내쉬며 바로 사과했다.
“죄송하기는 뭐가 죄송해.”
“저 때문에…….”
“시끄럽고, 너도 따라와.”
“네?”
“가서 네가 설명해야지!”
“아, 알겠습니다.”
한종태 대대장이 모자를 챙겨서 일어났다. 그 뒤를 곽부용 작전과장과 김철환 1중대장이 뒤를 따랐다.
11.
임규태 중령(진)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잠깐 생각을 하다가 휴대폰을 들었다. 그리고 최 의원이라고 적힌 전화번호를 눌렀다. 몇 번의 통화음이 울리고 비서가 전화를 받았다.
-네, 최 의원님 휴대폰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임규태라고 합니다. 최 의원님과 통화를 하고 싶은데 가능합니까?”
-아, 지금 최 의원님께서는 잠시 손님 만나고 계십니다. 끝나면 연락드리라고 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임규태 중령(진)은 전화를 끊으려다가 비서의 음성에 끊는 것을 멈췄다.
-아, 잠시만요. 지금 의원님 나오십니다.
“그럼 임규태가 통화를 원한다고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잠시 후 수화기 너머 최익현 의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전화 바꿨습니다.
“최 의원님 기억하십니까. 저 임규태 소령입니다.”
-임 소령? 아, 임 소령님이 어쩐 일이십니까?
“실은 긴히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 연락 드렸습니다.”
-훗, 부탁이요?
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최익현 의원의 목소리에서 냉소가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임규태 중령(진)이 나직이 말했다.
“실은 오상진 중위 일로 연락드렸습니다.”
-오 중위요?
“네. 그게…….”
임규태 중령(진)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설명했다. 그 전화를 받는 최익현 의원의 눈빛이 점점 달라졌다.
12.
다음 날.
사단장은 인터넷 신문기사를 프린트한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에 비서실장이 서 있었다.
“하 대령.”
“네.”
“이게 그 기사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휴가 나온 뺑소니범을 잡은 육군 장교. 하지만 위수지역 이탈로 헌병대에 구금?]
“하아, 여기 어디야?”
“한국일보입니다.”
“한국일보? 우리에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이래?”
“하지만 내용을 보면 그렇게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래?”
사단장이 기사 내용을 확인했다.
-모 중위가 외출을 하던 길에 뺑소니 사고 현장을 목격하여, 그 차량을 쫓아가게 되었다. 하지만…….
사단장이 내용을 쭉 확인했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군 전체를 말하는 것보다는 헌병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었다.
“가만, 지금 적힌 내용으로 봤을 때는 우리 사단 헌병대의 문제인가? 그러네. 우리 사단 헌병대의 문제라고 볼 수 있네.”
비서실장이 바로 수습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잘 모릅니다. 헌병대는 별도의 기관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흐음, 우리 사단에게는 별다른 타격을 없을 거란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오히려 상을 주라고 난리입니다.”
“상?”
“네. 기사에 달린 댓글 대부분이 오 중위에게 상장을 주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하긴 오 중위가 잘못한 것이 뭐가 있겠어. 아무튼 오 중위 그 친구도 대단하단 말이야. 그런 장한 일도 다하고 말이야.”
“네. 위수지역만 넘어가지 않았다면 참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그게 말처럼 되나, 이 사람아…….”
그때 사단실 문을 두드리며 한 명이 들어왔다.
“충성대대장이 왔습니다.”
“들어오라고 해.”
잠시 후 충성대대장과 김철환 1중대장이 들어왔다. 한종태 대대장이 곧바로 경례와 함께 사과를 했다.
“충성!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됐습니까. 그냥 자리에 앉게.”
한종태 대대장이 자리에 앉았다. 사단장이 곧바로 물었다.
“자네 신문기사는 봤나?”
“아직 못 봤습니다.”
“그럼 이걸 봐.”
사단장이 비서실장에게 프린트된 기사를 건넸다. 그것을 비서실장이 한종태 대대장에게 주었다.
“가, 감사합니다.”
두 손으로 받아 든 한종태 대대장은 글 제목만 확인하고 바로 사과를 했다. 전혀 본문에 대한 내용을 파악할 정신이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충성대대장 왜 사과부터 해. 내용은 확인해 봤나?”
“네, 대충은…….”
“대충?”
“아닙니다. 다시 당장 확인해 보겠습니다.”
“됐어, 됐어! 이래 가지고 내가 자네랑 무슨 일을 하겠나.”
“죄송합니다.”
“1중대장이라고 했나?”
“대위 김철환.”
김철환 1중대장이 바짝 긴장하며 관등성명을 댔다.
“어제 보고는 받았고?”
“네. 보고받았습니다.”
“그래. 어떻게 되었는지 다시 한번 설명을 해봐.”
“네!”
김철환 1중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단장을 바라보며 찬찬히 정리해 설명했다.
“어제저녁에 오 중위를 외출 보냈습니다. 오 중위가 여자 친구와 데이트 중에 뺑소니를 발견했던 것 같습니다. 그사이 제가 21시 15경 보고를 받았습니다.”
“뭐? 보고를 받았어? 네가?”
“네.”
“그런데 그 얘기를 왜 안 했어?”
“그게…….”
“아, 됐고. 그건 나중에 따로 확인하면 된다.”
그사이 한종태 대대장도 김철환 1중대장을 노려봤다. 자기에게도 왜 그 사실을 보고하지 않았냐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1중대장 계속해 봐.”
“네. 전화통화를 하면서 계속 얘기를 했습니다. 뺑소니 차량을 쫓는데 위수지역을 이탈할 것 같다고 말입니다.”
“그래서 뭐라고 했나?”
“먼저 위수지역을 벗어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경찰이 해야 할 일을 왜 네가 하냐며 말했습니다. 그런데 오 중위가 군인이 다쳤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을 보고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 얘기를 듣고 저도 오 중위에게 멈추라고 말을 할 수 없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일단 사전에 보고를 갔고, 위수지역을 벗어났단 말이지.”
“네. 사전에 경고는 했습니다. 위수지역을 벗어나면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서 오 중위는 인지하고 넘어갔다는 거네.”
“네, 그렇습니다.”
“그래…….”
사단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 모습을 보던 김철환 1중대장이 찔끔 눈을 감으며 외쳤다.
“사단장님!”
“왜?”
“전부 제 불찰입니다. 제가 부하 장교를 잘못 가르쳤습니다. 무엇보다 오 중위에게 그렇게 하라고 지시를 내린 사람도 접니다. 오 중위는 단지 제 명령에 따랐을 뿐입니다.”
사단장이 살짝 어이없어했다.
“처벌하면 뭐? 옷이라도 벗을 생각인가?”
김철환 1중대장이 주먹을 꾹 쥐었다.
“그렇게 해야 한다면 하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의 다짐에 사단장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 시선을 한종태 대대장에게 뒀다.
“대대장 너는?”
“죄, 죄송합니다.”
한종태 대대장의 입에서는 끝내 책임에 대한 말은 나오지 않았다. 그 모습을 참 한심스럽게 바라보는 사단장이었다.
‘쯧쯧쯧, 에라이…….’
한종태 대대장은 사단장과의 시선을 맞추지 않았다. 또 그 얘기가 나올 것 같아 불안했다.
“하 대령 자넨 생각은 어때?”
사단장이 이번에는 비서실장에게 물었다. 하 대령이 잠깐 고민을 하더니 입을 뗐다.
“솔직히 이건 상 줘야 할 일을 헌병대가 왜 그러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 뒤로 다른 보좌관들도 말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위수지역이라고 해서 언제적 위수지역입니까.”
“헌병대 녀석들은 뭔가 공 하나 세우려고 기를 쓰는 것 같습니다.”
그때 밖에서 대기하던 또 다른 보좌관이 말했다.
“사단장님 뉴스를 한번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뉴스?”
사단장이 비서실장을 봤다. 비서실장이 곧바로 리모컨을 가져와 TV를 켰다. 그러자 뉴스가 흘러나왔다. 기자가 마이크를 잡고 얘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