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375화 (375/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75화

35장 일단 달려!(7)

“그건 그렇고 이거 어떻게 해야 할까?”

최 중사는 지금이 눈도장 찍을 기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딱히 방법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하아, 이건 기회인데…….’

최 중사도 딱히 의견을 제시하지 못하자, 임규태 중령(진)이 곧바로 헌병중대장을 불렀다. 잠시 후 헌병중대장이 들어왔다.

“충성.”

“그래, 자네도 오 중위 사건에 대해서 들었지?”

“네, 들었습니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나?”

헌병중대장이 살짝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

“그게……. 그래도 원칙적으로…….”

“그렇지. 원칙적으로 해야지.”

순간 헌병중대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자신이 정답을 맞힌 줄 알았다.

“네. 그렇습니다.”

“아무리, 무슨 급박한 상황이 벌어져도 위수지역은 벗어나면 안 돼. 그렇지?”

“네.”

“너도 만약에 와이프가 차에 치였어. 그런데 뺑소니를 치네? 당연히 쫓아가겠지? 한참을 쫓아가다 보니 위수지역을 벗어날 거 같아. 그럼 그때, 자네는 꼭, 위수지역 지켜야 해. 차 뒤꽁무니 보고 그냥 ‘잘 가라’ 하고 손 흔들어줘, 알았지?”

비비 꼬여 있는 임규태 중령(진)의 말에 헌병중대장은 조금 전 말했던 게 정답이 아님을 바로 알았다.

“그, 그건…….”

“왜? 네 말이 그거잖아. 위수지역을 지켜야 한다는 거잖아.”

“그건 아니지만.”

“왜 말이 이랬다저랬다 하는 거야. 그럼 오상진이 잘못한 거야, 안 한 거야!”

“……솔직히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 위수지역이 잘못된 거지, 오 중위의 행위에 대한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니지. 맞아?”

“그건 그렇습니다.”

“그런데 넌 왜 오 중위를 죄인 취급해. 아무리 우리가 헌병대여도 그렇지. 그런 것도 생각 안 하면 우리가 무슨 헌병대야.”

“죄송합니다.”

헌병중대장이 사과를 했다. 그러면서 속으로 ‘내가 무슨 잘못을 했지’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냥 지금은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사실 임규태 중령(진)의 말은 너무 원리원칙을 내세우고, 권위적인 것에 갇혀 있으면 안 된다는 뜻이었다.

그 와중에 ‘난 곧 기무사로 발령 나지만 너희들은 그러지 말라고’ 은연중에 얘기한 것이다.

“그래 좋다 이거야. 내가 기무사로 가서 제일 첫 번째로 너희들 뒤를 한번 쭉 털어볼까?”

순간 깜짝 놀란 헌병중대장이 소리쳤다.

“아, 아닙니다.”

“벌벌 떨긴……. 아무튼 이 보고는 네가 직접 올려!”

“네? 제가 말입니까?”

“그래, 너도 공 한번 세워야지. 우리 사단장님께서 좋아하시는 오 중위에 대해서 꼭 말씀드려. 위수지역 위반으로 군을 위해 헌신한 그를 징계해야 한다고 말이야.”

“아, 왜 또 저에게 그러십니까.”

헌병중대장이 곤란한 얼굴로 말했다.

“나는 못하겠으니,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고!”

“그럼 뭐? 헌병대대장님께 보고하라고 얘기할까? 아니면 나? 나는 내일모레면 기무사로 가는데 나 보고 하라고? 그게 더 웃긴 거 아니냐?”

“과장님, 좀 살려주십시오.”

“뭘 살려줘.”

“그럼 어떻게 합니까?”

헌병중대장도 이번 일이 좋지 않다는 것을 대번에 알았다.

“나도 몰라, 정신 나간 놈들아.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면 제일 먼저 나에게 보고를 해야 할 것 아니야! 미친 녀석들이 사고를 쳐 놓고선 뒤처리를 나보고 하라고? 내가 너희들 뒤치다꺼리하는 사람이야?!”

“…….”

“됐어!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나가!”

최 중사는 좌불안석처럼 있다가 헌병중대장과 사무실을 나갔다. 최 중사가 헌병중대장을 바라봤다.

“중대장님 이제 어떻게 합니까?”

“과장님 말씀 들었지 않습니까. 보고하십시오. 전 모르겠습니다.”

“네? 제가 말입니까. 제가 어떻게 합니까. 사단장님께 바로 찍힐 것이 분명한데. 게다가 전 부사관 아닙니까, 이런 일은 원래…….”

최 중사는 슬쩍 ‘장교들이 하는 것이 아닙니까’ 이 말을 뺐다. 헌병중대장 역시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데 대번에 눈치를 챘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아니면 직접 잡아 온 장 중위에게 하라고 하면 되겠네.”

그러자 최 중사가 곤란한 얼굴이 되었다.

“왜 그러십니까. 헌병중대장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장 중위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 아닙니까.”

“아, 나도 모르겠습니다.”

헌병중대장이 고개를 흔들며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그 뒤를 최 중사가 따라가며 불렀다.

“중대장님! 중대장님…….”

하루가 지난 후 오상진은 임규태 중령(진)이 말했던 대로 휴대폰을 돌려받았다. 그리고 곧바로 한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상진 씨, 어떻게 된 거예요. 전화해도 받지도 않고.

한소희는 전화를 받자마자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미안해요. 지금 저 헌병대라 전화를 못 받은 겁니다.”

-헌병대요? 헌병대라면……. 감빵에 있는 거예요?

한소희도 자신의 오빠인 한대만에게 헌병대가 어떤 곳인지 대충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런 거 아닙니다. 간단하게 조사를 받는 중이었습니다.”

-그래요?

“네. 소희 씨 걱정할까 봐 휴대폰 받자마자 바로 전화를 하는 겁니다. 아마 오늘 조사를 더 받고, 내일 중으로 결론이 날 겁니다.”

-그럼 어떻게 돼요? 상진 씨 옷 벗는 거예요?

수화기 너머 한소희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예? 아닙니다. 옷을 벗다니요. 이런 일로 옷 안 벗습니다.”

-그런데 오빠 말로는 진급 못 할 거라 그러는데요.

“하하, 그건 나중에 되어봐야 압니다. 지금 당장은 아니죠.”

-정말요? 오빠는 안 그러던데…….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형님이 아무래도 김 중위처럼 옷 벗길 생각이구나. 하지만 아직 4년 임기도 못 채웠는데……. 아니지 이대로 일이 잘못되어 불명예 전역이라도 하면……. 안 돼! 기껏 회귀했는데 이런 일로 불명예 전역이라니. 절대 있어서는 안 돼. 어떻게든 그것만은 막아야지.’

오상진은 갑자기 불안해졌다. 아니, 임규태 중령(진)의 말을 들어보면 별일 아닌 거로 끝날 것 같긴 했다. 그래도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감이 조금 있었다. 그렇다고 한소희에게 대놓고 말할 수도 없었다.

“소희 씨 전 괜찮으니까, 걱정 말아요.”

-알겠어요. 정말 괜찮은 거죠?

한소희는 다시 확답을 듣기 위해 물었다. 오상진이 미소를 지었다.

“네. 걱정 마요. 그리고 저 다른 곳에 전화를 해야 해서 이만 끊어야 될 거 같아요.”

-알겠어요.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연락 줘요.

“네.”

오상진이 전화를 끊었다. 곧바로 김철환 1중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상진! 왜 이렇게 연락이 늦어!

“죄송합니다.”

-어떻게 됐어?

“중대장님 사랑합니다.”

-뭐야? 어떻게 된 건데?

“저, 지금 헌병대입니다.”

-젠장! 하아…….

김철환 1중대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잡힌 거냐?

“잡힌 것은 아니고, 뺑소니는 잡았습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사단 헌병대가 나타나서 위수지역 이탈이라고 절 데려갔습니다.”

-미치겠네! 그래서 어떻게 된 거야.

“일단 조사는 다 받았습니다. 그리고 임 소령님께서 왔다 갔습니다.”

-임 소령? 그 양반이 뭐래?

“위수지역 이탈은 어쩔 수 없긴 한데……. 어찌 되었든 손을 써 주실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양반이 거기 있어서 다행이다. 아무튼 알았다. 오늘은 거기 있겠네.

“네.”

-하아, 미치겠네. 난 내일 대대장님께 뭐라고 보고해야 하냐.

“죄송합니다.”

-됐어! 밥은?

“임 소령님께서 시켜주신답니다.”

-아무튼 팔자도 좋아. 알았어, 끊어!

전화가 끊기고 오상진은 휴대폰을 바라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김철환 1중대장은 전화를 끊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옆에 앉아 있던 김선아가 물었다.

“어떻게 되었대요?”

“지금 헌병대에 잡혀 있다네.”

“헌병대요? 아니, 무슨 그런 경우가 다 있데요? 위수지역이 뭐가 중요해! 뺑소니범을 잡으러 가는 건데…….”

“그러게 말이야. 나도 이해가 안 돼.”

“그럼 이대로 가만히 있을 거예요?”

“그럼? 내가 뭐, 어떻게 해? 아니면 내가 나서서 다 뒤집어쓸까?”

“당신이 그러고도 중대장이에요?”

김선아의 말에 김철환 1중대장은 서운한 얼굴이 되었다.

“아니, 당신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내가 중대장은 중대장이지.”

“아, 몰라요. 당신 진짜 싫어요.”

김선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도 그럴 것이 김선아의 입장에서는 오상진은 은인이었다. 자신이 빚에 허덕이며 힘들어할 때 그걸 해결해 준 사람이 바로 오상진이었다. 그런 큰 은혜를 받았는데 막상 남편이라는 사람이 ‘몰라’ 해버리니까. 한심스럽고 답답해 보였다.

“여보!”

김철환 1중대장이 안방으로 가려는 김선아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이미 실망을 한 김선아는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됐어요. 오늘은 안방에 들어오지도 마요.”

그리고 김선아는 안방에 들어가 문을 잠가버렸다. 김철환 1중대장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내가 뭘 어쨌다고!”

김철환 1중대장은 진짜 억울한 얼굴이 되었다.

“젠장, 상진이 이 녀석 때문에 이게 뭐야.”

괜히 오상진에게 화살을 돌리는 김철환 1중대장이었다. 한편 방으로 들어온 김선아는 휴대폰을 들어 박은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언니.

“은지야, 바빠?”

-아니, 지금 회식 중. 그런데 무슨 일이야?

“실은 말이야. 은지야, 상진 씨가…….”

김선아는 오상진이 겪은 일에 대해서 설명을 해 줬다. 박은지는 모든 것을 듣고 황당해했다.

-진짜 어이없네.

“너도 어이가 없지?”

-당연하지! 군대는 왜 그래?

“나도 몰라! 조금 속상하네.”

-언니, 형부는? 형부는 뭐래?

“바깥 양반도 어쩔 수 없나 봐. 어쨌든 처벌을 해야 한다는데…….”

-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진짜 어처구니가 없다.

“그래서 말인데 네가 좀 도와주면 안 돼?”

-알았어. 언니! 나도 이대로는 도저히 못 넘어갈 것 같아. 걱정하지 마, 언니. 내가 기사를 써서라도 상진 씨 처벌 안 받게 해볼게.

“그래, 은지야. 부탁할게.”

10.

다음 날.

결국 김철환 1중대장은 안방에 들어가지 못하고 거실에서 잠을 자고 일어났다.

“으으윽.”

등과 어깨가 뻐근했다. 이리저리 스트레칭을 해봤지만 시원하지 않았다.

“제기랄……. 바닥에서 자니 온몸이 쑤시네.”

안방으로 간 김철환 1중대장이 문을 두드렸다.

똑똑.

“여보, 나 출근해야 하는데…….”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전투복을 던져 주었다.

“여, 여보…….”

하지만 김선아는 냉정하게 문을 닫았다. 김철환 1중대장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이게 무슨 내 잘못이냐고!”

그렇게 볼멘소리를 내뱉으며 전투복을 주섬주섬 입었다. 그리고 식탁을 바라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뭐, 아침을 받아먹기는 그렇겠지.”

김철환 1중대장이 힘없이 현관으로 나가 전투화를 신은 후 말했다.

“여보, 나 다녀올게.”

김철환 1중대장이 힘없이 현관문을 연 후 밖으로 나갔다.

부대에 출근한 김철환 1중대장은 곧장 대대장실로 향했다. C.P병에게 물었다.

“대대장님 출근하셨지?”

“네. 안에 계십니다.”

“알았다.”

똑똑똑!

“대대장님, 1중대장입니다.”

“들어와!”

김철환 1중대장이 대대장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