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74화
35장 일단 달려!(6)
“인마! 이건 선배로서 충고해 주는 거야. 나중에 너 이런 일로 큰코다칠 수 있다.”
“충고는 감사합니다. 하지만 전 규칙에 따른 것뿐입니다.”
물론 약간의 감정도 개입되었지만……. 굳이 그 얘기까지는 할 필요가 없었다.
“그보다 장교가 왜 위수지역을 위반했데?”
“차를 끌고 인천까지 갔답니다.”
“인천? 아니, 왜?”
“모르겠습니다. 경찰에서 들어보니 뺑소니 차량을 쫓다가 그리되었다고 하는데……. 그 말이 진짜인지, 아닌지 제가 어떻게 압니까.”
“그래? 그 친구 어디 있어?”
“취조실에 데려다 놨습니다.”
“그래? 경찰서에서 받아온 서류 줘봐.”
“봐서 뭐합니까. 어차피 제가 수사할 건데 말입니다.”
“일단 줘봐. 장교인데 확인은 해 봐야지.”
헌병중대장의 말에 장택근 중위가 자료를 건넸다.
“여기 있습니다.”
“좋아, 어디 보자.”
헌병중대장이 서류를 꺼내 확인했다. 제일 먼저 이름부터 봤다.
“오상진 중위? 오상진이라…….”
헌병중대장도 오상진이라는 이름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았다.
“야, 오상진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은데.”
“모르십니까? 이번 위문열차 때 사단장님께 딸랑이 치던 그 녀석 말입니다.”
“뭐? 그 오 중위?”
헌병중대장이 깜짝 놀랐다. 곧바로 취조실로 가서 문을 열었다.
“저기…….”
오상진이 고개를 들었다. 헌병중대장이 확인을 하더니 바로 말했다.
“아, 오 중위 맞네요. 어쩌다가…….”
“뺑소니 차량을 쫓다가 보니 그리되었습니다. 그래도 위수지역을 벗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죄송합니다.”
“하아, 얼마 전까지 인천 지역은 위수지역이 아니었는데……. 하남 그쪽에서 사고가 생기는 바람에 경기도 지역까지 위수지역으로 되어 버렸습니다. 안타깝습니다.”
“감사합니다.”
“뭐, 감사할 건까지 없는데……. 어쨌든 여기서 이렇게 보니 반갑긴 하네. 일단 불편하겠지만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네.”
헌병중대장이 나갔다. 오상진은 취조실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그리고 수사담당관인 최 중사가 다른 간부들에게 오상진을 잡아 왔다고 떠벌리고 있었다.
최 중사가 나오자 다른 부사관들이 우르르 달려들었다.
“뭐냐? 방금 오상진 중위던데 맞아?”
“진짜 오상진 중위야?”
최 중사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오 중위입니다.”
“진짜? 그 오 중위?”
“네!”
“대박! 오 중위가 어떻게 헌병대에 잡혀 와? 군의 모범이 되는 군인이 말이야.”
“훗, 아무리 모범이라고 해도 실수 안 합니까?”
“뭐? 실수? 말 좀 해봐. 무슨 일로 잡혀 온 거야?”
다른 부사관들의 닦달에 최 중사가 입을 뗐다.
“위수지역 이탈로 잡혀 왔어요.”
“헐……. 위수지역 이탈? 아니, 왜?”
“그게 뺑소니 차량을 쫓다가 그리되었다고 합니다. 그건 또 모를 일이죠.”
“야, 그런 거라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잖아.”
“어쩔 수 없어도 군인은 군인의 규율이 있는 것 아닙니까?”
“그건 그렇지만…….”
다른 부사관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내가 알기론 과장님이 자주 언급한 것 같은데 말이야. 오상진 중위를…….”
“그렇다면 과장님께 말씀드려야 하지 않아?”
그러자 최 중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에이, 과장님은 곧 기무사로 옮기시는데 괜히 이런 일로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더 말씀을 드려야지.”
“생각해 보니까, 그러네.”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우리가 엿 되는 거 아냐?”
부사관들의 말을 들은 최 중사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가만 정말 과장님께서 오상진 중위를 아낀다면…….’
최 중사는 조금 전까지 오상진을 잡았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은 상태였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만약 임규태 중령(진) 과장이 오상진을 아낀다면 기무사에 가서도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 분명했다. 최 중사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제, 제가 알립니까?”
“뭐? 네가? 아까까지는…….”
“에이, 아까 전 헌병대 규율을 말씀드렸던 겁니다. 하지만 딱 봐도 오 중위님은 정상 참작될 사안이 있지 않습니까.”
“그것도 아까 내가…….”
“그래서 제가 직접 말씀드리겠다는 겁니다.”
최 중사는 말을 딱딱 자르며 말했다. 부사관들이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래…….”
최 중사가 자리를 이동해 곧바로 헌병대 과장에게 보고했다.
“과장님 보고드릴 것이 있습니다.”
“뭔데?”
“저희 헌병대로 오상진 중위가 잡혀 왔습니다.”
임규태 중령(진)의 눈이 커졌다.
“뭐? 무슨 일로? 아, 아니야. 아무것도 하지 말고 대기하라고 해.”
“네, 알겠습니다.”
최 중사는 보고를 하고 나온 후 가슴을 쓸어내렸다.
“후우, 큰일 날 뻔했네.”
최 중사는 한결 밝아진 얼굴로 복도를 걸어갔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 임규태 중령(진)이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기 때문이다.
“분명 엄청 신경 쓰고 있었던 거겠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최 중사의 표정이 밝아졌다.
오상진이 있는 조사실로 임규태 중령(진)이 나타났다.
“오 중위 오랜 말이야.”
“어? 임 소령님…….”
임규태 중령(진)이지만 아직 진급을 하지 않았다. 중령 진급을 확정받았기 때문에 (진)이라는 것이 붙어 있었지만 아직은 소령 계급을 달고 있었다.
“어때? 여기가 헌병대 조사실인데.”
“아후, 별로입니다.”
“그렇지? 앞으로 군 생활할 때 착하게 살아. 오늘은 어쩌다 보니 여기에 오게 되었지만 다시는 오지 마.”
“네. 저도 다시는 오고 싶지 않습니다.”
임규태 중령(진)이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그건 그렇고, 어쩌다가 위수지역을 넘어갔어.”
“아, 네에. 그렇게 되었습니다.”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충분히 아는데 말이지. 위수지역이라는 것이 사람 참 복잡하게 만들어. 그렇지? 원래는 위수지역이 경기권까지는 허용되었는데 말이야. 전 사단장님이 위수지역을 서울로 한정시켜 버리는 바람에 참 곤란하게 되었어. 위수지역이라는 것을 없애야 하는데 쌍팔년도도 아니고…….”
임규태 중령(진)이 혀를 찼다. 오상진도 동의를 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누가 그러던데 우리나라 전 지역이 4시간 생활권 아닙니까. 위수지역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오상진도 위수지역에 관한 것으로 사단장께 보고를 했던 기억이 있다. 위수지역을 없애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이다.
그땐 KTX를 타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2시간 반이면 끝이었다. 그래서 위수지역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건의했던 것이다. 물론 묵살되었지만…….
임규태 중련(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그건 그렇고, 뭐 하나 물어보자.”
“네. 물어보십시오.”
“이 일로 처벌받을 줄 몰랐어?”
“알고 있었습니다.”
“알면서도 달렸던 거야?”
“네.”
오상진 눈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었다. 그것이 임규태 중령(진)이 의아했다.
“왜? 뭐 때문에.”
“사실 경찰에게 맡기려고 했습니다. 물론 전화까지 해서 사정을 설명했고 말입니다. 그런데 상황이 급박하다 보니 제가 따라붙지 않으면 놓칠 것 같았습니다. 한시라도 눈을 떼면 어디로 도망쳐 버릴지 모르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경찰이 요금소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한다고 해서 가게 된 것입니다.”
“한마디로 토끼몰이를 한 것이네.”
“네. 어쩌다 보니…… 아! 경찰이 부탁을 했습니다.”
“경찰이 부탁을 했어?”
“네. 비슷하게 얘기를 했습니다.”
“오케이,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확인해 볼게.”
임규태 중령(진)이 수첩에 적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할 필요가 있었나? 마지막에는 직접 자네의 차량으로 박았다면서.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했어?”
“그게 상황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일이 잘 풀려서 망정이지. 자칫 잘못했다가 자네까지 크게 다칠 뻔했어.”
“사실 저한테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그대로 뒀다간 더 큰 사고가 일어날 것 같았습니다.”
오상진은 그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인천 요금소와 역주행하는 뺑소닌 차량. 그걸 저지하려면 오상진의 차량으로 막을 방법밖에 없었다. 그것이 더 큰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었다.
“알지! 알아! 자네가 어떤 사람인지……. 하지만 자네를 걱정해 주는 사람도 생각해야 할 것 아니야. 만약 자네가 잘못되어봐, 어머님이 얼마나 걱정하시겠어.”
순간 오상진의 머릿속으로 신순애 여사, 오정진, 오상희, 마지막으로 한소희의 울먹이는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좀 짧았습니다.”
“생각이 짧다니……, 뭐 오 중위가 있음으로써 우리나라 군인이 욕을 안 먹는 거겠지.”
“…….”
“그건 그렇고 그 군인 아는 사람이었어?”
“아뇨, 모르는 군인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쫓아갔어?”
“딱 보니 저희 사단 군인이었습니다. 저대로 놔두면, 아니, 뺑소니 차량을 그냥 두면 그 병사만 개고생하는 것 아닙니까. 나라 지키러 징병이 되었는데, 휴가 나와서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누가 배상을 해주겠습니까. 만에 하나 후유증이 생긴 후 장애가 생겨버리면 군대 온 것을 평생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래서 나섰다.”
“네.”
“아무튼 자네는…….”
임규태 중령(진)은 어쩔 수 없는 사람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흐뭇한 얼굴로 오상진을 바라봤다.
“고맙네!”
“예?”
“아니, 자네 얘기를 들어보니 고마워서. 솔직히 나도 부끄럽기도 하고. 이놈의 위수지역이 뭐라고……. 아무튼 알았네. 결과 나올 때까지는 당분간 이곳에 있어야 할 거야. 불편함 없도록 조치는 취해놓겠지만…… 그래도 좀 불편할 거야.”
“괜찮습니다.”
“밥은?”
“네, 먹었습니다.”
그런데 밥 얘기를 듣고 오상진의 배가 즉각 반응을 했다.
꼬르륵!
그 소리에 임규태 중령(진)이 피식 웃었다.
“먹기는……. 기다려 짬밥이 아닌 밖에서 시켜줄 테니까.”
“괜찮습니다.”
“내가 안 괜찮아.”
“알겠습니다.”
“그리고 휴대폰은 받았어?”
“아뇨, 아직 입니다.”
“그건 내가 받아줄게. 급한데 먼저 통화를 해놔.”
“네.”
“참, 아까 보니 여자 친구랑 데이트 중이었다면서.”
“네네.”
오상진이 살짝 민망한 얼굴이 되었다.
“여자 친구에게 전화해. 이런 일로 헤어지지 말고.”
“그럴 여자가 아닙니다.”
“그래? 좋은 여자 만났네. 쉬고 있어.”
임규태 중령(진)이 말을 하고 나갔다. 오상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경례를 했다.
“충성.”
“그래, 쉬어.”
오상진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9.
임규태 중령(진)은 조사실에서 나오며 얼굴이 굳어졌다. 참으려고 했지만 오상진이 겪은 일을 곱씹고 나니 갑자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젠장, 이런 일로…….”
임규태 중령(진)이 자신의 사무실로 갔다. 최 중사를 바로 불렀다.
“조사는 한 번 했지?”
“네, 아까 전에 사전 조사했었습니다.”
“그래. 누가 잡아 왔다고?”
“장택근 중위입니다.”
“뭐? 까불이 장 중위? 그 자식이 무슨 일로?”
“하필 오늘 당직이었다고 합니다.”
“아무튼 그 자식 운도 좋아. 아주 신나 했겠네.”
“네, 뭐……. 이번에 공 하나 세웠다고 난리도 아닙니다.”
“공 같은 소리 하네. 어후, 저런 것을 헌병대라고…….”
임규태 중령(진)이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