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73화
35장 일단 달려!(5)
“하하, 제가 실례를 했습니다.”
“아닙니다. 어쨌든 저희 둘 다 나라 지키는 일을 하지 않습니까. 그걸로 충분하지 않습니까.”
오상진의 말에 형사가 눈을 크게 떴다.
“그럼요. 당연하죠! 하하하, 같이 나라 지키는 거죠.”
형사가 크게 웃었다. 오상진도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형사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사실 죄송합니다. 조사도 해야 하고, 이래저래 군인이기도 해서 헌병대는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오상진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
“네, 이해합니다.”
“죄송합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네.”
“그럼 조사할 때까지 잠시만 여기서 기다려 주십시오.”
“네.”
오상진이 대답을 한 후 자리에 앉았다. 형사는 자신의 자리로 가서 세 녀석에 대한 조사를 다시 시작했다.
오상진이 가만히 앉아 있는데 경찰서 안으로 후다닥 누군가가 뛰어들어왔다. 바로 한소희였다.
“상진 씨!”
오상진이 고개를 들었다. 한소희가 거의 울먹이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소희 씨…….”
오상진이 애써 밝은 얼굴을 보여주려 했다. 그녀가 다가와 오상진에게 안겼다. 오상진이 살포시 안아줬다.
“저 괜찮아요. 소희 씨, 많이 놀랐죠.”
그 뒤에 한대만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타났다.
“형님…….”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그런데 형님께서는 어떻게 알고 오셨습니까?”
“소희 이 녀석이 전화로 울고불고 난리가 났잖아. 그래서 걱정도 되고 해서 말이지.”
“죄송합니다. 심려를 끼쳐드렸습니다.
“나는 괜찮아. 그보다 소희가 많이 걱정했어.”
오상진의 시선이 자신에게 안겨 있는 한소희를 바라보았다. 한소희는 오상진의 품에서 나오자마자 가슴을 툭 쳤다.
“뭐예요. 연락 준다면서요.”
“미안합니다.”
“그런데 인천까지 왔어요?”
“저 사람들을 쫓다 보니 인천까지 오기 되었습니다.”
“정말 저 사람들…….”
한소희는 막 욕을 하려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때 한 녀석이 한소희를 바라봤다.
“훗!”
그 녀석이 한소희의 미모에 피식 웃었다. 한소희가 도끼눈을 치켜뜨며 소리쳤다.
“지금 뭘 봐요!”
그러자 그 사내가 한소희의 시선을 피했다. 그사이 오상진은 한대만과 대화를 나눴다.
“혹시 다친 군인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일단 근처 병원에 옮겼다. 그쪽으로 헌병대가 찾아와 조사는 다 하고 갔네. 조만간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길 모양이더라.”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말이야. 그 군인 조사한 헌병대도 이쪽으로 올 것 같던데.”
“아, 그렇습니까?”
오상진은 알고 있다는 듯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헌병대가 나타났다. 그중 헌병장교가 나타나 한소희를 봤다.
“어? 아가씨, 여기서 또 봅니다. 이렇게 자주 보는 것도 인연입니다.”
헌병장교가 실실 웃었다. 한소희는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말씀을 삼가시죠. 남자 친구도 있는데.”
“남자 친구가 군인이셨습니까?”
헌병장교가 오상진을 바라봤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오상진 중위라……. 그 녀석이잖아.’
헌병장교도 오상진을 소문으로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좋은 감정이 아닌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수사담당관인 최 중사가 오상진을 봤다.
“아, 오 중위님이라면 예전에 강원에서 시체를 찾은 그분이시죠.”
“맞다. 위문열차 때 사단장님께 애교 떨던 그 녀석이지.”
“네. 맞습니다.”
“아, 재수 없게 여기서 보냐. 아니지, 가만! 오 중위가 여긴 왜 있지? 여기 경기도 인천이잖아. 휴가 나왔나? 외박이나, 외출이라면 위수지역 위반 아니야?”
헌병장교의 물음에 최 중사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휴가가 아니라면 위수지역 위반이죠.”
“그래?”
헌병장교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그리고 오상진에게 다가갔다.
“헌병대 수사장교 장택근 중위입니다. 오상진 중위 되시죠?”
“네, 그렇습니다.”
“지금 휴가 중이십니까?”
“아닙니다. 외출 나온 겁니다.”
장택근 중위가 입꼬리를 슬며시 올렸다.
“외출인데 왜 서울에 있지 않고, 위수지역을 벗어나 경기도 인천에 와 있는 거죠?”
“그게…….”
그때 형사가 다가왔다.
“제가 설명하겠습니다. 이분이 뺑소니 차량을 끝까지 쫓아가 검거하는 데 도움을 주셨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하지만 장택근 중위가 원하던 대답은 아니었다.
“장한 일 하신 것은 알겠지만 위수지역 벗어나신 것은 사실이죠. 인정하십니까?”
“네.”
오상진은 순순히 인정했다. 그러자 한대만이 곧바로 말했다.
“장 중위, 아니, 뭐 위수지역도 위수지역이지만 오 중위는 장한 일을 하지 않았습니까.”
장택근 중위가 한대만을 싸늘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누구십니까?”
“여기 오 중위가 내 매제인데…….”
그 말을 듣자마자 장택근 중위가 차갑게 말했다.
“민간인은 빠지십시오.”
“민간인이라니, 얼마 전까지 대위였어.”
“아, 예비역 대위님이십니까? 그럼 선배님이십니다. 그렇지만 지금은 전역하셨으니 민간인 맞지 않습니까?”
“그, 그렇지.”
“그러니 민간인은 빠지시라는 겁니다.”
한대만은 어이가 없었다.
“거참, 후배 말 참 네 가지 없이 하네. 그래도 한때는 대위였는데…….”
“그때는 그때고, 어차피 지금은 아니지 않습니까.”
“…….”
한대만이 눈을 부릅떴다. 딱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장택근 중위는 한대만을 무시하며 뺑소니 녀석들에게 갔다. 뭔가를 확인하기 위함인 것 같았다. 그리고 한소희가 한대만 곁으로 다가왔다.
“와, 오빠! 진짜 재수 없지 않아? 조금 전에도 병원에서 날 힐끔거리고 장난 아니었는데…….”
“그래? 뭐 저런 녀석이 다 있어. 생각 같아서는 그냥 막…….”
한대만이 나서고 싶었지만 그럴 상황은 아니었다. 아무튼 군의 일은 군의 일이었다. 오상진도 한소희 얘기를 듣고 기분이 언짢았다.
오상진이 장택근 중위를 노려봤다. 장택근 중위는 간단하게 녀석들과 대화를 하고는 다시 돌아왔다.
“저 친구들은 합당한 처벌을 받을 것입니다. 문제는 오 중위인데……. 지금 위수지역 위반을 하셨기 때문에 절 따라오셔야 할 것 같습니다. 얘들아, 오 중위 모셔라.”
장택근 중위가 말을 하고는 몸을 돌렸다. 한소희가 재빨리 앞을 막아섰다.
“이봐요. 우리 상진 씨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끌고 가죠?”
한소희가 발끈하며 말했다. 장택근 중위가 피식 웃었다.
“그건 우리가 차차 조사하면 되는 문제입니다.”
“아니, 뺑소니 잡은 사람을 잡아가도 되냐 말이에요. 그것도 같은 군인을 친 뺑소니범을 잡은 건데.”
한소희는 화가 잔뜩 났다. 데이트를 방해받은 것도 기분이 나쁜데 착한 일 한 사람을 잡아간다는 것이 웃긴 일이었다.
장택근 중위가 재수 없는 웃음을 흘렸다.
“훗, 그것도 저희가 다 알아서 할 텐가. 신경 쓰지 마십시오. 특히 당신 같은 민간인은 말이죠.”
한소희는 순간 울컥했다. 허리에 손을 올리며 장택근 중위에게 말했다.
“아니, 정말 웃기네요. 왜 저를 놀리는 것처럼 말을 하시죠?”
“아, 제가 그랬습니까? 전 그런 적이 없습니다. 혹시 곡해해서 들으신 것 아닙니까?”
물론 장택근 중위는 뺑소니범과 얘기를 나누고 다시 돌아오는데 못 볼 것을 봤다. 오상진과 한소희가 손을 꼭 잡고 있는 모습이 꼴불견이었다.
‘와, 저 자식은 뭔데 예쁜 여자 친구랑 여기 있지.’
장택근 중위는 전혀 뜻하지 않은 곳에서 감정이 어긋난 사람이었다.
“아무튼 민간인은 더 이상 저희 일에 간섭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장택근 중위가 딱 말을 한 후 헌병대원에게 말했다.
“뭐해, 어서 데리고 가지 않고.”
“넵!”
장택근 중위가 오상진을 데리고 갔다. 그 모습을 한소희가 어이없어하며 바라봤다.
“와, 진짜 어이없네.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지! 오빠, 나 저 사람 가만 안 둬! 이 억울함을 어떻게 풀지? 오빠, 무슨 방법 없을까? 저 사람 엿 먹이는 방법 말이야.”
한대만도 이미 잔뜩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저 자식 상급부대에 고발하면 될걸? 아니면 사단에 민원을 넣어도 되고.”
“그래? 알았어. 오빠 사단 전화번호 좀 알려줘.”
한소희의 눈에 불이 붙었다. 한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알았어. 문자로 보내줄게.”
“감히 날 건드려. 어디 두고 봐.”
한소희가 이를 빠드득 갈았다.
8.
헌병대 차량이 출발했다. 오상진은 차량 뒷좌석에 앉았다. 양쪽에 헌병대원이 앉아 있었다. 조수석에 올라탄 장택근 중위가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와, 진짜 서울에서 당직 서다가 인천까지 오냐.”
“그러게 말입니다.”
장택근 중위가 뒤로 힐끔 오상진을 봤다.
“그래도 오 중위 나를 만난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요. 다른 사람 같았으면 수갑 채웠을지 모릅니다.”
“아, 네에…….”
오상진은 대답을 잘해주었다. 장택근 중위가 계속해서 질문을 던졌다.
“혹시 아까 그 여자분. 진짜 여자 친구입니까?”
오상진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진짜?’
“그건 왜 물어보십니까?”
“그냥 궁금해서 물어봤습니다. 물어보면 안 됩니까?”
“…….”
오상진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 질문에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택근 중위는 계속해서 오상진에게 비아냥거렸다.
“이야, 오 중위 대단하시네. 보통 이런 일도 잡히면 수사관에게 잘 부탁한다고 청탁까지 하고 그러는데. 오 중위는 뭐가 그리 당당해서 입을 꾹 다물고 있을까?”
“그냥 조용히 하고 가시죠.”
오상진이 차갑게 말했다. 장택근 중위가 피식 웃었다. 옆에 있던 운전병에게 말했다.
“와, 방금 말하는 거 들었냐?”
“네.”
“사단장님께서 예뻐한다고 그거 믿고 그러는 것 같은데 위수지역 위반은 사단장님도 어쩔 수가 없는 겁니다.”
“전 사단장님을 걸고넘어질 생각도 없지만, 사단장님이 왜 저를 예뻐합니까?”
오상진의 말에 장택근 중위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핫! 그렇게 나오시겠다. 나중에 후회해도 난 모릅니다.”
“…….”
오상진은 더 이상 대화를 할 이유가 없었다. 다시 입을 꾹 다물었다. 그 모습을 보던 장택근 중위가 살짝 인상을 썼다.
“쳇……. 가자!”
헌병대에 도착을 한 장택근 중위가 차에서 내렸다. 오상진도 차에서 따라 내렸다. 헌병중대장이 장택근 중위를 봤다.
“너 어디 갔다 왔냐?”
“출동 나갔다가 왔지 말입니다.”
“출동? 뭔 일로?”
헌병중대장이 힐끔 오상진을 봤다.
“위수지역 위반입니다.”
“위수지역 위반? 그런데 병사야?”
“아뇨, 충성대대 장교입니다.”
“장교? 야, 인마! 장교는 눈치껏 봐주고 그래야지.”
헌병중대장이 장택근 중위에게 말했다. 그러자 장택근 중위가 정색을 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장교일수록 병사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런 장교가 위반을 했는데 같은 장교라고 봐주자는 거니까? 이건 제 식구 감싸주기 아닙니까. 엄연히 규칙이라는 것이 있는데…….”
장택근 중위의 단호한 말에 헌병 중대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