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71화
35장 일단 달려!(3)
“어때요?”
“완전 잘 어울리는데요.”
“정말요?”
한소희는 신나 하며 거울 앞에 섰다. 목에 걸린 반짝이는 보석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 상진 씨, 안목이 대단해요.”
“제 안목보다는 영업하는 아가씨 덕분이죠. 하하하.”
“칫! 아무튼 고마워요. 상진 씨.”
한소희가 몸을 돌려 오상진을 바라봤다.
그 순간 한소희의 뜨거운 눈빛을 받은 오상진도 그녀의 눈빛을 바라봤다. 화장기 하나 없는 맨얼굴이지만 그 모습마저도 너무나 예뻤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한소희의 입술에 시선이 갔다. 저 촉촉한 입술에 당장에라도 입을 맞추고 싶었다.
‘아니야. 지금은 아니야.’
오상진이 간신히 참아냈다.
“저, 소희 씨. 저녁 먹었어요?”
“어어…….”
한소희가 살짝 눈알을 굴렸다.
“사실 어머니 가게에서 국밥 먹고 왔는데…….”
한소희가 혀를 살짝 내밀며 웃었다.
오상진은 살짝 서운했지만 그 모습을 보니 그 마음마저 쏙 들어가 버렸다.
“괜찮아요. 그래도 제가 예약한 곳에는 같이 가줄 거죠.”
“그럼요. 그리고 또 먹을 수 있어요!”
한소희가 자신의 배를 툭툭 쳤다.
“그러다가 배 나와요.”
오상진의 핀잔에 한소희가 빠르게 다가와 팔짱을 꼈다.
“그게 참 신기해요. 전 아무리 먹어도 배가 안 나와요. 정말 신기하죠.”
“하하하, 그러게요. 신기하네요.”
오상진이 크게 웃었다.
“이제 가요.”
그러다가 한소희가 잠깐 멈췄다.
‘분명 멋진 곳에 예약했을 텐데…….’
한소희가 자신이 입고 있는 옷을 바라봤다.
‘화장도 안 했는데…….’
200일에 그것도 레스토랑에 간다면 지금 상태로는 안 되었다.
“상진 씨, 부탁이 있어요.”
“네? 무슨 부탁요?”
“일단 집에 데려다줘요.”
“집에요? 집은 왜…….”
“중요한 곳에 가는데 이대로 갈 수는 없잖아요. 공부하느라 민낯에…….”
한소희는 자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다. 그러나 오상진은 그런 것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도 예쁜데요. 괜찮아요.”
그러자 한소희가 입을 꾹 다물며 허리에 손을 올렸다.
“상진 씨. 그건 여자에게는 실례에요. 분명 상진 씨는 200일이라 신경 써서 멋진 레스토랑을 예약했을 거예요. 그런데 이런 몰골로 갈 수 없어요. 게다가 저도 200일 날 이런 모습으로 있고 싶지 않고요.”
한소희의 하소연에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대신 빨리 나와야 해요.”
“물론이죠.”
오상진은 아지트를 나와 곧장 한소희 집에 데려다줬다.
“금방 나올게요. 기다려요.”
“네.”
한소희가 내리기 전 오상진을 바라보며 뺨에 ‘쪽’ 하고 뽀뽀를 한 후 후다닥 집으로 뛰어 올라갔다.
오상진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집으로 뛰어가는 한소희의 뒷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로부터 약 40분이 흘러가고 아파트에서 정말 아리따운 여성이 나타났다.
바로 한소희였다.
“상진 씨, 오래 기다렸죠.”
한소희가 40분 만에 풀 세팅을 마치고 나타난 것이다.
오상진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봐요. 조금 전하고 지금 하고 확실히 다르죠.”
“아, 네에…….”
“그러니까요.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고 했어요. 그보다 레스토랑 예약시간이 어떻게 돼요? 많이 늦었죠?”
한소희가 걱정하며 말했다.
오상진이 차의 시동을 걸며 말했다.
“괜찮아요. 제가 미리 전화해서 예약 시각을 한 시간 뒤로 미뤘어요.”
“어멋! 센스쟁이.”
“후후, 이제 출발합니다.”
“네, 출발!”
오상진이 예약한 레스토랑은 그리 멀지 않았다. 차로 약 20분 만에 도착했다.
셀럽에게 꽤 유명한 레스토랑이었다. 음식 맛도 괜찮고 흐르는 음악이며 바깥의 풍경 역시도 괜찮았다.
둘은 꽤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고 나왔다.
“이번에는 어디로 가요?”
“으음, 글쎄요. 간단하게 드라이브 좀 할 생각이었는데 시간이 좀 애매하네요.”
“히잉, 이럴 줄 알았으면 미리 말이라도 해주지. 상진 씨, 미워요.”
한소희는 드라이브도 하고 싶었다. 그래서 투정 아닌 투정을 부렸다.
“미안해요. 다음에는 말할게요.”
“그래요. 다음 기념일에는 이렇게 놀라게 하지 말고 말해줘요. 저도 준비를 해야죠. 함께하는 기념일인데…….”
“알겠어요.”
오상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한소희를 집까지 데려다주기 위해 차를 몰았다.
신호등에 잠시 차를 멈췄다. 그때 차창 밖에 서 있는 군인이 보였다.
“어, 군인 아저씨다.”
한소희가 먼저 발견했다.
“요즘에 있잖아요. 상진 씨를 만나서 그런지 유독 군복 입은 군인들이 눈에 띄어요.”
“그래요?”
오상진도 대답하며 밖의 군인을 확인했다. 마크를 보니 충성대대는 아니었다.
“휴가 나온 군인인 것 같네요.”
“아, 그래요? 상진 씨는 딱 보면 알아요?”
“그럼요. 후후후.”
“이야, 대단하네.”
한소희가 손뼉을 쳤다.
그 모습을 보며 오상진은 그냥 웃었다. 그리고 한소희는 군인을 보며 말했다.
“어딜 가려고 그러…… 어멋!”
한소희가 깜짝 놀랐다.
횡단보도를 건너던 군인이 마주 오던 사람과 부딪쳐 휴대폰을 떨어뜨린 것이다.
“어!”
오상진도 봤다.
그런데 먼저 부딪친 사람이 도리어 군인에게 화를 내기 시작했다.
그에 군인은 자기 잘못도 아닌데 먼저 사과를 하고 있었다.
“뭐야, 저 사람! 자기가 딴 데 보다가 부딪쳐 놓고선.”
“아시잖아요. 군인은 일반인과 되도록 시비가 붙으면 안 돼요.”
“알아요. 그래서 더 불쌍해요. 그런데 저러다가 횡단보도 못 건너는 거 아니에요? 신호가 다 되어가는데.”
군인은 휴대폰을 떨어뜨리면서 삼단 분리가 된 휴대폰 잔해를 서둘러 주웠다.
그리고 일어나 확인을 하니 횡단보도 녹색 점멸등이 깜빡거렸다.
군인이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불법 우회전을 하려던 차량에 그만 치이고 말았다.
“아앗! 어떻게요. 군인 아저씨 차에 치였어요!!!”
“자, 잠깐만요.”
오상진도 당황하며 차를 한쪽으로 세웠다. 그리고 비상 점멸등을 켠 후 쓰러진 군인이 있는 쪽으로 뛰어갔다.
한소희도 차에서 내려 그곳으로 뛰어갔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 역시도 모여들었다.
“괜찮아?”
“괘, 괜찮습니다.”
오상진은 그나마 의식이 있는 군인의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차에 치일 때 낙법을 해 약간의 부상만 입은 듯했다.
문제는 차량 가해자였다. 차에서 내리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지금 이 사람이…….”
오상진이 가해자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차창을 두드리며 말했다.
똑똑.
“이봐요, 나오세요.”
그런데 갑자기 ‘부아앙’ 하며 차를 몰고 도망을 가버렸다.
“앗!”
오상진 재빨리 차량을 잡으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리고 오상진이 한소희에게 말했다.
“소희 씨 미안해요. 119 불러서 그 군인 병원에 좀 데려다줘요. 저는 아무래도 저 뺑소니범을 잡아야 할 것 같아요.”
“사, 상진 씨…….”
한소희가 당황하며 오상진을 불렀다. 오상진은 거듭 사과를 했다.
“미안해요, 소희 씨! 그 군인 좀 부탁해요!”
“아, 알겠어요.”
오상진은 차를 몰고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한소희는 고통에 얼굴이 잔뜩 일그러진 군인을 봤다. 그리고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누가 119 좀 불러 주세요!”
6
오상진은 빠르게 속도를 올리며 그 차를 쫓아갔다.
“감히 휴가 나온 군인을 치고 그냥 도망가?! 내가 너 무조건 잡는다!”
오상진은 그 차량을 쫓아가며 이를 빠드득 갈았다.
한편, 뺑소니 차 안에는 젊은 20대 초반의 세 명의 사내가 타고 있었다.
뒷좌석에 앉아 있던 녀석이 소리쳤다.
“야, 그냥 가면 어떻게 해. 내려서 확인해야지.”
운전자가 버럭 소리쳤다.
“아, X발 그럼 어쩌라고! 우리 다 술 처마셨는데 음주운전이잖아.”
“그렇다고 도망을 치냐. 뺑소니가 더 무서운 거야.”
“아, 몰라! 이미 도망쳤는데 어쩌라고! X발!”
“아놔, 또라이 새끼! 그러니까, 왜 사람을 치고 지랄이야!”
“내가 치고 싶어서 쳤냐! 그냥 와서 부딪친 거잖아.”
“야, 병신아! 술 처먹으니까 감각이 없냐?”
“아, 몰라, 몰라! 이미 도망은 쳤고. 어쩔 거야?”
“거기 사람 많았는데…….”
“나도 몰라. 일단 달려!”
운전자가 앞만 보고 달렸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 어디로 가야 하냐?”
“일단 서울을 벗어나는 게 좋겠지. 이 길로 쭉 가면 인천이야. 인천까지 가자!”
“아, 진짜 그 군인 아저씨 괜찮겠지?”
“아까 움직이는 거 봤잖아.”
뒷좌석에 있는 녀석은 여전히 불만을 가졌다.
“너네 때문에 이게 뭐냐! 아, 짜증 나!”
“X발! 너는 무사할 것 같아! 요즘에 음주운전 안 말리면 같이 처벌받는 거 몰라!?”
“그런 법이 있었어?”
“이번에 생겼어.”
그런데 뒷좌석에 있던 친구가 뒤를 힐끔 보더니 소리쳤다.
“야! 누가 쫓아오는 것 같은데.”
“누가 쫓아와? 누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아무튼, 우리 차 뒤에 빠짝 붙었는데.”
“아놔, 우리 X 된 것 같은데.”
“뭐가, X 돼!
“어차피 일은 저질러졌잖아. 이제는 붙잡히지 말아야지!”
“아무튼 밟아! 저 SUV 차량으로 우리 차 못 쫓아와!”
“아, 알았어.”
뺑소니 차량이 속도를 높였다. 오상진 역시도 액셀을 꽉 밟았다.
부아아아앙!
디젤 엔진이 요동치며, RPM이 한계까지 올라갔다.
오상진의 눈에는 도망가는 뺑소니 차량만 눈에 들어왔다.
오상진 차에 있는 내비에서는 계속해서 ‘띠딩, 띠잉! 속도를 줄이십시오. 70! 70!’이라고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속도를 줄이면 저 녀석들을 못 잡을 것 같았다.
오상진은 깨끗이 무시하고 속도를 냈다.
그렇게 한참을 쫓아가던 오상진 눈에 표지판이 들어왔다.
“어? 이 길로 쭉 가면 인천이네.”
오상진은 어느새 인천으로 향하는 도시고속도로를 타고 있었다. 오상진은 살짝 당황했다.
“젠장, 인천으로 넘어가면 위수지역 이탈인데…….”
물론 모르게 다녀오면 된다. 하지만 오상진은 그런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살짝 고민하다가 속도를 줄였다. 뺑소니 차량과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오상진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번쩍 뺑소니 차를 봤다.
“안 되지. 여기서 놓칠 수는 없지!”
오상진은 여기까지 쫓아와 놓고, 위수지역이라고 가지 않는다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오상진이 다시 액셀을 밟았다. 그리고 휴대폰을 열어 단축번호 5번을 길게 눌렀다.
삐이익!
곧바로 자동 다이얼이 눌러지며 김철환 1중대장의 번호가 나타났다.
“그래도 일단 중대장님께 보고해야지.”
몇 번의 신호가 가고 김철환 1중대장이 전화를 받았다.
-그래, 상진아. 무슨 일이야?
“중대장님 저 스피커폰입니다.”
-어, 왜? 데이트하는 거 아니었어?
“그게 지금 뺑소니 차량을 쫓고 있습니다.”
-뭐? 뺑소니? 야, 무슨 뺑소니를 쫓아가! 그거 그냥 경찰에 신고하고 말지.
“그게 말입니다. 휴가 나온 군인을 치고 뺑소니는 쳐서 말입니다.”
-뭐? 감히 군인을 치고 도망을 가! 그래서 지금 어디인데?
“쫓아가고 있는데 아무래도 인천으로 갈 것 같습니다.”
-뭐? 인천? 인마, 거긴 위수지역 이탈이야! 그전에 잡든지 아니면 멈춰!
“죄송합니다. 중대장님! 지금 놓치며 이 녀석들 못 잡을 것 같습니다. 이대로 차 버리고 가면 답 없지 않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