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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66화 (366/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66화

34장 적응이 필요해(8)

“또 뭐가 그렇게 불만인데?”

“갑자기 군인하고 노래 불러야 한다니까 그렇죠,”

“그냥 좀 넘어가자. 장기자랑은 너무 식상하다고 위문열차 PD가 특별히 준비한 거야. 이거 까면 여러모로 골치 아파져.”

“누가 깐대요? 그런데 그 군인 노래 잘한대요?”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 군인, 나름 유명한 군인이라고 하더라.”

“군인이 유명해 봤자지 뭐. 장군이라도 돼요? 아니면 간첩이라도 잡았대요?”

“장군은 아닌데 너도 아마 알걸?”

“제가요? 군인을요?”

가연이 코웃음을 쳤다. TV에서 가끔 군인들이 나와도 누가 누군지 하나도 모르겠던데 자신이 아는 군인이라니.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너도 전에 TV에서 봤을 텐데……. 그 뭐냐, 강원도에서 일어난 사건 말이야. 시체 찾은 군인!”

“아, 그 군인이요?”

순간 가연이 눈을 똥그랗게 떴다. 소속사 식구들과 함께 TV를 통해 그 뉴스를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 그 군인이 군대에서는 유명한가 보더라. 그래서 육군에서도 그 군인을 밀어주려고 하는 것 같더라. 그러니 괜히 사고 치지 말고 노래 한 곡 불러줘.”

“뭐, 어려운 일도 아닌데요. 알았어요. 그런데 무슨 노래 불러야 돼요?”

“그쪽에서도 물어보더라, 무슨 노래 불러야 할지.”

“나는 상관없는데 뭘 불러도……. 그러지 말고 그쪽에서 원하는 거 부르라고 해요. 내가 맞추겠다고.”

“정말 다 맞춰줄 수 있다고?”

“네.”

“알았어. 그럼 그렇게 얘기해 놓는다.”

한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화장실을 갔던 실장이 돌아왔다.

“별일 없었지?”

“네.”

“그래, 가자!”

가연의 차량이 다시 서울을 향해 출발을 했다.

13.

행정반에 앉아 있던 오상진이 전화를 받았다. 작전장교에서 온 전화였다.

“네, 작전장교님.”

-어, 오 중위. 방금 사단에서 연락을 받았는데.

“아, 예!”

-노래는 오 중위가 알아서 정해도 상관이 없다고 하는데? 자기가 맞추겠다고 해. 노래를 잘 하는 가수인가봐.

가수가 노래를 잘하는 거야 당연한 일이지만 비주얼 가수들이 범람하는 이 시기에는 생각처럼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드물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그 가수가 누구입니까?”

-가연이라고 혹시 알아?

오상진이 잠깐 생각을 하더니 누군가가 떠올랐다.

“아, 네. 알고 있습니다.”

요즘의 가연은 잘 모르지만 기억 속의 가연은 트로트로 나중에 유명해지는 가수였다.

대략 30대쯤 되어서 활짝 폈을 테니 지금은 아마 신인에 가까울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 작전장교는 대수롭지 않게 말을 이어갔다.

-알고 있다니, 다행이네 아무튼 본인은 어떤 노래로 해도 상관없다고 하니까, 걱정 말고 오 중위가 부르고 싶은 노래로 불러.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대신 나중에 또 치킨에 맥주 한 잔 하자고. 콜?

“네, 좋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은 오상진은 뭘 부를지 고민을 했다.

“잠깐 바람 좀 쐬야겠다.”

오상진이 행정반을 나갔다. 중앙 뒷문을 통해 밖으로 나가는데 김철환 1중대장과 마주쳤다.

“1소대장. 너 어디 가냐?”

“잠깐 머리 좀 식히려고 합니다.”

“왜?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별건 아니고 노래를 뭐 부를지 고민 중입니다.”

“선곡이 문제라 이거지? 참 같이 부를 가수는 알아봤어?”

“네.”

“누군데?”

“가연이라는 트로트 가수라고 합니다.”

“가연? 아, 요즘에 떠오른다는 트로트 가수 아니야?”

음악에 큰 관심이 없는 김철환 1중대장도 얼추 아는 눈치였다. 이 정도면 나름 유명하다고 봐야 할 것 같았다.

“그래서 뭔 노래를 부를 건데?”

“그게 저더러 정하라고 하는데 말입니다.”

“그 친구는 아무거나 상관없대?”

“트로트를 한다고는 했는데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뭘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상진이 머리를 긁적였다. 김철환 1중대장이 툭 내뱉었다.

“뭘 그걸 가지고 고민을 해. 그냥 태진하 거 불러!”

“네?”

“사단장님께서 태진하 노래 좋아하시더라.”

“아, 그렇습니까?”

“그래, 사단장님이 들으실지 안 들으실지는 모르겠지만, 아니지, 내 생각에는 불쑥 부대 방문하실 거 같다.”

“바쁘실 텐데 정말 오시겠습니까?”

“바빠도 TV로 챙겨 보시겠지. 이거 생방송이잖아. 어쨌거나 만약을 대비해서 태진하 노래를 부르는 것이 좋지 않겠냐?”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요즘 나온 신곡 부르겠습니다.”

“아, ‘사랑은 장난이야!’ 그거 말하는 거지?”

“네.”

“알았어. 그걸로 연습해 봐.”

“알겠습니다.”

오상진은 부를 노래를 정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자신의 관사에서 노래를 따라 불러보았다. 그런데 한소희에게서 전화가 왔다.

“네. 소희 씨!”

-뭐 하고 있었어요?

“아, 노래 연습 중이었습니다.”

-무슨 노래요.

“장기 자랑 나가서 부를 노래입니다.”

-제목이 뭔데요?

“‘사랑은 장난이야’라고 태진하의 노래입니다.”

-트로트예요?

한소희가 깜짝 놀랐다.

“네. 아무래도 군대다 보니까……. 사단장님께서도 좋아하신다고 하고 말이죠.”

-그래요? 그럼 한번 불러봐요. 내가 한번 들어볼게요.

“어? 전화로 말입니까?”

-왜요? 저에게 노래 불러주는 것이 창피해요?

“그건 아닙니다.”

-그럼 한번 불러봐요. 다른 사람이 아닌 제가 먼저 듣고 싶어요.

“그럼 듣고 놀리지 마십시오.”

-네.

오상진이 잠시 목을 가다듬고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노래가 끝나고 난 후 한소희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

“소희 씨, 듣고 있어요? 전화가 끊어졌나?”

오상진이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런데 끊어지지는 않았다.

“소희 씨?”

-크읍. 네. 저 있어요. 큽…….

수화기 너머 한소희의 음성은 뭔가 웃음을 꾹 참고 있는 것 같았다.

“어? 지금 웃으시는 겁니까?”

-아, 아니에요. 웃는 거.

“제 노래가 그렇게 별로였습니까?”

-노래가 별로인 것은 아닌데요. 사실 상진 씨, 좀 음치인 것 같아요.

“네? 제가요? 저 진짜 억울합니다. 태어나서 음치라는 소리 처음 듣습니다.”

오상진이 살짝 발끈하는 척 굴었지만 본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노래를 못 부른다는 것을 말이다.

다만 사랑하는 여자친구에게 음치라고 지적을 받으니까 조금은 서운했다.

-정말 처음 들어요?

“네. 그리고 남자 친구에게 음치라고 하다니. 너무한 거 아닙니까?”

오상진이 살짝 삐진 듯 말하자 한소희가 바로 말했다.

-아니에요, 아니에요. 우리 상진 씨 음치 아니에요. 음치 취소! 취소!

“칫! 이미 빈정 상했어요.”

-미안해요. 그냥 저는 장난으로 한 말인데…….

“정말 장난 맞아요?”

-그럼요. 제가 사랑하는 남자 친구한테 설마 진심으로 음치라고 했겠어요?

분명 진심이 섞인 말이었지만 오상진은 애써 변명하는 한소희가 귀여워 웃어넘겼다.

“좋아요. 대신 소희 씨도 노래 한번 불러봐요.”

-네? 제가요?

“네, 저도 불렀잖아요. 그러니 소희 씨도 불러줘야죠.”

-나 노래 못하는데.

“자꾸 이럴거죠?”

-알았어요. 대신 노래 못한다고 놀리지 마요.

“네.”

오상진이 히죽 웃었다. 잠시 후 수화기 너머 한소희의 아리따운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한소희가 노래를 잘 불렀다.

“…….”

노래가 끝이 났지만 오상진에게서 그 어떤 액션도 없었다.

-상진 씨? 듣고 있어요?

“예…….”

오상진의 목소리가 가라앉아 있었다.

-그런데 목소리가 왜 그래요? 제 노래가 그렇게 별로였어요?

노래가 평범했다면 그렇다고 장난을 치고 싶었지만 한소희의 노래 실력은 음치인 오상진이 들어도 수준급이었다.

게다가 한 번 삐치면 좀 오래 가는 성격이라.

“사실 우리 여자 친구는 못하는 것이 뭐가 있을까, 생각 중이었습니다.”

-칫! 뭐예요.

“정말 목소리가 아름답네요. 우리 소희 씨의 새로운 모습을 지금 또 봤네요.”

-그래요? 그럼 나중에 시간 되면 같이 노래방이나 가요.

“물론 좋죠.”

오상진은 그 외도 오늘 있었던 일을 이것저것 보고를 했다.

-어? 12시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그러게요. 어서 자요.”

-네, 상진 씨도요. 국방TV에 나오면 볼게요.

“알겠어요. 잘자요.”

-상진 씨도요.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14.

다음 날 아침이 밝았다. 오상진은 부대로 출근을 하지 않고, 곧바로 대대 강당으로 갔다. 강당 안에는 철제 의자가 줄을 맞춰 배치되어 있었다.

“일도야!”

“네.”

“시간 없다. 이제 애들 준비시키자!”

“네, 팻말 챙겨서 보내겠습니다.”

“그래. 서둘러!”

“네.”

김일도 병장이 1소대원들을 데리고 움직였다. 어제 예행연습을 했던 것처럼 배치를 시켰다.

-치익, 배치 완료!

“오케이, 대기하고 있도록!”

오상진이 무전기를 통해 상황을 전파받았다. 그리고 잠시 후 연예인이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았다.

“좋았어.”

오상진도 대대 강당 입구에서 차량이 오기를 기다렸다. 잠시 후 저 멀리서 검은색 밴 한 대가 들어왔다.

검은색 밴은 오상진 앞에 딱 멈춘 후 옆문이 열렸다. 그곳에서 연예인이 내렸다. 오상진은 곧바로 대기실까지 에스코트를 했다.

그렇게 경호임무는 사전에 연습한 대로 아무런 문제 없이 끝이 났다.

차에서 내린 모든 연예인들이 각자 대기실로 이동했다.

그리고 김철환 1중대장이 오상진을 찾았다.

“문제없이 다 끝났냐?”

“네.”

“잘했어. 1소대장. 애들은?”

“지금 복귀 중입니다.”

“좋았어. 이제 큰 산은 넘었다. 별다른 문제는 없겠지?”

“네.”

“알았다. 나머지는 내가 하든지 다른 소대장이 맡도록 할 테니까. 너도 준비해라.”

“알겠습니다.”

오상진도 연예인들이 모여 있는 대기실로 갔다.

“가만, 어디 보자. 가연 씨 대기실이 어디더라?”

오상진이 대기실 이름표를 확인하고 움직이는데 뜬금없이 앙칼진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노래가 이게 뭐예요!”

가연의 목소리였다.

“네가 아무 노래나 해도 된다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에게 태진하 선배님 노래를 부르라고요? 제 나이 몇인 줄 아시잖아요.”

“알지.”

“스물 셋이에요. 스물 셋! 어떻게 태진하 선배님 노래를 부르라고 할 수 있어요. 저랑 잘 맞지도 않아요.”

오상진의 얼굴이 살짝 일그러졌다. 오상진은 기다릴 것도 없이 대기실 문을 두드렸다.

톡톡톡!

“누구십니까?”

“아, 저는 같이 노래 부르기로 한 오상진 중위입니다.”

그러자 로드 매니저 한수가 반가운 얼굴로 맞이했다.

“어서 오십시오. 안 그래도 오 중위님을 뵙고 싶었습니다.”

한수가 땀을 삐질 흘리며 말했다. 오상진이 가연을 보며 인사를 했다.

“가연 씨, 반갑습니다. 오상진 중위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가연이 차갑게 인사를 했다. 오상진은 살짝 뻘쭘한 얼굴로 물었다.

“아까 밖에서 들었습니다. 제가 부르려는 노래가 그렇게 별로입니까?”

“네. 완전 센스 없으세요.”

“가, 가연아…….”

오히려 당황한 쪽은 로드 매니저 한수였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가 고른 노래는 안 됩니까?”

“안 되는 건 아닌데……. 아, 진짜…….”

가연은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얼굴을 드러냈다. 오상진이 다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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