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65화
34장 적응이 필요해(7)
오상진은 해맑은 미소로 치킨과 맥주를 들어 보였다. 작전장교는 살짝 난감한 얼굴이 되었지만 오상진을 마냥 밖에 세워둘 수는 없었다.
“드, 들어와.”
“네. 감사합니다.”
오상진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면서 내부를 쭉 둘러봤는데 자신이 지내는 방과 별 차이가 없었다.
책상 위에 노트북이 펼쳐진 것을 확인했다.
“어? 공부 중이었습니까?”
“뭐, 그렇지.”
작전장교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일단 자리에 앉아.”
“아, 네에. 감사합니다.”
오상진은 인사와 함께 손에 들린 치킨과 맥주를 내려놓았다.
“갑자기 왜 치킨과 맥주야?”
“작전장교님과 한잔하고 싶었습니다.”
“뜬금없이?”
“에이, 무슨 소리입니까. 기회를 엿보고 있었죠. 그런데 마침 오늘 시간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러게, 하필 오늘…….”
“네?”
“아, 아니야.”
작전장교가 손을 흔들었다.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정말 괜찮으십니까? 바쁘시면 다음에 오겠습니다.”
오상진이 미안한 얼굴로 일어나려고 했다. 작전장교가 황급히 말렸다.
“이미 들어왔는데 무슨…… 앉아.”
“네.”
“그보다 솔직히 말해봐. 무슨 이유로 왔어? 치킨에 맥주까지 사 온 것을 보면 그냥 온 것 같지는 않은데.”
“맞습니다. 실은 긴히 부탁드릴 것이 있어서 왔습니다.”
“긴히 부탁할 것?”
“네.”
“일단 맥주에 치킨부터 드시죠. 헤헤헤.”
오상진이 살갑게 웃으며 치킨을 개봉했다. 그리고 종이컵에 맥주까지 따랐다.
“자, 짠 하시죠.”
오상진이 종이컵을 들었다. 작전장교도 맥주가 따라진 종이컵을 들었다.
“짠!”
동시에 입으로 가져가 벌컥벌컥 마셨다.
“크윽, 시원하네. 그보다 이 친구 부대 앞 치킨집 아니야?”
“맞습니다. 여기 후라이드가 일품이지 않습니까.”
“맞아. 오랜만에 먹어보네.”
작전장교는 환하게 웃으며 다리 하나를 입으로 가져가 뜯었다. 아작아작 씹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맛있네.”
“그렇죠.”
“그래, 맥주도 먹었고, 치킨도 뜯었으니까. 이제 말해봐. 부탁할 것이 뭔가?”
오상진이 종이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사실 이번에 제가 위문열차 때 노래를 불러야 될지도 모른다고 들어서 말입니다.”
작전장교가 박수를 쳤다.
짝!
“아, 나도 그 얘기 들었어. 특히 위문열차 담당 PD가 오 중위를 엄청 좋아한다고 하더라고.”
“네. 그래서 작전장교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혹시 출연가수가 누구인지 알 수 있을까 해서 말입니다.”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출연가수는 왜?”
“다른 게 아니라 그중에서 누구랑 같이 노래를 불러야 할지 알아야 곡을 선정할 것 같아서 말이죠.”
“아하! 오 중위 역시 스마트하네. 그런 거라면 당연히 알아야지. 내가 내일 당장 사단 정훈장교랑 통화를 해서 담당 PD에게 전달하도록 말해놓을게.”
“감사합니다.”
오상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맥주와 치킨을 사온 것이 나름 괜찮았다.
“그런데 오 중위는 어떤 노래가 좋지?”
“어떤 노래라 하시면…….”
“발라드? 아니면 트로트?”
“전 트로트가 좋습니다.”
“오오, 그래? 하긴 윗분들은 트로트를 좋아하시지. 알았어.”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우리 다시 한번 ‘짠’ 할까?”
“네, 좋죠.”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종이컵을 들었다. 바로 ‘짠’을 하려는데 노트북에서 ‘빠밤~!’ 하는 소리가 들렸다. 오상진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어? 무슨 소리죠?”
오상진이 의아해하며 물어보자, 작전장교의 표정이 굳어졌다.
‘아, 슈발…….’
작전장교는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하하, 하하하…….”
“무슨 소리입니까?”
“아, 아무것도 아니야.”
작전장교가 손을 휙휙 저었다. 하지만 다운로드를 한 개만 걸어 놓은 것이 아니었다. 그 뒤로도 몇 번이나 ‘빠밤~!’ 소리가 울려댔다.
‘젠장, 이제 눈치챘을 것 같은데…….’
작전장교가 당황했다. 작전장교의 생각대로 오상진은 모르는 척하고는 있었지만 이미 눈치를 챈 상태였다.
‘후후후, 작전장교님도 남자였구나. 푸른 구슬에서 다운받고……. 하긴 이 당시에 푸른 구슬이 한창 유행이었지.’
오상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남자 혼자 있으면 많이 외롭겠지. 물론 독신주의자라고 했지만 풀 건 풀어야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러다가 오상진이 재빨리 시계를 확인했다.
“어?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습니다. 저 이만 가 보겠습니다.”
오상진은 자신의 볼일도 다 봤고, 눈치껏 빠져줄 생각이었다. 작전장교가 당황하며 말했다.
“왜 벌써 일어나. 이거 더 마시고 가지.”
“아닙니다. 제가 휴식을 취하는데 방해를 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아까 그거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오, 그래 오 중위 들어가.”
“네. 쉬십시오.”
오상진이 황급히 방을 나섰다. 문이 닫히고 작전장교는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후우…….”
작전장교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노트북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으로 가서 내려놓았던 창을 다시 올렸다. 몇 개는 다운로드가 완료가 되었고 나머지도 거의 다 되어가고 있었다.
“눈치 못 챈 거겠지? 아마 그럴 거야.”
작전장교가 혼잣말을 하면서 차오르는 다운로드 바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바닥에 펼쳐놓은 치킨을 보며 말했다.
“그럼 치킨으로 단백질을 보충해 볼까?”
11.
그다음 날, 오상진은 경호를 할 루트를 살펴보며 예행연습을 했다.
“자, 문 입구부터 시작해 주변 경계를 철저히 한다. 안내할 곳은 확실히 체크했지?”
“네!”
“화살표도 그렸고?”
“그렇습니다.”
“좋았어. 최종 테스트를 해보겠다.”
“알겠습니다.”
“좋아, 각자 위치로!”
오상진의 지휘 아래 1소대원들은 각 위치로 이동했다. 그 와중에 김일도 병장이 돌아가며 위치를 정해줬다.
“해진이는 여기! 그래, 팻말 들고 있어!”
“알겠습니다.”
“야, 김우진!”
“상병 김우진.”
“너 저쪽, 코너 쪽에 서 있어.”
“네.”
김일도 병장이 최종적으로 위병소 앞에 섰다. 그곳에서 팻말을 들었다.
-충성대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그것을 시작으로 각 코너마다 화살표와 함께 ‘대대 강당까지 200m입니다’ 이런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김일도 병장이 최종적으로 보고했다.
“소대장님 최종적으로 다 섰습니다.”
-좋아, 체크해 보겠다.
오상진이 차를 몰고 움직였다. 동선을 따라 배치된 구역을 확인했다. 오상진이 차량을 몰며 천천히 움직였다.
“오케이, 좋았어.”
각 코너마다 팻말을 든 소대원들이 있었다. 대대 강당까지는 약 3분이 소요되었다. 오상진이 차량에서 내려 무전을 날렸다.
“최종 확인! 철수해라.”
-치익, 네, 알겠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무전을 받고, 곧바로 뛰어갔다. 각 코너에 서 있던 인원을 데리고 대대강당까지 이동했다.
“자, 다 모였나?”
“네.”
“수고했다. 내일 실수 없이 서 있고! 일도야.”
“병장 김일도.”
“넌 초반이니까, 잊지 말고 알았지?”
“네.”
“팻말도 잃어버리지 않게 잘 챙겨 놓고!”
“걱정 마십시오.”
“좋아, 최종 이곳은 소대장이 직접 체크한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일도는 여기 마무리하고 올라와라.”
“알겠습니다, 충성!”
“그래.”
오상진이 다이어리를 펼쳐 최종적으로 점검을 마쳤다. 이제 내일 위문열차만 와서 사고 없이 끝내면 모든 것이 완벽했다.
12.
한편, 그 시각 위문열차 초대가수인 트로트의 여신 가연의 차량 안.
“룰루랄라…….”
가연은 뭐가 그리 기분 좋은지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실장이 물었다.
“가연아, 뭐가 그렇게 기분이 좋아?”
“왜 그럴까요?”
“뭔데?”
“저 내일 위문열차에 가잖아요.”
“아, 그것 때문이야?”
“그럼요. 그럼 뭐가 좋은 일이 있겠어요?”
“아니, 오늘 스케줄이 일찍 끝나서 좋아하는 줄 알았지.”
“물론 이것도 좋지만 내일이 더 좋단 말이에요.”
“그런데 군대 위문열차 가는 것이 그리 좋냐?”
“그런 것이 있어요.”
그러다가 뒤에 앉은 코디가 소리쳤다.
“가연이 있잖아요. 위문열차에 출연한다는 소식 듣고부터 며칠째 저러고 있어요.”
실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나 참 이해할 수가 없네. 돈도 안 되는 것이 뭐가 좋다고.”
“모르죠. 취향이 군인 취향인지.”
가연이 한마디 했다.
“그런 거 아니거든!”
그러다가 실장이 당부의 말을 했다.
“가연아. 행여나 군대 가서 사고 치지 마라.”
“실장님은 제가 뭐 어린애인가요.”
“야, 너 아이돌 할 때부터 그 성격 못 고쳐 가지고, 지금 여기서 트로트 가수 하고 있는 거잖아!”
“아니, 실장님은 또 옛날얘기를 하고 그러세요.”
가연은 트로트 가수가 되기 전 삼인조 아이돌이었다. 그런데 막무가내의 성격이 문제였다. 첫 방송을 한 날 음악 방송에서 사고를 치는 바람에 대부분의 공중파 방송에서 퇴출이 되었다.
그 후로 아이돌 그룹은 해제가 되었다. 그나마 노래를 잘해서 트로트 가수로 데뷔를 한 것이었다. 그래도 지금은 성격이 많이 죽긴 했다.
“옛날이라고 해봤자, 몇 년 전이야.”
“어머, 진짜! 실장님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저 예전의 가희 아니에요. 가연이에요.”
가희는 삼인조 아이돌일 때 가명이었고, 가연은 트로트로 데뷔하면서 이름을 바꿨다.
“어휴, 그래. 가희나 가연이나. 아무튼 제발 사고 좀 치지 마라.”
그러면서 운전하고 있는 로드 매니저를 바라봤다.
“한수야.”
“네.”
“너, 절대로 가연이 눈 떼지 말고 지켜봐라.”
“알겠습니다, 실장님.”
휴게실에 잠깐 들른 실장이 차에서 내렸다.
“나 화장실에 다녀올 테니까. 차에서 꼼짝 말고 있어.”
“알았어요, 누가 도망간대요?”
“아무튼 말하는 싸가지 하고는…….”
실장이 차에서 내렸다. 그가 내리자 로드 매니저 한수가 고개를 돌렸다.
“제발 부탁이다. 조심 좀 하자!”
“뭐가!”
“너 자꾸 그렇게 티 내다가 진짜 실장님 아시면 난리 난다.”
“흥! 난리 나라고 해. 지들이 불리하지 내가 불리하냐.”
“가연아, 그러다가 진짜로 둘이 못 만나는 수가 있어.”
“알았어요, 조심할게요. 그보다 진짜 김민종 오빠 거기 있는 거 맞아요?”
“으응, 맞대. 내가 알아봤어.”
그러자 가연이는 팔짱을 끼며 토라진 듯 말했다.
“어떻게 민종 오빠는 나에게 한마디도 없을 수가 있지?”
“네가 이럴까 봐 그런 거지. 너 만약 민종이 부대 알았으면 매일같이 면회 간다고 했을 거 아니야.”
“못 갈 것 없죠!”
“너 소문 나면 어쩌려고 그래?”
“가수와 매니저 사이에 면회를 갈 수도 있는 거죠. 그건 당연한 거 아니야.”
“으응, 당연한 거 아니야.”
“당연한 거 아니라고요?”
“그래. 실제로 매니저가 군대 갔다고 해서 면회가는 연예인은 한 명도 없어.”
“왜요?”
“소문 이상하게 나니까.”
“난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어. 이 바닥 사람들이 말이야, 정이 없다니까.”
“쓸데없는 소리 말고, 내일 노래할 거나 연습해.”
“노래요? 내일 노래 어차피 부르던 거 부르면 되잖아요.”
“그건 그런데. 너 거기 있는 장교 한 명이랑 트로트 같이 불러야 해.”
“네? 장교랑요? 왜요? 뜬금없이 왜 그래야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