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64화
34장 적응이 필요해(6)
“자, 각 소대장들은 자기 소대원들 데리고 맡은 구역으로 가서 청소를 시작합니다.”
“네.”
“네.”
각 소대장들과 부소대장들이 이동했다. 오상진은 전체를 지휘해야 하기에 1소대는 당연히 박중근 하사가 맡았다.
오상진이 하나둘 확인을 하는 사이 사단 정훈장교와 한 명의 민간인 탄 차량이 충성대대에 도착을 했다.
곧바로 한종태 대대장과 만남을 가졌다.
“이번 위문열차를 담당하는 한기범 담당 PD입니다.”
“아, 그렇습니까? 반갑습니다. 한종태 중령입니다.”
“네, 대대장님! 안녕하십니까.”
한기범 PD가 밝게 인사를 했다. 정훈장교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대대장님도 아시다시피 원래 충성대대 차례가 아닙니다. 그런데 사단장님께서 특별히 충성대대로 밀었다는 것을 아시죠?”
“알고 있네. 정말 감사할 따름이네.”
한종태 대대장이 웃으며 한기범 PD를 봤다.
“잘 부탁합니다.”
“오히려 저희가 잘 부탁드려야죠. 그보다 이 대대에 유명한 장교 한 분이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아, 오상진 중위 말입니까?”
“네, 오 중위님! 군에서는 유명하던데요. 일화도 많고 말이죠. 게다가 사단장님께서 열심히 어필을 하시기에 한 번 만나서 무대에 세우고 싶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적극 협조를 해야죠. 그런데 뭘 해야 하죠?”
“뭘 하는 게 좋을까요? 노래하고, 춤을 추면 좋겠는데 말이죠.”
한기범 PD가 단순하게 말했다. 솔직히 한기범 PD 입장에서는 끼 있는 군인 말고는 별로 기대하지 않는 눈치였다. 그래서 가볍게 얘기를 꺼냈다.
“아, 노래와 춤 말입니까?”
한종태 대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리고 김철환 1중대장을 거쳐서 오상진의 귀에 들어갔다.
“네? 노래와 춤 말입니까?”
“나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내가 전에 말했지 위문열차도 너 때문에 오는 것이라고.”
“그래도 대대장님께서 괜히 절 밀어 넣으신 거 아닙니까?”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래. 작전과장님께서 옆에서 들었다는데 아예 너 이름을 대더란다. 사단장님께서 얘기하셨단다.”
“하아, 사단장님께서는 왜 그러셨는지…….”
“왜 그러긴 왜 그래. 요새 군대에서는 그런 거 좋아해. 차라리 전쟁이라도 했으면 공을 세우고 이름을 높이지 요즘에는 그런 것도 없잖아. 이런 식으로라도 인지도를 높여야지. 아무래도 사단장님께서 널 띄워 주고 싶은 것 같다.”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었다. 오상진이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하아…….”
“아무튼 빼지 말고, 이번이 기회라고 생각을 해. 우리 오상진 이름을 알릴 기회라고 말이야.”
“중대장님, 전 이런 거로 이름 알리고 싶지 않은데 말입니다.”
“이 자식이,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네. 이렇게 얼굴 다 알리고 그러면 윗분들도 기억하고 얼마나 좋아. 넌 남들이 가지지 못한 기회를 가진 거야. 그러니까, 최선을 다해!”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이번에 연예인들 경호임무도 1소대가 맡기로 했다. 다른 소대들은 입구를 맡기겠지만 네가 연예인들 대기실 1소대에게 맡겼으니까, 확실히 할 수 있지?”
“네. 문제없이 잘하겠습니다.”
오상진이 중대장실을 나왔다. 홀로 복도를 걸어가며 생각에 잠겼다.
“미치겠네. 경호 임무보다 내가 더 걱정이네. 도대체 뭔 노래를 불러야 하지?”
오상진은 뜻하지 않은 임무에 머리가 지끈 아파왔다.
9.
충성대대 1중대와 다른 중대원들이 일제히 대대 강당으로 모였다. 1중대는 대대 강당 내부로 들어왔다. 오상진이 박수를 치며 말했다.
“자, 다들 어떻게 청소하는지 알지? 다들 청소 시작하자.”
오상진의 외침이 들리고 김우진 상병이 빗자루를 들고 터벅터벅 걸어갔다. 그러면서 볼멘소리를 내뱉었다.
“하아, 왜 우리가 청소해야 합니까? 다른 중대는 뭐 합니까?”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다른 중대도 청소하지. 그나마 우리 중대가 강당 내부 청소를 하는 거야. 자식들이 왜 이렇게 불만이 많아!”
“그게 아니라 안 하던 청소를 하라니까 그렇죠.”
“쓸데없는 소리 말고, 청소나 해. 안 그럼 1소대 맨 앞에 배치 안 한다.”
“네? 어떻게 그렇게 심한 말씀을 하십니까? 합니다, 지금 하고 있지 않습니까.”
김우진 상병이 부랴부랴 청소를 했다. 그러면서 소대원들에게 직접 지시까지 내리고 있었다.
“야, 현래!”
“이병 노현래!”
“너 빗자루 가지고 깨작깨작 거릴래? 저쪽 안 쓸어!”
“네, 알겠습니다.”
김우진 상병은 오늘도 노현래 이병에게 한소리를 하고 있었다. 그때 김일도 병장이 슬그머니 나타났다. 그도 빗자루를 어깨에 올려놓고 소대원들에게 말했다.
“얘들아, 열심히 하자. 방금 소대장님께서 하는 소리 들었지? 우리가 맨 앞줄을 차지해야 할 거 아니야. 안 그래?”
“네.”
“막말로 위문열차가 흔한 것도 아니고. 제대할 때까지 한 번도 위문열차 못 보는 경우가 많아. 그나마 너희들은 위문열차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영광으로 알아야 하는 거야. 알겠어?”
“네, 알겠습니다.”
1소대원들이 힘차게 대답했다. 그리고 김일도 병장 옆으로 김우진 상병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김 병장님.”
“김우진! 너 뭐야? 청소 안 해?”
“청소합니다. 방금 저쪽에서 다 쓸고 오는 길입니다. 그보다 김 병장님도 위문열차 처음입니까?”
“나? 흐흐흐, 두 번째.”
“대박, 김 병장님도 한 번 보셨습니까?”
“봤지. 내가 말이다. 신병 때 오자마자 위문열차 팀이 온 거야. 그때는 진짜…….”
김일도 병장이 막 그때의 생각이 떠올랐는지 감상에 젖어 들었다. 김우진 상병이 눈을 반짝였다.
“엄청 좋았습니까?”
“아니, 기억이 안 나!”
“에이, 그게 뭡니까?”
“인마, 나 그때 이제 갓 전입 온 신병이었어. 뭘 제대로 봤겠냐. 그리고 우리 고 병장 그 새끼!”
김일도 병장이 인상을 쓰며 눈을 흘겼다.
“고 병장? 그 사람이 누구입니까?”
“아, 있어! 너 들어올 때 그 자식 나갔으니까. 암튼 그 새끼가 나보고 뒤돌아 서 있으라고 해서 소리만 들었다. 젠장! 그때 정말 보고 싶었는데……. 그래도 제대하기 전에 위문 열차를 보긴 본다.”
김일도 병장이 피식 웃었다. 그러다가 소대원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 말이야. 너네 분대장 잘 만난 줄 알아. 나 예전이었을 때 이등병들은 위문열차는 보도 못했어.”
“네.”
유일하게 이은호 이병만 대답을 했다. 그러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자식이, 안 믿어?”
“아닙니다, 믿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아무튼 청소 잘해! 알았냐?”
“네. 알겠습니다.”
그때 오상진이 다가왔다.
“야, 일도는 말로만 청소하냐?”
“아, 아닙니다.”
김일도 병장이 눈치를 살피며 슬쩍 빗자루를 들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분대장이 솔선수범으로 보여야지. 안 그래?”
“네.”
“소대장은 일이 있어서 부대 올라가야 하니까. 일도가 책임지고 여기 청소 끝내놔라.”
“알겠습니다.”
김일도 병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2시간이면 되겠냐?”
“네.”
“알겠다. 수고해라.”
“네. 충성.”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대대 강당을 나섰다. 오상진이 사라지자마자 김일도 병장이 빗자루를 내려놓았다.
“아, 힘들다. 우진아.”
“상병 김우진.”
“담배 있냐?”
“네, 있습니다. 한 대 피우시겠습니까?”
“좋지. 나가자.”
“넵!”
김일도 병장과 김우진 상병이 나란히 강당 뒷문을 통해 나갔다. 그리고 남은 소대원들이 열심히 청소를 했다.
오상진이 강당 정문으로 나와 부대로 걸어가는데 박중근 하사가 나타났다.
“소대장님 담배 한 대 피우시겠습니까?”
“아뇨. 괜찮습니다.”
“그건 그렇고 준비하셨습니까?”
“뭘 말입니까?”
“에이, 소식 들었습니다. 노래하셔야 한다고 말입니다.”
그 순간 오상진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말도 마십시오. 무슨 노래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힘드시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가수는 누가 오는지 아십니까?”
“가수?”
“가수가 누가 오는지 알아야지 맞춰서 부를 것 아닙니까. 소대장님께서 준비한다고 가수가 따라 불러줄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아하!”
오상진의 눈이 번쩍였다.
“그럼 가수가 누가 오는지 누구에게 물어보죠?”
“사단 정훈장교가 알고 있지 않겠습니까.”
“사단 정훈장교? 그분을 제가 모릅니다.”
오상진이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박중근 하사도 심각한 얼굴로 생각을 했다. 그러다가 뭔가가 떠올랐는지 입을 뗐다.
“아, 작전장교! 그분께 한번 물어보시죠.”
“작전장교님 말입니까?”
“네. 그분이 자주 사단에 내려가시니까 알고 계시지 않겠습니까?”
“아, 그렇겠습니다.”
“네. 이따가 마치고 관사에 한번 찾아가십시오. 치맥 사 들고!”
“괜찮은 생각입니다.”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날 저녁, 오상진은 활동복 차림으로 치킨과 맥주를 사 들고 작전장교 관사로 향했다.
10.
작전장교는 독신으로 홀로 관사에서 지내고 있었다. 작전장교가 샤워를 마치고 샤워실에서 나왔다. 수건으로 촉촉한 머리를 닦고, 경건한 마음으로 책상 앞에 앉았다.
“후우…….”
가볍게 한숨을 내쉰 후 노트북을 펼쳤다. 바탕화면이 나오고 푸른 구슬(일명 프루나P2P)를 실행시켰다. 그리고 매우 익숙한 듯 야동 사이트를 뒤졌다. 그리고 맘에 드는 제목을 클릭한 후 다운로드를 받기 시작했다.
“후훗!”
작전장교는 안경을 추켜세운 후 다운로드 속도를 확인했다.
“30, 40, 50%……. 역시 너무 느려!”
작전장교는 다운로드 속도에 잔뜩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물론 부대 회선이 그리 좋을 리는 없었다. 끈질긴 기다림 끝에 89% 다운로드가 되었다.
“이제 11% 남았다.”
작전장교는 손을 싹싹 비비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다운로드 바를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그때였다.
똑똑똑!
순간 화들짝 놀란 작전장교는 문과 노트북 모니터를 바라보며 당황했다.
“이 시간에 누구지?”
작전장교는 자신의 성스러운 의식(?) 시간을 방해하는 사람에게 짜증이 확 일어났다.
똑똑똑!
“작전장교님 계십니까?”
작전장교는 다시 한번 문 쪽으로 시선이 갔다. 아직 다운로드는 진행 중이었다.
“안 돼. 이대로 모니터를 닫으면 멈춰 버려. 어떻게 하지?”
작전장교는 초조한 얼굴로 노트북 모니터를 바라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운로드 속도는 너무 느렸다. 결단을 내려야 했다.
“안 돼! 어떻게 받아놓은 것인데…….”
일단 다운로드 창을 밑으로 내려놓은 후 아무것도 없는 바탕화면 창만 띄워 놓았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문을 열었다.
“누구십니까?”
“작전장교님, 접니다.”
밖에는 환한 표정을 짓고 있는 오상진이 서 있었다.
“오, 오 중위…….”
“뭐하시고 계셨습니까?”
“아, 아니, 뭐……. 그런데 오 중위가 여긴 어쩐 일이지?”
“작전장교님이랑 술 한잔하려고 말입니다. 치킨과 맥주를 사 왔습니다.”
“치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