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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63화 (363/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63화

34장 적응이 필요해(5)

“참나. 넌 영창을 다녀와도 하나도 안 바뀌었구나.”

“네?”

“너 인마, 내가 예전에 알던 그 부소대장인 줄 아냐?”

“…….”

박대기 상병의 눈이 커졌다. 김 하사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그리고 이 녀석아. 너 때문에 우리 2소대가 난리가 났는데 어떻게 예전처럼 너에게 잘해주길 바라?”

“네?”

“너 정신 똑바로 차려. 네가 예전에 왕 노릇을 하던 그런 2소대가 아니야. 너 내가 쭉 지켜볼 거다. 아무튼 너 때문에 내가 중대장님께 깨진 것을 생각하면…… 어후.”

“…….”

박대기 상병은 너무 당혹스러워 말도 꺼내지 못했다. 예전에는 ‘그래, 박 상병. 그렇게만 해. 잘하고 있네.’ 이렇게 좋게만 말하던 김 하사였다.

“박대기.”

김 하사가 박대기 상병의 어깨를 툭툭 쳤다.

“네.”

“잘하자! 잘해. 너 때문에 한 번만 더 분란 일어나면 가만 안 둔다.”

그 한 마디에 박대기 상병의 기가 팍 죽었다. 그러다 무심코 자신의 어깨를 봤다. 푸른 견장이 있어야 할 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제기랄…….’

박대기 상병은 그곳에 있어야 할 푸른 견장이 없어서 허전해진 어깨가 더욱더 초라하게 느껴졌다.

6.

한편, PX를 다녀온 이은호 이병은 내무실에 들어올 때까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최강철 이병이 그런 이은호 이병을 보며 물었다.

“은호야 괜찮아?”

“네, 괜찮습니다.”

하지만 최강철 이병이 보기에는 괜찮지 않아 보였다. 즉시, 김일도 병장에게 말했다.

“김 병장님.”

“왜?”

“아무래도 은호, 의무대에 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의무대? 은호가 왜?”

“아까 박 상병을 만난 이후로 애가 너무 떨고 있습니다.”

순간 김일도 병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아, 박대기 이 자식 때문에……. 우리 애한테 뭐라 하고 지랄이야.”

그때 김우진 상병이 들어왔다.

“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박대기 상병이 은호에게 뭐라 했습니까?”

“그래!”

“아놔, 왜 그런 답니까? 영창 다녀와서도 정신 못 차린 겁니까?”

김우진 상병이 도리어 화를 냈다. 김일도 병장이 잠깐 생각을 하더니 김우진 상병을 봤다.

“우진아, 너 앞으로 박대기가 지랄하면 네가 커버 쳐. 나 없을 때 말이야.”

“걱정 마십시오. 아무리 동기 놈이라고 하지만 내 부사수를 함부로 대할 수는 없지 말입니다. 아니지 이제 동기도 아니지. 나보다 15일 늦게 전역하는데…….”

“그래, 그렇게 해. 그리고 만약에 안 먹히면 날 팔아. 그래도 안 되면 날 찾아.”

“그래도 됩니까?”

“그래! 앞으로 그 자식 우리 소대원들 못 건들게 해.”

“네, 알겠습니다.”

김우진 상병이 씨익 웃었다. 노현래 이병이 이은호 이병에게 다가갔다.

“은호야, 괜찮아?”

“괜찮습니다.”

이은호 이병이 애써 밝게 웃으며 말했지만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았다.

노현래 이병이 주머니에서 몰래 숨겨둔 초코파이를 꺼내 주었다.

“너, 이거 먹어.”

최강철 이병이 초코파이를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어? 노 이병님 초코파이 아무나 안 주시는 분인데…….”

“은호 너 많이 먹어.”

“전 괜찮습니다.”

이은호 이병이 거절했다. 노현래 이병이 억지로 건넸다.

“그래도 먹어, 인마. 이거 특별히 너에게 주는 거야.”

최강철 이병이 이은호 이병의 옆구리를 툭 치며 낮게 말했다.

“얼른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

“네. 감사합니다. 노 이병님.”

노현래 이병이 씨익 웃었다. 하지만 이은호 이병은 과자나 초코파이에 대해 트라우마가 있었다. 예전 2소대에서 억지로 먹였던 것 때문이었다.

이은호 이병이 초코파이를 만지작거렸다.

“너 왜 그거 안 먹어? 초코파이 싫어?”

노현래 이병의 물음에 이은호 이병이 당황하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 아닙니다.”

“그런데 왜?”

그때 이해진 상병이 노현래 이병에게 말했다.

“현래, 나 좀 보자.”

“이병 노현래. 네.”

이해진 상병이 노현래 이병을 한쪽 구석으로 데리고 갔다.

“현래야, 은호에게 왜 억지로 먹이려고 그래.”

“저는 안쓰러워서 말입니다.”

“너 2소대에서 은호가 무슨 짓을 당했는지 못 들었어?”

“무슨 짓을…….”

“억지로 과자랑 초코파이를 먹였다고 하잖아. 그런데 초코파이를 주면 기분 좋아하겠니?”

“아, 그렇습니까. 죄송합니다.”

“나에게 죄송할 필요는 없고, 앞으로 조심하자.”

“네. 알겠습니다.”

그런 두 사람의 대화를 김우진 상병이 귀를 쫑긋하며 다 들었다.

이은호 이병은 이렇게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1소대원들이 좋았다. 2소대에 있을 때는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사실 그 관심이 가끔은 지나치도록 많아 조금 부담도 되었다. 마치 자신이 관심병사가 된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오늘 박대기 상병을 만나고 떨고 있는 자신에게 모두가 관심을 가져주며 걱정을 해주자 너무 고마웠다.

‘이것이구나. 이것이 바로 전우애였구나.’

이은호 이병이 감동을 받아서 살짝 울컥했다. 참으려고 했지만 참지 못하고 눈물까지 핑 돌았다. 그 모습을 본 최강철 이병이 놀란 눈으로 바라봤다.

“야, 이은호 왜 울어?”

“너무 좋아서 그럽니다.”

“뭐가 좋아?”

“다들 너무 잘해주셔서 말입니다.”

최강철 이병이 피식 웃었다.

“자식, 울지 마. 그리고 우리 고참님들은 후임병이 우는 것을 별로 안 좋아해. 울지 말고 참아.”

“네, 알겠습니다.”

이은호 이병이 눈을 꾹 참았다. 그런 이은호 이병을 보면서 최강철 이병도 처음에 자대배치 받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하아, 나도 강대철 때문에 많이 힘들었는데…….’

최강철 이병은 고문관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뭘 해도 강대철과 비교가 되었다.

‘그래 은호도 많이 힘들겠지.’

최강철 이병은 그때 자신과 이입되면서 이은호 이병을 위로했다.

“괜찮아. 이제는 다른 소대잖아.”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힘든 일 있으면 나에게 말해. 내가 너 도와줄 테니까.”

“네, 알겠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씨익 웃으며 이은호 이병의 어깨를 가볍게 툭툭 두드렸다.

7.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김철환 1중대장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야, 이번 주 토요일 날 우리 부대로 위문 열차가 온단다.”

“네?”

“갑자기 말입니까?”

다들 놀라고 있었다. 오상진이 물었다.

“그런데 왜 우리 대대입니까?”

“아, 원래는 1군단 쪽으로 가려고 했는데 갑자기 사단장님께서 우리 부대로 돌렸어.”

“예? 왜 그럽니까?”

김철환 1중대장이 눈을 반짝였다.

“아무래도 오상진 너 때문인 것 같은데.”

“에이, 설마 그러겠습니까?”

오상진은 믿지 않았다. 하지만 주위에 있는 간부들은 다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야, 아니야. 너 때문이야.”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위문열차라는 말에 연예인들이 떠올랐다. 특히 4소대장은 눈빛을 반짝이며 물었다.

“위문열차라면 누가 온다고 합니까?”

3소대장도 맞장구를 쳐줬다.

“요즘 유명한 여자 걸그룹이 누구지?”

“팡클 아닙니까.”

“팡클? 그렇지! 이번에 온답니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3소대장과 4소대장이 웃고 얘기하다가 갑자기 이미선 2소대장을 의식했다.

“아, 맞다. 누가 오더라도 전 관심 없습니다.”

“하하하,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미선 2소대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왜 여자 연예인만 옵니까? 남자 연예인은 안 옵니까?”

3소대장아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2소대장이 뭘 몰라서 그러는데 위문열차에 남자 연예인 오면 안 됩니다. 오면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지 아십니까?”

“…….”

이미선 2소대장이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남자 연예인들이 나타나면 분위기가 갑자기 싸늘해집니다. 아무도 호응을 안 해주죠. 물론 가끔은 남자 솔로가수들이 나와서 노래만 부르고 갑니다. 그것도 그 사람들 인기보다 이제 막 들어온 신입 걸 그룹이 더 뜨겁습니다. 무엇보다 요즘 뜨고 있는 핫한 스타들도 마다 않고 온답니다.”

“정말입니까?”

“네. 오죽하면 이런 말도 있습니다. 위문열차는 스타 등용문이라고 말입니다.”

“네? 그런 말도 있습니까?”

“당연하죠.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가수들이 그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장병들이 있는 격오지까지 마다하지 않고 오는 이유가 다 있는 겁니다. 바로 신인 시절 자신들의 노래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줬던 장병들의 고마움 때문입니다.”

“아…….”

이미선 2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말입니다. 연예가에는 ‘위문열차 무대에서 장병들의 인정을 받으면 바로 스타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는 설이 있습니다.”

4소대장이 자신 있게 말했다. 이미선 2소대장이 눈을 깜빡였다.

“그런데 4소대장님은 어떻게 그걸 다 압니까?”

“하하핫! 저야 걸어 다니는 안테나 아닙니까.”

4소대장의 어깨가 으쓱했다.

“야야, 잡담 그만하고, 아무튼 대대 강당 청소해야 하니까. 오상진이 1중대 애들 데리고 가서 청소해 놔.”

“알겠습니다. 위문열차가 몇 시에 오는 겁니까?”

“금요일 날 올 거다.”

“그럼 내일까지 끝내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야지.”

오상진이 달력을 봤다. 오늘이 화요일이고 목요일까지 끝내놓으려면 이틀밖에 시간이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 1중대가 전부 투입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해. 어차피 다른 중대는 파견이다. 다른 훈련 일정이 잡혀 있어서 빼지 못할 거다.”

“알겠습니다.”

회의를 마치고 행정반으로 왔음에도 3소대장과 4소대장은 위문열차에 대해서 얘기를 했다. 그들을 바라보는 이미선 2소대장은 살짝 서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예인 두 번만 오면 난리가 나겠습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2소대장이 이해를 해주십시오. 우리 여기에 임관하고 위문열차는 처음입니다. 그런데 군대에서 연예인을 본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입니까. 몇 번 적응하고 나면 괜찮아질 것입니다.”

“그런데 1소대장님은 딱히 좋아하는 눈빛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 그리 봤습니까? 저도 기분 좋습니다. 그런데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연예인이 있는 것은 아니라서 말이죠.”

“그러십니까?”

이미선 2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오상진이 가볍게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나도 어릴 적에는 연예인을 좋아했죠. 그런데 몇 번 겪다 보면 무뎌집니다. 게다가 무대에 올라 얼굴도 비치는 것이 솔직히 귀찮습니다.’

오상진은 회귀 전에도 저런 일을 몇 번 겪었다. 그래서 딱히 좋아하지는 않았다. 저게 다 일이고, 전부 귀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저 때는 좋을 수도 있지.’

오상진은 피식 웃으며 자신의 자리로 갔다.

8

그날 오후 한소희와 잠깐 통화를 했다.

-네? 위문열차요?

“네. 갑자기 잡혔네요.”

-그럼 여자 연예인들 오고 막 그러겠네요.

“글쎄요. 요즘 인기 있는 연예인들이 잘 오겠습니까? 뭐, 새로 데뷔하는 신인 걸 그룹이면 모를까. 누군지는 잘 모르겠지만 관심도 없습니다.”

-그래요? 그래도 상진 씨 가수들 춤추는데 가서 그러는 거 아니죠?

“물론이죠. 명색이 소대장인데……. 그럴 수는 없죠. 저는 제 자리만 지킵니다. 무대는 아무나 올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가끔씩 병사들이 장기 자랑하러 올라가지만 장교들은 안 올라갑니다.”

-그런 거죠?

“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알겠어요.

그렇게 오상진은 한소희와 통화를 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오상진과 각 소대장, 1중대는 대대 강당으로 가서 청소를 했다. 강당 안에는 무척 넓었다. 그런데 여기저기 먼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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