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62화
34장 적응이 필요해(4)
“박대기! 너 까불지 말고 앞으로 똑바로 해. 너로 인해서 소대에 한 번만 더 문제가 생기면 내가 먼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 그때는 영창으로 끝내지 않을 거야. 알았어?”
이미선 2소대장의 싸늘한 말투에 박대기 상병이 곧바로 대답했다.
“네, 네에. 알겠습니다.”
박대기 상병이 당황했다. 그리고 이미선 2소대장의 시선을 피하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뭐야, 시발.’
4.
그 시각 4소대장은 행정반에서 잔뜩 걱정을 하고 있었다.
“정말 걱정이 됩니다.”
그 소리에 3소대장이 물었다.
“뭐가 말입니까?”
“박대기 상병 말입니다. 2소대장이랑 단둘이 같이 있어도 괜찮겠지 말입니다.”
“에이, 박대기 상병이 미치지 않고서야. 뭔 짓거리를 하겠습니까.”
“그건 그렇지만…….”
4소대장은 그런 것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었다.
“3소대장님도 보셨다시피 우리 2소대장 딱 봐도 여리고, 누가 봐도 싫은 소리 못할 것 같고 말입니다. 그런 2소대장인데 박대기 상병이 만만하게 보지 않을까, 그게 걱정입니다.”
4소대장의 걱정스러운 말투에 3소대장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내가 봐도 그런 것이 없잖아 있습니다. 짬 좀 먹은 병사들은 신임소대장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죠.”
“내 말이 그 말입니다. 1소대장님께서 가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4소대장의 물음에 오상진이 한숨을 내쉬었다.
“흐음, 그게…….”
오상진이 막 말을 하려는데 행정반 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이들은 이미선 2소대장과 박대기 상병이었다.
그들의 등장에 4소대장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면담 끝났습니까?”
“네.”
이미선 2소대장은 별일 없었다는 듯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반면 박대기 상병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오상진이 박대기 상병을 보며 물었다.
“박대기 상병, 면담 잘했냐?”
“아, 예에…….”
박대기 상병의 대답을 듣고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선 2소대장이 바로 말했다.
“그럼 전 박 상병 데리고 내무실에 가겠습니다.”
“네.”
“그렇게 하시죠.”
“가자, 박대기.”
“네.”
이미선 2소대장이 박대기 상병을 데리고 2소대 내무실로 향했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4소대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저거 괜찮은 거죠?”
“그러게 말입니다. 딱 보니 너무 괜찮은 것 같습니다.”
3소대장이 말했다. 오상진도 피식 웃었다.
“전혀 걱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딱 보니 2소대장이 박 상병을 꽉 잡은 것 같지 말입니다.”
“그래 보였습니까?”
“네. 4소대장은 그리 보이지 않았습니까?”
“아, 아니, 제 눈에도 그리 보여서…….”
“그럼 됐지. 않습니까. 너무 걱정 마십시오.”
“아, 네에…….”
4소대장이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그럼 오후 훈련 때문에 저 먼저 나가보겠습니다.”
“네, 수고하십시오.”
오상진이 행정반을 나갔다. 그 뒤로 3소대장 4소대장도 오후 훈련을 위해 움직였다.
5.
이미선 2소대장이 2소대 내무실로 들어갔다.
“다들 주목.”
그 소리에 모두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그중 강인한 상병은 이미선 2소대장의 뒤에 서 있는 박대기 병장을 확인하곤 표정이 굳어졌다. 순식간에 내무실의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이미선 2소대장 역시 그런 분위기를 느끼며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뭐야? 소대장이 내무실에 왔는데 어떤 제스처도 없는 거야?”
그 순간 강인한 상병이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충성, 2소대 휴식 중.”
“쉬어.”
“쉬어.”
이미선 2소대장이 강인한 상병에게 시선이 갔다.
“강인한 분대장”
“상병 강인한.”
“자넨 소대장이 내무실에 들어왔는데 아무것도 안 하고 있으면 돼?”
“죄송합니다.”
“분대장은 별거 아니야. 기본만 하면 돼. 기본! 그것도 못해서야 제대로 된 소대라고 할 수 있겠어?”
“…….”
강인한 상병은 할 말이 없었다. 이미선 2소대장은 굳은 얼굴로 입을 뗐다.
“소대장이 강조하고 싶은 것이 뭔지 이제 알겠지? 기본이야, 기본!”
“네, 알겠습니다.”
“그래.”
이미선 2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인 후 곧바로 표정을 풀었다. 그리고 다시 화사한 표정으로 바뀌며 말했다.
“2소대는 뭐하고 있었어?”
“점심 먹고 휴식을 취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래?”
이미선 2소대장이 힐끔 시계를 확인했다. 12시 40분을 향하고 있었다.
“13시부터 오후 일정 시작이지?”
“네.”
“오후에도 오전과 마찬가지로 철조망 설치야?”
“네, 그렇습니다.”
“알겠어. 오후에는 소대장도 참가 하도록 하겠다.”
“네.”
“그리고 박대기 들어와.”
이미선 소대장 뒤에 쭈뼛쭈뼛 서 있던 박대기 상병이 앞으로 나왔다. 2소대원들의 표정이 삽시간에 굳어지며 서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이미선 2소대장이 입을 뗐다.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2소대 소대장으로 온 이상. 지난 일은 모두 잊고 새롭게 출발했으면 좋겠다. 소대장 역시도 지난날은 묻지 않겠다. 앞으로 분란 없도록 잘하고, 인한이도 잘 챙겨 주고.”
“네.”
“대기는 네 자리로 가.”
박대기 상병이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이미선 2소대장이 내무실을 쭉 훑어본 후 강인한 상병을 봤다.
“특별히 보고할 내용은 없지?”
“네, 없습니다.”
“알았어, 소대장은 간다.”
“충성.”
“그래.”
이미선 2소대장이 내무실을 나갔다. 소대장이 나간 내무실은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은 내무실 안 소대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박대기 상병에게 향해 있었다.
“시발, 뭘 봐!”
박대기 상병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그러자 강인한 상병이 나섰다.
“박 상병님 분위기 어색하게 만들지 말고 짐이나 푸십시오.”
“뭐, 인마?”
박대기 상병이 도끼눈을 떴다. 하지만 강인한 상병도 물러서지 않았다.
“짐 푸시라고 말했습니다. 제 말 못 들었습니까?”
“하아, 나 시발…….”
“욕 하지 말고 그냥 짐이나 푸십시오.”
“너, 진짜…….”
박대기 상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강인한 상병을 바라봤다. 강인한 상병도 눈을 똑바로 뜨며 바라봤다. 그러자 먼저 꼬리를 내린 사람은 박대기 상병이었다.
“그래, 됐다.”
박대기 상병이 짐 정리를 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살아 있었다. 2소대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는 눈치였다.
‘그래, 강인한 분대장 달았다. 이거지? 나 박대기 아직 안 죽었다 이 말이야.’
박대기 상병이 속으로 씩씩거렸다.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강인한 상병이 다른 소대원들에게 한마디 했다.
“야, 뭐하냐. 오후 훈련하러 나가야지.”
“네.”
“알겠습니다.”
강인한 상병 한마디에 2소대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본 박대기 상병이 속으로 욕을 내뱉었다.
‘젠장…….’
박대기 상병은 돌아오긴 했는데 뜻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박대기 상병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인한 상병이 물었다.
“어디 가십니까?”
“시발, 내가 그런 것까지 너에게 보고 해야 하냐?”
“…….”
박대기 상병이 한마디 쏘아붙이고는 내무실을 나갔다. 점심도 먹지 못한 터라 배가 고파 곧장 PX로 향했다.
PX 입구에 도착한 박대기 상병은 그곳에서 뜻밖에 인물을 마주했다.
“어? 너…….”
그것은 바로 이은호 이병이었다. 이은호 이병도 움찔하며 놀랐다. 박대기 상병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너 이 새끼…….”
그때 PX 안에서 최강철 이병의 음성이 들려왔다.
“은호야, 왜 안 들어와? 빨리 버리고 들어와.”
“네, 알겠습니다.”
이은호 이병이 박대기 상병을 무시하며 쓰레기통에 쓰레기를 버리고 다시 PX에 들어가려 했다.
“야, 이은호.”
“이병 이은호.”
“넌 고참을 보고 그냥 가냐?”
“추, 충성…….”
이은호 이병이 두려운 눈빛으로 경례를 했다. 그때 PX 안에 있던 최강철 이병이 이상함을 느끼고 입구로 나왔다. 박대기 상병을 보고 움찔했다.
“바, 박 상병님…….”
박대기 상병이 최강철 이병을 봤다.
“하아, 요즘 것들은 고참을 보면 인사도 없는가 보네. 야, 지금 뭐 하냐?”
“충성.”
최강철 이병이 얼른 경례를 했다. 박대기 상병은 살짝 어이없어하며 말했다.
“야, 너희들 이등병 아냐? 이등병 새끼들이 PX를 들락거려도 돼? 너희 소대는 그딴 식으로 가르쳐?”
박대기 상병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그런데 박대기 상병 뒤에서 김일도 병장의 음성이 들렸다.
“미안한데 우리 소대에서는 그렇게 안 가르친다. 내가 데리고 온 건데 불만이냐?”
순간 깜짝 놀란 박대기 상병이 몸을 돌렸다. 김일도 병장이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서 있었다.
“기, 김 병장님…….”
“야, X새끼야. 네 눈에는 고참이 안 보이냐?”
“충성…….”
“됐고! 너 이 새끼, 뭐야. 왜 우리 소대원들에게 큰 소리야.”
“아닙니다.”
“아니긴, 내가 뒤에서 다 봤는데. 너 아직 정신 못 차렸냐? 영창 한 번 더 갈래?”
“…….”
박대기 상병은 잔뜩 인상을 쓴 채로 서 있었다. 김일도 병장은 원래 예전부터 박대기 상병을 한 번 찍어 누를 생각이었다. 그런데 분대장 견장을 차고 있어 참고 지내던 상태였다.
그런데 영창을 갔다 돌아온 박대기 상병은 이제 분대장도 아니었다. 그런 상태에서 1소대원들을 갈구는 모습에 한마디 할 생각이었다.
“야, 박대기.”
“상병 박대기.”
“네가 뭔데 우리 소대 애들 갈궈?”
“…….”
“마, 대답해 보라고. 왜 갈궈.”
“아닙니다.”
“아니긴, 새끼야. 너 앞으로 우리 소대 애들 갈구는 모습 내 눈에 띄기만 해봐. 아작 내버릴 테니까. 알았어?!”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은호, 이제 우리 소대다. 은호랑 눈도 마주치지 마라. 은호에게서 뭔 소리만 나오기만 해봐. 내가 영창 가는 한이 있더라도 너 반 죽여 버릴 테니까. 알았냐.”
“예, 알겠습니다.”
김일도 병장이 최강철 이병과 이은호 이병이 있는 곳으로 갔다.
“야, 들어가자.”
“네.”
“만두도 돌렸냐?”
“네. 이미 돌려놨습니다.”
“아, 저 새끼 때문에 라면 불었겠네.”
“괜찮을 겁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박대기 상병이 이를 빠드득 갈았다.
“아놔, 이게 뭐야.”
박대기 상병은 몸을 돌려 다시 부대로 내려갔다. 지금 상황에서는 PX에서 밥 먹는 것도 힘들 것 같았다. 부대로 막 들어가려는데 김 하사가 나타났다.
“야, 박대기.”
“어? 충성.”
“너 복귀했다는 소식은 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뭐 하냐?”
“아니, 뭐…….”
박대기 상병이 우물쭈물했다.
“아무튼 잘 돌아왔다.”
그래도 영창에 가기 전 나름 친하게 지냈던 김 하사는 박대기 상병을 반갑게 맞이해 줬다.
그런 김 하사에게 박대기 상병은 기다렸단 듯 죽을상을 하며 하소연하기 시작했다.
“김 하사님. 요새 부대 왜 이럽니까? 저 지금 죽겠습니다.”
“왜?”
“보는 사람마다 저에게 시비를 걸고 말입니다. 조금 전에는 소대장님과 면담을 했는데 소대장님도 저를 안 좋아하시는 것 같고 말입니다. 불편해 죽겠습니다.”
아무리 영창을 다녀왔기로서니 이건 너무하다고 생각하는 박대기 상병이었다. 돌아와 보니 자기편이 하나도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그런 면에서는 김 하사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였다. 사실 김 하사는 전 2소대장 때문에 박대기 상병이랑 어울려 줬던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2소대장이 바뀐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