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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61화 (361/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61화

34장 적응이 필요해(3)

시간은 어느덧 흘러 11시 반이 되었다.

“자, 훈련 종료. 집합!”

오상진의 말에 훈련 중이던 소대원들이 공터로 모였다. 그사이 오상진이 이미선 2소대장을 보며 물었다.

“오늘 훈련 어땠습니까? 조금 도움은 되셨습니까?”

“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1소대장님”

“아닙니다. 언제든지 궁금한 것이 있다면 물어보십시오.”

“네.”

오상진이 공터에 모인 소대원들 앞에 섰다.

“오늘 오전 다들 고생 많았다. 오후에도 오전과 같이 움직일 테니 점심 잘 먹고 충분히 휴식을 취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일도야.”

“병장 김일도.”

“애들 인솔해서 부대로 가자.”

“네.”

김일도 병장과 강인한 상병이 각자 소대를 인솔해 부대로 이동했다. 그 뒤에 오상진과 이미선 2소대장이 걸어갔다. 그때 이미선 2소대장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저기 1소대장님.”

“네.”

“박대기 상병은 왜 영창에 간 것입니까?”

“혹시 기록 못 봤습니까?”

“봤습니다, 가혹 행위로 인한 영창이라는 것만 확인했습니다.”

“으음, 박대기 상병이 가혹 행위에 의해서 영창 간 것은 맞습니다. 사실 전임 소대장이 소대 관리를 좀 잘못했습니다. 그때 박대기 상병이 너무 일찍 분대장을 달면서 의욕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그런 과정에 새로 들어온 신병에게 지속적인 가혹 행위가 있었습니다. 그 과정에 신병이 하마터면 큰 사고가 날 뻔했습니다.”

“아…….”

이미선 2소대장이 이해가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그래서 박대가 상병이 분대장에서 내려온 것입니까?”

“네. 강인한 상병이 잘할 겁니다.”

“저도 강인한 상병 맘에 듭니다. 그런데 박대기 상병…… 얘를 어떻게 하죠?”

이미선 2소대장은 살짝 겁이 난 얼굴로 물었다. 왜냐하면 기껏 소대장을 달고 왔는데 그 소대에 말썽을 일으킨 녀석이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가혹 행위로 영창까지 가 있는 상태였다. 이미선 2소대장은 박대기 상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상황이었다.

“저도 그 부분이 걱정됩니다.”

오상진도 조금 걱정이 되었다.

“박대기 상병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이미선 2소대장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어쨌든 제가 맡은 소대인데 제가 해결을 봐야죠.”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마음이 편하고 든든합니다.”

“왜, 여자 소대장은 설렁설렁할 것이라 생각했습니까? 저는 안 그렇습니다. 저 학군단에서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하하하,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2소대장이 잘할 거라 믿고 있습니다.”

“네. 저도 훈련 열심히 받았습니다. 물론 병사관리에 대한 교육도 철저히 받았고 말입니다.”

“물론이죠. 잘하실 것입니다.”

“제가 힘들다 싶을 때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때 도움을 주십시오.”

“그렇게 하죠.”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오전 훈련을 마친 오상진이 행정반으로 향했다. 곧이어 이미선 2소대장도 들어왔다. 그런데 4소대장의 눈빛이 따가웠다.

“두 분 잘 하고 오셨습니까?”

“네.”

“좋았겠습니다.”

4소대장의 뜬금없는 질문에 오상진이 눈을 크게 떴다.

“네?”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는 겁니다.”

4소대장은 시무룩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면서 낮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칫, 나도 잘 알려줄 수 있는데…….”

1중대 2소대가 단독군장 차림으로 오전 훈련을 마치고 내무실로 복귀했다.

그런데 내무실로 들어오는 소대원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분위기가 그 어느 때보다 무겁고 딱딱했다.

특히 분대장인 강인한 상병의 얼굴이 몹시 어두웠다.

“야, 장구류 정리하고 점심 먹을 준비해라.”

“네.”

2소대원들이 말없이 장구류를 정리했다. 강인한 상병도 자신의 장구류를 침상에 내려놓았다. 방탄 헬멧에 장구류를 둘러놓은 후 몸을 돌렸다.

담배 한 대를 피울 요량으로 나가려는데 뭔가가 눈에 거슬렸다.

“야, 이 활동화 누구 거냐.”

강인한 상병이 밖으로 삐져나온 활동화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상병 박중훈.”

강인한 상병의 얼굴이 홱 돌아갔다.

“야, 새끼야. 상병이면 밑에 애들에게 모범을 보여야지. 활동화를 이딴 식으로 두고 있어. 이러고 밑에 애들에게 뭐라고 할래?”

“아닙니다.”

“제발 정신 좀 차리자.”

“네, 알겠습니다.”

박중훈 상병의 얼굴이 굳어졌다. 강인한 상병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저 관물대는 누구 거야?”

“일병 박유하.”

“지저분하게 저게 뭐야. 정리해.”

“네.”

“그리고 모포 각 봐라. 이것들이 요즘 살 만하지!”

“아닙니다.”

일병들과 이등병들이 후다닥 움직였다. 강인한 상병은 오늘따라 유난히 예민하게 굴더니, 잔뜩 인상을 쓰며 내무실을 나갔다. 그가 나간 순간 내무실에서 누군가의 깊은 한숨이 흘러났다.

“하아……. 오늘따라 강 상병님 신경이 날카롭습니다.”

“아까 훈련할 때도 유독 성질을 많이 내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이인수 상병이 한심하다는 얼굴로 말했다.

“너희들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거냐?”

이인수 상병의 한마디에 2소대원들이 전부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하아, 너희들 진짜……. 오늘 박대기 상병 복귀하는 날인 것을 잊었냐?”

“아, 맞다.”

“그렇구나.”

“하긴 강 상병님 마음이 뒤숭숭하겠다.”

2소대원들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이인수 상병이 입을 뗐다.

“너희들 앞으로 줄 잘 서라. 박대기 상병 복귀한다고 해도 지금 상황은 변하지 않아. 알겠냐!”

“네, 알겠습니다.”

“확실히 하란 말이야. 분대장 바뀐 거 알지?”

“네.”

“라인 꼬이기만 해봐. 내가 가만 안 둬!”

“알겠습니다.”

한편, 오상진은 자신의 책상에 앉아 달력을 바라봤다. 오늘 날짜에 빨간색으로 X자 표시와 함께 박대기라고 적혀 있었다.

“오늘 박대기 상병이 복귀하는 날이네.”

오상진이 고개를 들어서 맞은편에 있는 이미선 2소대장을 봤다.

“2소대장님.”

“네.”

“오늘 박대기 상병 복귀하는 날입니다.”

“박대기? 아, 영창 갔다던…….”

“네. 오늘 면담하시겠습니까?”

이미선 2소대장이 잠깐 고민을 했다.

“으음…… 아무래도 사고치고 복귀를 한 거니 바로 면담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럼 제가 좀 도와드립니까?”

“아뇨, 제가 한번 해보고, 안 되면 그때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미선 2소대장은 뭐가 그리도 좋은지 오늘따라 콧노래까지 흥얼거리고 있었다. 그런 이미선 2소대장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

‘기분 좋은 것은 이해가 되는데……. 너무 안이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네.’

오상진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 시각 부대 옆쪽으로 헌병대 차량이 도착을 했다. 헌병대가 내리고, 곧바로 박대기 상병이 내렸다. 헌병대는 그 길로 1중대 행정반으로 향했다.

“충성. 박대기 상병 데리고 왔습니다.”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 수고했다.”

“충성.”

헌병대가 경례를 한 후 다시 사라졌다. 오상진은 박대기 상병을 바라봤다.

“고생했다. 여기서 잠시 대기하도록.”

“네.”

박대기 상병이 의자로 가서 앉았다. 그리고 오상진이 행정반을 나가 중대장실로 갔다.

똑똑똑!

오상진이 문을 연 후 김철환 1중대장에게 말했다.

“중대장님. 박대기 상병 복귀했습니다.”

“그래?”

“네. 여기로 데려옵니까?”

“아니야. 행정반에 둬. 내가 직접 가지.”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나가고 잠시 후 김철환 1중대장이 나왔다. 행정반으로 간 김철환 1중대장은 박대기 상병을 발견했다.

“박대기.”

박대기 상병이 움찔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충성!”

“됐어. 복귀 신고 안 해도 돼. 그보다 영창 가 보니 어때?”

“괜찮았습니다.”

“괜찮았다고? 자식! 아무튼 고생했고, 이제는 사고치지 말자! 너도 제때 제대해야 할 것 아니야.”

“네.”

“중대장이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는 거야. 다음에 또 이러면 그땐 중대장도 어떻게 막아줄 수가 없어.”

“네, 알겠습니다.”

“그래, 얼굴 봤으니까. 됐다.”

김철환 1중대장이 이미선 2소대장을 바라봤다.

“2소대장.”

“네.”

“자네가 내무실로 데리고 가.”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나갔다. 박대기 상병이 오상진과 시선이 마주쳤다. 순간 움찔하며 시선을 피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는데 2소대장 자리에 예쁘장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아까 중대장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보니 저 여자가 이번에 새로 온 2소대장인 것 같은데…….’

이미선 2소대장을 보는 박대기 상병의 눈빛이 달라졌다. 이미선 2소대장이 박대기 상병을 봤다. 자리에서 일어나 박대기 상병에게 걸어가 오른손을 내밀었다.

“네가 박대기 상병이구나. 반갑다. 내가 2소대장이야. 너의 소대장이지.”

“네. 안녕하십니까.”

박대기 상병이 얼떨결에 악수를 했다.

“너 영창 갔다 왔다면서.”

“예.”

“무슨 사고를 쳐서 영창에 다녀왔어?”

“…….”

이미선 2소대장은 사근사근하게 얘기했다. 그런데 박대기 상병이 대답을 하지 못했다.

“뭐, 말하지 않아도 돼. 대충 얘기는 들었으니까. 그보다 내무실 복귀하기 전에 나랑 면담 좀 할까?”

이미선 2소대장이 자신의 자리에서 다이어리를 챙겨서 말했다.

“따라와.”

박대기 상병이 우물쭈물했다. 오상진이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뭐해, 안 따라가고.”

“네. 충성!”

박대기 상병이 이미선 2소대장을 따라 갔다. 이미선 2소대장은 상담실 문을 열쇠로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자, 박대기 상병이 들어왔다.

“여기로 와서 앉아.”

“네.”

박대기 상병이 자리한 후 이미선 2소대장이 빤히 쳐다봤다.

“너, 남자답게 생겼구나.”

이미선 2소대장은 환한 얼굴로 박대기 상병에게 말했다. 박대기 상병은 순간 속으로 생각했다.

‘뭐야, 2소대장이 바뀌었다는 소리를 듣긴 했는데 여자 소대장이잖아. 그럼 뭐…… 후후후.’

박대기 상병은 여자 소대장이라는 것에 뭔가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이미선 2소대장이 부드러운 미소로 말했다.

“소대장도 대충 얘기는 들었어. 왜 그랬어.”

이미선 2소대장은 계속해서 타이르듯 좋게 말했다. 그러자 박대기 상병이 곧바로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전 정말 억울합니다. 실은 전임 소대장님께서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한 것입니다.”

“그래? 이은호 이병을 갈군 것도?”

“그것도 전 2소대장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관심 주지 말라고……. 저는 그래도 많은 관심을 가졌습니다.”

“관심을 가졌어? 갈군 것이 아니라?”

“네. 관심이 있어야 갈구는 것이죠. 관심도 없는데 그러겠습니까?”

“네 생각은 그렇다?”

“네.”

박대기 상병이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자 이미선 2소대장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어라, 이 녀석 봐라. 걸핏하면 전 2소대장을 걸고넘어지네. 영창을 다녀왔음에도 반성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고 말이야. 아니면 날 물로 보고 있나?’

이미선 2소대장이 잠깐 고민을 한 후 입을 열었다.

“만약에 말이야. 소대장이 뭔가를 지시했어. 그런데 문제가 생겼어. 그럼 그때도 소대장을 팔아먹겠네?”

“어! 아닙니다. 전 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것이 아닙니다.”

박대기 상병이 당황했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여태까지 내가 말한 것은 너의 잘못이 아니다. 무조건 전 소대장이 잘못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고 있잖아. 안 그래?”

“그건 그렇지만…….”

이미선 2소대장의 똑 부러진 말에 박대기 상병은 할 말을 잊었다.

“아니면 소대장이 여자라고 우습게 보이는 거야?”

“아, 아닙니다.”

“너 소대장이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모르지. 여기까지 내가 쉽게 왔을 것 같아?”

“…….”

이미선 2소대장의 표정이 조금 전과 달리 무섭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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