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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58화 (358/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58화

33장 신입 소대장 받아랏!(10)

“침대도 있고, 형이 쓰는 책상도 있네요. 뭔가 필요하지도 않는데, 그냥 두세요. 지금 이 상태로도 충분해요.”

“아니야, 그래도 형이 쓰는 물건이라 좀 그래. 내일 낮에 백화점에 가자.”

“절대로 괜찮아요. 저도 뭐 특별히 가지고 싶은 것도 없고요.”

“그래도 이건 아니지.”

주혁이가 미안한 얼굴로 말했다.

“그냥 이대로도 충분해요, 형!”

오상진이 고개를 돌려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인마, 형이 해주고 싶어서 그래. 걱정 말고, 넌 형이 시키는 대로 하면 돼. 알았지?”

“…….”

주혁은 말이 없었다. 그런 주혁을 보고 오상진이 말했다.

“인마, 얼굴이 왜 그렇게 울상이야. 웃어, 인마!”

“……네.”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주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모습을 뒤에서 신지애가 흐뭇하게 바라봤다. 그녀 곁으로 신순애가 다가왔다.

“언니. 우리 상진이가 언제 저렇게 컸대?”

“그러게 말이야.”

“언니는 좋겠어요.”

신지애가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신순애가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 나도 말년에 무슨 복인지 모르겠다. 아무튼 자식 복은 있네.”

“자식 복은 차고 넘치지, 우리 언니.”

신순애가 환하게 웃으며 신지애를 안아주었다. 그렇게 두 사람은 말없이 서로를 안았다.

오상진이 2층 베란다로 나가 전화를 걸었다. 그가 전화를 걸 사람은 딱 한 명이었다.

“네, 소희 씨.”

-상진 씨, 이 시간에 전화도 하고. 무슨 일 있어요?

“아니, 할 얘기가 있었어요. 우리 내일…….”

오상진이 막 말을 하려는데 한소희의 음성이 먼저 들려왔다.

-우리 못 만나요? 남친 너무하네. 나 또 바람맞히고…… 힝.

한소희 음성에 실망감이 가득했다.

“아, 그게 아니에요.”

오상진이 당황하며 바로 말했다.

-그게 아니면 뭐예요?

“내일 점심 먹고 만나면 안 되는지 물어보려던 참이었어요.”

-점심 지나서요? 왜요? 난 아침 일찍 보고 싶은데요. 아니, 지금도 보고 싶어요.

한소희의 음성은 이미 차가워져 있었다. 그러나 오상진을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은 진짜였다. 오상진은 어떻게든 말을 하려고 했다.

“미안해요. 실은 우리 집에…….”

오상진이 주혁이가 온 것을 얘기했다. 그리고 그 사정까지도 차근차근 설명을 해줬다.

-아, 사촌 동생이 한 명 더 오는 거였어요? 그렇게 되면 상진 씨가 더 불편한 거 아니에요?

“저는 거의 집에 오지 않는데 괜찮아요.”

-그래요. 그럼 어머님이나 나머지 동생분들은 어때요?

“그 녀석들이야, 워낙에 좋아하니까.”

-그렇구나.

“소희 씨.”

오상진이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네?

“우리 소희 씨가 무슨 걱정하는 것은 알겠는데 내가 예전에 말했잖아요. 이모와 이모부가 저에게 어떤 존재인지 말이에요.”

-알고 있어요.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괜찮아요. 오히려 집이 북적거리고 좋잖아요. 뭐, 우리 엄마는 좀 고생을 하겠지만…….

-사촌 둘이 다 올라왔으면 어쩜 이모까지 같이 살겠다고 올라오는 것 아니에요?

“하하하, 그렇게 되어도 전 상관없는데요.”

-아니, 왜요?

“전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니까요.”

-그럼 상진 씨는요? 방 다 주고 나면 어디서 지내려고요?

“뭐, 정 힘들면 근처에 제가 살집을 하나 구하면 되죠.”

그러자 한소희의 한층 밝아진 목소리가 바로 들려왔다.

-찬성!

오상진이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을 이해시키기 위해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소희 씨가 무슨 걱정하는 거 알겠는데 내 마음도 이해해 주세요. 나는 우리 이모가 진짜 부모님과 똑같아요.”

-알겠어요. 무슨 말 하는지 이제 아무 말도 안 할게요.

“고마워요. 이해해 주셔서.”

-내가 상진 씨를 너무 좋아하긴 하나 봐요. 이런 것까지 다 이해하는 것을 보면요.

“무슨 소리예요. 제가 더 좋아…… 아니, 사랑한다니까요.”

-으음, 아무튼 못 말려요. 여자 마음 흔드는 학원이라도 다녔어요?

“후후, 전 오직 소희 씨에게만 이래요.”

-그 말 믿어도 되죠?

“당연하죠!”

-알았어요. 아무튼 오늘 힘들었겠다. 어서 쉬어요.

“네, 소희 씨 그럼 내일 낮에 봐요.”

-네.

오상진이 휴대폰 수화기에다가 ‘쪽’ 했다. 그리고 빠르게 휴대폰을 끊었다.

“역시 우리 소희 씨는 뭘 해도 귀엽다니까.”

오상진이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피식 웃었다. 휴대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고 몸을 돌렸는데 그곳에서 익숙한 누군가를 발견했다.

“어…….”

베란다 의자에 앉아 있던 주희와 눈이 딱 마주쳤다. 순간 오상진은 조금 전 한소희와 통화했던 것을 떠올렸다.

“하하, 하하하……. 주희 너 언제부터 여기 있었니?”

“오빠 오기 전부터요.”

순간 오상진의 얼굴이 붉게 타올랐다. 다행히 어두운 밤이라 주희에게 이것까지는 들키지 않았다.

“그래? 너 혹시…… 오빠 통화하는 거 다 들은 것은 아니지?”

“아니, 다 들었는데…….”

“들었어?”

오상진의 눈이 커졌다. 주희가 자리에서 일어나 베란다를 나가려고 했다.

“주희야, 잠깐만…….”

“왜요?”

“진짜 다 들었어?”

“네. 듣고 싶지 않았는데 다 들리더라고요. 그런데 내가 나가려고 하면 오빠에게 들킬 것 같아서요. 뭐, 어쨌든 들켰지만…….”

오상진의 낯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그, 그랬구나.”

“그런데 오빠도 연애는 하긴 하나 봐요. 아주 닭살스럽던데요.”

“하하하……. 그, 그렇지. 그런데 누구에게 말할 거야?”

“누구에게요?”

“가령, 정진이나…… 상희나…….”

“뭐, 생각해 보고요.”

주희가 다시 나가려고 했다. 오상진이 황급히 주희에게 달려갔다.

“주, 주희야.”

“왜요?”

“혹시 용돈은 필요하지 않니?”

오상진이 어색하기 미소를 지으며 주희를 바라봤다.

“필요 없어요. 그리고 오빠의 연애를 떠벌리고 다니지 않을 테니까. 걱정 마세요. 또한 이런 거로 협박도 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 그래도 오빠가 성의로…….”

“괜찮아요. 아무튼 전 다시 공부하러 가요.”

주희가 베란다를 나가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오상진은 민망한 얼굴로 베란다를 나왔다.

“후우, 진짜 독립을 해야 하나.”

오상진은 이번 일을 계기로 독립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늦은 시각, 오상진은 알파룸에 자리를 폈다. 그 뒤에 신순애가 나타났다.

“상진아, 그냥 오늘은 네 방에서 자렴. 주혁이 정진이랑 자면 돼.”

신순애가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 오상진은 자리를 다 편 후 고개를 들어 신순애를 바라봤다.

“엄마, 그래도 주혁이가 그냥 방 쓰라고 해요. 그러면 주혁이 민망해해요.”

“네 맘은 알겠는데……. 엄마가 미안해서 그러지.”

“진짜 엄마도 참……. 전 정말 괜찮아요. 그러니 너무 걱정 마세요.”

“그래, 알았다. 그런데 여기 보일러는 들어오니?”

“네. 제가 체크했어요.”

“다행이다. 쉬어라.”

신순애가 나가려는데 오상진이 붙잡았다.

“엄마.”

“응?”

“이모는 언제 내려가신대요?”

오상진의 물음에 신순애가 잠깐 고민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너희 이모는 당분간 서울에서 지내기로 했다.”

“그래요? 제주도 펜션 급하지 않아요?”

“지애는 당분간 필요 없는 것 같아. 그리고 엄마가 요새 바쁘기도 하고 이모가 도와준다고도 하고…….”

오상진의 표정이 밝아졌다.

“이모가 도와준다고 하면 저야 좋죠. 그런데 이모부는 혼자 지내셔도 괜찮데요?”

“으응, 이모부는 이모 없어도 상관없어. 혼자서 잘 하고 있는데 뭐. 그리고 일주일 후에 주혁이 전학 수속도 밟아야 하잖아.”

“으음, 그렇구나.”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불을 마저 정리했다. 그런데 신순애는 나가지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뭔가 할 말이 있는데 망설이는 듯했다.

“엄마! 저에게 하실 말씀이라도 있어요?”

“그게…… 이모가 말이야.”

신순애가 말을 얼버무리며 제대로 하지 못했다. 오상진이 툭 하고 말했다.

“이모부 사정이 많이 안 좋으세요?”

“으응, 사업이 잠깐 사이에 많이 심각해진 모양이야. 대출 하나를 막아야 하는데 그걸 못 막으면 펜션 하나를 정리해야 할지도 몰라.”

신순애는 오상진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얘기를 들은 오상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그래서 필요한 돈이 얼마래요?”

“1억이 좀 넘는다는데……. 이모부가 열심히 알아보고 있다고는 하는데 쉽지 않나 봐.”

신순애의 얘기를 듣고 오상진이 잠깐 생각에 잠겼다.

사실 오상진은 이모부가 지금 상황에서 돈줄이 완벽하게 막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돈 나올 구석이라고는 한 곳도 없었다. 대출을 한다는 것도 무리지만, 대출을 해줄 은행도 없었다.

“그래서 엄마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혹시 여유 자금이 되면…….”

신순애는 오상진의 눈치를 살폈다. 오상진은 곧바로 말했다.

“엄마, 그 정도 줄 여력은 있어요. 그런데 엄마! 솔직히 말해서 이 돈으로 당장 급한 것을 막는다고 해도 이모부 펜션 사업이 잘 해결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신순애도 알고 있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너희 이모도 그런 소리를 하긴 해. 지금이라도 정리하면 손해를 많이 줄일 수 있다고 해. 그런데 문제는 이모부야. 이모부가 쉽게 놓지 못한다고 하네. 자꾸만 이번 한 번만, 한 번만 막으면 된다면서 자꾸 저러는데……. 이모도 어쩔 수 없나 봐.”

신순애의 말을 듣고 오상진이 입을 뗐다.

“그러면 이렇게 하죠. 엄마!”

신순애의 눈이 커졌다.

“엄마가 돈을 빌려주는 거로 해요. 그런데 조건이 있어요. 만에 하나 이모부가 1억3천으로 1차를 막았음에도 살리지 못한다면 미련 없이 접는 거로 말이에요. 엄마가 이모를 설득해 준다면 제가 그 돈 드릴게요.”

“그래? 알았어. 그렇게 해줄래?”

“네. 이모부도 저에게는 소중한 분이세요. 나도 이모부가 잘되었으면 좋겠는데 안 되는 사업에 힘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네 말 무슨 말인지 알겠다. 상진아, 엄마가 이모랑 자세히 얘기해 볼게.”

“네.”

“쉬어라.”

신순애가 나갔다. 오상진이 그 자리에 앉아 한숨을 푹 내쉬었다.

“1억3천이라…….”

솔직히 적은 돈은 아니었다.

오상진은 솔직히 현재 중위 연봉이 이천오백만 원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그런데 1억3천이면 5년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500만 원이 부족한 돈이었다. 그래서 그 돈을 그냥 준다는 것이 솔직히 속이 쓰렸다. 게다가 이 돈을 이모부가 그냥 날리게 될 것도 알았다. 이성적으로 따졌을 때 멍청한 짓을 하는 셈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과거에 나와 동생들을 힘든 와중에도 보살펴준 것을 생각하면…….”

오상진은 자신의 결혼식에 부모님 자리를 대신해 앉아줬던 분이 바로 이모와 이모부였다. 당신들이 엄청 힘든 상황임에도 오상진과 동생들의 살길을 마련해 주려고 애를 썼다는 것도 알았다.

“그 은혜를 이런 식으로 갚는다고 생각을 하자! 그래, 1억3천이 중요한 것이 아니야.”

1억3천이라는 돈을 지출해 이모부를 몇 년 일찍 정신 차리게 할 수 있다면 이모 가족의 행복도 그만큼 빨리 찾아올 수 있겠지.

오상진은 그런 식으로 스스로의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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