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354화 (354/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54화

33장 신입 소대장 받아랏!(6)

-상진 씨, 뭐 해요?

-지금 새로운 소대장이 와서 회식 중이에요.

-군대에서도 회식을 해요?

-그럼요. 군대도 어찌 보면 하나의 사회인데요.

-가만! 신임 소대장이면 전에 말했던 여자 소대장이에요?

-네, 맞아요.

-헐…… 여자 소대장이랑 회식 중이에요?

-저 말고도 다른 간부들도 많아요.

-그럼 어서 빨리 나와요.

-그렇지 않아도 잠깐 얼굴만 비치고 나올 겁니다.

-그럼 나오자마자 전화해요. 저 잠 안 자고 기다리고 있을게요.

-네. 알겠어요.

오상진은 문자를 마치고 피식 웃었다. 그러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소희 씨 때문이라도 적당히 하고 나와야겠다.”

다시 노래방 안으로 들어갔다. 때마침 이미선 소위가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르려고 하고 있었다.

“와! 대박! 저 노래를…….”

다들 놀란 이유가 요즘 한창 인기 있는 네 명의 요정 팡클의 노래 영원한 사랑이었다. 음악이 흘러나오자 간부들이 난리가 났다. 특히 4소대장은 탬버린을 들고나와 오상진의 손에 쥐여 주었다.

“4소대장?”

“에이, 팡클입니다. 팡클! 모르십니까?”

“아, 아니…….”

“어서 치십시오.”

오상진은 엉겁결에 탬버린을 쳤다. 이미선 소위는 애교 가득한 눈길과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그러자 간부들은 더욱 열광했다.

“우오오오오!”

“대박이다.”

“노래 짱! 노래 짱!”

그리고 이 노래의 키 포인트는 바로 ‘약속해 줘!’ 부분이었다. 그때 이미선 소위는 오상진을 향해 윙크하며 ‘약속해 줘~’ 노래를 불렀다. 그런데 다른 간부들은 모두 자신들에게 하는 줄 알았다.

“와, 나 방금 심장 멎는 줄 했습니다.”

“무슨 소리야. 나에게 방금 윙크했는데!”

“아닙니다. 저에게 했습니다.”

그러자 4소대장이 버럭했다.

“다들 착각이 심합니다. 방금 저랑 눈 마주친 거 모릅니까?”

하지만 오상진은 알고 있었다. 이미선 소위가 자신을 향해 윙크를 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음, 우리 이미선 소위 활발한 것은 좋은데……. 아니야, 아니겠지.’

오상진은 애써 외면했다.

그다음 날 아침.

한종태 대대장은 곽부용 작전과장으로부터 간단하게 보고를 들었다.

“현재 각 중대 훈련을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음 달부터 5분대기조를 운영하라는 지시가 내려와 있습니다.”

“5분대기조?”

“네. 사단에서 지침이 내려왔습니다.”

“그럼 이제부터 계속 있을 예정인가?”

“네. 별도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계속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네. 그럼 당연히 1중대 1소대로 해야겠지?”

“일단 저도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알았어. 1소대면 믿을 만하지. 그렇게 준비해.”

“네. 대대장님.”

곽부용 작전과장은 보고를 마치고 나갔다. 잠깐 생각을 하던 한종태 대대장이 인사장교를 불렀다.

“인사장교.”

-네.

“잠깐 내 방으로 와.”

-알겠습니다.

잠시 후 대대장실로 인사장교가 왔다.

“부르셨습니까.”

한종태 대대장이 인사장교를 보며 물었다.

“이미선 소위 말이야.”

“네.”

“환영식은 했대?”

“네, 어제 했답니다.”

“노는 건 어때?”

그러자 인사장교가 씨익 웃었다.

“장난 아니랍니다.”

“그래?”

한종태 대대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이에 인사장교가 계속해서 말했다.

“노래방에서 팡클 노래를 불렀다고 합니다.”

“팡클? 요즘 가장 핫한 여자 아이돌 그룹이지?”

한종태 대대장은 나이에 맞지 않게 여자 걸 그룹에 대해서 잘 아는 것 같았다.

“네, 맞습니다. 특히 우리 장병들에게서도 팡클은 거의 신급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렇지. 그렇지. 그런데 우리 이미선 소위 불렀단 말이지?”

“네. 듣기로는 아주 죽여줬답니다. 애교가 철철 넘치고…… 아무튼 최고였답니다.”

“그래? 그럼 우리도 해줘야 하는 거 아냐?”

“에이, 그건 아닙니다. 대대장님께서 왜 신입 소위 환영식을 해줍니까.”

“왜? 못 해줄 것이 뭐 있어?”

“에이, 다른 소대장들도 안 해주셨지 않습니까. 형평성 때문에 그러시면 안 됩니다.”

인사장교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종태 대대장이 살짝 인상을 썼다.

“대대장이 신입 소대장을 아낄 수도 있지. 그것 가지고 뭐라고 하면 안 되지. 너무하지 않냐?”

“전례가 있지 않습니까.”

순간 한종태 대대장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 자식이! 지금 그 얘기를 왜 꺼내! 그리고 내가 좋다고 했어? 자기가 좋다고 했지!”

“아무튼 여기서 또 그러면 오해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참으십시오.”

“뭐야, 그럼 대대장은 신입 소대장 만나지도 못하겠네. 그 녀석과 거리도 20미터 떨어져야 하고, 같이 앉아서 밥도 못 먹겠네.”

“아, 또 말씀을 그렇게 하십니까.”

“네가 지금 그런 식으로 말했잖아.”

한종태 대대장은 살짝 삐진 듯 말했다. 그러자 인사장교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습니다. 제가 자리 한번 마련하겠습니다.”

그제야 한종태 대대장의 얼굴이 밝아졌다.

“진즉에 그럴 것이지.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 그냥 간단히 술 한잔 마시자는 거야. 알지?”

“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래. 이만 나가봐.”

“충성.”

인사장교가 나갔다. 그리고 한종태 대대장이 팔걸이를 쓰윽 쓰다듬으며 중얼거렸다.

“신고식이었지. 눈웃음치는 것이 참 괜찮았단 말이지.”

한종태 대대장이 그때를 떠올리며 씨익 웃었다.

오상진은 1소대원들에게 오늘 할 일과 훈련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한 후 내무실을 나섰다.

행정반으로 향하는 길에 이미선 2소대장이 2소대원들에게 상황을 전파하는 모습이 보였다. 잠깐 멈춘 오상진이 슬쩍 확인했다.

“오늘 우리 2소대는…….”

2소대원들의 표정들이 다들 밝았다. 그것도 예쁜 여자 소대장이 와서 얘기를 해주니 더욱 집중력이 올라가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을 보고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어제 이미선 소위와 2소대원들의 첫 만남을 떠올렸다.

“소개하겠다. 이 분이 바로 2소대를 맡을 소대장님이시다.”

“와아아아아!”

이미선 소위가 앞으로 나왔다.

“반갑다. 오늘부터 2소대를 맡게 될 이미선 소위다. 잘 부탁한다.”

이미선 소위는 일일이 악수를 했다.

“상병 강인한! 일병 하영운, 일병 하영진.”

“어? 너희들은…….”

“쌍둥이입니다.”

“이야, 너희 둘이 같은 부대에 같은 소대라니. 대단하네.”

이미선 소위는 눈웃음을 날려 주었다. 두 쌍둥이는 순간 심쿵했는지 자신도 모르게 가슴에 손이 올라갔다. 그 뒤로도 모든 소대원들과 악수를 나눈 이미선 소위였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앞으로 나섰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소대장으로서 활동을 할 거다. 그리 알고 있도록!”

오상진이 이미선 소위와 함께 2소대를 떠났다. 그 뒤로 2소대원들의 음성이 오상진 귀에 들렸다.

“와! 대박!”

“진짜 예쁩니다.”

“저 당분간 손 씻지 않을 겁니다.”

“아니, 향기부터 다르지 않습니까?”

오상진은 그런 소리를 들으며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리고 오늘, 2소대원들은 이미선 2소대장을 향해 눈을 반짝이며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뭐, 이 정도면 괜찮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행정반으로 걸어갔다. 그때 이미선 소위가 오상진을 발견하고 불렀다.

“오 중위님!”

오상진이 걸음을 멈췄다.

“네.”

“저에게 볼일이라도 있으십니까?”

“아뇨, 지나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런데 잘하고 계십니다.”

“이 정도는 해야죠.”

“네, 그렇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걸음을 옮겼다. 이미선 2소대장은 뭔가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행정반에 들어온 오상진이 훈련 준비를 했다. 그때 행정반으로 박중근 하사가 들어왔다.

오전에 할 훈련 준비를 체크하기 위해 움직였던 박중근 하사였다. 그런데 행정반에 온 그의 표정이 조금 심각했다.

“아, 오셨습니까? 준비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네. 바로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네. 가시죠.”

“저, 소대장님.”

“네?”

“2소대장님 말입니다.”

“네.”

“잘하십니까?”

박중근 하사의 뜬금없는 질문에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네, 물론 잘하죠. 갑자기 왜 그건 물어보십니까?”

“아무것도 아닙니다.”

박중근 하사가 고개를 흔들었다. 그런데 오상진이 본 박중근 하사의 표정이 약간 심각했다.

“에이, 왜 그러십니까. 말씀해 보십시오.”

잠깐 망설이던 박중근 하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실은 어제 2소대 김 하사와 잠깐 만났습니다.”

“네.”

“어쨌든 김 하사가 2소대원들을 잘 알고 있고, 나름 도와주려고 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뭔가를 얘기했는데, 사람들이 많을 때는 살갑게 대답을 하더랍니다. 그런데 단둘이 있을 때는 군기를 잡더라고 합니다.”

“아, 그런 적이 있었습니까?”

“네. 솔직히 김 하사도 많이 놀란 모양입니다.”

오상진이 가만히 듣다가 미소를 지었다.

“아마 여자 소위이다 보니 괜히 얕잡아 보이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양입니다. 김 하사에게도 그냥 좋게 생각하라고 일러주십시오.”

“그렇게 저도 일러두기는 했지만……. 솔직히 다른 사람 앞에서는 안 그러다가 둘이 있을 때만 그런다니까 왠지 이중적인 느낌이 들어서 말입니다.”

“뭐, 달리 보면 그럴 수도 있겠지만 너무 앞서가는 거 아닙니까? 그리고 여자라서 좀 예민할 수도 있죠. 낯선 곳이고, 남자들도 많고 어떻게든 꿀리고 싶지 않은 것이겠죠. 우리 남자 아닙니까, 조금은 봐주십시다.”

오상진은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려고 했다. 박중근 하사도 잠깐 생각을 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김 하사에게 다시 한번 잘 일러두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주십시오.”

“네. 자, 그럼 훈련 나가시죠.”

“네.”

오상진과 박중근 하사는 일단 그 얘기를 끝내고 오전 훈련을 위해 연병장으로 나갔다.

그날 오상진은 점심을 먹고 돌아가는 길에 이미선 2소대장이 인사장교와 뭔가를 얘기 나누고 있는 것을 봤다. 그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충성, 식사는 하셨습니까?”

오상진이 괜히 인사장교에게 말을 걸었다. 인사장교가 움찔하며 말했다.

“어어, 오 중위. 이제 막 하려던 참이야. 자네는 했나?”

“네, 방금 하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오상진이 슬쩍 이미선 2소대장을 바라봤다. 그러자 인사장교가 바로 말했다.

“아, 2소대장과 잠깐 얘기 좀 나눴어.”

그러자 이미선 2소대장이 말했다.

“네, 인사장교님께서 말씀하실, 제 조촐한 환영식을 해주신다고 하셨습니다.”

“환영식 말입니까?”

오상진이 인사장교를 다시 봤다. 인사장교는 살짝 당황했다. 원래라면 이 말을 하면 안 되었다. 인사장교가 황급히 말했다.

“아니, 그냥 말이 환영식이지. 그냥 서로 알고 지내자는 것이지. 1중대는 했다면서?”

“네, 했습니다.”

오상진이 대답을 했다. 그런데 딱 상황을 봐도 왠지 술자리에 이미선 2소대장을 데려가려고 하는 것 같았다. 사실 초반에도 이런 적이 한 번 있지 않았나. 오상진이 그때를 생각하며 이미선 2소대장을 봤다.

“2소대장.”

“네.”

“지금 중대장님께서 찾으십니다. 빨리 중대장실로 가 보십시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