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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53화 (353/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53화

33장 신입 소대장 받아랏!(5)

“중대장님 제가 한 잔 따라드리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의 표정이 환해졌다. 맨날 남자들끼리 마시다가, 중간에 여자 한 명이 끼니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어어, 그래. 이것 참 느낌이 묘하다.”

“뭐가 말입니까?”

오상진이 조용히 물었다.

“아니, 같은 군인이지만 여자잖아. 그런데 술을 받는 느낌이 묘하다는 거지.”

“아, 그런 겁니까?”

“그럼, 인마. 내가 뭐 이상한 생각이라도 했다는 말이야.”

“그건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됐어, 인마!”

김철환 1중대장이 오상진과 티격태격거렸다. 이미선 소위가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두 사람이 무척 친해 보입니다.”

“아, 1소대장과 중대장? 좀 친하지.”

“아…….”

이미선 소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납득을 한 모양이었다. 여태껏 준비한 것이 아쉬웠다. 그런 이미선 소위가 오상진을 바라봤다.

“1소대장님은 제게 궁금하신 것이 없으세요?”

“네, 없습니다.”

“그래도 분명히 있을 텐데 말입니다.”

오상진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없습니다.”

오상진은 딱 잘라 말했다. 그럴수록 이미선 소위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참 냉정하시다. 아무리 그래도 저에게 한마디 말도 안 걸어주시고, 지금은 딱 잘라버리시고……. 제가 1소대장님께 큰 잘못이라도 했습니까?”

이미선 소위가 무척이나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오상진이 순간 움찔했다.

“정말 궁금한 거 없으십니까?”

“어험…….”

오상진이 헛기침을 하며 이미선 소위를 바라봤다. 사실 오늘 이미선 소위는 아침과 점심때 말고는 딱히 말도 섞지 않았다. 그것에 대해 이미선 소위는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왜 군인이 될 생각을 했습니까?”

어느새 표정이 밝아진 이미선 소위가 박수를 쳤다.

“아, 그게 궁금하셨구나.”

조금 전과는 다른 표정이었다. 오상진은 순간 놀랐다.

‘어떻게 표정이 저렇듯 한순간에 바뀔 수가 있지? 우리 소희 씨는 저러지 않는데…….’

오상진은 속으로 다시 한번 한소희를 생각했다. 한소희는 절대 저랬던 적이 없었다. 이미선 소위는 기다렸다는 듯 막힘없이 술술 얘기를 늘어놓았다.

이미선 소위는 술 대신 물 한 잔을 마신 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저는 군인에 대해서 전혀 몰랐어요. 웃기지만 고등학교 때 우연히 대학교 오빠를 좋아했던 적이 있었어요. 그 오빠가 알고 보니 ROTC더라고요. 그 모습이 너무 멋져서 군대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죠. 그러는 사이 저는 ROTC에 가입되어 있더라고요. 그리고 이렇게 군에 들어오게 되었고요.”

“그럼 그 오빠라는 사람과는?”

오상진의 물음에 4소대의 눈빛이 반짝이며 집중했다. 이미선 소위가 배시시 웃으며 오히려 반문했다.

“어떻게 되었을 것 같습니까?”

오상진은 별로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뭐, 헤어졌겠죠. 오늘 들어보니 남자 친구 없다고 했으니까.”

이미선 소위가 씁쓸하게 웃었다.

“헤어지진 않았어요. 아니, 아예 시작도 못 했죠. 그 오빠는 이미 다른 여자가 있었거든요. 결국 그분과 결혼도 했고요.”

이미선 소위가 이번에는 소주잔을 들어 단숨에 마셨다. 옆에서 이야기를 함께 듣던 4소대장이 슬픈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대뜸 말했다.

“전 절대 그러지 않습니다.”

“네?”

이미선 소위가 깜짝 놀랐다.

“아니, 전 진짜 순정파입니다.”

“아, 예에…….”

이미선 소위가 어색하게 웃었다. 4소대장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네, 절대로 저는 당신을 버리지 않습니다. 나쁜 자식! 감히 우리 이 소위를…….’

4소대장은 괜히 그 ROTC 오빠라는 사람에게 화가 났다. 오상진은 그런 4소대장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김철환 1중대장이 소주잔을 들었다.

“자자, 어쨌든 우리는 이 소위를 환영한다.”

“환영합니다.”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한번 건배를 한 후 술을 마셨다.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1차를 끝냈다.

“자, 다음은 2차로 노래방 어떻습니까?”

4소대장이 말했다. 다들 4소대장의 말을 듣고 김철환 1중대장을 봤다.

“당연히 가야지. 2소대장은 어때?”

“저야 당연히 좋죠.”

“그럼 갑시다.”

일행들은 바로 근처 지하 노래방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박중근 하사는 1차만 하고 집에 갔다. 아직까지는 아들 때문에 일찍 집에 들어가야 했다. 그 외 부사관 두 명도 더 빠졌다.

총 6명의 인원이 2차로 노래방을 갔다. 4소대장이 재빨리 움직여 노래방 룸을 잡은 후 안으로 안내했다.

“특별실입니다. 다들 입장 부탁드립니다.”

4소대장이 입구에서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김철환 1중대장과 그 옆에 오상진이 함께 움직였다. 특별실은 다른 룸보다는 제법 컸다. 물론 가격 역시도 조금 더 비쌌다.

“맥주로 준비하겠습니다.”

“좋지!”

다들 룸에서 대기했다. 4소대장이 발 빠르게 나가 맥주와 마른안주를 주문했다. 그사이 3소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럼 첫 번째로 저희 중대장님의 노래부터 듣도록 하겠습니다.”

“네, 중대장님!”

김철환 1중대장은 모든 시선을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럴까?”

김철환 1중대장이 밖으로 나가 번호를 눌렀다. 화면에 누른 번호를 확인하고 다들 웃었다.

“와, 또 저 노래 부르신다.”

“또 저거?”

“거의 매번 저 노래 부르시네.”

“저 노래가 우리 중대장님 18번이잖아.”

간부들의 중얼거림을 듣고 이미선 소위가 물었다.

“왜요? 무슨 노래인데요?”

“들어보시면 압니다.”

그리고 김철환 1중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곧바로 음악이 흘러나오며 노래 제목이 보였다. 바로 칠갑산이었다.

“우리 2소대장 이미선 소위를 환영하는 뜻에서 내 애창곡을 들려주지.”

김철환 1중대장은 감정을 잡고 슬쩍 눈을 감았다.

“콩밭 메에는~ 아낙네에야~”

그것도 성악 발성으로 불렀다. 김철환 1중대장의 노래를 처음 들어보는 이미선 소위는 눈을 크게 떴다.

“이런 노래가 있었습니까?”

“우리 중대장님은 항상 첫 번째 노래가 바로 칠갑산이십니다.”

“아, 그렇구나.”

이미선 소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상진이 그 말을 듣고 씨익 웃었다.

원래 김철환 1중대장은 노래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나마 칠갑산이 자신의 성악 발성으로 부르는 게 나았다. 무엇보다 이 노래를 한 번 부르고 나면 절대로 다른 사람들이 노래를 시키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이런 노래를 부르는 경향도 있었다.

‘역시나 또 저 노래를 부르시네. 그래도 오랜만에 들으니 좋긴 하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따지고 보니 오상진이 이 시기로 넘어오고 난 후 처음 들어보는 중대장의 노래였다.

옛 생각이 나 잠시 웃는 사이 2절까지 다 부른 김철환 1중대장이 눈을 떴다. 그러자 어디선가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짝짝짝짝짝!

“와, 우리 중대장님 노래 엄청 잘 부르신다.”

그 박수 소리의 주인은 바로 이미선 소위였다. 그녀는 박수에 주위에 있던 다른 소대장 역시 박수를 쳤다.

“너무 좋아요. 노래! 칠갑산이 이렇게 좋은 노래인 줄 처음 알았어요. 노래 가사가 가슴도 울리고…….”

이미선 소위는 진심으로 감동받은 것 같았다. 정작 당황한 사람은 바로 김철환 1중대장이었다.

‘뭐? 이 노래가 좋다고?’

오상진도 이미선 소위를 보며 웃었다.

‘이야, 이 소위 군 생활 잘하겠네.’

다른 간부들은 그런 이미선 소위를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이미선 소위는 그런 것도 모르고 김철환 1중대장을 바라봤다.

“중대장님 한 곡만 더 해주세요. 중대장님 목소리 너무 좋습니다.”

“내, 내 목소리가 좋아?”

“네!”

이미선 소위가 박수까지 치며 좋아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어리둥절하며 다시 물었다.

“그러니까, 노래 한 곡 더?”

“네.”

이미선 소위의 해맑은 눈빛에 김철환 1중대장이 승낙을 했다.

“그, 그렇지 뭐.”

김철환 1중대장이 노래를 찾았다. 이번에는 분위기를 좀 띄워야겠다는 생각에 트로트를 찾아 불렀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이미선 소위가 박수를 치며 앵콜을 외쳤다. 그렇게 김철환 1중대장은 연거푸 세 곡을 불렀다.

“와, 나 더 이상 못 불러!”

드디어 장장 10분에 걸친 김철환 1중대장의 노래 타임이 끝이 났다. 목까지 아파왔다. 잠깐 쉬기 위해 자리에 앉아 맥주로 목을 식혔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자, 이제 자네들끼리 놀아. 난 이만 집에 가 봐야겠네.”

그러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니야, 아니야. 나오지들 마! 그냥 있어!”

김철환 1중대장이 극구 말리며 노래방을 나갔다. 오상진이 간부들에게 말했다.

“내가 중대장님 배웅하고 올 테니까, 다들 놀고 있어요.”

오상진이 나가려는데 누군가 팔을 잡았다. 오상진이 고개를 돌리자 이미선 소위가 있었다.

“그냥 가시는 거 아니죠?”

“아, 예에. 올 겁니다.”

“정말이죠?”

“하하, 하하하…….”

오상진이 어색하게 웃으며 노래방을 나왔다. 김철환 1중대장이 밖에서 기다리다가 오상진을 보았다.

“왜 이렇게 늦게 나와. 그보다 중대장 목 너무 아프다. 무슨 중대장 노래를 시키냐, 쟤는…….”

그렇게 말하지만 싫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시간도 이르고 우리 집에 가서 술 한잔 더 하자.”

김철환 1중대장이 말했다. 오상진이 난감한 얼굴이 되었다. 그 얼굴을 본 김철환 1중대장이 말했다.

“왜? 나랑 빠지기로 했잖아.”

“그게 이 소위가 제 팔을 꼭 붙잡으며 오라고 해서 말이죠.”

“이야, 그 녀석도 대단하네. 중대장한테는 그런 소리 하지도 않더니. 네가 맘에 들었나 보다.”

“무슨 소리입니까. 전 관심도 없습니다.”

“넌 관심도 없겠지만 이 소위는 관심을 가질 수 있지. 너 정도면 뭐, 잘 생기고 능력 있고, 괜찮지.”

“중대장님 아시지 않습니까. 저 여자 친구 있습니다.”

“그래서 뭐?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냐?”

“저 여자 친구 엄청 예쁩니다.”

“인마, 한 번도 안 보여주고……. 보여주고 나서 그런 소리를 해!”

“나중에 보여드리겠습니다. 중대장님도 보시면 깜짝 놀랍니다.”

“과연 그럴까? 네 형수랑 살고 있는데.”

김철환 1중대장이 자신감 있게 말했다. 물론 오상진도 형수님이 예쁘다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두 사람을 본 오상진은 한소희가 더 예쁘다는 것을 알았다.

물론 나이 차이를 감안하면 형수보다 훨씬 예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후후후, 아마 좋은 승부가 될 것입니다.”

“어쭈, 승부욕 돋게 하네. 좋아, 날 잡아서 어디 한번 보자고. 이번에 절대 빼지 마.”

“예, 알겠습니다.”

“너희 형수 미용실 보낼 거야. 너 각오해.”

“하하. 이거 벌써부터 긴장되는데요?”

“웃지 마, 인마. 나 진지하다.”

“넵! 그럼 단단히 각오하겠습니다.”

그렇게 웃으며 오상진이 김철환 1중대장을 배웅했다. 그리고 다시 노래방으로 내려갈 때 지이잉, 하고 핸드폰이 울렸다.

발신인은 한소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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