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52화
33장 신입 소대장 받아랏!(4)
“주말 잘 보냈나.”
오상진이 일어나며 경례를 했다.
“충성. 주말 잘 보내셨습니까.”
“그래, 나야 잘 보냈지. 그 전에 소개시켜 줄 사람이 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옆으로 물러나자 뒤에 여자 군인이 서 있었다.
“다들 인사하도록. 이번에 새로 들어온 2소대장이다.”
“충성. 소위 이미선 인사드립니다, 선배님!”
오상진을 비롯해 3소대장, 4소대장의 눈이 커졌다. 그렇게 신임 2소대장이 충성대대 1중대로 발령받아 왔다.
김철환 1중대장이 오상진을 바라봤다.
“1소대장.”
“네.”
“자네가 인사시키고, 잘 좀 케어해 줘.”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간다.”
김철환 1중대장이 가고,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미선 소위 앞으로 가서 말했다.
“반갑습니다. 저는 1소대장 오상진 중위입니다.”
오상진이 악수를 청했다. 이미선 소위가 얼굴이 환해지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1소대장님.”
그 뒤로 3소대장 4소대장이 줄줄이 악수를 청했다. 4소대장은 악수를 한 손을 잡고 뒤로 가 몰래 기뻐했다. 그 뒤로 오상진은 중대 행정반에 있는 부소대장까지 소개를 시켜줬다.
“네, 모두 잘 부탁드립니다.”
이미선 소위의 한 마디 한 마디가 행정반 분위기를 무척이나 밝게 만들었다. 오상진이 이미선 소위에게 말했다.
“자리는 3소대장 옆입니다.”
“아, 감사합니다.”
이미선 소위가 자리로 갔다. 자신의 자리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
“자리 정리가 깔끔하게 잘 되어 있습니다.”
4소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제가 특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미선 소위는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4소대장은 그 표정을 보고 그냥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오상진이 이미선 소위를 불렀다.
“2소대장.”
“네.”
“부소대장들도 소개해 주겠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자리에 안 계시지만 중대 행보관님도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네.”
이미선 소위가 힘차게 대답했다. 그리고 부소대장들에게 인사했다.
“이번에 새롭게 1중대 2소대장이 된 이미선 소위입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잘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부소대장들도 여자 장교에 약간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이미소 소위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저에 대해서 궁금하신 것이 있으면 지금 물어보십시오. 성심성의껏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지금 아니면 앞으로 알지 못합니다.”
그러자 4소대장이 곧바로 손을 들었다.
“네, 4소대장님.”
“2소대장 혹시 남자 친구 있습니까?”
“어? 아직 없습니다.”
“확실합니까?”
“아직 남자 친구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4소대장의 얼굴이 환해졌다.
‘어쩌면 혹시 나에게도 기회가…….’
4소대장이 속으로 생각하며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그럼 이상형이 어떻게 됩니까?”
“저는 저보다 멋진 군인이 이상형입니다.”
4소대장이 감탄하듯 추임새를 넣었다.
“크으, 멋집니다. 그럼 저도 후보에 들 수 있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지금 봐도 4소대장님은 멋지십니다.”
“하하, 하하하! 멋지다. 당연히 멋지죠.”
4소대장이 크게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정말 맘에 드는 이상형입니다. 하하핫!”
“그럼 4소대장님은 여자 친구가 있습니까?”
4소대장이 짐짓 심각한 얼굴이 되었다.
“아쉽지만 저도 없습니다. 참고로 1소대장님과 3소대장은 여자 친구분이 계십니다.”
그러자 3소대장이 발끈했다.
“앗! 왜 그 말씀을 하십니까.”
4소대장이 정색하며 말했다.
“있는 걸 있다고 하는데 왜 그러십니까?”
그런데 이미선 소위는 고개를 살짝 돌려 오상진을 바라봤다.
“1소대장님은 여자 친구 있다고 그러는데 진짜입니까?”
“네, 있습니다.”
“만난 지 오래되셨습니까?”
“1년 거의 다 되어갑니다.”
“아, 그렇구나. 부럽습니다.”
오상진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자자, 2소대장과 인사는 나눴고, 다들 이제 일합시다.”
“네.”
오상진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2소대장이 그런 오상진을 바라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참, 2소대장.”
“네.”
“일단은 2소대원들을 파악하는 것에 집중하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물어보도록 합시다.”
“네, 1소대장님.”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자신의 일에 집중했다. 그때 4소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제가 할 일은 별거 없습니다. 그래서 제가 2소대장을 데리고 부대도 구경시켜주고, 이것저것 알려주면 좋을 것 같은데 말이죠.”
“아, 그렇게 하십시오.”
4소대장이 이미선 소위에게 갔다.
“지금부터 제가 우리 부대를 구경시켜 드리겠습니다. 따라오시죠.”
“네. 감사합니다.”
이미선 소위가 전투모를 챙기며 행정반을 나갔다. 4소대장과 이미선 소위가 나가자 3소대장이 한마디 했다.
“이야, 여자 소대장이 왔다고 진짜 행정반 분위기가 이렇게 달라지나.”
“훗, 그러게 말입니다.”
“당분간은 우리 행정반이 꽃밭이 되겠습니다.”
“후후후…….”
오상진은 그저 웃고 말았다. 4소대장은 이미선 소위를 데리고 부대 여기저기를 구경시켜줬다.
점심때가 되었다.
“자, 식사하러 가시죠.”
오상진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다른 소대장들도 전투모를 챙겨서 일어났다. 이미선 소위가 재빨리 오상진 옆으로 갔다.
“점심 먹으러 갑니까?”
“네.”
“어디로 갑니까?”
“사단 간부식당으로 갑니다.”
“아, 여기서는 병사들과 함께 식사하지 않습니까?”
“네. 간혹 대대식당에서 먹기도 합니다.”
4소대장이 불쑥 끼어들었다. 이미선 소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전 부대에 있을 때 병사들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여기서는 간부식당이 따로 있다니 기대가 됩니다.”
이미선 소위의 눈빛이 반짝였다. 오상진은 피식 웃었다.
“어쨌든 가시죠.”
오상진과 각 소대장들이 간부식당으로 향했다. 약 10여 분을 걸어가자 여기저기 간부들이 식사를 위해 모였다. 4소대장은 연신 이미선 소위 옆에서 입을 열었다.
“우리 간부식당이 나름 반찬이 맛있게 나옵니다. 뭐, 다른 곳에서는 먹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특급 반찬들입니다.”
“아, 네에.”
“오늘은 뭐가 나올지 모르겠지만 맛난 것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매일 메뉴가 바뀝니까?”
“당연하죠. 그리고 자리를 잡고 앉으면 병사들이 알아서 밥을 가져다줍니다.”
“와! 그렇습니까?”
이미선 소위가 깜짝 놀랐다.
“예전 부대에서는 저희가 직접 배식받아서 먹었는데…….”
“중앙 서울에 있는 부대 아니겠습니까. 하하핫!”
4소대장이 괜히 자부심이 생기는지 어깨를 으쓱했다. 그때 다른 중대 간부들이 내려오며 이미선 소위를 발견했다.
“어? 누구야?”
오상진이 고개를 돌려 확인했다. 5중대장이었다.
“이번에 저희 중대 2소대장 후임으로 온 이미선 소위입니다.”
“오오, 그래? 반가워. 난 5중대장이야.”
“앗! 충성. 이미선 소위입니다.”
“그래, 반가워.”
5중대장이 은근슬쩍 물었다.
“어떻게 군 생활은 잘돼?”
“네. 잘 도와주십니다.”
“혹시라도 불편한 것이 있거나, 애로 상황이 있다면 날 찾아와.”
5중대장이 느끼한 미소를 날리며 말했다. 오상진이 5중대장 앞에 나섰다.
“1중대 소대장인데 왜 5중대장님을 찾아갑니까.”
오상진의 물음에 5중대장이 실실 웃었다.
“그냥 농담으로 해본 말이야. 뭘 그렇게 발끈하고 그래. 무슨 말도 못 하나.”
“…….”
오상진이 말없이 바라보자 5중대장이 민망했던지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자식 눈빛 한번 살벌하네.”
5중대장이 식당 안으로 들어가고 오상진이 말했다.
“자, 여기서 서 있지 말고, 우리도 식당으로 들어가죠.”
오상진이 앞장서서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 모습을 이미선 소위가 계속해서 바라봤다.
한편, 5중대장은 자리를 멀찍이 가서 앉았다. 그러면서 1중대가 모인 식탁을 바라봤다.
“어떻게 1중대에 여자 소대장이 올 수가 있지?”
“뭐, 어떻게 하다 보니까 그렇게 됐나 봅니다.”
“아, 그리고 김소희 중위 전역하고 여자 소대장 뽑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던 모양입니다.”
5중대 소대장들이 말했다. 5중대장은 살짝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야이 씨……. 우리는 왜 다 남자들뿐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그러지 말고 우리 중 한 명이 빠지고 여자 소대장을 받는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오, 좋은 생각!”
“가위바위보로 정합시다.”
“네, 지는 사람이 군말 없이 다른 곳으로 전출 가는 겁니다.”
“찬성입니다. 그리고 남자는 주먹입니다.”
“당연히 주먹이지.”
그러는 사이 5중대 소대장들의 뜨거운 내기 펼쳐졌다. 첫 번째 판 가위바위보 결과는 모두 ‘보’였다.
“와, 너무들 하십니다. 남자는 주먹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저도 들었습니다.”
“남자는 주먹은 개뿔…….”
7.
식사를 마친 1중대 소대장들 식당 옆에 있던 커피 자판기로 향했다. 오상진이 동전을 꺼냈다.
“오늘 커피는 제가 쏩니다.”
“윽! 굳이 그런 말씀은 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4소대장이 가슴을 부여잡으며 자판기에 동전을 넣었다. 그리고 이미선 소위에게 정중하게 말했다.
“먼저 뽑으시죠.”
이미선 소위가 밀크커피를 눌렀다. 그 뒤로 각자 밀크커피 한 잔을 마시며 대화를 나눴다.
“오전까지 해본 소감이 어떻습니까.”
“일단 무척 좋습니다. 소대장님들도 다들 친절하시고……. 그런데 참, 오늘 환영식 합니까?”
“환영식?”
3소대장도 4소대장도 눈을 크게 떴다. 환영식이라는 낯선 단어에 뭐라고 답변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런데 오상진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환영식 해야죠. 제가 중대장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점심을 먹고 오상진은 곧장 중대장실로 향했다.
똑똑!
문을 천천히 열며 말했다.
“접니다, 중대장님.”
“어, 왜?”
“점심 드셨습니까?”
“아니! 네가 대신 좀 먹어줄래?”
“저도 그러고 싶지만…….”
“대충 때우면 되니까. 걱정 말고! 그보다 어쩐 일이야. 그거 물어보려고 온 건 아닐 거고.”
“사실은 말입니다. 환영식을 했으면 해서…….”
“뭐라고? 환영식! 미쳤어? 지금 좋은 일로 소대장이 바뀐 거야? 장재일이 미련을 떨어서 새로 소대장이 왔는데 무슨 헛소리를 얘기하고 있어! 도대체 어떤 정신머리 없는 놈이야?”
김철환 1중대장이 발끈했다. 오상진은 살짝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저기 그게 2소대장이…….”
“응? 2소대장이 그랬어?”
“네.”
김철환 1중대장의 표정이 확 바뀌었다. 그리고 다소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안 할 수는 없는 거네.”
“예!”
“알았어, 간단하게 하자!”
8.
그날 저녁 이미선 소위의 환영식이 펼쳐졌다. 장소는 오상진과 김철환 1중대장의 단골집인 삼겹살집으로 잡았다.
“어머나, 여기 삼겹살 맛있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술병을 들었다.
“우리 이 소위 중대장 술 한 잔 받지.”
“네!”
이미선 소위가 두 손을 공손히 모으며 술잔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그래. 앞으로 우리 1중대를 위해서 열심히 해줘. 그리고 2소대도 잘 부탁하고.”
“알겠습니다.”
이미선 소위가 단숨에 술을 들이켰다. 그리고 술병을 들어 김철환 1중대장에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