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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51화 (351/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51화

33장 신입 소대장 받아랏!(3)

“후우……. 요즘 들어 술을 너무 먹네.”

이런저런 사건이 많다 보니 이 사람, 저 사람하고 술을 먹었다.

“마치 내가 접대하는 기분이야.”

그렇게 관사를 향해 걸어가던 오상진의 휴대폰으로 문자가 왔다.

지잉-

“응? 누구지?”

한소희에게서 온 문자였다.

-아직도 술 마시고 있어요?

-아뇨, 방금 헤어졌습니다. 저는 지금 관사로 가는 중이고요.

-정말요?

-네.

-통화해도 되요?

오상진이 그 문자를 보곤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 아리따운 한소희의 음성이 들려왔다.

-뭐예요. 술을 왜 이렇게 늦게 마셔요. 오빠랑 마신다면서.

“아, 형님이 요새 술을 못 먹어서 많이 고팠나 봅니다.”

-하긴 새언니가 임신했다고 하니까 술도 못 먹게 했나 봐요.

“아, 벌써 새 언니입니까?”

-그럼 어떻게 해요. 아빠도 허락해 버렸는데.

“형님 말씀으로는 아버님께서 쿨하게 허락을 했다고 그러던데요.”

-풉! 오빠가 그래요?

“네.”

-웃긴다, 우리 오빠!

“아닙니까?”

오상진이 눈을 크게 떴다.

-그날 우리 오빠 죽을 뻔했어요.

“무슨 말이에요? 죽을 뻔했다니요.”

-새언니 보내고 나서 아버지가 오빠 호적에서 팔 뻔했어요. 그날 얼마나 난리가 났던지.

한소희는 그 날을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오상진도 미소를 지었다.

“후후후, 그랬습니까?”

-네. 아무튼 그날 진짜 큰일 날 뻔했어요.

“그래도 다행이네요, 형님께서 무사하셨어. 아! 그래서 형님께서 모아 둔 돈이 빠듯하다고 하셨구나.”

-오빠가 그런 말을 했다면 아마 집에서 전혀 지원 없이 결혼하는 거로 했을걸요.

“그럼 집에서 반대하는 거예요?”

-아뇨! 우리 아빠가 또 핏줄에는 애착이 강해서 반대는 안 하는데 실망을 하셨죠. 다른 것보다 사고 쳐서 결혼하는 거라서 동네 창피하다고 말이에요.

아버지는 ‘네, 아버지. 잘 알겠습니다. 그럼요.’ 그렇게 항상 말하던 아들이 사고를 쳐서 결혼을 하니 오죽 실망을 했겠는가.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군인인데 군대까지 전역하게 만들고,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얼마나 화가 났겠는가.

그래서 아버지는 ‘좋다, 결혼해라. 대신 일체의 지원은 없다. 네가 알아서 다해.’ 그렇게 말을 한 것이었다.

-우리 큰 오빠가 아버지 비위를 잘 맞추고 그랬는데 이번에 이 일로 실망을 좀 하신 것 같아요. 그래도 걱정은 하지 마세요. 매정한 분은 아니세요. 그리고 큰 오빠가 이번에 사고를 친 덕분에 우리의 기대가 조금은 꺾인 느낌이랄까요?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오빠랑 만나서 무슨 얘기를 나눴어요?

“어, 그게…….”

-가만 오빠가 이상한 소리를 한 것 같은데요. 맞죠?

“실은 커피숍 얘기를 했어요.”

-어쩐지 나에게 계속 커피숍 얘기를 하더라니. 그래서 뭐라고 했어요?

“그렇게 하기로 했어요.”

-뭐예요. 나에게 한마디 상의도 없이.

오상진이 한소희가 이럴 거라 예상을 했다. 그래서 바로 달랬다.

“소희 씨에게 말 못 해서 미안해요. 그런데 형님이 간곡히 부탁하시는데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사실 또 군대에 있을 때 형님의 도움도 많이 받았고요. 무엇보다 형님 아니었으면 우리 소희 씨를 어떻게 만났겠어요. 이런 것들 다 더해서 이번에 형님 한번 도와주기로 했어요.”

한소희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사실 한소희는 ‘우리 소희 씨를 어떻게 만났겠어요’ 이 부분에서 이미 마음이 확 풀렸다.

-그래서 설마 공짜로 해주는 것은 아니죠?

“물론 아니죠.”

-정말요? 원래 2층을 어떻게 하기로 했죠?

“원래로 따지고 보면 보증금 1억 원에 월세를 싸게 드리려고 했죠. 그런데 형님께서 보증금을 한꺼번에 내기에는 힘들다고 하셨습니다. 월세를 낼 때 보증금도 같이 내겠다고 하셨어요.”

-우리 오빠, 웃기네. 집은 강남에서 살아야 한다더니. 그 돈은 안 아낀대요?

“아, 형님께서…… 그랬습니까?”

오상진은 그 상황이 웃기긴 했다. 한소희는 투덜거리고, 한대만은 죽으나 사나 강남에서 살아야 한다며 아파트 가격을 줄일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상진 씨가 결정을 내린 거니까요. 나도 우리 오빠이기도 하고……. 2층 사용자는 정해졌네요. 그럼 3층은 어떻게 해요? 연락 안 왔어요?

“아, 안 그래도 아까 낮에 부동산 사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한번 만나자고요. 그래서 이번 주말에 그분들을 만나야 할 것 같아요.”

-그럼 이번 주말에 저도 같이 가는 거죠?

“그럼요. 우리 소희 씨가 당연히 봐야죠.”

오상진의 말에 한소희는 기분이 좋은지 작게 웃었다.

-알겠어요. 어서 관사에 들어가요.

“네. 그럼 주말에 봐요. 소희 씨.”

-네, 상진 씨도 잘 자요.

오상진은 전화를 끊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 갑자기 찬 바람이 오상진의 몸을 휘감고 갔다.

“으으으, 갑자기 추워지네. 이제 점점 겨울이 다가오긴 하나 보다. 야상을 꺼내 입어야 할 판이네.”

오상진은 몸을 부르르 떨며 서둘러 관사로 갔다.

5.

시간은 빠르게 흘러 주말이 다가왔다.

오상진은 곧장 부동산으로 향했다. 오상진을 보고 부동산 사장이 일어났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 사모님.”

한소희도 환하게 웃으며 인사를 했다.

“우선 자리에 앉으시죠.”

부동산 사장이 시간을 확인하더니 말했다.

“아직 오려면 20분 정도 남았습니다. 그전에 그분들 정보를 알려 드리겠습니다.”

“네, 그러시죠.”

부동산 사장이 조용히 얘기했다.

“이분들은 부부 한의사십니다. 저기 아래에서 한의원을 운영하셨는데 계약이 끝날 갈 때쯤 건물 주인이 갑자기 임대료를 올려달라고 해서 이렇듯 부랴부랴 이사를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그분들 인품은 무척 좋습니다. 무료봉사도 많이 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 그래요. 어떤 분들이신데요?”

“아, 이분들은 제가 보증합니다. 정말 좋은 분입니다. 30대 후반의 한의사 부부입니다. 결혼한 지는 한 5년 넘었다고 하는데 아직 애는 없습니다.”

부동산 사장이 살짝 귀띔했다.

“아, 그래요? 5년 동안요?”

“네.”

“한의사시잖아요.”

오상진의 물음에 부동산 사장은 안타까운 얼굴로 말했다.

“사실 불임인가 봐요. 주변에서 쉬쉬하고 있는데……. 솔직히 안타깝죠. 봉사도 많이 하시는 분들인데 애가 없는 것이 말이에요. 그래도 엄청 착하신 분들입니다.”

“그러게요. 안타깝네요.”

“뭐, 그분들이야 워낙에 밝아요. 아이가 없는 것 때문인지 주변 사람들을 많이 챙기곤 하더라고요.”

“좋은 분들이시네요. 그분들이 임대료는 괜찮으시다고 하시나요?”

“사실 사장님께서 내주신 임대료가 저쪽에서 내는 임대료보다 쌉니다. 말씀하셨죠, 지난번 치과 들어오려고 할 때 말씀하셨던 그 금액 말입니다. 그 금액보다는 더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원래 저쪽에서는 얼마 내셨죠?”

“4백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 한 층을 다 쓰는 조건으로 그 정도로 하면 어떻겠습니까?”

“어이구, 좋죠. 그렇지 않아도 진료실부터 시작해서 물리치료실까지 들이려면 한 층을 다 쓰면 좋죠. 그리고 많은 환자를 보려면 베드도 놔야 하고요. 내가 알기론 저쪽은 여기보다 좁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가격에 한 층을 다 쓰라고 하면 엄청 좋아하실 겁니다.”

“네, 그럼 그런 식으로 맞춰보죠.”

“알겠습니다.”

부동산 사장이 얘기를 하고 다시 시계를 확인했다.

“오실 때가 되었는데…….”

그때 부동산을 향해 가운을 걸친 부부가 들어왔다.

“아, 죄송합니다. 저희가 늦은 것은 아니죠?”

“아닙니다. 시간 딱 맞춰서 오셨습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이분이 바로 한울빌딩 사장님이십니다.”

오상진이 한의사 부부를 보며 인사를 했다.

“반갑습니다.”

“네, 안녕하세요. 조금 전까지 환자를 보고 오느라 옷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습니다.”

“아닙니다. 보기 좋은데요.”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젊으신 분인데 건물까지……. 성공하셨네요.”

“네. 제가 주식을 좀 하다가 대박을 쳐서요.”

아내가 조용히 물었다.

“혹시 두 분 부부세요?”

오상진이 힐끔 한소희를 바라봤다.

“네.”

오상진은 망설이지 않고 바로 답했다. 순간 움찔했던 한소희가 배시시 웃었다.

“저희 개업하면 두 분이 같이 오세요. 다른 건 몰라도 진맥은 한번 봐드릴게요.”

“어머, 감사합니다.”

한소희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따지고 보면 한소희 집안도 한의원 집안인데 말이다. 지금은 오상진의 아내로 있는 입장이라 밝게 말했다. 부동산 사장이 얘기했다.

“여기 사장님께서는 그 가격에 하겠다고 하십니다. 게다가 3층 전체를 다 써도 된답니다.”

“진짜입니까?”

“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의원 부부는 서로를 바라보며 기뻐했다.

부동산 사장이 바로 계약서를 작성하기 위해 움직였다.

“그럼 두 분 다 오케이 한 겁니다. 바로 계약서 만들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부동산 사장은 드디어 3층도 끝났다는 것이 환하게 웃었다. 자신의 자리로 가서 계약서를 작성했다. 그러는 동안 한의사 남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빌딩 이름이 한울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한울이 무슨 뜻이죠?”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순우리말로 ‘큰 울타리’, 또는 ‘온 세상’이라는 뜻입니다.”

“아, 엄청 좋은 우리말이군요. 그치, 여보.”

“네. 그러게요.”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그러다가 뭔가 떠올랐는지 한의원 남편이 다시 물었다.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저희 한의원 이름을 한울로 지으면 안 되겠습니까?”

“네?”

오상진이 깜짝 놀랐다. 그러자 한의원 남편이 설명을 해 줬다.

“사실 저희들은 특별히 이름을 짓지 않았습니다. 그냥 좋은 의원이라고 썼어요. 마땅한 이름도 없었고……. 그런데 방금 한울이라는 뜻을 알고, 그렇게 바꾸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자 한소희가 불쑥 말했다.

“어? 한울이라는 이름을 쓰시면 여기서 오래 하셔야 하는데.”

“저희야 뭐, 임대료가 합리적이면 오래 하고 싶습니다. 이리저리 이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오래 하면서 지역사회에도 큰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오상진이 그 말에 감동을 받았다.

“그렇게 하십시오. 상관없습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한울 한의원의 입점이 확정되었다.

6,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오상진은 충성대대로 출근을 했다. 중대 행정반에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훈련준비를 했다. 3소대장과 4소대장이 중얼거렸다.

“오늘 온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인사과에 있다고 대대장님께 신고하고 오지 않습니까.”

“기대가 됩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때였다.

똑똑!

“왔습니다. 왔어!”

3소대장과 4소대장의 눈빛이 반짝이며 문 입구로 향했다. 오상진도 궁금한 시선으로 문 쪽을 바라봤다.

문이 열리며 김철환 1중대장이 들어왔다. 그 뒤에 좀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 군인이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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