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50화
33장 신입 소대장 받아랏!(2)
“이은호 너 뭐야? 총을 왜 이렇게 잘 쏴?”
“대학교 때에 서바이벌을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장비는 좀 익숙합니다.”
“그래? 그런데 왜 이제야 말을 해?”
“그게…….”
이은호 이병이 민망해했다. 이런 모습을 보면 딱 이등병이었다. 그러다가 김우진 상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럴 시간도 없었지.”
“아무튼 잘했다. 은호 너 때문에 음료수를 먹는다.”
“가, 감사합니다.”
이은호 이병은 1소대에 와서 처음으로 칭찬도 받고, 뭔가 인정을 받는 기분이었다. 이은호 이병의 재발견이었다.
“은호 총 잘 쏴!”
“이야, 축하해.”
“뭐야, 전부 은호에게 죽은 거야?”
오상진은 흐뭇하게 웃으며 이은호 이병에게 갔다.
“그래, 은호야. 그렇게 하면 된다.”
“네. 소대장님.”
이은호 이병도 이곳 1소대에 와서 처음으로 뭔가를 한 것만 같았다. 그리고 진정한 소대원이 된 것 같았다.
2.
오상진은 오전 훈련을 마치고 행정반으로 왔다. 장구류를 벗고 의자에 앉았다.
“후우…….”
낮은 숨을 내쉬었다. 박중근 하사가 다가오며 말했다.
“소대장님 오늘은 완패입니다.”
“후후후…….”
오상진은 그저 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하지만 박중근 하사는 뭔가 잔뜩 억울한 것 같았다.
“이은호 이병이 그럴 줄은 몰랐습니다. 이거 제가 완전히 착각을 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마디로 이은호 이병의 재발견 아닙니까?”
“네. 그렇습니다. 아무튼 덕분에 전 다시 한번 저의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았습니다.”
박중근 하사가 의미 있는 말을 내뱉고는 수건을 집어 들었다.
“세수 좀 하고 오겠습니다.”
“네.”
박중근 하사가 나가고 오상진 역시도 이은호 이병에 대한 생각을 고쳤다.
“조금만 다듬으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 우진이 녀석! 이번에는 제대로 된 부사수가 들어온 것 같아.”
오상진이 흐뭇하게 웃고 있을 때 책상 위에 올려 두었던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어? 형님이시네.”
오상진이 바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매제, 나야.
“네, 형님. 잘 지내셨습니까? 무슨 일이 있는 것은 아니죠?”
-일은 있지! 아주 큰 일이.
“네? 무슨 큰일입니까?”
오상진이 심각하게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한대만이 살짝 놀란 투로 물었다.
-어? 뭐야? 자네 소식 못 들었어?
“무슨 소식 말입니까?‘
-이것 참, 같은 부대인데 너무 소식이 뜸한 거 아닌가? 오늘 우리 자기 옷 벗었는데…….
“예?”
오상진은 갑자기 전화로 옷을 벗었다는 소리를 하니 깜짝 놀랐다.
-전역했다고, 전역! 무슨 생각하는 거야.
“알아들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역입니까?”
-어쩔 수가 없었어. 입덧이 너무 심해서 말이지. 도저히 군 생활을 할 수 없었어.
순간 수화기 너머 한대만의 아픔 섞인 음성이 들려왔다.
-아얏! 맞잖아. 아파! 왜 자꾸 때려.
“후후후, 옆에 같이 계십니까?”
-으응, 그래서 말인데. 매제 부탁 하나만 하자!
“네, 말씀하세요.”
-오늘 저녁에 시간 되나?
“특별한 약속은 없습니다.”
-그럼 나 좀 만나지.
“네, 알겠습니다.”
3.
그날 저녁, 오상진은 곱창집에서 한대만을 만났다.
“어이, 여기네.”
한대만이 손을 들었다. 오상진이 그곳으로 갔다.
“어, 그런데 왜 혼자 오셨습니까? 김 중위님과 같이 오실 줄 알았더니.”
“에이, 무슨 임산부가 술이야. 안 그래도 자기 떼 놓고 간다고 뭐라 하는 것을 간신히 달래고 왔는데.”
“아, 그러십니까?”
“그럼 자네는 왜 혼자야? 소희 안 데리고 와?”
“그렇지 않아도 그 얘기를 했더니 김 중위님 오시는 줄 알고 소희 씨가 그냥 피한 것 같아요.”
“그 녀석은 뭐가 아직도 맘에 안 드는지…….”
한대만은 잔뜩 불만이 쌓인 얼굴이었다.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두 사람 아직 서먹합니까?”
“몰라! 두 소희가 아주 내 속을…….”
한대만이 질린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뭐, 잘되었네. 우리 둘이 오랜만에 한잔하자고.”
“네!”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소주를 까서 잔에 따랐다. 곧바로 입에 털어 넣으며 감탄을 했다.
“크윽, 오늘 소주 맛이 달다. 달아!”
잘 구워진 곱창 하나를 입에 넣었다. 한대만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기뻐했다.
“으흐흐흥, 맛있다.”
“뭔가 잔뜩 기분 좋아 보이십니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한 대로 돌아가니까. 그건 그렇고 매제는 어때? 군 생활 괜찮아?”
“항상 똑같죠. 나쁘지도 않습니다.”
“아, 맞다. 중위 진급했다며. 축하한다.”
“감사합니다.”
“조기 진급이라 들었는데, 이미 알고 있었지만, 우리 매제~ 능력 있어.”
“운이 좋았을 뿐입니다.”
“크으, 겸손까지……. 확실히 내가 매제 하나는 잘 뒀다니까.”
“에이, 형님도…….”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다시 소주잔이 부딪쳤고, 한대만이 쓴 소주 맛에 이마를 찡그렸다.
“나 때만 해도 군 생활 4년 너무 힘들었다. 빨리 제대하고 싶었지. 막말로 군대가 내 발목을 잡는 족쇄 같았지. 그런데 막상 사회 나와서 아버지와 함께 일을 하다 보니까 다시 군대가 가고 싶어졌어.”
“네?”
“거기만큼 꿀 빠는 곳이 없더라고.”
“네에?”
오상진이 어이없는 웃음을 흘렸다. 한대만은 순간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곤 곧바로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이번에 새로 의무대에 온 후배 있지? 그 친구는 잘하나?”
“예. 박 소위 말이죠.”
“그래.”
“간혹 듣기로는 잘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렇지. 그 녀석 똘똘한 놈이야. 잘 할 거야. 가끔 술도 먹으니까, 무슨 일 있으면 얘기해.”
“네, 알겠습니다.”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오상진이 슬쩍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형님, 요새 하시는 일이 힘드십니까? 눈 밑에 다크써클이 내려왔습니다.”
“힘들지. 자, 내 손바닥 좀 봐봐. 맨들맨들 하지?”
“네. 손이 참 고우십니다.”
“어휴, 손이 곱다니……. 자네, 내 손바닥이 왜 이렇게 됐는 줄 아나?”
“……?”
“내 지문이 안 보이지 않아?”
오상진이 자세히 보니 그런 것 같았다.
“그렇게 보이기도 합니다.”
“내가 병원에서 환을 하루에 몇백 개씩 만들어.”
“그렇게나 많이 만드십니까?”
“우리 한방 병원 환이 너무 잘 팔려. 약효가 좋다고 소문이 나는 바람에 나만 바빠진 거지.”
“그런데 그걸 직접 만드십니까?”
“여기에 들어가는 약재가 보통 귀한 것이 아니야. 20 개짜리 한 상자가 꽤 비싸.”
그러면서 한대만이 품에서 금색으로 감싼 환을 꺼냈다. 그것을 받아서 확인한 오상진이 물었다.
“얼마나 하는데요?”
“그거 하나에 만 원이야.”
“헉! 그렇게 비쌉니까?”
“물론 원가는 그렇게 안 들어가는데 만 원에 팔려. 그러니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맡겨! 만 원에 팔려면 최소한 원장이나, 아니면 나 같은 원장 아들 정도가 만들어줘야 하지 않겠나. 그냥 일반 한의사에게 맡기면 어떻게 만 원 주고 사겠어? 안 그래?”
“그렇긴 하겠지만…….”
한대만이 미리 가져온 환 열 개짜리 상자를 건넸다.
“그러니 자네에게 특별히 주는 거야. 넣어 둬.”
“이렇게 귀한 것을…….”
오상진의 얼굴이 환해졌다. 한대만이 피식 웃었다.
“아니다. 차에 두 박스 더 있으니까, 그것도 가져가. 몸이 좀 허하다 싶으면 한 개씩 먹어.”
“네, 형님. 감사합니다.”
“이럴 때만 형님이지. 그건 그렇고 가게 임대는 다 나갔나?”
한대만이 물었다. 오상진은 별생각 없이 바로 답했다.
“1층에 저희 어머니 들어오셨고, 그 옆에 떡볶이집 들어왔고요. 3층에 치과가 들어온다 했는데…….”
“치과? 들어왔어?”
“아뇨, 얘기 들어보니까. 이상해서 뺐습니다. 그래서 거의 공실 상태입니다.”
“그래? 그때 슬쩍 얘기를 들어보니까. 커피숍 한다고 하지 않았나?”
“예. 커피숍으로 들일 예정입니다. 소희 씨도 커피숍 자리가 딱이라고 해서요. 그래서 자기 아는 사람 중에 커피숍 연다고 2층에 하고 싶다고 하던데요.”
갑자기 한대만이 오상진의 손을 텁석 잡았다.
“매제!”
“가, 갑자기 왜요?”
“그 자리 나 주면 안 될까?”
“커피숍 하시게요?”
“아니, 나 말고.”
“아! 김 중위님 하시게요?”
“맞아. 솔직히 김 중위 계속 군 생활 하고 싶다는 것을 내 고집으로 아이를 가졌잖아. 그리고 전역도 했으니까, 많이 싱숭생숭한가 봐.”
“집에 가셨던 일은 잘 안 풀리셨습니까?”
“에이, 무슨……. 아주 잘 풀렸어. 우리 아버지가 김 중위를 많이 좋아해. 오히려 김 중위가 싹싹한 것이 맏며느릿감이라고 좋아하시더라고.”
“아, 다행입니다.”
“그렇지. 그런데 우리 집에 인사를 드리고 난 후부터 김 중위가 많이 심란한 모양이야.”
김소희는 한대만 집에 인사를 간 후 집을 보고 잔뜩 주눅이 든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걱정을 했다.
“사실 말이야. 김 중위를 우리 집에 데리고 가면 좋아할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기가 죽은 느낌이었어. 그래서 나중에 들어보니, 우리 집이 자기 집과 너무 차이가 나서 솔직히 결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우울해하더라고.”
“아, 그래요?”
“그래서 나까지 우울해진다.”
한대만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소주를 들이켰다. 오상진이 두 손으로 술병을 들어 따랐다.
“그럼 형님의 말씀은 커피숍 하나를 차려 주고 싶다 이 말씀이시죠?”
“그거야, 뭐…….”
한대만이 말을 얼버무렸다.
“형님께서 그렇게 하길 원하신다면 그렇게 하세요.”
오상진이 아주 쿨하게 대답했다. 한대만의 표정이 밝아졌다.
“정말 그래도 될까?”
“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김 중위님께서 하신다는데 당연히 도와드려야죠.”
“그래, 고마워. 매제!”
“가게 차리실 돈은 있으시죠?”
오상진의 물음에 한대만이 다시 손을 덥석 잡았다.
“그래서 말인데 매제! 장기 할부는 안 될까?”
순간 황당한 얼굴이 된 오상진이었다.
“네에?”
“솔직히 생각을 해보게. 내가 4년을 군대생활을 했는데 모아둔 돈이 어디 있겠나. 지금 나가서 생활할 신혼집까지 생각을 하니 돈이 좀 빠듯해. 그 와중에 김 중위 커피숍을 차려 주고 싶은데 사실 여기까지 투자할 돈이 좀 모자라. 사실 인테리어까지는 어떻게 되겠는데 보증금을 세게 부르면 난 그것까지 감당할 자신이 없네.”
“…….”
“그래서 내가 매달 임대료를 많이 주겠네. 그러니 좀 도와줘, 매제.”
오상진 입장에서는 그리 나쁜 제안도 아니었다. 임대료를 많이 받으면 좋았다.
“그리 하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떻게 하겠어. 내가 염치없이 공짜로 달라고 할 수도 없잖아. 아무리 그래도 나 그렇게 눈치 없는 형님은 아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상관은 없습니다.”
“좋아! 약속한 거다.”
“네.”
“좋아, 조만간 날 잡아서 계약서를 쓰지.”
“알겠습니다.”
“좋았어! 그럼 우리 본격적으로 마셔볼까.”
한대만은 거듭 약속을 받고는 술을 마셨다. 그날도 오상진은 끝까지 달렸다.
4.
오상진과 한대만은 거하게 취한 상태로 밖으로 나왔다. 한대만이 대리를 부르면서 오상진에게 뭔가를 건넸다.
“자자, 이거 먹어.”
차 안에 있던 환 박스를 꺼내 주었다. 오상진도 약간 취기가 돌았지만 정신력을 버텼다.
“감사합니다. 형님.”
잠시 후 대리기사가 오고 한대만은 손을 흔들며 차에 탔다. 배웅을 한 후 오상진은 관사로 걸어갔다. 관사까지는 꽤 먼 거리였지만 걸어가지 못할 거리는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