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346화 (346/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46화

32장 할 일을 하자(7)

“헐, 맛있는데…….”

“그러게 내가 여태껏 먹어본 국밥 중에 여기가 제일 맛있어.”

“저도 그렇습니다.”

‘국밥이 다 똑같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인부들의 입에서 극찬이 터져 나왔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모두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저 앞에 국밥집보다 훨씬 맛있는데.”

“에이, 비교할 것을 비교해. 그 국밥집은 국밥도 아냐. 우리는 이제야 진정한 국밥을 먹는 거야.”

“맞아. 어떻게 이런 국밥이 있을 수가 있지?”

인부 하나가 신순애에게 물었다.

“사모님 국밥 진짜 맛있습니다. 이거 어떻게 만드셨습니까?”

그러자 신순애가 살짝 민망해하며 말했다.

“그거 우리 고향에서 해 먹던 방식이에요. 거기에 제가 개발한 레시피를 조금 추가한 것뿐이에요.”

“아, 그렇구나. 진짜 맛있어요.”

“네. 프랜차이즈 하셔도 되겠어요.”

그 한마디에 부동산 한 사장과 인테리어 최 사장의 눈이 번쩍하고 떠졌다.

“맞습니다. 프랜차이즈 하셔도 되겠어요, 사모님.”

“정말입니다.”

두 사람은 순간 머릿속에 계산이 들어찼다. 그리고 잘하면 독점으로 자신들이 계약을 따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의 얼굴에 각자 미소가 떠올랐다.

“어이구 맛있다.”

“그러게 말입니다.”

두 사람은 신순애에게 잘 보이기라도 하려는 듯 아주 맛있게 국밥을 먹었다.

10.

그날 오후에 오상진과 한소희가 국밥집에 나타났다. 3시에서 4시 사이, 약간 한가한 시간이었다.

“엄마, 저희 왔어요.”

한소희도 공손히 인사를 했다.

“그래, 왔니? 왔어요?”

신순애는 지난번보다는 한소희를 조금 더 반갑게 맞이했다.

“네, 어머니 그동안 안녕하셨어요. 제가 일찍 와서 도와드렸어야 했는데…….”

한소희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신순애가 손을 저었다.

“아이고, 귀한 집 딸을 이런 데 부려먹어야 쓰나. 그럴 필요 없어요. 그보다 밥은 먹었어요?”

“아뇨. 어머니 국밥 먹고 싶어서 지금까지 참았어요.”

“이를 어째.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어서 이리와 앉아요.”

“네, 어머니. 그런데 말씀 편하게 하세요.”

한소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옆에 있던 오상진도 거들었다.

“그래, 엄마. 말 편히 해.”

신순애가 살짝 오상진을 흘겨보다가 한소희에게 말했다.

“괜찮겠어요?”

“그럼요, 어머니. 그래야 저도 편하죠.”

“알았어. 그렇게 할게. 배고프겠다. 조금만 기다려.”

“네, 어머니.”

한소희 역시도 좀 더 밝은 표정이 되었다. 잠시 후 신순애는 국밥 두 그릇과 수육 작은 것을 가지고 나왔다.

“자, 먹어요.”

“잘 먹겠습니다, 어머니.”

“그래.”

신순애가 막 손님이 들어오는 쪽으로 갔다.

“어서 오세요.”

그러는 사이 오상진과 한소희 둘 만 남았다.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소희 씨, 국밥 먹어본 적 있어요?”

“네, 먹어 봤어요.”

“정말요?”

“어어…… 아마 먹어봤을걸요?”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국밥 처음 먹어보죠?”

“네. 솔직히 그래요.”

한소희가 살짝 민망한 얼굴이 되었다. 오상진이 차분하게 얘기를 했다.

“너무 겁먹지 말고, 천천히 한 숟갈씩 떠먹어 봐요. 입맛에 안 맞으면 나에게 말해요. 내가 다 먹어버릴 테니까요.”

“에이, 어떻게 그래요.”

“괜찮아요. 우리 엄마도 그렇고, 못 먹는 음식 억지로 먹이지 않아요.”

“괜찮아요, 먹을 수 있어요.”

한소희가 국밥을 바라봤다. 붉은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약간 매울 것 같았다.

수저를 들고 망설이는 한소희의 모습에 오상진이 입을 뗐다.

“자, 소희 씨 제가 어떻게 먹는지 알려줄게요.”

한소희가 오상진을 바라봤다. 오상진은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다.

“곧바로 밥을 넣고 먹는 사람도 있고, 국밥을 좀 먹다가 밥을 말아 먹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데 저는 먼저 국물과 내용물을 먼저 조금 먹고 난 후 밥을 말아요.”

오상진이 하는 행동을 보고 한소희도 따라 했다.

“밥은 반만 넣어요. 반만!”

“네.”

“그리고 이렇게 잘 저어서 먹으면 됩니다.”

“알았어요.”

한소희가 용기를 내서 국밥 한 수저를 먹었다.

“어?”

한소희 역시도 눈이 크게 떠졌다. 먹어보니 생각보다 맛있었다. 그렇게 한 수저 두 수저를 연거푸 떠먹었다. 오상진은 그런 한소희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한소희가 고개를 들어 말했다.

“맛있어요.”

“그렇죠! 다음에는 여기 김치와 깍두기를 얹어서 한번 먹어봐요.”

“네.”

“간이 좀 심심하다 싶으면 여기 소금이나 아니면 새우젓을 넣어서 먹어봐요. 괜찮을 거예요.”

오상진은 한소희에게 국밥 먹는 법을 세세하게 알려줬다. 한소희는 오상진이 시킨 대로 했다.

“우와! 진짜 맛있어요.”

신순애가 주방 안에서 한소희의 모습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환하게 웃는 모습이 참 예쁘네. 우리 상진이가 좋아할 만해.”

신순애는 한소희를 두 번째 봤지만 첫 번째보다는 확실히 괜찮았다. 아니, 점점 맘에 들기 시작했다. 그때 최말자가 옆으로 다가오며 말했다.

“저 아가씨 잘 먹네.”

“그러게 못 먹을 줄 알았는데.”

“언니, 내가 딱 봤을 때 저 아가씨가 상진이를 엄청 좋아하네.”

“그래? 그렇게 보여?”

“언니! 딱 보면 몰라? 엄청 좋아하잖아. 그보다, 언니는 복도 많아. 아들도 잘돼, 며느리도 잘 들어와.”

“무슨 소리니.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신순애가 한마디 하고는 부엌에서 나와 한소희에게 다가갔다.

“맛있어?”

“네, 어머니 정말 맛있어요.”

“좀 더 줄까?”

신순애는 그냥 물어본 말이었다. 그런데 한소희가 바로 말했다.

“네, 어머니. 좀 더 주세요.”

그런 한소희를 보고 신순애개 피식 웃었다.

“말도 예쁘게 하네. 알았어, 금방 줄게.”

신순애가 웃으며 다시 부엌으로 갔다. 그런데 한소희가 다시 말했다.

“밥 한 공기 더 먹어도 되죠?”

“그럼!”

오상진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소희 씨, 한 공기 더 먹게요?”

“어어…….”

한소희가 살짝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다는 못 먹을 것 같지만 그래도 좀 더 먹고 싶어요.”

“우리 소희 씨 너무 포식하는 거 아닌가? 걱정 마요. 다 못 먹으면 남겨요. 내가 먹을 테니까.”

“네.”

한소희가 대답을 하고 갑자기 두 팔을 들며 낮게 외쳤다.

“파이팅.”

그 모습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11.

그날 저녁에는 오정진과 오상희가 국밥집에 나타났다. 오상희는 국밥집에 들어오자마자 쭉 한번 훑었다.

“여기가 엄마 가게야?”

그러자 옆에 있던 오정진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럼 엄마 가게지, 딴 사람 가게냐?”

“아 진짜. 우리 작은 오빠가 오늘따라 왜 이렇게 까칠하지?”

오상희가 노려보자 오정진은 대꾸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았다. 금세 신순애가 나왔다.

“왔니? 왜 이렇게 늦게 왔니.”

오정진이 곧바로 입을 열었다.

“이 기집애가 늦게 와서 그렇죠.”

오상희가 순간 눈을 흘겼다.

“작은 오빠, 조용히 하자.”

“…….”

오정진은 대꾸도 하지 않고 자리로 가서 앉았다.

“아무튼 까칠 대마왕이야.”

“어서 앉기나 해.”

신순애의 말에 오상희도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엄마, 가게 멋지다.”

오상희가 말했다. 신순애개 피식 웃었다.

“고맙다.”

그 옆으로 최말자가 나타났다. 두 손에는 음료수가 들려 있었다.

“네가 언니 딸이구나. 예쁘게도 생겼네.”

“예쁘다는 소리는 하도 들어서요. 그리고 저 조만간에 아이돌 될 거예요.”

“어멋! 그러니? TV에 나오는 뭐 그런 거?”

“네!”

오상희가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자 앞에 있던 오정진이 콧방귀를 꼈다.

“야! 네가 무슨 아이돌이야. 말 같은 소리를 해라.”

“작은 오빠! 진짜 그럴래!”

오상희가 눈을 부릅떴다. 하지만 오정진은 여전히 무시했다. 최말자는 오정진을 봤다.

“어? 그럼 이쪽이 공부 잘한다는 둘째 아들?”

“아, 안녕하세요.”

오정진은 조금 전과 달리 수줍어하며 인사를 했다. 최말자는 오정진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어이구, 형 닮아서 아주 똘똘하게 생겼네.”

오정진은 오상진을 닮았다는 말에 씨익 웃었다. 예전에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미소였다. 그 미소를 본 오상희가 바로 말했다.

“뭐야? 큰 오빠 닮았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좋아해?”

“내가 언제…….”

“예전에 큰 오빠 닮았다고 하면 엄청 싫어했잖아.”

“내가 그랬나?”

오정진은 모르는 척했다. 오상희가 팔짱을 끼며 말했다.

“오빠 예전에 엄청 싫어했거든.”

“난 안 그랬는데.”

“안 그러긴……. 우와, 얼굴에 철판 깐 거 보소.”

“시끄러워! 조용히 해.”

“엄마! 작은 오빠가 자꾸 나 구박해.”

오정진의 핀잔에 오상희는 신순애를 불렀다. 부엌에 있던 신순애가 소리쳤다.

“그만 좀 해라. 여기 엄마 가게야. 밥 줄 테니까, 먹고 어서 집에들 가라. 이제는 엄마가 너희들 신경 잘 못 써줘.”

“알아요.”

오정진이 답했다. 오상희가 메뉴판에 있던 수육을 보고 외쳤다.

“엄마! 수육! 수육! 국밥 말고 수육! 나 고기 먹을 거야.”

앞에 앉은 오정진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야, 제발 철 좀 들어라. 수육은 팔아야지, 양도 얼마 없을 텐데.”

“내가 뭘?”

“걱정 마, 수육도 줄 테니까.”

“아싸!”

오상희가 기뻐했다. 그리고 국밥이랑 수육이 나왔다. 두 사람은 아주 맛있게 먹었다. 오상희는 수육 한 접시까지 비우고는 자신의 배를 툭툭 쳤다.

“와, 배 터지려고 해.”

“사람 배가 그리 쉽게 안 터지거든.”

오정진이 한마디 툭 던졌다. 오상희가 인상을 썼다.

“아이씨! 작은 오빠는 끝까지 그러냐.”

“내가 뭘…….”

오상희가 입술을 쭉 내밀었다. 오정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너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고 있어.”

오정진은 곧바로 옆 테이블의 그릇을 치우기 시작했다. 최말숙이 나오며 말했다.

“어멋! 왜 그래? 그냥 둬. 아줌마가 치워.”

“오늘 손님 많은 것 같아서 제가 도와드리고 싶어요.”

“그래도 이건 아줌마가 해.”

“같이 치우면 빠르잖아요.”

오정진은 최말숙의 말에도 테이블을 치웠다. 그런 모습을 오상희가 바라봤다.

“오빠, 진짜 왜 그래. 앉아 좀! 창피하게…….”

“넌 안 도와줘도 돼. 그냥 앉아 있어.”

오정진이 말을 하고는 다시 다른 테이블을 치웠다. 오상희는 고개까지 흔들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내가 못 살아! 자기만 효도하는 줄 알아. 칫!”

오상희가 투덜거렸다. 그때 다른 테이블에 있던 손님이 손을 들며 말했다.

“저기요, 여기 물 좀 주세요.”

그러자 오상희가 기다렸다는 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외쳤다.

“네, 잠시만요.”

오상희가 냉장고에서 물통을 꺼내 손님에게 가져다주었다. 그 모습을 부엌에 있던 신순애가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언제 저 녀석들이 저렇게 커서는…….”

최말숙이 빈 그릇을 가지고 들어오며 신순애를 봤다.

“언니, 자식들 하나 잘 키웠네. 부럽다.”

“그래, 나도 방금 그 생각은 했다.”

그러곤 오정진과 오상희를 향해 말했다.

“그만들 하고 어서 집에 들어가!”

“이것만 마저 치우고요.”

오정진이 마지막 테이블을 정리했다. 오상희도 자신들이 먹은 그릇을 치우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