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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44화 (344/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44화

32장 할 일을 하자(5)

7.

다음 날 오상진은 중위 진급 신고를 위해 특별한 날에만 입는 정복을 갖춰 입었다. 세탁소에 맡겨서 다림질까지 말끔하게 한 상태였다.

“이야, 우리 상진이 정복 멋있다.”

김철환 1중대장이 오상진의 정복 입은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 오상진에게 다가와 정복의 어깨를 몇 번 툭툭 털어냈다. 옷매무새도 다시 한번 정돈해 줬다.

“왜 이렇게 정복이 꼬질꼬질해. 세탁소에 안 맡겼어?”

“맡겼습니다.”

“그런데 왜 이 모양이야?”

오상진이 보기에는 딱히 이상한 구석이 없었다. 하지만 김철환 1중대장은 형의 마음으로 좀 더 멋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사단장님께서 특별히 너만 신고받는다고 하시니까. 긴장하지 말고, 실수 없이 잘해.”

“네. 알겠습니다.”

김철환 1중대장은 그래도 맘에 안 드는지 몇 번 더 정복을 봐주었다.

“너, 아무래도 빨리 결혼해야겠다.”

“네? 저 아직 젊은데 말입니다.”

“그게 뭐? 24살이면 결혼할 때지. 중대장은 말이야, 네 형수 일찍 만나서 얼마나 좋아. 딱 안정적이고, 군복도 말이야. 깔 같고! 봤지?”

“네. 진짜 중대장님은 결혼 잘하신 것 같습니다.”

“이제 알았냐?”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그렇게 사단을 향해 차를 타고 출발했다. 그러다가 김철환 1중대장이 말했다.

“네가 진급신고를 하는데 왜 내가 떨리냐.”

“아, 또 왜 그러십니까? 중대장님이 떠니, 제가 못 떨지 않습니까.”

“당연하지! 넌 떨면 안 되지. 내가 대신 떨어주는 것을 영광으로 알아.”

“네네. 자알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너 중위 됐다고 나 버리고 가는 거 아니지?”

“아닙니다. 제가 왜 중대장님을 버립니까.”

“너, 진짜 내 옆에 있어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사단에 도착한 둘은 사단실로 올라가던 중 한종태 대대장을 마주쳤다.

“충성. 대대장님도 오셨습니까?”

“그래. 우리 오 소위. 어디 보자.”

한종태 대대장 역시 오상진의 정복 입은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얼마 후 사단장실 문이 열렸다.

“들어가시죠.”

“네.”

오상진은 바짝 긴장한 채로 사단장 앞에 섰다. 그리고 곧바로 중위 진급 신고를 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충성.”

사단장이 앞으로 나섰다. 곧바로 중위 계급장을 든 부관이 다가왔다. 사단장이 직접 오상진의 양어깨에 중위 계급장을 달아주었다.

“중위 오상진!”

“그래, 멋있다!”

사단장이 중위 계급장을 달아주고 난 후 가볍게 양팔을 두드렸다.

“감사합니다.”

사단장이 뒤로 물러나고 다시 경례를 받으면서 진급심사는 끝이 났다.

“이야, 중위 계급장 멋있다.”

“네, 그렇습니다.”

한종태 대대장과 곽부용 작전과장이 추임새를 넣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단장은 곧바로 다른 일정이 잡혀서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오 중위.”

“중위 오상진.”

“아쉽다. 오늘 일정이 안 잡혀 있었다면 많은 얘기 좀 나누려고 했는데 말이야.”

“저는 언제든 이 자리에 있습니다.”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사단장이 흐뭇한 얼굴이 되었다.

“그래, 그래. 다음에 또 보자고.”

“네. 충성!”

오상진이 경례를 하고 사단장실을 나왔다. 한종태 대대장과 곽부용 작전과장, 김철환 1중대장도 함께 나왔다.

그런데 오상진을 바라보는 한종태 대대장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저 녀석이 복덩이인데. 내 옆에 두고 싶단 말이야. 그러면 물 건너간 승진도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단 말이지.’

한종태 대대장은 어떻게든 본부중대로 끌어 올리고 싶었다. 그런 느낌이 고스란히 얼굴에 드러났다.

“그래, 오 중위. 한번 말해봐. 특별히 가고 싶은 보직은 있나?”

“네?”

“말만 해. 내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리 오 중위가 한다는데 팍팍 밀어줘야지.”

“맞습니다. 우리 오 중위가 부대 인재 아닙니까.”

한종태 대대장 옆에서 곽부용 작전과장이 확실하게 추임새를 넣어주었다. 반면 김철환 1중대장은 긴장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오상진이 입을 뗐다.

“전 당분간은 소대장직을 계속 수행하고 싶습니다.”

“뭐? 왜?”

그러면서 한종태 대대장이 힐끔 김철환 1중대장을 바라봤다.

“전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안 하긴 뭘 안 해. 1중대장 그리 안 봤는데……. 중대장으로서 팍팍 올라오는 소대장의 기를 꺾어서야 되겠나.”

“…….”

김철환 1중대장이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면서 황급히 오상진을 보며 눈짓을 보냈다. 오상진이 바로 입을 열었다.

“대대장님 정말 그런 것이 아닙니다. 지금 저희 소대에 문제가 좀 있었지 않습니까. 그런 와중에 새로운 신병도 왔고, 이래저래 신경 쓸 것이 많이 있습니다. 그것을 제대로 해 놓지 않고 다른 부서로 간다는 것이 너무 책임감 없는 소대장으로 보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소대를 이끌고 싶습니다. 그렇게 하게 해주십시오.”

오상진은 마지막 말에 힘주어 소리쳤다. 오상진의 말을 듣고 한종태 대대장은 살짝 감동을 받았다.

“책임감! 그래 자고로 지휘관은 책임감이 있어야지. 오 중위가 그런 식으로 말을 하니 대대장이 할 말이 없다. 1중대장!”

“넵!”

“좋겠다, 너.”

“이게 다 대대장님 덕분 아니겠습니까.”

김철환 1중대장은 또 한종태 대대장의 비위를 살살 맞췄다. 한종태 대대장도 싫지는 않았다.

“알았다. 이제 그만 복귀하자.”

“네.”

한종태 대대장과 곽부용 작전과장이 먼저 나섰다. 그 뒤를 오상진과 김철환 1중대장이 움직였다. 한종태 대대장이 앞서서 걸어가다가 슬쩍 곽부용 작전과장에게 물었다.

“오 중위과 왜 자꾸 소대장을 고집할까? 1중대장이 강제로 붙잡고 있는 거 아니겠지?”

“오 중위가 1중대장과 친하니까. 그런 것도 없잖아 있지만 제가 듣기로는 1중대 사정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아, 전에 2소대장이었던 장재일이?”

“네. 지금 새로운 소대장이 오기로 되어 있는데, 그때까지 오 중위가 1소대와 2소대 임시 소대장을 맡고 있습니다.”

“아, 그래? 아무튼 오 중위가 열심히 해놓으면 꼭 까먹는 놈들이 있다니까. 세상일은 모르는 거야.”

“네, 대대장님.”

“그럼 오 중위는 당분간 그냥 두는 것이 좋겠군.”

“그렇습니다, 지금 오 중위를 빼버리면 1중대 난리 날지도 모릅니다. 아마 감당이 안 될 것입니다. 게다가 오 중위가 빠지면 3소대장과 4소대장이 남게 됩니다. 그럼 1중대는 지금 3사 출신과 ROTC 출신만 남게 됩니다.”

“뭐? 육사가 없어?”

“네.”

“1중대 구성을 왜 그따위로 한 거야.”

“그때 사정이 그렇게 되었습니다.”

“뭐, 이번에 새로 오는 소대장은 육사 출신이지?”

“네. 육사 출신입니다. 그런데 여자 소대장입니다.”

한종태 대대장의 눈이 커졌다.

“여자? 왜 여자 소대장이지?”

“그때 대대장님께서 중대 여성 비율을 좀 높이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아, 맞군. 내가 그랬어.”

한종태 대대장도 자신이 내린 지시를 떠올렸다.

“그럼 1중대에 여자 소대장이 가는 건가?”

“네. 그렇습니다.”

“허허, 참! 어쩌다 일이 그렇게 되었지?”

한종태 대대장이 나직이 말했다. 그리곤 곽부용 작전과장을 보았다.

“작전과장 알았어. 이만 복귀하지.”

“네.”

한종태 대대장은 1호차에 올라탔다. 그 뒤에 곽부용 작전 과장이 탔다.

“출발하지.”

“네.”

1호차가 출발을 하고 차창 밖을 한종태 대대장이 바라봤다. 그리고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번에 오는 여자 소대장은 예쁘려나? 좀 괜찮은 애가 와야 할 텐데…….”

한종태 대대장이 슬쩍 입맛을 다셨다.

8.

오상진이 자신의 중위 계급장을 찍어서 한소희에게 톡으로 보냈다. 그러자 곧바로 전화가 왔다.

-어머, 이게 뭐예요?

“저 오늘부터 중위입니다.”

-어멋! 오 중위님! 그럼 월급도 오르겠네요.

“하핫, 네. 많이는 아니지만 좀 오를 겁니다.”

-어머, 우리 남친 월급 오른대~

그때 수화기 너머 한소희 친구들의 음성이 들려왔다.

-야, 뭐야? 뭐야?

-우리 남친 진급했대.

-어머나! 축하해요.

한소희 친구들의 음성이 수화기 너머 들려왔다. 오상진은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오 소위님 축하해요.

-야! 소위 아니거든. 이제 중위거든! 우리 똑바로 하자!

-아, 그래? 오 중위님 축하드려요.

오상진의 입가로 웃음이 사라지지 않았다.

“소희 씨 친구분들께 고맙다고 전해줘요.”

-얘들아, 우리 남친이 고맙대.

-까악! 나중에 맛난 거 사줘요.

-진짜로요. 학교에 또 놀러 오세요.

-조용히 해. 이것들아!

한소희가 한마디 한 후 다시 오상진에게 말했다.

-오 중위님 우리 언제 봐요?

순간 오상진의 입꼬리가 귀에 걸렸다.

“네? 뭐라고 했어요?”

-오 중위님 언제 보냐고요.

“어? 잘 안 들려요.”

-오. 중. 위. 님! 우리 언제 보냐고요!

“후후후…….”

오상진이 웃었다.

-왜요? 제가 중위님이라고 하니까, 기분 좋아요.

“네. 완전요! 소희 씨가 중위님이라고 하니까. 더 실감이 나요.”

-우움, 그럼 계속 오 중위님이라고 부를까요?

“네. 좋죠!”

-알겠어요. 제가 꼭 오 중위님으로 불러드릴게요. 오 중위님!

“역시 듣기 좋네요.”

-오늘 목요일이니까. 토요일 날 볼 수 있죠?

“그럼요. 그때 제가 당당히 중위 계급장 달고 만나러 가겠습니다.”

-어머나! 저 기대돼요.

“네, 기대하셔도 됩니다.”

-알았어요. 그럼 그때 봐요.

“네.”

오상진이 전화를 끊었다. 한소희의 밝은 목소리를 들으니 활력이 충전되는 것만 같았다.

“충전은 됐고, 다시 한번 볼까?”

오상진은 중앙현관에 있는 대형 거울 앞에 섰다. 양어깨에 반짝이는 두 개의 다이아를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지나가던 박중근 하사가 발을 멈췄다.

“어? 오 소위, 아니, 오 중위님!”

“어, 박 하사.”

오상진은 괜히 어깨를 들썩였다. 박중근 하사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오늘 진급하신 겁니까?”

“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오상진이 웃으며 박중근 하사와 함께 중대 행정반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4소대장이 난리가 났다.

“와! 중위다. 이제 우리보다 좀 더 멀어지셨습니다. 정말 부럽습니다.”

“4소대장도 조만간 중위 달지 않습니까.”

“아직 4개월이나 남았습니다.”

4소대장이 시무룩해졌다. 3소대장이 중위 계급장을 봤다.

“그래도 부럽긴 합니다. 오늘 사단장님께서 직접 달아주셨다고 들었습니다.”

“네.”

“저희는 3월에 합동 진급신고를 하는데…….”

3소대장도 부러운 시선을 지우지 못했다. 오상진이 자리에 앉았다.

“에이, 그래도 중위 다시지 않습니까. 늦고 빠름의 차이일 뿐입니다.”

오상진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왠지 모르게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3소대장과 4소대장은 오상진의 어깨에 달린 2개의 다이아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역시 한 개와 두 개의 차이는 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때 책상 위에 올려 두었던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응? 누구지?”

오상진이 발신자 번호를 확인했다. 오상진의 전화번호부에 등록된 번호였다.

바로 헌병대 임규태 소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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