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41화
32장 할 일을 하자(2)
“구해지긴 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여자 소대장이 올 것 같네.”
“네? 진짜였습니까?”
이미 오상진은 여자 소대장이 올지도 모른다고 언질을 받았다. 그런데 정말 올 줄은 몰랐다.
“그래, 이번에는 진짜다. 이미 확정이 난 것 같아. 언제 올지는 아직 모르지만 조만간이겠지.”
“그런데 우리 중대에 여자 소대장이 올 수 있습니까?”
“나도 모르겠다. 위에서 무슨 말이 있었던 모양이야. 게다가 여자 소대장 비율을 늘리라는 말도 나왔고 말이야. 무엇보다 김 중위 있잖아. 이번에 전역서 낼 것 같더라.”
“아, 결정 난 겁니까?”
“그래. 어쨌든 대대장님도 여자 장교를 모집하라고 하고. 이래저래 그쪽으로 비중을 두는 것 같더라.”
“그래서 2소대장으로 온다는 겁니까?”
“그렇게 결정이 났는데 어쩌겠냐. 그런데 1소대장은 싫어?”
“싫은 건 아닙니다. 다만 좀 의외라서 말이죠. 하긴 요즘 시대에 남녀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열심히만 하면 전혀 문제 될 것이 없죠.”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네.”
“알겠다. 그럼 일은 그렇게 진행될 것으로 알고 있고.”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충성.”
“충성.”
오상진이 중대장실을 나와 중대 행정반으로 들어갔다. 곧바로 3소대장과 4소대장이 오상진을 바라봤다. 그들도 어느 정도 소문을 들은 모양이었다. 4소대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중대장님이 뭐라고 하십니까?”
“아무래도 2소대장으로 여자 장교가 올 것 같습니다.”
“오오, 정말입니까? 제가 뭐라고 그랬습니까. 여자 소대장이 올 것이라고 했지 않습니까. 아무튼 저의 정보는 정확합니다.”
4소대장이 뿌듯하게 말했다. 3소대장도 4소대장을 보며 입을 열었다.
“역시 4소대장…… 인정합니다.”
“후후후!”
4소대장의 어깨가 올라갔다. 그러다가 잠깐 생각을 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래도 우리 중대의 홍일점이 될 건데 예뻤으면 좋겠습니다. 남자만 있는 행정반에 풋풋한 꽃향기가 나면 얼마나 좋습니까.”
4소대장은 눈을 감으며 코로 주변 향기를 맡았다. 그 모습을 본 3소대장이 한마디 했다.
“부럽습니다.”
“뭐가 부럽습니까?”
“4소대장은 여자 친구가 없지 않습니까. 저는 임자 있는 몸이라…….”
4소대장 얼굴이 환해졌다.
“허허, 그럼 이 안에 경쟁자가 없다는 말씀입니까?”
4소대장이 의기양양한 표정이 되었다. 오상진이 그런 4소대장을 보며 충고를 했다.
“혹시라도 당사자 앞에서 그런 소리 하지 마십시오. 요즘 같은 시대에 그런 말 했다가 성추행이다, 뭐다 이런 말이 나옵니다.”
“에이, 무슨 성추행입니까. 고작 그런 말을 했다고 말입니다.”
“상대방이 그런 식으로 받아들였다면 성추행이라는 겁니다. 그러니 조심하라는 뜻에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오상진의 말에 4소대장이 뭔 말을 하려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나중에 제게 고마워할 날이 있을 겁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도 그럴 것이 오상진은 회귀를 하지 않았나. 미래에 군 성추행 문제로 시끌벅적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는 조금만 노골적인 말을 해도 성추행으로 논란을 삼았었다. 물론 현재 4소대장은 조금도 공감이 되지 않는 말이었다.
3소대장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에이, 우리끼리 말도 못 합니까?”
“네, 그러니 여기서만 하십시오.”
오상진이 다시 한번 말을 한 후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보다 누가 오려나?’
그때 오상진의 휴대폰이 ‘지잉’ 하고 전화가 왔다. 최강희에게서 온 전화였다.
“네, 오상진입니다.”
-오늘 저녁 약속 확인 차 연락드렸습니다.
“아, 네네.”
-저녁 시간에 맞춰 제가 부대 앞으로 차량을 보낼 건데 6시 맞춰서 보낼 건데 괜찮나요?
“저녁 6시 30분으로 하시죠.”
-네,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뵙죠.
오상진이 전화를 끊었다. 그러다가 4소대장이 번쩍 눈을 떴다.
“누굽니까? 방금 여자 목소리가 들렸던 것 같은데.”
순간 오상진이 깜짝 놀랐다.
“뭡니까? 소머즈입니까?”
“아니, 얼핏 여자 목소리가 들려서 말이죠. 진짜 누굽니까? 여자 친구?”
“아닙니다, 그런 거.”
“에이, 아무튼 잘해보십시오.”
4소대장이 실실 웃었다. 4소대장은 지금 새로 올 여자 소대장을 향한 경쟁자가 줄어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런 4소대장의 의도를 알기에 오상진은 멋쩍게 웃고 말았다.
4
저녁 6시가 다 되어 갔다. 시계를 확인한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 먼저 퇴근하겠습니다.”
“네, 고생하셨습니다.”
“들어가십시오. 내일 뵙겠습니다.”
3소대장과 4소대장에게 인사를 하고 오상진이 빠르게 중대 행정반을 나왔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박중근 하사를 만났다.
“퇴근하십니까?”
“네. 박 하사는요?”
“전 일이 좀 남았습니다.”
“그럼 저 먼저 퇴근합니다.”
“네, 충성.”
“충성.”
오상진은 차로 가서 빠르게 관사로 갔다. 전투복을 벗고 샤워를 했다. 옷장에서 괜찮은 정장을 찾아서 입었다. 나름 국회의원을 만나는데 깔끔한 정장이 괜찮을 것 같았다. 넥타이는 너무 딱딱해 보일 것 같아 하지 않았다.
“괜찮나?”
거울을 보며 이리저리 확인했다. 나름 깔끔해 보였다. 마무리로 스킨을 바른 후 곧장 관사를 나왔다. 위병소를 나서기 전에 오상진이 말했다.
“수고해라.”
“네, 충성.”
가볍게 눈인사를 주고받은 후 부대를 나섰다. 부대 앞에는 검은 색 세단 한 대가 도착해 있었다.
오상진이 나오는 것을 확인한 운전수가 재빨리 내려서 물었다.
“혹시 오상진 소위님?”
“네, 맞습니다.”
“타시죠.”
운전수는 뒷좌석의 문을 열어주었다. 오상진은 이런 행동이 살짝 부담스러웠다. 그렇다고 거절하는 것도 예의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네, 감사합니다.”
오상진이 뒷자리에 앉았다. 운전수가 앉고 곧바로 출발했다.
“위치가 어디쯤입니까?”
“강남 쪽입니다.”
“아, 강남…….”
그 뒤로는 딱히 대화가 오가지 않았다. 다만 운전수가 ‘방금 픽업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하고 전화하는 것만 들었을 뿐이었다.
얼마나 달렸을까, 강남 고급 한정식집에 도착했다.
“여깁니까?”
“네. 안으로 들어가시면 됩니다.”
“네.”
오상진이 인사를 하고 고급 한정식집에 들어갔다. 곧바로 종업원이 나와 오상진을 반겼다.
“네, 예약자분이 누구십니까?”
“으음……. 최강희 씨라고…….”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종업원이 바로 캐치했다.
“아! 저를 따라오세요.”
종업원의 안내를 받고 어느 방으로 안내되었다. 문을 열자 최강희만 앉아 있었다. 최강희 역시 오상진을 발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위님, 어서 오세요.”
“아, 네에…….”
오상진이 인사를 한 후 방으로 들어갔다.
“일찍 오셨네요.”
“네.”
“일단 앉으세요.”
최강희가 맞은편에 자리를 권했다. 오상진이 앉자 최강희도 자리했다.
“그런데…….”
“아, 아버님은 지금 오고 계시는 중이에요. 여의도에 차가 막혀서 조금 늦으신답니다.”
“그러시구나.”
“배가 고프시면 먼저 식사하시겠습니까?”
“아니에요. 그래도 의원님 오시면 같이 해야죠. 저는 괜찮습니다.”
“그렇게 말씀을 해주시니 마음이 편하네요.”
최강희가 환하게 웃었다. 그 뒤로 별다른 말은 없었다. 그저 최강철에 대한 질문을 하면 오상진이 답변을 해주는 식이었다. 그로부터 30분이 흐른 후 최강희 휴대폰으로 문자가 ‘지잉’ 하고 왔다.
-의원님 들어가십니다.
문자를 확인하고 최강희가 바로 말했다.
“아버님 도착하셨나 봐요.”
“아, 그래요?”
물 컵을 들고 있던 오상진이 식탁에 내려놓았다. 그때를 같이 해 문이 열리며 최익현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오상진이 본 최익현 의원의 첫 인상은 이랬다.
처음 봤을 때 최익현 의원의 느낌은 무척이나 젠틀한 이미지였다. 머리는 2:8 가르마를 깔끔하게 넘긴 상태였다. 검은 머리 틈으로 약간 흰 머리카락이 보였지만 그것마저도 정갈해 보였다.
얼굴형은 호남형인데 생각보다 잘생긴 얼굴이었다. 최강희와 최강철 이병이 아무래도 아버지의 영향을 많이 받아 예쁘고, 잘생긴 모양이었다. 그러면서 중후함마저 느껴졌다.
최익현 의원이 인자한 얼굴로 오상진을 보고 오른손을 내밀었다.
“내가 강철이 애비 되는 사람이오.”
최익현 의원은 자신을 의원으로 소개하지 않고, 최강철 이병의 아버지라고 소개했다. 어쨌든 이 자리는 최강철 이병의 소대장인 오상진을 만나는 자리라서 그런 듯 보였다.
“네, 안녕하십니까. 오상진 소위입니다.”
오상진 역시도 그런 최익현 의원의 소개에 첫 인상부터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갑소. 일단 앉읍시다.”
“네, 아버님.”
오상진 역시도 의원님이라고 하지 않고, 아버님이라고 불렀다.
“허허허, 이렇듯 만나보니 소대장님도 잘생기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혹시 여자 친구는 있소?”
순간 최강희가 움찔하며 눈에 날을 세웠다.
“아빠!”
“허허, 거참…… 녀석도 너도 이제 나이를 생각해야지?”
“전 제가 알아서 해요.”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천천히 말했다.
“아버님, 저 여자 친구 있습니다.”
“오? 그렇습니까? 아쉽습니다.”
최익현 의원은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최강희는 괜히 민망한 얼굴이 되었다. 최익현 의원이 식탁을 보며 말했다.
“왜? 먼저 먹고 있으라니까.”
“오 소위님께서 아버지 오면 같이 먹자고 해서요.”
“그래? 그럼 얼른 주문하자꾸나.”
최익현 의원이 씨익 웃었다. 최강희가 곧바로 식사를 주문했다.
식사는 미리 준비를 했는지 얼마 걸리지 않아 바로 나왔다. 주방장 특선 메뉴로 정한 것 같았다.
노란 단호박 죽과 백김치가 먼저 나오고, 그 뒤로 계절 모둠 샐러드를 포함해 구절판, 홍어 삼합, 유기농 삼과 마 찹쌀구이, 감자옹심이와 맑은 조개탕 참소라 멍게와 연어회 등, 대략 20가지가 넘는 코스 한정식으로 되어 있었다.
“와, 음식이 참 깔끔합니다.”
“입맛에 맞습니까?”
“네, 엄청 맛있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서 슬쩍 메뉴판을 확인했다. 제일 싼 가격이 10만 원부터 시작해, 최고 35만 원까지 있었다. 그것도 1인분에 말이다. 오상진의 눈이 살짝 커졌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대략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식사를 적당히 하자, 최익현 의원이 입을 열었다.
“저번에 우리 아들 도와줘서 고맙소.”
“아닙니다, 아버님. 제가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솔직히 강철이 그놈, 군대 보내놓고도 걱정이 많았소. 막내라고 오냐오냐하면서 키웠더니, 밖으로만 나돌아다니면서 사고만 치고. 사람 만들려고 군대 보냈더니 휴가 나와서는……. 아비로서 참 면목이 없소.”
최익현 의원의 솔직한 말이었다. 오상진이 손을 가로저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 그 날도 강철이가 침착하게 대응해 저에게 연락을 줬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만약 그렇지 않고, 감정적으로 나섰거나 했으면 제가 수습하지도 못했을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허허허.”
최익현 의원은 자기 아들을 칭찬해 주니까, 기분이 좋았다. 물론 다른 사람들이 입바른 칭찬을 해줬을지는 몰라도 오상진처럼 진심으로 칭찬해 주는 사람들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