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340화 (340/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40화

32장 할 일을 하자(1)

1.

영화가 끝나고, 오상진이 기지개를 켰다. 한소희는 오상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있다가 같이 기지개를 켰다.

“영화 어땠어요?”

“재미있네요. 우리 뭐 좀 먹을까요?”

“네.”

“기다려요.”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때 오상진의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누구지?”

한소희도 고개를 돌려 확인을 했다. 오상진은 발신자 번호를 봤다. 최강희에게서 온 전화였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저 누군지 아시죠?

“물론이죠.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늦은 시각에 전화를 해서 죄송해요. 혹시 통화 괜찮으세요?

그때 한소희가 바짝 다가왔다. 수화기 너머 어렴풋이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소희의 눈이 치켜 떠졌다.

“여자예요?”

오상진은 한소희가 오해하지 않게 조용히 말했다. 물론 목소리가 들어가는 곳을 막고서 말이다.

“최강철 이병 누나예요.”

“아, 전에 말했던 그 신병?”

“네.”

한소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의심의 눈초리를 쉽게 지우지 않았다. 오상진 그 눈빛이 살짝 부담스러웠지만 그 자리에서 전화를 받았다.

“네, 무슨 일이세요?”

-다름이 아니라 우리 강철이 일 도와주셔서 말이에요.

“당연히 소대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너무 감사해서 식사라도 대접해 드리고 싶어서요.

“안 그러셔도 됩니다.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이었습니다. 저야 강철이가 그런 일에 연루되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 마음만 받겠습니다.”

-혹시 부담스러우세요?

최강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솔직히 부담되지 않으면 거짓말이겠죠.”

오상진이 한소희를 바라봤다. 한소희는 오상진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물론 지금 상황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다. 옆에서 한소희가 바라보고 있는데 밥 먹자는 소리를 할 순 없었다. 그런데 한소희가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음…… 실은 저희 아버지께서 소위님과 식사를 하자고 하세요.

“아버지라면……. 최 의원님이요?”

-예.

한소희는 최 의원이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오상진이 조용히 물었다.

“최 의원님께서 무슨 일로…….”

-저희 아버지께서 강철이를 맡겨놓고 신경도 못 썼다고……. 그리고 이 일도 수습이 잘 되게 마무리 지어줘서 고맙다고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 해요. 안 될까요?

최강희가 다시 물었다. 오상진은 더욱 부담이 되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현역 국회의원이었다.

최강희가 정중히 부탁하고, 국회의원까지 먼저 만나자고 하니 거절할 수가 없었다.

“저기…… 식사만인 거죠?”

-네,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저 감사한 마음에 식사를 하자는 것이에요.

“그런 얘기라면……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언제쯤이죠?”

-혹시 주중에 시간을 내주셨으면 좋겠는데……. 시간은 저희가 맞추겠습니다.

“제가 군인이라서 저녁 6시 이후에는 괜찮습니다. 그쪽에서 날짜를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음, 화요일은 어떠세요?

“화요일 괜찮습니다.”

-그럼 화요일에 모시러 가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한소희가 바로 오상진에게 다가와 초롱초롱한 눈으로 물었다.

“최 의원이 누구예요?”

“최강철 이병 아버지가 국회의원이세요.”

“네? 누구요?”

“최익현 의원이시라고…….”

“아, 그분! 되게 젠틀하시고 인기 좋으시잖아요. 나름 뉴스나 신문에도 나오시고 그러시던데. 맞죠?”

“네. 맞아요.”

“저희 아버지 말로는 그분 차기는 어렵고, 차차기 대권후보가 될지도 모른다고 하시던데.”

“아, 차차기요?”

“네. 그분 정말 열심히 잘하신다고 저희 아버지께서 말씀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왜 그분이 상진 씨에게 밥을 같이 먹자고 하시죠?”

다시 한소희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국회의원의 비서가 아니라, 그의 딸이 전화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같이 밥을 먹자고 한다. 왠지 느낌이 이상했던 것이다.

“아, 이번에 그 친구가 휴가를 나와서 좀 안 좋은 상황이었는데 제가 그 부분을 수습해 줬습니다. 뒤탈 없게요. 그래서 고마운 마음에 식사 한 끼 하자고 그러시는 겁니다. 아무래도 국회의원님이라서 그런지 사례를 하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제가 마냥 거절하는 것도 예의는 아닌 것 같아서요.”

한소희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그래요. 우리 남친 대단하네. 국회의원이랑 밥도 같이 먹고요.”

“아, 또 그렇게 됩니까?”

오상진이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가 한소희가 갑자기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 방금 통화한 여자도 나오는 거예요?”

“어어…… 아무래도 그러지 않을까 하는데요.”

“그 여자 한 번 봤어요?”

“네. 전에 면회 한 번 왔습니다.”

“면회요?”

한소희의 눈이 커졌다. 순간 오상진이 움찔했다.

“아니, 저를 면회 온 것이 아니라. 동생인 강철이를 만나러 왔는데 원래 백일 전에는 면회가 안 되거든요. 그런데 제가 함께 나가서 면회를 시켜줬습니다.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알겠어요. 그보다 그 여자 예뻐요?”

한소희는 여전히 의심의 눈초리를 하며 말했다. 오상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예쁘죠!”

“네? 예뻐요?”

한소희의 목소리가 약간 올라갔다. 오상진이 바로 말했다.

“그런데 소희 씨가 더 예뻐요.”

“……정답!”

한소희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 모습을 보고 오상진이 다가가 안았다.

“뭐예요.”

“왜요? 내 여자친구를 안겠다는데.”

“칫……. 요새는 막…… 틈만 나면…… 아주…….”

한소희가 눈을 흘기며 말했다.

“그래서 소희 씨는 싫어요?”

“아니, 싫은 건 아닌데…….”

오상진이 다시 한소희를 꼭 끌어안았다. 그때 한소희의 머리카락에서 라일락 향기가 났다.

“소희 씨 머리에서 라일락 향기가 나요. 향기가 정말 좋다.”

한소희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2.

오상진은 바로 부대로 출근하지 않고, 국군수도병원으로 향했다. 오늘 이은호 이병이 퇴원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김철환 1중대장에게 미리 보고한 후 곧바로 국군수도병원으로 온 것이었다. 이은호 이병의 퇴원 수속을 밟고 곧바로 충성대대로 복귀했다.

“후우…….”

이은호 이병이 다시 부대에 오자 살짝 긴장되는 눈치였다.

“왜?”

“아, 아닙니다.”

“어서 가자, 새로운 소대원들이 기다리고 있다.”

“네!”

이은호 이병이 힘차게 대답했다. 오상진은 그런 이은호 이병을 보며 피식 웃었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좀 밝아진 얼굴이었다.

1소대 내무실에 들어갔다. 1소대원들은 잠시 다른 일을 준비 중이었다. 그때 오상진이 나타났다.

“얘들아, 주말 잘 보냈냐.”

“충성!”

김일도 병장이 곧바로 경례를 했다.

“그래. 훈련 나가야 하니까. 빨리 끝내자. 오늘부터 1소대원인 이은호 이병이다.”

이은호 이병이 오상진 옆에 섰다. 1소대원들의 표정이 환해졌다. 특히 최강철 이병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얘들아, 잘 알겠지만 이은호 이병은 신병이다. 앞으로 잘 챙겨줘라.”

“네. 알겠습니다.”

“은호 자리 좀 안내해라.”

“이병 최강철!”

최강철 이병이 나서며 이은호에게 말했다.

“이쪽으로 와. 네 자리는 여기고, 2소대에 있던 네 짐 미리 다 옮겨 놨다. 확인해서 네가 다시 정리해.”

“네, 알겠습니다.”

이은호 이병이 곧바로 대답했다. 오상진은 그 모습을 보며 김일도 병장에게 손짓했다.

“병장 김일도.”

김일도 병장이 후다닥 달려왔다. 오상진이 나직이 속삭였다.

“일도야, 너도 알겠지만 은호가 2소대에서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알지?”

“네.”

“네가 좀 더 신경을 써 주도록 해.”

“걱정 마십시오. 그리고 강철이가 잘 알아서 해줄 겁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저희 소대는 절대 그런 짓을 할 리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뭐, 장난이 좀 심할 뿐이죠.”

“알지. 그래도 장난은 적당히 해.”

“네.”

“알았다. 일도가 있으니까, 든든하다.”

오상진의 칭찬에 김일도 병장이 씨익 웃었다.

“참! 이은호 사수는 누구지?”

“아마 김우진 상병일 겁니다.”

“아, 맞다. 우진이구나.”

“상병 김우진!”

김우진 상병이 손을 들었다. 그의 입가에서 미소가 지어졌다.

“우진이 너, 이번에도 애 괴롭히면…….”

오상진이 눈을 부릅떴다. 김우진 상병이 당황했다.

“안 그럽니다. 제가 언제 그랬다고 그러십니까.”

“농담이야, 아무튼 신경 좀 써라.”

“네.”

하지만 김우진 상병은 살짝 못마땅했다. 막말로 강대철은 지랄 맞은 녀석이고, 이은호 이병은 고문관이었고 말이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이고, 내가 전생에 무슨 잘못을 했다고…….’

김우진 상병이 최강철 이병을 봤다.

“강철아.”

“이병 최강철.”

“은호 정리하는 것. 네가 좀 도와줘라. 맞선임이니까.”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그 모습을 보며 내무실을 나갔다. 김우진 상병이 제자리에 앉았다.

“저 핏덩어리를 어떻게 하면 좋냐.”

김우진 상병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그렇다고 노현래 이병처럼 맘대로 장난을 칠 수도 없었다. 김일도 병장이 입을 뗐다.

“현래랑, 우진이 네가 잘 살펴봐야 한다.”

“이병 노현래, 네 알겠습니다.”

“제가 뭐 신경 쓸 거라도 있겠습니까. 밑에 애들이 알아서 하겠죠. 오히려 제가 신경 쓰면 부담스러워 할 겁니다.”

김우진 상병의 말에 김일도 병장이 피식 웃었다.

“인마, 사수로써 신경 쓰라고 말이야.”

“네.”

김우진 상병이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그러는 사이 최강철 이병은 이은호 이병에게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너도 2소대에서 겪어 봤겠지만 고참들 이름 최대한 빨리 외워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모르는 것이 있다면 나에게 물어보고, 아니, 이해진 상병님께 물어보면 돼.”

“이해진 상병님 말입니까?”

“그래, 나중에 내가 다 설명해 줄게.”

“네.”

“그래, 우리 앞으로 잘 지내보자.”

최강철 이병이 환하게 웃으며 먼저 손을 내밀었다. 이은호 이병이 움찔했지만 이내 손을 내밀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렇게 두 명의 1소대에 부족했던 인원이 다시 채워졌다.

3.

화요일 아침, 오상진이 출근을 한 후 곧장 김철환 1중대장의 부름을 받았다.

똑똑똑.

문을 두드린 후 중대장실로 들어갔다.

“충성, 부르셨습니까?”

“어, 그래. 상진아.”

김철환 1중대장이 고개를 들었다. 오상진이 김철환 1중대장 앞으로 갔다.

“무슨 일 있습니까?”

“무슨 일은……. 어제 이은호 이병 퇴원했다며!”

“네.”

“어제 알아보려고 했는데 중대장이 어제 없었잖아.”

“참, 육본에 교육받으러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교육 잘 받고 왔지.”

“어떤 교육입니까?”

“뭐, 매년 지휘자 교육을 받는데 이번에는 날 보내시네. 그것도 사단에서 특별히 말이야.”

김철환 1중대장은 왠지 모르게 뿌듯한 얼굴이 되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오상진 역시도 기분이 좋았다.

‘육본 다녀온 것에 기분이 좋으신 모양이구나.’

김철환 1중대장이 곧바로 말을 했다.

“아, 그건 그렇고 은호는 어때? 잘 적응하고 있어?”

“뭐, 이틀 되었지만 나름 적응을 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 1소대가 또 워낙에 착하지 않습니까.”

오상진은 자신의 소대를 자랑스럽게 말했다. 김철환 1중대장이 피식 웃었다.

“그럼 됐고! 앞으로도 잘 지켜보고.”

“알겠습니다.”

“그리고 2소대장 말이다.”

“네.”

오상진의 눈이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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