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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38화 (338/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38화

31장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20)

“그럼 우리 아들 남자 다 되었지. 그보다 주희가 걱정이야. 사춘기에 들어서 그런지 말도 부쩍 줄어들고……. 사실 우리가 살던 아파트를 팔았어. 그 돈도 펜션에 들어갔거든.”

“그럼 지금 어디서 살아요?”

“어디겠어. 펜션이지.”

“아, 주희가 많이 신경 쓰였겠네요.”

“그렇지. 펜션에 사람들이 오가고 저녁이면 손님들의 떠드는 소리에 공부가 제대로 되겠어? 그래서 염치불구하고 서울로 보낸 거야.”

“잘하셨어요, 이모.”

오상진이 신지애의 발언에 힘을 실어 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주혁이었다.

“주혁이가 남자아이긴 하지만 그래도 신경이 쓰일 텐데요.”

오상진은 알고 있었다. 주혁이가 남자라고 해도 주희보다는 더 예민한 성격이었다.

“알지.”

“그럼 주혁이도 서울로 보내세요.”

오상진의 제안에 신지애가 피식 웃었다.

“왜? 이모도 여기서 살라고?”

“여기 사셔도 되고, 아니면 제가 집 하나 해드릴게요.”

“어이구, 우리 상진이 진짜 다 컸네. 이모 집을 해줄 생각까지 다 하고. 말은 고마워. 그런데 상진아, 문제는 이모가 여기 와서 뭘 먹고 살겠니. 그나마 이모부 옆에서 일을 도와주며 지내야지. 나마저 이모부 옆에 없으면 그 사람…….”

신지애의 눈가에 슬쩍 눈물이 맺혔다. 오상진 역시도 그 뒷말이 무엇인지 잘 알았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이모부를 도와줄 수는 없었다.

‘이 펜션 사업은 안 돼. 만약 잘 된다는 보장이 있으면 당장에라도 도와주고 싶지만……. 이미 밑 빠진 독이나 다름없어.’

오상진도 답답한지 한숨이 나왔다.

“하아, 그럼 이모 주혁이라도 보내세요. 여기서 학교 다니게 해요.”

“솔직히 주희 맡기면서 그 얘기도 하고 싶었는데……. 상진아, 정말 그래도 될까?”

“그럼요. 주희랑 주혁이 형제가 이렇게 둘밖에 없는데 같이 있는 게 좋죠. 제가 자주 오는 것도 아니고, 집에 남는 방도 있는데요. 정 안 되면 제 방을 빼면 되고요. 아니면 정진이랑 같이 써도 되고요. 정진이가 워낙에 공부를 잘해서요. 주혁이랑 같이 공부해도 될 거예요.”

“그렇게야 된다면야. 이모는 더 바랄 것이 없지. 그런데 진짜 그래도 될까?”

“물론이죠, 이모!”

오상진이 바로 답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신순애가 동생인 신지애의 손을 잡았다.

“그래, 지애야. 어려울 때 서로 돕고 사는 거지. 너무 그렇게 부담스러워 하지 마.”

“네, 이모. 저는 상관없으니까. 주혁이도 보내세요. 엄마도 같은 생각이죠?”

신순애가 기특한 눈으로 오상진을 바라봤다.

“그럼, 우리 아들이 좋다고 하는데 엄마는 당연히 따라야지.”

“이모, 일단 주혁이 보내세요. 그리고 주혁이 걱정 말고, 이모는 이모부 옆에서 일 도와주세요.”

“그래, 상진아.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까, 솔직히 맘이 놓이긴 하네. 고맙다.”

“에이, 뭘요. 가족끼리인데요.”

오상진은 그러면서 속으로는 정말 미안했다.

‘미안해요, 이모! 진짜 도와드리고 싶은데 이모부의 펜션 사업은 안 돼요. 그리고 지금 제가 말려도 아마 이모부는 듣지 않을 거예요. 지금은 그저 이모부가 스스로 깨우치는 방법밖에 없어요.’

오상진은 속으로 정말 미안하게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모부가 펜션 사업에서 손을 떼게 설득할 자신이 오상진에게는 없었다. 이모부의 모든 것을 걸었던 펜션인데 그걸 쉽게 뿌리칠 수 있을까. 그래서 오상진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만을 생각해야 했다.

예전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자신과 정진이, 상희를 거두어들였던 것처럼 지금은 주희랑 주혁이를 책임지고 싶었다.

‘그래,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 이 정도야.’

다음 날 아침 오상진은 한소희와 만나 데이트를 즐겼다. 경치 좋은 카페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아침이지만 한소희는 여전히 예쁜 모습이었다. 오상진의 시선이 한소희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응? 왜요? 제 얼굴이 뭐라도 묻었어요?”

“네. 묻었어요.”

“어멋! 진짜요?”

한소희가 당황하면서 백에서 황급히 거울을 빼 들었다. 거울에 자신의 얼굴을 비치며 물었다.

“뭐가 묻었다는 거예요?”

당황한 한소희가 묻자 오상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예쁨이요.”

“네에……?”

한소희는 거울을 치우며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가 오상진을 따라 피식 웃었다.

“아니, 뭐예요. 놀랬잖아요.”

한소희는 기뻐하다가 입술을 툭 내밀며 뾰로통해졌다.

“아침부터 날 놀리기나 하고…….”

“미안해요, 놀릴 생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제 말은 진심이었어요.”

“칫, 이번만 봐주는 거예요.”

“알았어요.”

오상진이 배시시 웃었다. 한소희가 그 웃음을 보며 고개를 홱 돌렸다.

“그렇게 웃지 마요.”

“왜요?”

“너, 너무 귀엽잖아요.”

“하하, 소희 씨도 참.”

두 사람은 아침부터 달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잠시 후 주문한 음료수가 나오고 먼저 한소희가 입을 열었다.

“아 참, 상진 씨!”

“네.”

“제가 고민을 해봤거든요.”

한소희가 말을 하면서 백에서 뭔가를 꺼냈다. 그것을 펼치자 건물 층이 나왔다.

“현재 비어 있는 층이 있잖아요. 서둘러 이곳도 계약을 해야 하고요.”

“그렇죠.”

“그래서 제가 몇 가지를 생각해 왔어요.”

한소희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사실 오상진은 군인이기에 시간이 주말밖에 나지 않았다. 그래서 가게 계약을 알아보고 면접을 보는 것 역시도 주말에 해야 했다.

물론 대리인을 두고 계약을 하면 되지만 마구잡이로 건물에 세입자를 들이고 싶지 않았다. 건물의 이미지를 좋게 만들어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세입자로 들어와야 했다.

“그전에 소희 씨.”

“네?”

“미안해요. 모처럼 데이트인데 또 상가 일 때문에…….”

오상진이 정말 미안해했다. 남들처럼 영화도 보고, 맛있는 것도 먹고, 멀진 않더라도 놀러 다니고 그러고 싶었다. 그런데 사정이 여의치 않았다.

“아니에요, 전 괜찮아요. 이런 것도 나름 재미가 있어요. 남들은 못 하는, 뭐 그런 데이트요.”

한소희는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고 있었다. 그 모습에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사모님 소리 듣는 게 재미있는 것은 아니고요?”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아요. 그래서 말인데요. 제가 생각한 것은요.”

한소희가 막 말을 하려고 할 때 오상진이 손을 들어 막았다.

“아무리 그래도 소희 씨랑 데이트하는 건데 지금은 상가 얘기는 잠시 넣어두죠. 어차피 한 시간 후에 면접을 봐야 하는데…….”

“아! 알겠어요.”

한소희가 자신이 꺼냈던 것을 도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창가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그런데 이런 곳은 또 언제 알았데요?”

“으음, 나름 검색을 좀…….”

“풋!”

한소희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 모습이 참 귀여웠다. 한소희는 한 손으로 턱을 괴며 창밖을 봤다.

호수 근처 카페라 그런지 연인들이 아침 일찍부터 많이 와 있었다. 게다가 호수에 오리배가 둥둥 떠다녔다.

“좋네요.”

“네. 그러게요.”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호숫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상가 얘기가 아닌 일상적인 얘기를 한 후에 두 사람은 상가로 향했다.

“이번에 연락 온 곳이 치과라고 그랬죠?”

한소희가 물었다.

“네.”

“치과라면 장사가 잘될 텐데. 임대료를 많이 받아야 되나?”

“에이, 그래도 우리가 정한 원칙이 있잖아요. 주변보다는 조금 저렴하게 받을 생각입니다.”

“아무튼 상진 씨는 너무 착하다니까요. 아무튼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한소희가 배시시 웃었다. 오상진도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잠시 후 상가에 도착한 오상진과 한소희는 그 길로 부동산에 들렀다.

“사장님 오셨습니까.”

부동산 사장이 반갑게 맞이했다.

“네.”

“때맞춰 오셨습니다. 이 분이 바로 치과 개업하시겠다는 분입니다.”

오상진의 시선이 말끔하게 차려입은 남자에게 시선이 갔다. 그 사람이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조광철입니다.”

“네, 반갑습니다. 오상진입니다.”

조광철은 오상진을 바라보며 살짝 놀랐다.

“그럼 사장님이 한울빌딩 건물주님이십니까?”

“네. 제가 맞습니다. 어쩌다 보니 주식이 잘 되어서…….”

“아, 그러시구나. 대단하십니다. 젊은 나이에…….”

조광철은 감탄하고 있었다. 그때 부동산 사장이 나섰다.

“여기서 이러시지 마시고,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아, 네에.”

“그러시죠.”

세 사람이 자리에 앉았다. 부동산 사장은 눈치 빠르게 커피를 준비했다. 그러는 사이 오상진과 조광철이 대화를 시작했다.

“치과를 개업하시겠다고 들었습니다.”

“네, 개업이라기보다는 이전을 생각 중입니다.”

“아, 이전요.”

“네. 듣기로는 여기가 세가 싸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상진이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소문이 다 났구나. 곤란한데…….’

벌써 떡볶이집에 관한 소문이 쫙 퍼진 것이었다.

‘뭐, 누가 말했든 말하지 않았든 소문이 날 수밖에 없는 거였나?’

오상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2층은 커피숍, 3층은 병원으로 세입자를 들일 걸 생각하고 있던 오상진의 니즈를 맞추기 위해 부동산 사장이 잡아 놓은 것이었다.

“아, 그러십니까.”

오상진이 조광철을 빤히 쳐다봤다. 그런데 왠지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

‘그런데 이 사람 왜 이렇게 낯설지가 않지?’

오상진이 조광철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저기 죄송한데 어디서 치과를 운용하셨습니까?”

“김포 쪽이었습니다.”

“김포요? 남양주 쪽은 아니었습니까?”

“그쪽은 아니었는데요.”

“아, 그러시구나. 어디서 본 듯해서요.”

“그래요? 제가 흔한 얼굴이라는 소리는 많이 듣습니다. 허허허.”

조광철이 크게 웃었다. 하지만 오상진은 계속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야, 진짜 어디서 본 사람이야. 어디서 봤더라.’

오상진은 조광철을 떠올리기 위해서 한참을 생각했다. 한편 한소희는 치과라고 하니 건물 컨셉에 딱이라며 들떠 보였다.

“치과라면 요새 손님이 많이 오지 않나요?”

“지역마다 다릅니다. 사실 교정도 같이 하는데 인건비도 만만치 않고, 주변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이곳으로 온 것입니다.”

“아, 그러셨구나.”

한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근처에는 치과가 없나요?”

“다행인지 이 근처에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여기서 하면 좀 나을 것 같아서요. 물론 임대료도 저렴하면 좋겠고요.”

조광철이 보기 좋은 얼굴로 계속해서 ‘허허’ 하며 웃었다. 한소희는 치과 자체만으로도 맘에 들어 했다. 그리고 주변에 치과가 없다는 것도 한몫했다.

“상진 씨, 저는 좋은 것 같은데요.”

부동산 사장도 눈치를 살피더니 입을 뗐다.

“그럼 계약서를 작성하실까요?”

부동산 사장이 계약서를 가지고 왔다. 치과가 3층을 통째로 다 쓰는 조건이었다.

“조 사장님 임대료 삼백 정도 나올 텐데 괜찮겠어요?”

조광철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사장님 조금만 더 어떻게 조정해 주시면 안 될까요.”

“얼마를 생각하시는데요?”

“저희가 돈 벌려고 치과를 하는 것이 아니라, 힘든 사람 도와주려고 하는 것이라, 치료는 물론 교정도 다른 치과들에 비해 저렴합니다. 손님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수입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한소희의 표정이 환해졌다.

“어머, 좋은 일 하시네요.”

“그래서 저는 한 이백 정도면…… 어떨까 합니다.”

“이백만 원이요?”

오상진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생각해 보니 돈 벌려고 하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돈을 벌면 좋겠지만 치과를 하면서 어려운 사람을 돕고, 그리되면 사람들도 많이 올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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