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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37화 (337/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37화

31장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19)

오상진은 길을 걷다 문득 날씨가 참 쌀쌀해졌다는 걸 깨달았다. 곧 겨울이 다가오고 있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교복점에 들러 주희의 새 교복을 맞춰주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복으로 말이다.

“이모, 주희 어느 학교 가요?”

“원희여자제일고등학교.”

“아, 원희고였구나.”

오상진은 곧장 교복 맞추는 곳으로 갔다.

“주희 너 교복도 맞춰야 하잖아.”

그러자 이모가 바로 말했다.

“상진아, 교복은 됐어! 학교에서 선배가 입던 교복 물려주기로 했어.”

“에이, 왜 선배 교복을 물려 입어요. 전학 가는 만큼 새 교복으로 입어야죠.”

“아니야, 오빠…….”

“됐어, 오빠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

오상진은 주희를 이끌고 근처 엘리트 교복점에 들어갔다.

“사장님, 치수 좀 재주세요.”

“네네.”

교복점에서 상, 하의 하복, 동복을 다 맞췄다. 오상진이 주희를 보며 물었다.

“주희야, 키는 다 컸지?”

“네?”

“키 말이야.”

오상진이 주희 앞으로 가서 섰다. 주희 키가 제법 커 보였다.

“우와, 주희. 키가 제법 크구나. 몇이야?”

“168㎝ 정도?”

“우와, 우리 엄마 쪽 유전자가 좋아서 그런지 다들 키가 크구나.”

사실 오정진도 키가 크고, 오상진도 키가 컸다. 오상진의 키가 180㎝가 넘으니 말이다. 오정진이 178㎝, 오상희도 170㎝ 정도 되었다. 오상희의 유일한 장점이 바로 기럭지였다. 그런데 주희까지 키가 컸다.

“운동복도 맞추자.”

“아니에요.”

“됐어! 어차피 학교 운동복도 있어야 해.”

오상진은 곧바로 사장에게 말했다.

“치수에 맞게 운동복도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오빠 고마워요.”

주희는 새 교복에 눈이 커졌다. 게다가 교복 중에서 나름 알아주는 브랜드였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주희 전학 왔는데 학교에서 기죽지 말아야지.”

“네.”

오상진이 이모 몰래 주희에게 귓속말을 했다.

“이모 모르게 오빠가 꾸준히 용돈 줄 테니까. 필요한 것이 있으면 꼭 말해! 알았지?”

“아, 아니에요.”

“공부 열심히 하라고 그러는 거야. 그러니, 부담 갖지 말고 넌 공부만 열심히 하면 돼.”

“고마워요, 오빠.”

“고맙긴.”

오상진과 주희가 친하게 지내는 모습을 이모가 흐뭇하게 바라봤다. 신순애가 옆으로 다가왔다.

“이제 맘이 놓이니?”

“으응, 언니. 고마워. 언니 아들 하나 진짜 잘 뒀다.”

“후후후, 그렇지?”

신순애와 이모는 서로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오상진은 자신의 방 침대에 걸터앉아 휴대폰을 들곤 곧바로 한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여보!

“후후, 역시 듣기 좋아요.”

오상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오늘 뭐 했어요?

“네, 사촌 동생 방에 들어갈 가구랑, 필요한 물품들을 구매했어요.”

-잘했네요. 그럼 이제 사촌 동생이 계속 집에 사는 거예요?

“내가 군인이라서 이 집에 계속 있을 것도 아니고, 방이 남아서 아마 그렇게 될 거 같아요.”

-그래도 다른 가족들도 사촌 동생이랑 살면 불편하지 않을까요?

“제가 사실 이모에게 빚진 것이 많아요. 우리가 힘들 때 이모가 많은 도움을 줬거든요. 하지만 이모에게 제대로 된 보답을 해드린 적이 없어요. 그런데 이번에 이모가 어렵게 부탁을 했고, 당연히 도움을 주는 것이 맞는 것 같아서요.”

-아, 그렇구나. 상진 씨가 생각보다 정이 참 많아요.

한소희의 말을 듣고 오상진이 생각에 잠겼다.

‘내가 정이 많다고? 지금 그런가? 하긴, 과거에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 가족들하고, 친척들이랑 거의 왕래가 없었지. 그때는 나 혼자 살기 바빴으니까. 회귀하고 난 후에 로또 당첨되고 엄마의 병도 나았고, 이러니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긴 거구나.’

오상진의 입가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소희 씨의 집은 어때요?”

-저희 집이야. 다른 집이랑 변함이 없죠. 아빠야 다른 친척들이랑 친한데, 저는 사촌들이랑 딱히 친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사촌들이랑 잘 지내는 상진 씨가 신기해요.

“뭐, 개인 성격이겠죠.”

-그렇죠.

오상진은 이런 저런 얘기를 더 했다. 그때 수화기 너머 한소희의 하품하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어? 소희 씨 피곤하신가 봐요.”

-어멋! 제 하품 소리 들렸어요?

“네. 오늘 좀 힘들었나 봐요.”

-아뇨, 힘들지는 않았는데 좀 졸리네요.

“어서 자요. 내일 제가 일찍 데리러 갈게요.”

-알겠어요, 상진 씨도 잘자요.

“그래요.”

오상진은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잠깐 휴대폰을 바라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물이나 한 잔 마셔야겠다.”

오상진이 자신의 방을 나와 1층으로 내려갔다. 1층에서는 신지애 이모와 신순애 여사가 부엌에서 술 한잔을 하며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들은 2층에서 내려오는 오상진을 발견하곤 말했다.

“어? 아들 내려왔니?”

“네.”

“왜? 뭐 챙겨 줄까?”

“아뇨, 물 좀 먹으러 왔어요.”

오상진이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컵에 따랐다. 식탁에 놓인 술과 간단한 안주를 봤다.

“술 한잔하시나 봐요.”

“으응, 상진이도 한잔할래?”

이모가 환한 얼굴로 물었다. 오상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뇨, 괜찮아요. 그런데 술 드시는데 안주가 달랑 김이랑 김치예요?”

“김치 하나면 끝나!”

“에이, 이모. 무슨 김치를 드세요. 제가 족발이라도 시켜 드릴까요?”

“무슨 족발이야. 괜찮아.”

그런데 신순애가 조용히 말했다.

“그럴까? 우리 족발이라도 시켜 먹을까?”

“족발 먹을 거면 애들도 깨워서 같이 먹어야지.”

“애들은 저녁에 소고기 먹어서 든든할 거야. 그리고 애들 다 자는 분위기인데 뭘 깨워.”

“애들이 벌써 잘까?”

신지애가 시계를 봤다. 저녁 10시를 넘기고 있었다.

“그냥 냅둬! 방에서 안 나오는 거 보니 자기들끼리 쉬고 있겠지.”

“그런가? 그래도 우리 애들 귀가 밝아서 우리끼리 족발 먹으면 난리 날 텐데.”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애들 나오면 제가 치킨 시켜 줄게요. 걱정 마세요.”

“그럴래?”

“네. 그럼 족발 시킬게요.”

오상진은 냉장고에 붙어 있던 족발집에 전화를 걸었다. 족발 작은 것을 주문한 후 신순애 옆자리에 앉았다.

“저도 한잔할래요. 이모랑 술 한잔하고 싶네.”

“그럴래?”

신지애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신순애가 자리에서 일어나 술잔을 가져왔다.

“나도 우리 아들이랑 술 한잔해 보자.”

“네. 엄마!”

세 사람은 오상진이 어렸을 적 이야기도 하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수다를 떨었다.

어느덧 30분이 지나갔다.

띵동!

“어? 족발 왔나 봐요.”

오상진이 일어나 현관으로 향했다. 족발을 받아 들고 식탁에 와서 깔았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술이 오고 갔다. 그러다 보니 어느덧 술이 3병이나 올라와 있었다. 엄마도 그렇고 이모도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른 듯했다.

“이모 술 많이 늘었다.”

오상진이 웃으며 빈 술잔에 술을 따랐다.

“그러니? 하긴 요즘에 술이 좀 늘긴 했지.”

신지애가 씁쓸하게 웃으며 술잔을 바라봤다. 오상진은 그런 이모를 바라봤다. 이모의 얼굴에 짙은 어둠이 스쳐 지나갔다. 뭔가 많이 서글퍼 보였다.

‘응? 이모에게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오상진은 예전부터 엄마보다는 이모의 표정을 잘 읽었다. 과거에서 한동안 이모랑 부대끼며 살았기 때문이었다.

“이모 무슨 일 있어요?”

“아니야, 무슨 일은…….”

옆에 앉은 신순애가 오상진을 바라봤다.

“아들, 이모부 사업이 좀 힘들대.”

“언니…….”

신지애가 신순애를 보며 나직이 불렀다.

“왜?”

“무슨 그런 말을 꺼내.”

“뭐, 어때! 상진이가 우리집 가장인데. 서로 힘들면 돕고 그러는 거지.”

신순애야 아들 오상진에게 돈이 좀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일부러 얘기를 꺼낸 것이었다. 부담을 주고 싶진 않았지만, 그래도 혹여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약간의 기대를 하면서 말이다.

“그래요, 이모. 제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힘드신 거 있으면 말씀해 보세요. 제가 어쩌면 도움이 될지 모르잖아요.”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말하자, 신지애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너에게 이런 말을 해도 될지…….”

“괜찮아요. 말씀해 보세요.”

“사실 이모부가 펜션 사업을 하는 건 알고 있지?”

“네.”

“그래! 처음 한 2년간은 펜션 사업이 참 잘 되었어. 그래서 사업을 확장하게 되었는데.”

신지애의 얘기는 이랬다.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서울에서 소위 잘나가는 부자들이 투자를 하겠다고 했다.

그 투자금으로 펜션을 확장해 보자는 의견이었다. 이모부 역시도 현재 펜션이 잘 되고 있고, 더 확장을 해 운영하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결국 투자금을 받아 펜션을 하나에서 네 개까지 늘렸다. 그런 과정에서 투자금을 포함해 은행 대출까지 받아서 늘렸다.

그렇게 펜션을 확장해 운영하는데 서울 투자자들의 말이 조금씩 달라졌다. 투자를 얼마 하겠다고 했으면서 나중에 말을 바꿔 차일피일 투자금을 미뤘다.

하지만 이미 공사는 진행되었고, 은행 대출에 주변 지인들의 돈까지 끌어다 썼다. 그러다 보니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다.

아마 지난번 추석 때도 서울 투자자들을 만나러 온 모양이었다. 물론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았고 말이다. 지금은 재정적 압박이 엄청 심한 상태였다.

“대충 상황이 이렇다.”

신지애가 다시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후우…….”

그러면서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매일 술로 지새운다. 그러니 술이 늘 수밖에.”

신지애가 씁쓸하게 웃었다. 오상진은 사실 과거에 이랬던 것을 알고 있었기에 신지애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이모부는 뭐라고 하세요?”

“이모부는 어떻게든 사업을 살리려고 하는데…… 대출도 이미 받을 만큼 받았고. 사채도 끌어 쓴 것 같은데……. 하아, 이모 생각에는 지금이라도 정리하면 좋을 것 같은데. 이대로 가다가는 더 큰 일 날 것 같아서 걱정이다.”

“이모부를 설득해 보시지 그랬어요.”

“알잖아. 이모부 책임감 강한 사람이라는 거. 자신이 잘못된 선택으로 이렇게 된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겠지. 만약 여기서 모든 걸 포기해 버리고 놓아버리면 가족들이 더 힘들어할 것 같으니까. 끝까지 아등바등 버텨보려는 거겠지. 어떻게든 잘 되어서 가족들 편안하게 살게 하려는 거 말이야.”

오상진은 이모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생각했다.

‘하긴. 그게 이모부의 큰 단점이지.’

신지애는 또 다시 술잔을 기울였다. 오상진이 재빨리 고기 하나를 집어 이모 접시에 놓았다.

“안주도 드세요. 속 버려요.”

“후후, 속이야 벌써 썩어 문드러졌다.”

오상진이 안타까운 눈으로 이모를 바라봤다. 그러다가 문득 주혁이가 떠올랐다.

“그럼 이모, 주혁이는요? 주혁이는 학교 잘 다녀요?”

“으응, 우리 주혁이? 학교 잘 다니지. 말썽 안 부리고 착하게……. 그나마 아들이라서 다행이지. 아빠 말도 잘 따르고. 생각보다 듬직해.”

“아, 그래요? 자식 벌써 남자 다 되었네요.”

오상진이 웃으며 말했다. 신지애 역시도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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