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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36화 (336/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36화

31장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18)

“어디 아픈 것은 아니죠?”

“아닙니다.”

“무슨 일 있으면 말해요.”

“네, 감사합니다.”

이은호 이병이 애써 밝은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병실로 갔다. 의무병은 잠깐 생각을 하다가 군의관에게 갔다.

“군의관님.”

“왜?”

“아까 이은호 이병 보라고 해서 봤는데 울던데 말입니다.”

“뭐? 울어? 왜?”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소대장 만나고 난 이후부터 울었습니다.”

“와, 그 인간 안 되겠네. 애를 울리고 말이야.”

군의관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의무병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네?”

“아니다. 고생했고, 나가서 일 봐.”

“알겠습니다.”

의무병이 나가고 군의관은 혼잣말을 했다.

“아무튼 저런 인간들 때문에 우리나라 군대가 욕먹는 거라니까.”

군의관이 고개를 흔들며 혀를 ‘쯧쯧’ 찼다.

26.

오상진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행정반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다.

“다음 주 훈련은…….”

그때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신순애 여사였다.

“엄마?”

오상진이 곧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엄마 무슨 일이에요?”

-으응, 상진이니.

“네.”

-다름이 아니라 이번 주말에 시간 되니?

“무슨 일인데요?”

-오늘 제주도 이모와 주희가 오거든.

“아, 벌써 그렇게 되었어요?”

-으응, 전학 수속은 엄마가 밟았는데 그래도 제주도에서 이모랑 조카가 오는데 너 얼굴도 한번 보면 좋지 않겠니.

“알겠습니다. 주말에 넘어갈게요.”

-그래.

오상진은 전화를 끊고 살짝 달력을 봤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구나.”

오상진이 지난 추석 때 언질은 받았다. 주희 고등학교를 서울에서 보내게 하고 싶다고 말이다. 신순애와 오상진은 흔쾌히 허락을 했고, 이번 주에 일이 마무리되는 것 같았다.

“가만 이번 주에는 소희 씨를 못 보겠구나.”

오상진은 생각을 마치고 곧장 한소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여보!

“네?”

오상진이 당황했다.

-왜요? 여보라고 해서 놀랐어요?

“아, 아뇨. 그냥 여보라는 단어가 참 듣기 좋은 단어였구나 하고 생각하던 중이었습니다.”

-하핫, 그래요. 그런데 무슨 일로 전화했어요?

“네, 여자 친구 목소리 듣고 싶은데 꼭 일이 있어야 합니까.”

-오오, 정답!

“후후후, 정답입니까?”

-네. 무럭무럭 자라고 있어서 아주 흐뭇합니다.

“감사합니다.”

오상진이 히죽 웃었다.

-정답은 정답인데……. 말해봐요, 무슨 일이에요?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아요?”

-평일에 그것도 이 시간에 상진 씨가 전화할 일이 없잖아요. 대부분 저녁에 했지. 그러니까, 이 시간에 전화를 한다는 것은 분명 일이 있다는 거잖아요.

“하하하……. 그렇군요. 왠지 미안해지네요.”

오상진이 솔직히 민망했다.

-당연히 미안해해야죠. 아무튼, 말해봐요.

“사실 이번 주에 집에 좀 다녀와야 할 것 같아요.”

-왜요?

“제주도 이모님이랑 사촌 동생이 올라와요. 아, 지난번에 얘기했죠? 사촌 동생이 저희 집에서 학교 다니게 될지 모른다고요.”

-아, 네에.

“그래서 집에 가서 얼굴 좀 봐야 할 것 같아요.”

-네, 그래요. 그럼 우리 일요일도 못 만나는 거예요? 여보?

오상진은 여보라는 단어에 그냥 녹아내렸다.

“아뇨, 토요일은 이모를 보고, 일요일은 꼭 봐요.”

-정말이죠?

“네, 일요일 아침 일찍 찾아갈게요.”

-알았어요. 히힛!

그렇게 전화를 끊었다. 오상진은 휴대폰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아무튼 우리 소희 씨. 날이 갈수록 귀여워진다니까.”

그러면서 오상진은 자신도 모르게 히죽 웃었다.

“그리고 나보고 ‘여보’라고 했어.”

그때 지나가던 4소대장이 힐끔 봤다.

“1소대장님 뭐가 그리 좋으세요?”

순간 오상진이 바로 자세를 잡았다.

“아, 아닙니다.”

“으음, 분명 좋은 일이 있는 것 같은데…….”

“4소대장 일 안 보십니까?”

“아, 맞다. 빨리 가야 하지.”

4소대장이 부랴부랴 행정실을 나갔다. 오상진이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금요일 저녁, 오상진은 퇴근을 한 후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는 길에 정육점에 들러 소고기를 잔뜩 샀다.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엄마, 저 왔어요.”

오상진이 전화를 벗고 있는데 거실에서 주희가 나와 인사를 했다.

“오빠, 안녕하세요.”

오상진이 고개를 들었다.

“어? 주희야.”

“오빠, 어서 오세요.”

“이야, 주희가 나와 인사를 하니, 우리 집 아닌 줄 알았네.”

“헤헤.”

주희가 피식 웃었다. 곧이어 이모도 나왔다.

“어머, 상진이 왔니?”

“이모, 오셨어요.”

오상진은 전투화를 벗고 거실로 들어갔다. 이모는 오상진의 손에 들린 봉지를 확인했다.

“뭘 또 사 온 거니?”

“이모 오셨는데 어떻게 빈손으로 옵니까. 소고기 좀 사 왔어요.”

“어이구, 얘는! 비싼 소고기를 사 오고 그래.

“이모가 왔는데 이 정도는 사 와야죠.”

“그래, 우리 상진이 덕분에 소고기를 먹네.”

그 와중에 어머니는 부엌에서 한창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엄마, 저 왔어요.”

“그래, 왔니.”

“소고기 좀 사 왔어요. 오늘은 소고기 구워 먹어요.”

“잘 사 왔다. 안 그래도 찬이 없었는데…….”

하지만 식탁에는 이미 한가득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오상진은 그걸 보며 말했다.

“엄마, 찬이 없다고 하기에는…….”

“됐어! 어서 씻고 와서 불판이나 꺼내.”

“네.”

오상진은 자신의 방으로 가서 옷을 벗은 후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얼굴과 손을 씻은 후 다시 부엌으로 갔다.

“엄마 불판 어디 있어요?”

“으응, 저쪽 다용도실에 가 봐.”

“네.”

오상진이 다용도실에서 불판을 가져오고, 식탁 중앙에 고기를 구워 먹을 준비를 마쳤다. 신순애가 거실을 향해 소리쳤다.

“자자, 다들 저녁 먹으러 와요.”

“네!”

식탁에는 오랜만에 많은 사람이 모여 앉아 밥을 먹었다. 그 와중에 고기라면 환장을 하는 오상희가 미친 듯이 소고기를 흡입했다. 반면 주희는 눈치를 살피며 밥을 먹고 있었다. 오상진이 오상희를 향해 말했다.

“상희야 적당히 먹어라, 적당히!”

“왜, 먹는 거 가지고 그래.”

“이모랑 주희도 있는데 너 때문에 제대로 못 먹잖아.”

오상진의 말에 이모가 말했다.

“왜 그래, 먹고 있어. 상희가 많이 먹어.”

“역시 이모밖에 없어.”

이모가 피식 웃었다. 오상진도 구워진 소고기를 주희에게 건넸다.

“너도 많이 먹어!”

“네, 오빠.”

오상진이 이모를 보며 물었다.

“짐은 다 가져온 거예요?”

“일단 급한 것만 챙겨서 가지고 왔어. 나머지는 택배로 보내줄게.”

“네, 그렇게 하세요.”

오상진의 시선이 주희에게 향했다.

“주희야, 방은 봤어?”

“네. 봤어요.”

주희의 방은 1층 신순애가 있는 바로 옆방이었다. 그러자 신순애가 입을 뗐다.

“그 방에 북쪽으로 난 방이라 햇살이 잘 안 들어와.”

“괜찮아요. 저 원래 어두운 곳에서 해야 공부가 잘돼요.”

주희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오상진은 식사를 마치고 주희가 머물 방을 확인했다. 깨끗이 정리되었지만 침대도 없고, 공부할 책상도 없었다.

‘옷장도 있어야겠네.’

그때 주희가 나타났다.

“오빠!”

“응, 옷장이 없어서 옷을 걸지를 못했구나. 내일 당장 옷장 사러 가야겠다.”

“아니에요, 오빠! 아빠가 행거 사 주신다고 했어요.”

“무슨 행거야. 그러지 말고 오빠가 사 줄게.”

“괜찮아요.”

“아니야, 내일 오빠랑 쇼핑 좀 하자.”

“괜찮은데…….”

주희는 괜히 미안해졌다.

27.

그다음 날 오상진과 이모, 엄마, 주희를 데리고 백화점으로 향했다. 가장 먼저 가구전문점부터 들렀다.

“안녕하세요, 뭐 보러 오셨어요?”

가구점 사장님이 나왔다.

“여동생 방 좀 꾸미려고요. 지금 방에 아무것도 없어요. 필요한 것을 한꺼번에 구매할 생각입니다.”

오상진의 구매 의사를 확인한 가구점 사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톤 역시도 하이톤으로 바뀌었다.

“어머나! 그러세요. 이쪽으로 와서 보세요.”

가구 사장은 아주 친절하게 견적을 뽑아 주었다.

“우선 침대랑 공부할 책상! 그리고 옷장도 필요하시다고 했죠. 화장대는? 필요 없으려나?”

“아, 화장대도 필요하죠. 거울 달린 화장대 하나 준비해 주세요.”

“네네, 사장님.”

이모가 바로 말했다.

“고등학생이 무슨 화장대야. 아니야, 됐어!”

“이모, 주희 대학생 되면 필요하잖아요. 미리 사 두는 거예요.”

“어멋! 상진아. 우리 주희 대학교 다닐 때까지 데리고 있게?”

“저야, 어차피 관사에 있고, 넓은 집에 사람 많으면 좋잖아요.”

“그럼 나중에 이모까지 올라와서 살아도 되겠다.”

“저는 좋죠. 이모가 올라와서 같이 산다면. 그런데 이모부가 문제죠.”

“하긴…….”

이모도 금방 수긍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인상을 쓰며 말했다.

“아니! 그렇지 않아도 요즘 너희 이모부 꼴 보기 싫었는데 확 갈라서고 서울 와서 살까?”

그때 신순애의 등짝 스매싱이 날아왔다.

쫙!

“아얏! 언니!”

“얘는 지금 애 앞에서 못하는 소리가 없어.”

“그냥 해본 소리지!”

“그냥 해본 소리라고 해도!”

“알았어요.”

두 사람을 보며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그리고 다시 가구를 확인하며 이것저것 주희가 맘에 드는 것으로 골랐다. 가구 사장이 견적을 뽑아 보여주었다.

“대충 이 정도는 나오는 것 같습니다.”

오상진이 확인해 보니 사백만 원이 조금 넘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계산해 주세요.”

오상진이 바로 카드를 꺼내 내밀었다. 가구 사장이 환한 얼굴로 카드를 받았다.

“네, 알겠습니다. 결제는…….”

“일시불이요.”

“아이구, 알겠습니다.”

이모가 슬쩍 다가와 계산서를 확인했다.

“헉! 사, 사백만 원? 이거 너무 비싸다.”

“괜찮아요.”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가 옆 가게 커튼집이 보였다.

“이모 커튼도 하나 사죠.”

“상진아…….”

오상진은 그대로 직진하며 방에 필요한 것들을 하나둘 샀다. 그 와중에 오상진은 옛날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필 그 생각이 나냐.’

주희가 조용히 오상진 옆으로 다가왔다.

“오빠, 오늘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에요?”

“무리? 아니야.”

“너무 죄송해서…….”

“에헤, 무슨 그런 걱정을 하고 그래. 그냥 주희 너는 공부만 열심히 하면 돼.”

“그래도 오빠.”

“주희야, 오빠가 옛날얘기 하나 해줄까?”

“네?”

오상진의 뜬금없는 말에 주희의 눈이 커졌다.

“오빠가 말이야. 옛날 학창시절에 말이야. 반장 집에 공부를 하러 갔던 적이 있었어. 여자 반장이었는데 그 친구가 공부를 나만큼 잘했거든. 아무튼, 과제를 하러 갔는데 방을 예쁘게 꾸민 거야. 사실 오빠가 다른 것은 하나도 부럽지 않았는데 그 방은 참 부럽더라. 그래서 내가 딸을 낳으면 진짜 예쁜 방을 꾸며주겠다고 생각을 했어.”

“그럼 상희 방을 꾸며주지 그랬어요.”

“너도 알잖니. 상희는 공부를 안 해.”

오상진의 진담 반 농담 반에 주희가 피식 웃었다.

“그렇지 않아도 비슷하게 방을 꾸며주려고 했는데, 상희가 방 전면에 전신거울을 달아 달래. 그래서 오빠가 화가 나서 아예 해주지 않았어.”

“그래도 저한테만 이렇게 해주면 상희가 서운해하지 않을까요?”

“뭐, 어때! 상희는 공부를 안 하는데. 그리고 상희 방에 있는 침대 있지? 그거 엄청 비싼 거야. 지가 무슨 공주도 아니고 캐노피까지 설치했잖아. 그 녀석 나름대로 열심히 자기 방 꾸미고 있으니까 걱정 마.”

그러면서 오상진은 시력이 나빠지지 않는다는 스탠드도 사고, 이것저것 필요한 물품들을 다 구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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