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35화
31장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17)
“아, 박대기 상병 영창 갔습니까?”
“그래. 그리고 2소대 신병인 이은호 이병을 우리 1소대로 데려오기로 했어.”
“그러면 저한테…….”
“맞아, 네 후임이 생기는 거야.”
최강철 이병이 기분이 매우 좋았다.
“후후, 내게도 드디어 후임이 생기는구나.”
“아직 정식 절차가 좀 남았지만 조만간 우리 소대로 전출이 올 거야. 그래서 말인데, 강철아. 잘 챙겨주길 바란다.”
“네! 잘 챙겨주겠습니다.”
“그래, 너무 갈구지 말고.”
“전 갈굼 자체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엄청 잘해줄 것입니다.”
“강철이라면 잘할 거라고 믿는다.”
“네.”
최강철 이병의 눈빛이 반짝였다. 오상진이 최강철 이병을 훑으며 말했다.
“자, 어서 1소대 가 봐. 다들 널 기다리고 있는 눈치더라.”
“넵!”
최강철 이병이 신이 난 얼굴로 행정반을 나가 1소대로 향했다.
25.
다음 날 아침 오상진은 인사계원으로부터 이은호 이병의 1소대 전출에 대한 승인이 떨어졌다는 것을 확인받았다.
“잘됐네. 그럼 오늘 은호 면회나 가 볼까?”
오상진은 이은호 이병의 경과를 확인하기 위해 국군수도병원으로 향했다.
국군수도병원은 현재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에 있었다. 충성부대에서 차량으로 약 1시간 30분 정도 가야 했다.
국군수도병원에 도착한 오상진은 곧장 이은호 이병이 머물고 있는 병실로 갔다.
여러 병사가 입원해 있는 병실의 가장 창가 쪽이 이은호 이병의 자리였다. 그런데 이은호 이병이 자리에 없었다. 오상진은 곧바로 간호장교에게 갔다.
“이은호 이병이 어디에 갔는지 알 수 있습니까?”
“이은호 이병은 면회실에 갔어요.”
“면회요? 누가 왔지?”
오상진이 면회실로 갔다. 오상진이 면회실에서 이은호 이병을 발견했다. 이은호 이병의 아버지, 어머니, 누나까지, 가족들이 다 면회를 와 있었다. 오상진이 그곳으로 가서 아버님께 경례했다.
“안녕하세요.”
오상진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이은호 이병의 아버지가 깜짝 놀랐다. 이은호 이병은 오상진을 발견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경례를 했다.
“충성.”
“괜찮아. 앉아 있어.”
오상진이 이은호 이병에게 손짓을 한 후 아버님을 바라봤다.
“아버님, 오상진 소위입니다. 이은호 이병 소대장이기도 하고요.”
“아, 네에……. 인사가 늦었습니다.”
“아닙니다. 아버님.”
“우리 애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죠.”
“무슨 말씀입니까, 아버님. 저희가 오히려 이은호 이병을 잘 보살피지 못해 죄송합니다.”
이은호 이병의 아버지는 두 손을 크게 흔들었다.
“아닙니다. 우리가 애가 좀 비실비실합니다. 사실 저놈 군대 보내면 남자가 돼서 올까 내심 기대했는데……. 에효,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저렇게 탈이 나버리고, 정말 죄송합니다.”
아버님은 거듭 미안하다며 사과를 했다. 오상진은 몸 둘 바를 몰라 했다.
“저희가 더 죄송합니다. 귀하신 아드님 이렇듯 다치게 했습니다.”
“그런 말이 어디 있습니까. 군대 가면 다 그렇죠.”
오상진과 아버님은 서로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은호 이병의 아버지는 뭔가 다른 걱정이 있는 듯했다.
“그런데 소대장님.”
“네. 아버님.”
“저기…….”
아버지는 우물쭈물거리며 말을 잘 못 했다.
“아버님, 괜찮습니다. 뭐든지 물어보십시오.”
오상진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아버님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우리 은호 말입니다. 이러다가 우리 부대에서 혹시 관심병사 되고 그러지는 않겠죠?”
오상진은 살짝 긴장하고 있었다. 혹여 원망의 말을 하지는 않을지 말이다. 그런데 저런 걱정에 솔직히 안도했다.
“에이, 아뇨.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런 일 없도록 철저히 관리하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아버님!”
오상진의 다짐에 아버님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때 어머님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여보, 소대장님을 계속 서 있게 하시면 어떻게 해요. 이리 앉아서 같이 좀 드세요.”
그제야 아버님도 ‘아차’ 하며 말했다.
“내 정신 좀 봐. 소대장님 이쪽으로 앉으세요.”
“네, 어머니 감사합니다.”
오상진이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이은호 이병의 표정을 살폈다. 생각보다 많이 밝아 보였다.
“은호야, 이런 음식 먹어도 괜찮은 거야?”
오상진의 물음에 이은호 이병이 바로 말했다.
“네. 군의관님이 이제 천천히 먹어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랬어? 다행이네. 그래도 너무 무리해서 많이 먹지 말고, 조금씩 먹어.”
“네, 소대장님.”
“그래, 면회 끝나면 소대장 좀 보자.”
“혹시 무슨 일 있습니까?”
“무슨 일이 있긴 한데. 너에게는 좋은 소식이야. 걱정하지 마.”
이은호 이병은 좋은 소식이라는 말에 씨익 웃었다.
“네, 알겠습니다.”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천천히 얘기들 나누십시오.”
“아니, 왜 벌써 일어나시게요?”
아버님이 물었다. 오상진이 환한 미소로 답했다.
“네. 담당 군의관님 좀 만나 뵙고, 이것저것 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충분히 얘기 나누십시오.”
“그래도…….”
아버님은 뭔가 미안한 얼굴이 되었다.
“그럼 아버님, 어머님. 다음에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오상진이 인사를 하고 황급히 그곳을 떠났다. 그리고 오상진이 향한 곳은 담당 군의관이 있는 곳이었다.
“혹시 이은호 이병 담당 군의관님 좀 만날 수 있을까요?”
오상진은 간호장교에게 물었다.
“내과 군의관님이…….”
간호장교가 뭔가를 찾아 확인하더니 말했다.
“지금 괜찮네요. 사무실에 계세요. 말씀드리고 오겠습니다.”
“네, 부탁드립니다.”
잠시 후 간호장교가 왔다.
“지금 들어오시랍니다.”
“감사합니다.”
오상진이 내과 군의관을 만나러 사무실로 들어갔다.
“반갑습니다. 이은호 이병 소대장 오상진 소위입니다.”
“네, 어서 오십시오.”
“다름이 아니라, 이은호 이병 언제쯤 퇴원 가능한지 여쭤보고 싶었습니다.”
“아, 퇴원 말입니까? 사실 이은호 이병이 급성으로 온 거라 또 같은 일이 재발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그쪽 대대장님과 작전과장님까지 전화해서 잘 봐달라고 하셔서요.”
“대대장님과 작전과장님이요?”
오상진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 두 사람이 직접 전화해 잘 부탁한다고 말한 것에는 이은호 이병에 대한 걱정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었다. 자칫 잘못해서 이은호 이병에게 큰 문제라도 생긴다면 아마 단체로 징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최악의 상황은 옷까지 벗을지도 몰랐다.
“네. 그런데 이은호 이병 일찍 퇴원시켜야 합니까?”
“그건 아닙니다. 워낙에 부대에서 힘들어하다가 입원한 거라 가능하면 휴식을 좀 더 주고 싶습니다.”
오상진의 말에 군의관이 깜짝 놀랐다.
“어이구, 보통 다른 소대장님은 그런 식으로 얘기를 안 하시던데. 재미있는 분이네요. 소대원들을 각별히 아끼시나 봅니다.”
“네, 다 내 자식 같은 병사들이죠.”
하지만 군의관이 속으로 생각했다.
‘미친 네 자식 같은 애를 저런 식으로 만들었냐?’
담당 군의관은 이은호 이병이 어떻게 국군수도병원까지 오게 되었는지 대충은 알고 있었다. 다만 중간에 소대장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모를 뿐이었다.
‘처음에 봤을 때 장이 완전히 꼬여 있었는데, 딱 봐도 급성이었고, 스트레스를 엄청 받았다는 것인데……. 큰일 안 난 것으로 다행으로 생각해야지, 무슨……. 내가 어떻게든 최대한 늦게 보내줄 테니, 그리 알라고.’
담당 군의관은 오상진을 별로 안 좋게 생각했다.
“어떻게 이은호 이병은 보셨어요?”
“네, 가족들과 면회를 하고 있더라고요.”
“알겠습니다. 더 물어보실 것은 있습니까?”
“아, 아닙니다.”
“그럼 일 보십시오. 저도 환자를 봐야 해서…….”
“아, 네에. 감사합니다.”
오상진이 인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료실을 나오자마자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뭘 크게 잘못한 거라도 있나?”
그때 지나가던 의무병에게 오상진이 말했다.
“의무병.”
“네. 혹시 말이야. 저 끝에 병실에 있는 이은호 이병 알아?”
“네.”
“만약에 일이 생기면 나에게 즉시 연락 좀 해줘.”
오상진이 자신의 전화번호를 줬다. 의무병은 전화번호와 오상진은 번갈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곤 뭔가 의심스러운 눈으로 오상진을 바라봤다.
“왜 그래?”
“아, 아닙니다. 일이 생기면 전화 드리면 되는 거죠?”
“그래.”
“네.”
의무병이 고개를 끄덕이며 갔다. 오상진은 그런 의무병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그리고 약 1시간 후 오상진은 이은호 이병을 만났다. 둘은 휴게실 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부모님 면회는 잘했니?”
“네. 그런데 저한테 좋은 소식이라는 것이 뭡니까?”
“은호야, 너 이제 1소대야.”
“네?”
“조금 전 말했잖아. 너 이제 우리 소대라고.”
“그럼 그게…….”
“그래, 너 이제 1소대로 바뀌었어.”
이은호 이병의 표정이 밝아졌다.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네가 겪은 일도 있고, 군 생활도 잘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하지만 네 몸이 완쾌됐고, 몸 건강하게 군대에 왔기 때문에 의가사제대는 시킬 상황이 아니야.”
“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널 계속 2소대에 둘 수는 없어서 1소대로 옮겼다. 괜찮지?”
“네, 괜찮습니다.”
“참, 너 우리 소대원들 알지?”
“네.”
“1소대에 오면 고참들이 다 잘해줄 거야. 어차피 네 사정도 알고 있으니까. 소대장 역시도 잘 챙겨줄 테니까 걱정 말고.”
“알겠습니다, 그런데 박대기 상병은 어떻게 됐습니까?”
이은호 이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상진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박대기 상병은 현재 영창 가 있다.”
“아, 예에…….”
이은호 이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실망했냐?”
“아, 아뇨…….”
“사실 전출을 보낼까도 했다. 그런데 우리 중대에 이런저런 일들이 최근에 많았잖아. 그래서 박대기 상병은 영창 보내는 것으로 일단락 지었다. 하지만 2소대장은 전출 보냈다.”
“그랬습니까?”
“그래!”
이은호 이병은 솔직히 박대기 상병보다는 장재일 2소대장에게 앙금이 더 컸다. 그래서 그런지 이은호 이병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자식이 왜 울고 그래.”
“아닙니다.”
이은호 이병이 곧바로 눈물을 훔쳤다. 오상진이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봤다.
“그동안 이렇게 힘들었는데 소대장이 몰라줘서 미안하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아무튼 1소대로 왔으니까, 여기서 푹 쉬고 퇴원하고 나서는 2소대 갈 필요 없이 1소대로 바로 오면 돼.”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소대장님.”
“그래, 우리 앞으로 잘해보자.”
“네, 소대장님.”
이은호 이병의 표정이 환해졌다.
“그럼 소대장은 다시 부대로 가 봐야겠다.”
“네. 소대장님. 충성.”
오상진이 경례를 받아주고 나갔다. 이은호 이병은 잠시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때 의무병이 이은호 이병 옆으로 다가왔다.
“아저씨, 아저씨.”
“네?”
이은호 이병을 본 의무병이 순간 움찔했다.
“웁니까?”
“아, 아닙니다.”
이은호 이병이 황급히 고개를 돌려 눈물을 닦았다. 그럴수록 의무병의 의심은 더욱 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