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인생 리셋 오 소위-334화 (334/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34화

31장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16)

“무슨 소문요?”

-그게, 내가 지금 엄청 야단맞고 있거든.

“무슨 소리입니까?”

-아니, 우리 소희 씨가 입덧을 시작했거든. 그런데 그것이 들켜 버렸다.

“네? 벌써요?”

-나도 이렇게 빨리 할 줄은 몰랐다. 뭐, 예민한 사람은 2개월 때부터 한다는데……. 아무래도 소희 씨가 예민한 여자였나 봐.

“뭐,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어쩌다가 들켰습니까?”

-그게 말이야. 점심때 밥 먹으러 갔다가 갑자기 속이 울렁거려서 토악질을 한 모양이야. 그런데 또 하필이면 여자 장교끼리 밥을 먹었잖아. 그 여자들이 눈치가 좀 빠르냐. 아무튼 그 일로 소문이 확 돈 것 같은데…….

“아, 그래서 아까 그런 소문이 돌았구나.”

오상진이 4소대장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왜? 무슨 일이 있어?

“아니, 아니, 우리 소대장들도 비슷한 얘기를 하더라고요. 김 중위님이 임신을 해서 그만둔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이에요.”

-거참, 소문 한번 빠르다.

“그건 또 그렇죠. 남의 얘기 막 지어내고. 별거 아닌 일도 막 부풀려져서 퍼지고.”

-뭐, 이왕 소문이 난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

한대만은 이제 군인의 신분이 아니었다. 민간인이라 내부 사정을 잘 모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상진은 달랐다. 그래서 도움을 청한 것이었다.

“제 생각에는 김 중위님 설득해서 빨리 전역시키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게 낫겠지?

“네.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임신을 했다는 소문이 돈다면 김 중위님만 힘들어지지 않겠습니까. 그냥 미련 버리시고 마무리 짓도록 해주십시오.”

오상진이 회귀 전 대대장으로 지낼 시절엔 여성 장교가 임신을 하면 편안하게 출산휴가를 보내줬다.

물론 지금 이 시절에도 출산휴가가 있지만, 눈치를 보는 여성 장교들은 출산휴가를 쓸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전역을 하거나, 아니면 만삭 때까지 부대에 출근을 해야 했다. 그리고 몸을 추스르기도 전에 다시 훈련을 받아야 했던 시절이었다.

그걸 알고 있는 오상진이기에 김 중위가 힘들지 않게 전역을 권유한 것이다.

-하아…… 김 중위 많이 실망하겠는데.

한대만도 김소희가 군에 미련을 두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솔직히 미안한 맘은 가지고 있었다.

“실망해도 어쩔 수 없죠. 하지만 현실은 여성 장교에게 많이 불리합니다. 막말로 현재 출산휴가가 보장된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물론 알아보고 출산휴가를 쓸 수 있다고 하더라도 김 중위님은 아마 힘들 것입니다.”

오상진이 말을 하고 속으로 중얼거렸다.

‘나중의 일이지만 군의 처우가 개선되면서 출산휴가도 적극 권유를 했지.’

오상진이 대대장이던 시절에도 여성 장교가 몇 명 있었다. 그녀들 역시 결혼을 했고, 아이를 가졌다. 그런데 섣불리 출산휴가를 신청하는 여자들은 없었다. 그래서 오상진 먼저 출산휴가를 쓰라고 권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김 중위님 같은 경우는 결혼 전에 임신을 했기에, 폐쇄적인 군대에서 보기에는 그다지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한대만이 찬찬히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고맙네, 매제. 언제 한번 밥 한 끼 먹자.

“네. 형님. 그럼 들어가십시오.”

오상진이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행정반으로 다시 들어가려는데 다시 휴대폰이 울렸다.

지잉!

“어? 소희 씨네.”

오상진의 표정이 환해졌다. 곧바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네. 소희 씨!”

-출근 잘했어요?

“그럼요. 소희 씨는요?”

-전 지금 강의실요. 그런데 월요일 아침 일찍부터 졸음 유발자 교수님의 강의를 들어야 해요.

한소희는 투정부리듯 말했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아이고, 어떡해요? 그래도 중요한 과목이면 빠져서는 안되잖아요.”

-그래서 졸린 눈을 비비며 강의실에 앉아 있잖아요.

“많이 피곤해요?”

-조금요? 그래도 저만의 공간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솔직히 힘이 생겨요.

한소희의 솔직한 말에 오상진은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그 뒤로 간단히 대화한 후 전화를 끊었다. 오상진은 월요일 아침부터 한소희의 목소리를 들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래, 오늘도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해 보자!”

오상진은 신이 난 얼굴로 중대 행정반에 들어갔다.

22.

수요일 오후가 되었다. 오늘은 최강철 이병이 백일 휴가에서 복귀하는 날이었다. 택시가 부대 앞에 멈췄다. 최강철 이병이 택시에서 내려 위병소를 바라봤다.

“하아……. 뭔 놈의 시간이 이렇듯 빨리 지나가냐.”

최강철 이병은 선뜻 위병소 앞으로 가지 못했다. 최강철 이병이 시계를 확인했다. 16시 4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하아, 복귀 시간까지 이제 20분밖에 안 남았네.”

최강철 이병은 어떻게든 복귀를 늦추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위병소를 통과해야 제 시간에 충성대대에 복귀를 할 수 있었다.

“하아…… 진짜 들어가기 싫다.”

최강철 이병은 또다시 지옥 같은 군 생활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머리가 매우 복잡했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두 명의 천사와 악마가 나와 혈투를 벌이고 있었다.

‘탈영해, 이대로! 너 또다시 지겨운 군 생활 할 거야?’

‘안 돼! 그러다가 너 범법자가 되는 거야. 감옥에 가면 인생 쫑 나는 거야. 지금 어서 부대에 복귀해.’

이렇듯 서로 충돌을 하고 있었다. 최강철 이병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위병소로 걸어갔다. 어쨌든 자신은 탈영병이 될 수는 없었다. 국회의원 아버지를 뒀기 때문이었다.

“가자, 가! 어쨌든 빨리 제대하면 돼.”

결론이 난 최강철 이병이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갔다. 최강철 이병이 걸어오자 경계병이 바로 말했다.

“휴가 복귀입니까?”

“네.”

“그럼 저쪽으로 가서 간단히 소지품 검사를 받은 후 부대로 복귀하시면 됩니다.”

“네.”

최강철 이병은 곧바로 옆 사무실로 갔다. 그곳에서 휴가 복귀에 대한 소지품 검사를 받았다. 혹여 불순한 물건을 산 것은 아닌지 확인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꼼꼼하게 하지는 않았다.

“휴가 복귀자?”

“네.”

“그럼 여기에 좀 적고 가라.”

“네.”

최강철은 펜을 들고 일지에 적었다.

“그럼 전 복귀해도 됩니까?”

그러자 위병소장이 힐끔 최강철 이병의 전신을 훑었다. 손에 든 것도 없었다. 곧바로 고개를 끄덕인 후 말했다.

“뭐 이상한 책이나, 다른 것은 사 온 것은 없죠?”

“네.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복귀하십시오.”

“네.”

최강철 이병이 위병소를 지나 부대로 복귀하는 도로에 발을 내디뎠다. 그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몇 발 걷지도 않고 담배를 꺼냈다.

“후우, 이래서 선임병들이 꼭 복귀하라는 말을 했구나.”

최강철 이병이 한곳에 앉아 담배를 천천히 피웠다. 그런데 담배가 그 어느 때보다 빨리 타들어 가는 것 같았다.

최강철 이병은 다시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었다.

“아, 진짜 싫다!”

부대에 들어왔음에도 싫은 것은 싫은 것이었다. 두 번째 담배도 끝까지 다 피운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또다시 부대를 향해 걸어갔다. 마치 지옥으로 끌려가는 그런 느낌이었다.

23.

한편, 1소대 내무실에서는 백일 휴가에서 복귀할 최강철 이병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몇 시냐?”

김일도 병장이 물었다.

“16시 46분입니다.”

구진모 일병이 바로 말했다.

“17시까지 얼마 남았지?”

“14분 남았습니다.”

“하아, 그런데 아직 강철이 소식은 없냐?”

“없습니다.”

“이 녀석, 설마 부대 복귀를 잊어버린 거 아니야?”

“에이, 설마 그러겠습니까. 휴가 갈 때 신신당부를 하지 않았습니까.”

“했지! 했는데 혹시나 싶어서…….”

김일도 병장의 불안한지 내무실을 왔다 갔다 했다. 그때 누군가 내무실에 들어왔다. 김일도 병장이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강철이냐?”

“아닙니다.”

다른 중대 애였다.

“무슨 일입니까?”

“이해진 상병 좀 만나러 왔습니다.

“해진이라면 지금 휴게소에 내려간다고 들었는데.”

“아, 네에. 알겠습니다.”

다른 중대 녀석이 가고, 약 5분 후 구진모 일병이 뛰어 들어왔다.

“왔습니다. 강철이 휴가 복귀했습니다.”

그제야 긴장되었던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와, 난 그 자식이 부대 복귀 안 하는 줄 알았어. 됐어, 그럼 된 거야.”

김일도 병장의 표정이 환해졌다.

24.

최강철 이병이 부대에 복귀를 한 후 제일 먼저 들른 곳은 바로 상황실이었다. 일단 상황실에 자신이 복귀한 것을 알려야 했기 때문이다.

“충성, 이병 최강철 상황실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오늘은 5중대장이 당직사령을 보고 있었다.

“뭐냐?”

“휴가 복귀를 했습니다.”

“아, 휴가 복귀? 백일 휴가?”

“네. 그렇습니다.”

“후후, 재미있었냐?”

“네.”

“그럼 됐지. 사고 안 치고 무사히 복귀했으면 말이야.”

그 말을 듣는 순간 움찔했다. 5중대장이 최강철 이병을 봤다.

“사고 안 쳤지?”

“……네에.”

“그래, 알았다. 너희 소대로 가.”

“네. 충성.”

최강철 이병이 상황실을 나가고, 5중대장이 당직사관에게 물었다.

“오늘 휴가 복귀자는 저 녀석 한 명이야?”

“네!”

“그래.”

그리고 상황실을 나온 최강철 이병은 곧장 중대 행정반으로 향했다. 오상진이 아직 출근 전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바로 찾아간 것이었다.

“충성, 이병 최강철 행정반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오상진은 최강철 이병이 복귀한 것을 보고 표정이 환해졌다.

“오오, 최강철. 복귀했냐!”

“네. 그렇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잔뜩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오상진이 손짓을 했다.

“이리와, 인마. 가까이서 얼굴 좀 보자.”

최강철 이병이 오상진에게 다가갔다. 오상진이 굳은 표정의 최강철 이병을 봤다.

“표정이 왜 그래? 휴가 때 제대로 놀지 못해서 그런 거야?”

“아닙니다.”

오상진은 이해한다는 듯 최강철 이병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알아, 인마. 휴가 때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그래도 어쩌냐?”

“전 괜찮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말했다. 정말 괜찮았다. 다만 부대에 복귀하고 마음이 복잡했던 것뿐이었다. 하지만 오상진은 휴가 때 제대로 놀지 못했던 것이 신경 쓰였던 모양이었다.

“그럴 줄 알았으면 포상휴가 이틀짜리 있잖아. 그걸 이번에 붙이는 것이 아니라, 나중에 붙일 걸 그랬다.”

“네, 그건 좀 많이 아쉬웠습니다.”

오상진이 얘기를 듣고 씨익 웃었다.

“아무튼 잘 복귀했다. 휴가 갔다 왔다고 해이해지지 말고. 군 생활 제대로 하고.”

“예!”

“그리고 강철아. 너에게 한 가지 소식을 전할 게 있다.”

“뭡니까?”

“너 영창 가게 생겼어!”

최강철 이병의 눈이 커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몰랐다.

“제, 제가 말입니까? 아니, 왜…….”

말을 하다가 클럽에서 일어난 일이 떠올랐다. 최강철 이병은 곧바로 수긍하며 물었다.

“저 영창 가면 얼마나 가는 겁니까?”

최강철 이병은 이미 영창을 가는 것처럼 생각했다. 그러자 오상진이 크게 웃었다.

“하하핫! 농담이야. 인마!”

“후우, 소대장님! 놀랐지 않습니까.”

“많이 놀랐으면 성공했네. 아무튼 너 백일 휴가 나가 있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그리고 2소대 박대기 상병 영창 갔다.”

그 소리에 최강철 이병의 몸이 조금 움찔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