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33화
31장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15)
“거봐. 헤어질 것도 아니면서 왜 물어봐? 그냥 아들이 좋으면 됐지!”
“에이, 아무리 그래도 신경 쓰이죠.”
신순애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솔직히 엄마는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너무 어리고 그래서 우리 아들 돈 보고 접근을 했나 싶었는데……. 그런 건 아닌 것 같고.”
“어후, 소희 씨 집안이 몇 배는 더 잘살 걸요.”
신순애는 오상진의 말을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게……. 한방병원을 운영하면 돈도 많을 텐데. 그런 아가씨가 왜? 뭐가 좋아서 저럴까, 이런 생각도 들고.”
“에이, 엄마. 아들 너무 무시하신다. 엄마 아들 어디 가서 기죽을 정도는 아니죠.”
“알지, 우리 아들 잘난 거. 그래도 엄마가 되면 이런저런 걱정이 돼. 잘산다고 하니까 우리 아들 기죽을까 봐도 걱정되고.”
“엄마! 소희 씨 그런 사람 아니야. 사람이 정말 착해요.”
“네 눈에 콩깍지가 쓰여서 그러는 거 아니야? 엄마가 걱정하는 건 저런 스타일의 여자는 자신이 예쁜 줄 알고, 깐깐하고 얼마나 도도하게 구는데.”
“엄마 말씀이 맞긴 한데. 소희 씨 나 만나고 많이 바뀌었다고 그랬어요.”
오상진이 한소희를 두둔하자, 신순애가 피식 웃었다.
“너에게 잘해줘?”
“엄청 잘해줘요. 솔직히 나 군인이잖아요. 그래서 자주 만나지 못하는데도 다 이해해 주고, 받아주고 그래요. 사실 오늘 엄마 만나자고 한 것도 소희 씨예요.”
“아, 그랬니?”
“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순애는 걱정이 앞섰다. 사실 오상진도 어리고, 한소희도 어렸다.
“그래, 잘 만나. 잘 만나는데 그래도 너희 둘 다 어리니까. 너무 미래에 대해서 섣부른 결정지으려고 하지 말고! 엄마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지?”
“네, 알겠어요. 그리고 소희 씨가 종종 인사하러 오면 잘 좀 받아주세요. 아니, 예뻐해 줘요.”
“그야 당연하지.”
“고마워요, 엄마.”
“고맙긴. 어서 가 봐라. 네 여자 친구 기다리겠다.”
“네, 엄마! 가 볼게요.”
“그래.”
오상진이 다시 가게를 나섰다. 그리고 한소희가 기다리고 있을 5층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20.
군대의 시계는 쉬지 않고 돌아갔다.
월요일 아침. 오상진은 출근하자마자 2소대부터 들렀다. 주말에 사고는 생기지 않았는지, 강인한 상병이 분대장이 되고 난 후 내무실 분위기는 어떤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다들 주말 잘 보냈냐.”
오상진의 등장에 강인한 상병이 벌떡 일어나며 경례했다.
“충성. 2소대 휴식중.”
“그래. 주말 동안 아픈 환자 있냐?”
“없습니다.”
2소대원들이 힘차게 외쳤다. 오상진이 주변을 쭉 훑어보고 소대원들 얼굴도 하나하나 살펴봤다. 다행히 표정들이 밝아 보였다.
“인한아.”
“상병 강인한.”
“주말에 뭐 했냐?”
“별거 없었습니다. 운동할 사람은 운동하고, 대부분 내무실에서 개인 정비 및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래? 별다른 큰일은 없고?”
“네. 없었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오늘 일과는 개인임무 숙지지?”
“네. 그렇습니다.”
“소대장이 불시에 물어볼 수 있으니까, 확실히 숙지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래, 오늘도 수고하고.”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내무실 나갔다. 그 뒤로 강인한 상병의 경례가 있었다.
“충성.”
오상진은 손을 들어 답했다. 오상진이 사라지고 이인수 상병이 강인한 상병에게 다가갔다.
“분위기가 좀 이상합니다.”
“뭐가?”
“오 소위님 이대로 우리 2소대를 계속 맡는 것은 아닙니까?”
“에이, 그럴 리가! 1소대가 있는데.”
“그런데 지금 우리 소대가 상황이 그렇지 않습니까. 전 솔직히 오 소위님께서 아예 우리 소대를 맡아주셨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박중훈 상병이 중간에 끼어들었다.
“그건 안 됩니다. 그냥 새로운 소대장님께서 빨리 오셨으면 좋겠습니다.”
“중훈이 너는 왜?”
“그냥 새로운 소대장님을 만나보고 싶어서 그럽니다.”
박중훈 상병의 아리송한 답변에 강인한 상병이 입을 뗐다.
“자자, 그만하고 어서 훈련 갈 준비나 하자. 다들 개인임무 수첩 잘 가지고 있지?”
“네!”
“좋아, 단독군장 차림으로 연병장에 집합한다.”
“알겠습니다.”
2소대원들이 곧바로 단독군장을 하고, 개인임무 수첩을 상의 왼쪽 주머니에 넣고 연병장으로 나갔다.
21.
오상진이 중대 행정반으로 돌아와 책상에 앉았다. 교육 준비를 위해 책을 꺼냈다.
“어디 보자…….”
오상진이 공부를 막 하려는 찰나 4소대장이 급히 행정반으로 들어왔다.
“여러분 제가 뜨근뜨근한 소식을 가져왔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들었다.
“무슨 소식을 가져왔습니까?”
“하하하! 아주 기가 막힌 소식입니다.”
4소대장은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살짝 뜸을 들였다. 3소대장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무슨 얘기입니까. 그만 뜸 들이고 말씀해 보십시오.”
“어쩌면 우리 중대에 여자 소대장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네? 정말입니까? 그 소식 어디서 들었습니까?”
3소대장이 반색하며 물었다. 오상진 역시도 갑자기 관심이 갔다.
“사단 인사과에 아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 그 사람과 함께 출근하게 되었는데 제게만 살짝 귀띔을 해주었습니다.”
“정말입니까?”
“네. 그런데 솔직히 100%는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무게는 그쪽으로 기울고 있다고 합니다.”
“와! 드디어 우리 중대에도 여자 소대장이 오다니…….”
3소대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사실 여자 소대장이 한 명도 없는 건 아니었다. 김소희 중위가 현재 5중대 2소대장으로 있었으니까. 물론 현재로서는 제대를 하냐, 마냐 기로에 서 있지만.
각설하고, 사단에서 갑자기 소대장을 찾다 보니 마땅한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좀 더 범위를 넓혀서 찾아보니, 여자 간부도 후보에 올라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가 좀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거기까지만 알려줄 수 있다고 했습니다.”
4소대장이 살짝 아쉬운 얼굴이 되었다.
“아무튼 여자 소대장이 올지도 모른다는 것이 아닙니까.”
“네!”
“저는 여자 소대장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칙칙한 남자들만 있는 행정반에 분위기가 달라질지 모르지 않습니까.”
3소대장이 말에 4소대장이 눈을 크게 떴다.
“어? 그렇습니까?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저희 둘이 통했습니다.”
4소대장이 눈을 반짝이며 손가락을 3소대장을 향해 검지를 들어 올렸다. 3소대장은 그 손짓을 보곤 역시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E.T의 포즈를 취했다. 그 모습에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우리 군대가 여자 인물 보고 뽑지는 않지 않습니까.”
“그래도 전 2소대장보다는 낫지 않습니까.”
3소대장이 적극적으로 나서며 말했다. 그러자 4소대장이 살짝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3소대장님. 여자 친구 있지 않습니까?”
“있죠.”
“아니, 너무 적극적이라……, 혹시 딴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은 아니죠?”
“에이, 아닙니다.”
3소대장이 두 손을 흔들었다. 4소대장의 시선이 오상진에게 향했다.
“1소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는데…… 사실 여자 소대장이 오면 이래저래 불편하지 않겠습니까.”
“에이! 1소대장님 요새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요즘 우리 군대에도 여성 군인이 얼마나 많이 있는데 그러십니까.”
“맞습니다.”
3소대장까지 나서며 동조했다.
“그리고 1소대장님은 우리 부대의 유일한 홍일점인 김 중위님과 사귀었지 않습니까.”
“아. 그건…….”
오상진이 살짝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4소대장이 불쑥 끼어들었다.
“아, 3소대장님 모르셨습니까?”
“네?”
“김 중위님 곧 그만둔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네? 어떻게 된 겁니까?”
3소대장이 깜짝 놀라며 오상진을 바라봤다. 4소대장도 마찬가지였다. 오상진이 당황하며 입을 열었다.
“그걸 왜 저를 보고 말씀하십니까?”
“아니, 혹시 알고 계신가 해서 그렇습니다.”
3소대장의 시선이 다시 4소대장에게 향했다.
“왜 그럽니까? 왜 그만두신답니까?”
4소대장이 오상진의 눈치를 살살 살피더니 매우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소문에 의하면…… 김 중위님이 임신을 하셨다는…….”
“네에? 말도 안 됩니다. 김 중위님은 그럴 분이 아닙니다. 최근에 대위 다신다고 공부를 얼마나 열심히 하셨는데 말입니다.”
3소대장이 깜짝 놀랐다. 그러면서 다시 오상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3소대장의 눈빛은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며 해명을 요구하는 그런 눈빛이었다.
비밀리에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두 사람이 헤어졌다는 얘기가 있었다. 하지만 오상진이 아직까지 김소희 중위랑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라고 공식적으로 말한 게 없기 때문에 3소대장은 혹시 오상진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해서 바라본 것이었다.
‘하아…….’
오상진이 속으로 한숨이 내쉬었다.
‘아무래도 내가 해명을 해야겠네. 여태껏 그냥 조용히 있었는데…….’
오상진이 결심을 하고 입을 열었다.
“김 중위님께서 임신을 하셨는지, 안 하셨는지는 저도 잘 모릅니다. 다만, 제가 알고 있는 건 김 중위님께서는 현재 사귀고 있는 분이 있습니다. 그리고 김 중위님이 만나시는 분 역시 제가 아는 분입니다. 마지막으로 김 중위님이랑 저는 그냥 썸만 잠깐 탄 사이입니다. 그 이상은 아닙니다.”
3소대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를 했다. 그러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김 중위님과 만나신다는 분이 누구입니까? 아신다고 하시는데…….”
역시나 남의 연애사에 궁금한 것도 많았다. 그런데 4소대장이 입을 뗐다.
“어! 난 대충 그분이 누구신지 아는데…….”
바로 3소대장의 시선이 4소대장에게 향했다.
“누굽니까? 궁금해 죽겠습니다. 말씀 좀 해주십시오.”
“예전에 계셨던 의무대 군의관님 중에 한 대위님이라고…….”
“아! 압니다. 그분이었습니까?”
3소대장도 한대만 대위를 알고 있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네, 맞습니다. 두 분이 사귀는 거 맞습니다. 그것까지 내가 확인시켜드릴 수 있습니다.”
“역시 나의 정보력이란…….”
4소대장은 스스로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3소대장이 놀라며 입을 열었다.
“와, 그런 정보는 도대체 어디서 듣습니까?”
“이게다, 이곳저곳에 뿌려놓은 인맥 덕분이랄까요.”
4소대장이 입술을 실룩거리며 뿌듯함을 숨기지 않았다. 오상진도 그렇고 3소대장도 4소대장의 정보력에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아무튼 대단하십니다.”
그러는 사이 오상진에게 전화 한 통이 왔다. 바로 한대만에게 온 전화였다.
‘양반은 못 되겠군…….’
오상진은 슬쩍 눈치를 살피고는 휴대폰을 들고 행정반을 나갔다.
“네, 형님.”
오상진이 복도에서 휴대폰을 받았다.
-어, 매제. 별일 없지?
한대만은 이제 오상진을 진정으로 매제로 보고 편안하게 대했다. 오상진도 당연하게 생각했다.
“네, 별일 없습니다.”
-그래, 밥은 먹었고?
“간단히 해결했습니다. 형님은 드셨습니까?”
-나도 뭐 대충 때웠다. 그건 그렇고, 혹시 말이야. 너희 부대에 뭔 소문이 안 도냐?
한대만도 얼추 눈치를 챈 모양이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모르는 척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