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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32화 (332/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32화

31장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14)

“지난번 엄마가 일하는 곳에서 같이 일했던 말숙이 이모.”

“아! 안녕하세요.”

오상진이 다시 인사를 했다.

최말숙이 힐끔 오상진 옆에 다소곳이 서 있는 한소희를 발견했다.

“음, 옆에 여자분은…… 여자 친구?”

“아, 맞다. 엄마 오늘 소개시켜 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제 여자 친구예요.”

오상진이 한소희를 가리켰다. 한소희는 세상에서 가장 해맑은 미소로 신순애에게 인사를 했다.

“어머니, 안녕하세요. 한소희라고 합니다.”

“으응, 그래.”

신순애는 인사를 받으며 찬찬히 한소희를 훑어보았다. 최말숙은 재빨리 자리를 만들었다.

“여기 서 있지 말고 어서 여기 앉아요.”

“그래, 앉아요. 소희 씨.”

“네.”

오상진이 한소희를 자리에 앉혔다. 맞은편에 신순애가 자리했다. 최말숙은 눈치껏 자리를 비켜주었다.

“어멋! 내 정신 좀 봐. 언니, 나 요 앞에 매점에 좀 다녀올게.”

“매점에는 왜?”

“아직 음료수도 없고! 마땅히 대접할 것이 없잖아요.”

“음료수가 왜 없어. 저기 있잖아.”

“그건 아니지. 그래도 주스는 있어야지. 가만히 있어 봐. 금방 갔다 올게요.”

최말숙이 재빨리 가게를 나갔다.

“말숙아, 괜찮다니까.”

최말숙은 신순애의 말을 듣지도 않았다. 가게에는 세 사람만 남게 되었다.

신순애가 힐끔 한소희를 보고는 오상진에게 말했다.

“말도 없이 찾아와서는. 엄마도 준비를 해야 하는데.”

신순애가 머리와 옷매무새를 고쳤다.

“아들이 엄마 식당에 말하고 와야 해?”

“그건 그렇지만…….”

신순애의 시선이 다시 한소희에게 향했다.

“여자 친구라고 했니?”

그러자 한소희가 다시 한번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한소희라고 합니다.”

한소희가 정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 예쁜 미소로 인사를 했다. 그런데 신순애가 보기에 예쁘기는 하지만 많이 앳돼 보였다.

“네, 반가워요. 그런데 나이가 어떻게 돼요?”

“네, 어머니. 21살입니다.”

“아, 21살…….”

신순애가 말을 하면서 슬쩍 오상진을 노려보았다. 오상진이 신순애의 차가운 시선을 보고 움찔했다. 그러다가 고개를 갸웃했다.

‘21살이 많이 어리나? 내 나이가 이제 24살인데…….’

오상진 스스로도 착각을 했다. 그러다가 막상 자신의 나이를 알고 3살 차이밖에 안 난다는 것을 알았다. 신순애가 대충 나이를 계산하며 말했다.

“3살 차이네요.”

“네, 어머니. 궁합도 안 본다는 3살 차이에요.”

“응? 4살 아니야?”

“호호호, 그런가요? 저는 3살로 들었는데.”

“하긴.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

한소희가 잘 웃으며 싹싹하게 말을 했다. 게다가 너무 예뻤다.

그런데 신순애가 느끼기에는 너무 어려 보였다. 따지고 보면 오상진과 3살 차이라 그렇게 어린 것도 않은데 말이다.

“우리 상진이랑 만난 지 오래됐어요?”

“지금 100일 좀 지났어요.”

“아, 그래요. 그럼 지난번 휴가 때 같이…….”

“네에…….”

한소희가 대답을 하면서 살짝 수줍어했다. 신순애는 그 풋풋한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아이고…… 우리 아들이 잘해주긴 해요?”

“네, 어머니.”

“하긴…….”

신순애는 한소희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솔직히 신순애는 한소희가 썩 맘에 들지 않았다.

나이도 너무 어린 것 같고, 아무래도 철없는 어린 여자가 아들 돈 보고 접근한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참 예쁘고 괜찮은데 왜 우리 아들 돈 보고 만났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

신순애는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게다가 옷도 그렇고 들고 있는 가방도 그렇고,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전부 비싸 보였다.

‘저거 우리 상진이가 사 줬으려나?’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때 가게 문이 열리며 최말숙이 후다닥 뛰어 들어왔다.

손에는 주스가 들려져 있고, 곧바로 컵을 가져와 주스를 따라 주었다.

“이거 마시면서 얘기해요.”

“네, 감사합니다.”

한소희가 조심스럽게 주스를 받았다. 신순애가 최말숙을 봤다.

“너도 여기 앉아.”

“어후, 언니! 여기가 내가 앉을 자리는 아니지.”

“그냥 앉아. 뭐 어때.”

한소희도 바로 말했다.

“네, 앉으세요.”

“그럼…….”

최말숙이 신순애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면서 실실 웃으며 오상진과 한소희를 번갈아 가며 봤다.

“선남선녀가 따로 없네. 둘이 정말 잘 어울린다.”

“어머, 감사해요. 이모님.”

최말숙이 가만히 보다가 불쑥 질문을 했다. 그것도 신순애가 감히 하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그런데 아가씨네 부모님은 뭐 하세요?”

“네?”

최말숙의 물음에 한소희가 놀란 눈이 되었다. 그러자 최말숙이 바로 손을 저었다.

“아, 아니, 다른 건 아니고. 옷차림도 그렇고, 내가 보기에 왠지 부잣집 아가씨일 것 같아서 말이에요.”

최말숙이 질문을 하고서 멋쩍게 웃었다. 한소희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네, 아버님은 한방병원 원장이시고요. 오빠도 아버지 일 도와서 같이하고 계세요.”

순간 신순애가 놀라며 표정이 바뀌었다.

“아! 아버님이 한방병원 운영하세요?”

“네, 어머니.”

신순애는 바로 선입견이 깨졌다.

‘아이고, 아가씨에게 실수할 뻔했네. 우리 상진이 덕 보는 줄 알았더니…….’

오상진이 앞에 앉은 신순애의 미묘한 표정을 바로 캐치했다. 그리고 바로 입을 열었다.

“엄마, 우리 소희 씨가 사람이 참 좋아요. 이 가게 내는 것도 소희 씨가 많이 도와줬어요.”

“아, 그래요. 고마워요.”

“아니에요, 어머니. 상진 씨는 내가 뭘 도와줬다고……. 그냥 아는 사람 소개만 시켜준 건데.”

한소희가 눈을 살짝 흘기며 오상진의 팔을 툭 쳤다. 그러자 최말숙이 바로 말했다.

“요새는 인맥도 다 능력이죠. 그걸 아무나 갖나.”

“어머나, 이모님. 말씀을 참 재미있게 하시네요.”

그렇게 얘기를 주고받을 때 가게 문이 열리며 인테리어 인부가 들어왔다. 인테리어 하자 난 곳을 마무리 짓기 위해서였다.

“여사님, 저희 공사 시작하겠습니다.”

“어, 오셨네.”

신순애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직 공사 안 끝났어요?”

“오늘 하자 난 곳을 수리 보수한다고, 이것만 마무리 지으면 될 것 같아.”

“네에.”

한소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소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어머니, 저희 다음에 또 들를게요.”

한소희가 오상진에게 눈치를 줬다. 오상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엄마, 나중에 또 올게요.”

“그래, 가게 오픈하고 다시 한번 보자.”

“네, 어머니. 그럼 다음에 다시 뵐게요.”

“네.”

그렇게 인사를 하고 오상진과 한소희는 가게를 나왔다. 가게를 나오자마자 한소희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괜찮아요? 많이 긴장했죠.”

“네. 조금요.”

“그래도 잘했어요. 오늘 전 소희 씨의 새로운 모습을 봤어요.”

“새로운 모습요?”

“네. 바짝 긴장한 모습요.”

“그럼 어른들 앞에서 막 나가는 모습을 보여야 해요?”

“에이, 그건 아니에요. 그냥 소희 씨에게도 어려운 존재가 있구나, 생각했어요.”

“당연하죠. 아무리 딸같이 대해주신다고 해도, 시댁은 어려운 곳이에요.”

“시댁요?”

“그럼 시댁이죠! 그보다 어머니께서 절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세요?”

“글쎄요. 잘 모르겠네요.”

“그냥 오늘 딱 봤을 때 어때요?”

“그건 우리 5층에 올라가서 조용히 얘기를 나눌까요?”

“아, 맞다. 5층!”

그제야 생각이 난 한소희였다.

“일단 5층에 가 봐요. 공사 다 끝났다고 했으니까요.”

“네.”

오상진과 한소희가 5층에 도착을 했다. 구석진 방을 골라 그곳을 한소희 개인 작업실 겸 휴식공간으로 만들어 놓았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공사가 깔끔하게 마무리되어 있었다.

“어? TV랑 소파는 이미 들어와 있네요.”

오상진이 내부를 둘러보며 말했다. 한소희가 피식 웃었다.

“TV랑 소파는 미리 준비해서 제가 넣어 뒀어요.”

“아, 다른 가구는요?”

“그것도 차차 할 거예요. 걱정 마세요. 제가 다 알아서 꾸며 놓을 테니까요.”

“그래요. 여기 이 공간은 소희 씨만의 공간이니까요. 소희 씨가 맘에 들게 꾸미세요.”

“네, 그럴 생각이에요.”

한소희가 대답을 하고는 소파로 가서 털썩 앉았다.

“아이고, 힘들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옆으로 가서 앉았다.

“많이 불편했죠?”

“아뇨, 불편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어머니가 절 불편해하시는 것 같아서요.”

“이해해요. 엄마 입장에서는 그럴 거예요. 제가 처음 데리고 온 여자거든요. 그래서 많이 당황했을 거예요.”

“네? 제가 처음이에요?”

“그럼요. 우리 엄마에게 제가 처음으로 소개시켜 준 여자예요. 전 단 한 번도 엄마에게 여자를 소개시켜 준 적이 없어요.”

오상진의 말은 사실이었다. 과거에서도 여자를 만났지만 소개를 시켜줄 수가 없었다. 그때 어머니는 일찍 돌아가시고 없었으니까.

“어머나! 그렇구나.”

한소희는 내심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가 살짝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

“그런데 어머니가 저를 좀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눈치시던데.”

“아니에요. 엄마가 소희 씨 맘에 들어 하세요.”

“에이, 그래도 확실히는 모르잖아요. 그러지 말고 지금 내려가서 한 번 물어봐요.”

한소희가 말했다. 오상진이 살짝 당황했다.

“네?”

“아니, 내려가서 어머니에게 슬쩍 물어봐요.”

“지금요?”

“네!”

한소희는 지금 마음이 좀 급했다. 솔직히 한소희도 크게 맘 준비를 하고 간 것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어머니가 생각보다 막 반겨 주시지는 않았다. 그것이 못내 신경이 쓰였다.

사실 한소희는 부유한 집에서 자란 외동딸이었다. 그래서 미움을 받으며 살았던 적이 없었다.

그녀가 어딜 가든 예쁨을 받았다. 어른들을 만날 때도 ‘아이고, 예뻐라’ ‘어쩜 이리도 예쁠까’ 이런 말들을 달고 살았다.

그런데 한껏 예쁘게 차려입고 갔는데도 오상진의 어머니는 그런 말을 해주지도 않았다.

오히려 아들이 걱정되는 눈치였다. 둘이 잘 만나기는 하나, 그런 표정 말이다.

그래서 한소희가 지금 떼를 쓰고 있는 것이었다.

“네? 내려갔다 와봐요. 어머니가 절 맘에 들어 하시는지.”

“하아, 알았어요. 제가 내려가서 물어보고 올게요.”

오상진이 방을 나서고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하아, 지금 그게 중요한가? 그냥 차차 알아가면 될 문제인데.”

오상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내려갔다.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신순애가 인부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그때 신순애가 오상진을 발견했다.

“어, 왜? 뭐 놓고 갔어?”

“으응, 아니, 그건 아니고……. 엄마, 바쁘지 않으면 나랑 잠깐 얘기 좀 해요.”

“얘기? 무슨 얘기?”

“잠깐이면 돼요.”

오상진이 가게 밖으로 나갔다. 그 뒤를 신순애가 따라 나왔다.

“왜? 안에서 얘기하지. 뭐가 알고 싶은 건데.”

“다른 건 아니고……. 어때요, 소희 씨.”

신순애가 피식 웃었다.

“왜? 그게 궁금해서 왔니?”

“궁금하죠. 제 여자 친구인데. 그리고 엄마가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이 많이 쓰여요.”

“그래서 엄마가 반대를 하면, 안 만날 거야?”

“그건 좀…….”

오상진이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보고 신순애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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