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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29화 (329/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29화

31장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11)

“그리고 박대기 상병 영창 다녀오면 너무 미워하지는 마.”

“네. 물론입니다.”

“네가 전권을 갖고 있으니까 박대기 상병도 어쩌진 못할 거야. 그러니까 박대기 상병이 조용히 제대할 수 있게 도와줘라. 이건 내 부탁이 아니라, 중대장님 부탁이다.”

“아, 예! 알겠습니다. 그런데 이은호 이병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자식, 그래도 은호 걱정은 되는 거니?”

“물론이죠. 제가 잘 챙기기는 하겠지만 솔직히 박대기 상병하고 같이 생활해야 하니까 많이 불편할 겁니다.”

“걱정 마라. 그렇지 않아도 1소대로 보내기로 했다.”

“아, 그렇습니까? 다행입니다.”

“대신에 이은호 이병 대신에 새로운 신병이 올 거야. 그 신병은 네가 책임지고 신경을 좀 써라. 이번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말이야.”

“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소대장님.”

“그래, 소대장은 널 믿는다.”

오상진이 강인한 상병의 어깨를 두어 번 두드렸다.

그다음 날 2소대 분위기는 매우 무거웠다. 2소대원들 모두 어두운 얼굴로 가만히 있었다. 왜냐하면 한쪽 구석에서 박대기 상병이 군장을 싸고 있었기 때문이다.

“…….”

박대기 상병은 말이 없었다. 아니, 어떤 소대원도 감히 말을 붙일 수 없었다. 군장을 다 싼 박대기 상병이 마지막으로 어깨에 찬 견장을 떼어내고 잠시 그것을 내려다보다 TV 단상에 올려놓고는 말했다.

“그동안 미안했다.”

그 한마디를 남기고 2소대를 나섰다. 오늘 박대기 상병은 헌병대로 영창을 가는 날이었다. 2소대원들 그 누구도 말을 꺼내지 않았다. 박대기 상병은 씁쓸한 얼굴로 긴 복도를 걸어 밖으로 나갔다.

한편, 박대기 상병이 영창에 가고 곧바로 행정반 계원이 2소대를 찾았다.

“강인한 상병님.”

“왜?”

“지금 행정반으로 오시랍니다.”

“나?”

“네. 소대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어어, 알았어.”

강인한 상병이 전투모를 챙겨서 중대 행정반으로 갔다. 오상진은 강인한 상병을 데리고 바로 중대장실로 이동했다.

“지금 너 분대장 신고식을 할 거야.”

“네? 아, 아니…….”

강인한 상병은 당황했다. 방금 조금 전에 박대기 상병이 영창을 갔다. 그런데 갑자기 분대장 신고식이라니…….

“어쨌든 네가 분대장 해야 해. 게다가 질질 끌 수도 없고, 지금 소대가 많이 혼란스럽잖아. 이렇듯 급하게 널 분대장에 앉힌 이유도 이런 혼란스러움을 빨리 없애려고 그러는 거야. 이건 중대장님의 뜻이야. 물론 소대장도 같고!”

“그, 그래도 너무 갑작스럽습니다. 준비도 아직 안 되었는데 말입니다.”

“준비? 내가 보기에는 충분히 준비가 된 것 같다.”

오상진이 환하게 웃으며 중대장실 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와.”

오상진이 강인한 상병을 보며 말했다.

“들어가자!”

강인한 상병은 얼떨결에 중대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곧바로 분대장 신고식을 했다. 신고식이야 워낙에 많이 해봐서 그리 큰 문제는 없었다.

“……이에 분대장으로 명받았습니다. 이에 신고합니다. 충성!”

“충성, 그래 강인한! 앞으로 잘해라. 이렇듯 급하게 널 분대장으로 앉힌 이유는 소대장이 충분히 설명을 했을 거라 생각한다.”

“네!”

“그래 지금 2소대가 많이 어수선한 만큼 네가 중심이 되어서 확실하게 잡아.”

“알겠습니다. 중대장님.”

“좋아. 새로운 2소대장이 언제 올지는 모르겠지만 그동안 여기 있는 오상진 소대장과 함께 잘 해봐.”

“알겠습니다.”

강인한 상병은 얼떨결에 푸른색 견장을 착용했다. 갑작스러운 일에 어리둥절했지만 내심 기분은 좋았다. 그리고 이 소문은 빠르게 2소대에 흘러 들어갔다.

“강인한 상병님이 방금 분대장 신고식을 했습니다.”

“뭐? 벌써?”

이인수 상병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소리쳤다. 그러고는 인상을 쓰며 박중훈 상병과 오진한 일병을 봤다.

“야, 우리 담배 피우러 가자. 지금 한 대 빨아야겠다.”

“네.”

두 사람은 이인수 상병의 뒤를 따라 휴게실로 갔다. 그곳에 자리한 이인수가 자신의 주머니를 뒤졌다.

“어? 에이 씨! 담배를 안 가져왔네.”

“여기 있습니다.”

박중훈 상병이 담배를 꺼냈다.

“고맙다.”

이인수 상병이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오진한 일병이 재빨리 불을 붙여주었다.

“후우……. 솔직히 너무하네.”

“…….”

이인수 상병이 한마디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말없이 담배만 피웠다.

“너희들도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냐? 막말로 조금 전에 박대기 상병님이 영창을 갔어. 분대장 자리까지 내놓고 말이야. 아무리 분대장 자리가 비어 있다 해도 바로 강인한 상병을 분대장으로 앉히는 건 아니지 않냐?”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중대장님도 소대장님도 이미 다 허락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래. 그게 문제야. 강인한 상병도 분대장을 준다고 그걸 넙죽 받아버리냐? 좀 생각을 하고……. 에잇!”

이인수 상병이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사실 이인수 상병이 이렇게 열을 내는 이유는 다음 분대장이 될 사람은 자신이라고 확신했었기 때문이다.

박대기 상병과 강인한 상병의 호봉 차이가 한 달 차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박대기 상병이 제대하면 곧장 이인수 상병이 분대장을 다는 순번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강인한 상병이 분대장이 되어버리니 분대장 자리를 차지할 기회를 빼앗긴 기분이 들었다.

“아, 진짜……. 왜 하필 강인한 상병이냐.”

“왜 그러십니까?”

박중훈 상병이 물었다. 이인수 상병이 고개를 홱 돌려 말했다.

“보면 모르냐? 강인한 상병이 분대장을 달면서 나에게 기회가 없잖아. 그러고 보니 박중훈.”

“상병 박중훈.”

“다음 차기 분대장이 너네. 새끼, 그래서 실실 웃은 거냐?”

“아닙니다. 제가 또 언제 웃었다고 그러십니까?”

“안 웃었어?”

이인수 상병 오진한 일병에게 시선이 갔다.

“진한아.”

“일병 오진한.”

“너 이 자식이 웃는 거 봤지?”

오진한 일병은 선뜻 답하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입을 뗐다.

“전 아무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와, 이 자식. 벌써부터 줄 서는 거 보소.”

“아닙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분대장 달면 뭐가 좋습니까? 전 머리만 아플 것 같습니다.”

“야, 인마! 분대장의 푸른 견장이 얼마나 멋있냐. 그리고 모든 근무에서 빠져. 경계근무나, 불침번 근무 말이야. 순번에 따라 당직사관 임무만 충실히 하면 돼.”

“아, 그런 겁니까?”

오진한 일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불침번 근무와 경계근무에서 빠지는 것만으로도 괜찮았다. 오진한 일병이 생각하기에 말이다.

그러다가 이인수 상병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야, 우리 소대 분위기 이제 어떻게 하냐. 박대기 상병 그냥 전출 보내지 뭐 한다고 그냥 남겨서는…….”

박중훈 상병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영창 다녀오면 사람 되겠습니까?”

“야, 그 자식 사람 되겠냐.”

“그런데 진짜 너무 불편하지 않겠습니다. 강인한 상병님 잘하겠습니까?”

“우리 어떻게 해야 합니까? 기수 열외 해야 합니까?”

“야, 우리가 무슨 해병대냐. 기수 열외를 하게 그냥 적당히 무시해.”

“그러다가 뒤끝 없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꼬장의 대마왕이었는데…….”

“그런 문제가 있으면 강인한 상병님이 나서서 해결하겠지. 솔직히 자기가 저지른 일이 있는데 어떻게 할 거야. 그렇다고 우리가 박대기에게 잘 보일 필요가 없잖아. 진짜 우리가 그렇게 해버리면 소대 개판 되어버려.”

“아, 네에.”

“그러니까, 우리는 그냥 적당히 고참 대우만 해주면서 지내면 돼.”

“네, 알겠습니다.”

“그보다 1소대가 부럽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진짜 1소대장님은 다르지 않습니까.”

“다르긴 뭐가 달라, 소대장은 다 똑같지.”

“그래도 전 소대장님보다는 훨씬 낫지 말입니다.”

“하긴, 그 인간보다는 낫지.”

“당연하죠.”

“야, 그런데 담배 하나 더 있냐?”

“네.”

오진한 일병이 곧바로 담배를 꺼내 내밀었다.

“나는 한 대 더 피우고 갈 건데. 너희들은?”

“저는 그냥 들어가 보겠습니다.”

“저도…….”

“알았다. 자식들…… 들어가라.”

“네.”

박중훈 상병과 오진한 일병이 부대 안으로 들어갔다. 휴게실에 있는 이인수 상병은 담배에 불을 붙여 길게 마신 후 내뱉었다.

“후우……. 젠장.”

그때 하영운 일병이 휴게실로 왔다.

“이 상병님.”

“왜?”

“강인한 상병님이 찾습니다.”

“뭐? 왜 찾는데.”

“모르겠습니다.”

“알았다. 지금 들어가.”

“네.”

하영운 일병이 돌아가고 이인수 상병은 담배를 끄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진짜 담배도 못 피우게 하네. 벌써부터 분대장 노릇을 하겠다는 거야.”

16.

강인한 상병이 손에 든 견장을 바라봤다. 현재 양쪽 어깨에 이미 푸른색 견장이 착용되어 있고, 손에 예비용으로 두 개 가지고 있었다.

‘후훗.’

강인한 상병은 속으로 웃었다.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하영진 일병이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그렇게 좋으십니까?”

강인한 상병이 움찔하며 고개를 돌렸다.

“너무 좋아하는 거 티 나냐?”

“네. 입이 찢어지십니다.”

“아놔, 안 그러려고 하는데……. 이깟 견장이 뭐라고 가슴을 이리도 두근거리게 하냐.”

그때 내무실로 휴게실에 있던 이인수 상병이 들어왔다. 이인수 상병은 강인한 상병을 보자마자 꼬리를 내렸다.

“오오, 이게 말로만 듣던 견장입니까? 축하드립니다. 강인한 상병님.”

강인한 상병이 이인수 상병을 보며 말했다.

“미안하다, 인수야. 나 때문에 견장 못 차게 되었다.”

“에이, 견장이 무슨 소용입니까. 저는 강 상병님이 분대장이 되신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입니다.”

이인수 상병의 아부에 박중훈 상병과 오진한 일병이 눈치를 보며 속으로 말했다.

‘와, 어떻게 사람이 한순간에 확 변하냐.’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욕했던 사람이 말이야.’

강인한 상병이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인수야. 난 너만 믿는다. 날 좀 많이 도와줘.”

“네, 강 상병님. 아니, 분대장님! 제가 충심을 다해 보필하겠습니다.”

이인수 상병은 지금 완벽한 저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던 오진한 일병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강 상병님.”

“왜?”

“오늘 회식 한번 합니까?”

“회식?”

“네. 분대장 단 기념으로 한번 쏘셔야 하지 않습니까?”

강인한 상병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분대장 단 기념으로 부식 한번 쏜다. 저녁 먹고 PX로 가자!”

“우오오오!”

“강 상병님 최고!”

“멋지다!”

“정말 누구랑 확실히 다르십니다.”

이날 아침 박대기 상병이 영창을 갔다. 그리고 곧바로 강인한 상병이 분대장을 달았다. 박대기 상병 한 명 없는데 하루아침 만에 분위기가 180도로 달라졌다.

그리고 강인한 상병이 실실 웃으며 고개를 돌려 속으로 생각했다.

‘이거 참, 소대장님이 용돈을 주지 않았다면 큰일 날 뻔했네.’

강인한 상병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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