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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27화 (327/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27화

31장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9)

“네, 알아요. 이 사실이 밖으로 나돌면 아버지가 많이 힘들어질 거라는 사실을 말이에요. 그런데 엎질러진 물이고, 어쩔 수 없는 거잖아요. 솔직히 강철이가 그것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게 어디에요.”

“하아……. 그건 그렇고 클럽에는 왜 간 거야? 아예 처음부터 클럽에 가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잖아.”

“아버지! 집에 왔는데 저도 없고, 아버지도 없고, 엄마도 없는데 그럼 강철이가 친구들하고 놀지 뭐 하겠어요.”

“아무튼 맘에 안 들어. 저놈의 자식 다음부터 휴가 나오지 말라고 해.”

최익현 의원이 불만스럽게 한마디 했다. 최강희가 피식 웃었다.

“강철이가 들으면 퍽이나 좋아하겠네요.”

최강철의 집안에서 최익현 의원의 말 상대를 해줄 사람은 거의 없었다.

엄마는 우아한 귀족 집의 자제분처럼 행동했다. 어지간해서 최익현과 싸울 일을 만들지 않았다. 최익현 의원이 국회의원이 된 이후로는 더 언행에 신경을 썼다.

최강철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인 최익현 의원을 무서워했다. 사춘기 시절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려다 집에서 내쫓길 뻔한 이후로는 최익현 의원과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반면 최강희는 장녀라 그런지 몰라도 최익현 의원과 잘 지냈다. 게다가 최익현 의원의 똑소리 나는 성격을 고스란히 물려받아서 최익현 의원도 유독 최강희를 예뻐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냐.”

“이렇게 된 이상, 오상진 소위에게 사례라도 해야 하지 않겠어요.”

“사례라……. 그래 그 친구 얼굴 한번 보자고 해.”

“알겠어요. 제가 한번 시간 맞춰보도록 할게요.”

“그래.”

최익현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도 고생했다. 그만 들어가 쉬어라.”

“네. 아버지. 주무세요.”

“오냐.”

최익현 의원은 그나마 최강철 일이 잘 해결되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최강희는 거실에 서서 최익현 의원이 안방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15.

오상진은 당직사령을 서면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원래는 중간중간 잠을 청하지만 이번에는 그럴 수가 없었다. 그리고 새벽 5시쯤 되었을 때 TV 리모컨을 찾았다.

“당직사관!”

당직사관이 잠을 자다가 바로 깼다.

“TV 리모컨 어디 갔냐?”

“여기 있습니다.”

당직사관이 리모컨을 들었다.

“TV 켜봐라. 뉴스 나오는 곳으로.”

“네. 알겠습니다.”

당직사관이 TV를 틀었다. 몇 번 화면이 바뀌더니 새벽 뉴스를 하는 곳을 찾았다.

“됐다. 거기 둬라.”

“네.”

오상진이 뉴스에 빠져들었다. 전날 밤 사건 사고에 대해 아나운서가 말했다. 다행히 최강철 이병이 연루된 사건은 나오지 않았다.

“후우, 일단은 다행인가?”

오상진이 혼잣말을 했다. 그 뒤로도 뉴스가 나오면 계속해서 확인했다. 채널까지 바꿔가면서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날이 밝아왔다.

당직사관이 시계를 확인하더니 말했다.

“소대장님. 아침 점호하셔야 합니다.”

“응? 아, 그래.”

오상진은 전투모를 쓰고 상황실을 나섰다. 그때까지 뉴스에서는 어제의 사건이 보도되지 않았다.

‘아직까지는 괜찮아. 하지만…….’

오상진의 마음 한편에는 불안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아침 점호를 하러 나가며 중얼거렸다.

“있다가 은지 씨에게 전화를 해봐야겠다. 은지 씨라면 아마도 뭐라도 알고 있겠지.”

오상진은 아침 점호를 마치고, 상황실 인수인계를 한 후 행정반으로 갔다. 수건과 세면도구를 챙겨서 세면대로 향했다. 간단히 세수를 한 후 1소대 내무실로 들어갔다.

1소대 내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박중근 하사가 소대원을 데리고 시가전 모의 훈련을 나간 상태였다. 그래도 눈치가 있는 소대원이라, 오상진이 당직사령을 마친 후 바로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매트리스와 모포를 안쪽에 미리 깔아 놓았다.

“자식들.”

오상진은 소대원들이 알아서 잠자리를 봐준 것을 보곤 피식 웃었다. 오상진은 침상에 앉아 잠깐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 옆에 둔 휴대폰을 들어 이강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이강진입니다.

“안녕하세요. 오상진입니다.”

-아, 오 소위님. 안 그래도 연락드리려던 참이었는데.

이강진의 목소리가 밝게 들려왔다.

“누가 먼저 하면 어떻습니까. 그보다 최강철 이병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안 그래도 강철 군 변호사와 얘기를 나눴습니다. 사실 강철 군이 사건에 연루가 되긴 했지만 마약에 직접적으로 관련된 것도 아니고, 그저 술만 마셨을 뿐이라 별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강철 군이 최초 신고자 아닙니까. 무엇보다 사건에 결정적인 진술까지 해서 많은 도움을 줬기 때문에 참고인으로 돌릴 생각입니다.

이강진의 명쾌한 대답에 오상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한곳이 좀 걸렸다. 바로 헌병대였다. 무슨 일이든 군인의 신분으로 경찰서에 가면 헌병대로 신고가 들어갔다. 오상진은 그것이 걱정이었다.

“문제는 헌병대인데…… 연락은 안 가는 거죠?”

-물론입니다. 아까도 말했지만 강철 군이 개입되지 않았고, 단지 참고인 조사만 한 것입니다. 굳이 이런 일 가지고 연락할 필요는 없죠. 그쪽 헌병대는 괜히 별거 아닌 일 가지고 큰일로 만드는 재주를 가진 곳 아닙니까.

이강진의 말 속에 뼈가 있었다. 사실 이강진은 자신의 동생인 이해진 상병 사건 때문에 헌병대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진짜 그때를 생각하면…….

이강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오상진이 알았다.

“아…….”

오상진이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진이 아직도 이해진 상병의 일로 마음이 안 좋다는 것을 이해했다.

“그럼 헌병대에 보고가 들어가지 않는 건 확실한 거죠?”

-네. 저도 이런 일 가지고 강철 군, 아니, 우리 해진이 후임을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 게다가 누구 좋으라고 헌병대에 알립니까.

“그런데 다른 형사분들은 괜찮습니까?”

-걱정 마십시오. 우리 오 소위님 덕분에 팀 전체가 큰 공을 세웠습니다. 그래서 다들 강철 군에게 고마워하고 있습니다. 사실 요새 우리 팀이 실적이 없어서 죽을 맛이었는데…….

그때 이강진이 문득 생각이 나서 바로 바꿨다.

-아! 제가 이 말씀을 안 드렸습니다.

“네?”

-이들을 취조하는 과정에서 마약을 파는 윗대가리를 확인했습니다. 조만간 녀석의 소재가 파악될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도 추적 중이긴 한데……. 아마도 운이 좋다면 마약상 공급책까지 일망타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녀석만 잡으면 그전 사건은 쏙 들어가고, 언론에 주목도 받지 않을 겁니다.

이강진의 목소리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 사실 이강진이 확인한 마약 공급책은 마약반에서도 쫓던 인물이었다. 마약 범죄 쪽에서 이 공급책은 큰 손이었다. 그런데 이강진 팀이 취조 과정에서 우연히 그의 소재를 파악한 것이었다.

한마디로 이제 이 사건의 핵심은 이제 그냥 단순히 클럽 내 마약쟁이들을 검거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큰 손, 즉 마약 공급책을 검거하는 쪽으로 넘어온 것이었다.

“아, 그렇게 되는 겁니까? 잘되었네요.”

-이게 다 오 소위님과 최강철 군 덕분입니다. 아무튼 포커스는 그들에게 맞춰질 것이니 최강철 군에 관해서는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네, 잘 알겠습니다. 그래도 말이 새어 나가지 않게 잘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오상진이 휴대폰을 끊고, 잠시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전화번호를 뒤진 후 박은지를 찾아 통화버튼을 눌렀다. 혹시라도 박은지가 알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수화기 너머 통화음이 갔다. 한참 동안 울렸지만 박은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오상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많이 바쁜가?”

오상진이 전화를 받지 않자 막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그때 박은지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왔다.

-상진 씨! 어쩐 일이에요?

“어? 전화 괜찮아요?”

오상진의 물음에 박은지가 대답했다.

-괜찮아요. 방금 회의하고 나왔거든요.

“아, 죄송해요. 제가 눈치가 없었네요.”

-아니에요. 상진 씨 전화는 당연히 받아야죠. 그런데 무슨 일 있어요? 이렇듯 전화도 다 주시고…….

“제가 너무 오랜만에 연락을 했나요?”

-네, 너무 오랜만에 했죠. 물론 저도 할 말은 없지만……. 그런데 혹시 안부 전화예요? 아니면 묻고 싶은 것이 있는 거예요?

오상진이 살짝 어물거리다가 말했다.

“아니요. 그냥 간밤에 별일 없었나 해서요.”

-어? 갑자기요? 뭔가 수상한데……. 가만 나에게 기사 소스를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뭔가 알아보려는 말투인데…….

순간 오상진이 움찔했다. 역시 촉이 좋은 여자였다.

“하하, 아니에요. 혹시 우리 부대 관련해서 이상한 소문이 있나 해서 물어본 거예요. 예전 취재했던 것도 알고 싶기도 하고요.

-어, 상진 씨네 부대요? 갑자기 이런 걸 물어보는 것을 보니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오상진이 땀을 삐질 흘렸다.

“없습니다. 그보다 전에 취재하던 것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오상진이 황급히 말을 돌려 곧바로 지난번 취재에 대해서 물었다.

-아직 증거 자료 수집 중이에요. 좀 더 확신을 가지면 그때 말씀드릴게요.

“그래요. 알겠습니다.”

-알았어요. 또 물어볼 말은 없어요?

“어, 없습니다. 은지 씨 바쁘신데 너무 오래 잡고 있으면 안 되죠.”

-호호, 안 그래도 지금 부장님께서 절 부르고 난리네요. 아무튼 뭔가 소식 들어오면 알려드릴게요.

“네.”

-그리고 언제 한번 술 한잔해요. 여자 친구 만나느라, 진짜 친구 너무 홀대한다.

“하하하……. 네, 알겠어요.”

-알았어요. 그럼 기대할게요.

“네.”

오상진은 대답을 한 후 급히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아무튼 감이 좋은 여자라니까.”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은지 씨가 이런 쪽으로 소식이 빠른데 모르는 것을 보면 이강진 씨가 잘 막아주고 있구나.”

오상진은 전화를 끊고 한결 안심되었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좀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강철이 일을 이런 식으로 묻어도 되려나?”

오상진이 회귀를 했지만 그때도 군인이고, 지금도 군인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별거 아닌 문제는 내부적으로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지금처럼…….

“그래, 이런 문제는 내가 적당히 끊어가면 되는 거야.”

오상진이 생각을 마치고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잠이 들고 얼마나 지났을까? 잠깐 잠이 든 것 같은데 누군가 흔들어 깨우고 있었다.

“소대장님, 소대장님.”

구진모 일병이 오상진을 깨웠다. 오상진은 제대로 떠지지도 않는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으응? 왜?”

“일어나셔야 합니다.”

“몇 시인데?”

“12시 넘었습니다.”

“그래?”

오상진이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시계를 확인했다. 12시 10분쯤 되었다. 오상진은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었다. 구진모 일병이 바로 말했다.

“식사하셔야죠. 애들보고 밥 준비해 놓으라고 했습니다.”

“그래, 고맙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일어났다. 그러자 구진모 일병이 곧바로 매트리스와 모포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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