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26화
31장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8)
“나 억울해. 억울하다고!”
“조용히 좀 해요. 조용히! 여기가 당신네 안방이야!”
형사 한 명이 소리치자 강하나가 울음을 뚝 멈췄다. 그러자 이번에는 딸꾹질을 했다.
딸꾹! 딸꾹!
그 모습을 보는 형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참, 가지가지 합니다.”
최강철 이병도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푹 내쉬었다.
“하아…….”
그때 최강희가 다가왔다.
“으이구, 잘하는 짓이다.”
“누나…….”
“너는 군대 가서도 철이 안 들면 어떻게 해.”
“미안, 그런데 아빠는 뭐라고 하셔?”
“아빠 아직 모르셔.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약은 안 했네.”
“당연히 안 했지. 내가 얼마나 착실히 살고 있는데.”
“착실히는……. 휴가 나오자마자 사고 쳐놓고는.”
최강희가 한심하다는 듯 바라봤다.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푹 숙였다. 최강희의 시선이 강하나에게 향했다.
“그런데 강철아. 너 저런 애 만나니?”
“아니야.”
“아니긴…….”
최강희가 말을 하며 최강철 이병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동생 여자 보는 눈 좀 높여야겠다.”
최강철 이병은 할 말이 없었다. 그저 잔뜩 기가 죽을 뿐이었다. 그리고 최강희가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자신이 보기에 이번 일은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아무튼 여기 일은 잘 해결될 것 같네. 괜히 함 변호사님을 불렀어.”
최강희가 함재원 변호사를 봤다.
“함 변호사님.”
“네. 아가씨.”
“이번 일은 잘 해결될 것 같네요. 그냥 잡음 없게만 조치해 주세요.”
“네, 걱정 마십시오.”
그렇게 한밤중의 소란이 마무리되어가고 있었다.
13.
늦은 새벽.
최강철 이병은 모든 조사를 마치고 경찰서에서 나왔다. 최강철 이병의 눈에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잠시 후 최강희도 경찰서에서 나왔다.
“뭐해? 안 가고.”
“응, 잠시만.”
최강철 이병이 휴대폰을 꺼냈다. 그리고 오상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래, 강철아.
곧바로 오상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충성. 지금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나오는 길입니다.”
-그랬구나. 수고했다. 소대장도 대충 얘기는 들어 알고 있다.
최강철 이병은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소대장님 전 괜찮은 거죠? 어떻게 잘못되는 것은 아니죠?”
-괜찮아. 나머지는 소대장이 알아서 할 테니까. 그리고 너 이강진 형사님께 얘기는 들었지?
“네, 소대장님.”
-그래, 강철아. 너는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은 거야. 어차피 거기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널 엮으려던 녀석들이야. 그렇기 때문에 너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사람이 거의 없어. 해봤자 본인들이 다 뒤집어쓸 뿐이야. 그러니까, 단순하게 생각을 해. 걔네들이 단순 마약상으로 가는 것과 너에게 몰래 마약을 투입시키려고 한 일은 차원이 다른 문제야. 그래서 그 녀석들이 함부로 말할 수 없을 거야. 그쪽에 연루된 사람들도 좋게 넘어가려고 힘을 쓸 테니까. 그래야 형량도 적게 받을 수 있고 말이지. 일단 강철이 너는 신고자이자, 한편으로는 참고인 자격으로 조사를 받은 거야. 그러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너무 걱정하지 말자.
“네, 알겠습니다.”
-그래, 고생했고 그만 들어가서 쉬어.
“감사합니다. 소대장님. 충성!”
최강철 이병이 전화를 끊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최강희가 물었다.
“누구? 너희 소대장?”
“응!”
“그 소대장님 아직도 안 주무신다니? 이 늦은 시각까지 전화를 받고.”
“소대장님 오늘 당직이셔.”
“당직? 그렇구나.”
최강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튼 고생했다. 어서 집에 들어가자.”
“응, 누나.”
최강철 이병은 최강희의 차를 타고 집으로 갔다.
14.
최익현 국회의원이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차량 뒤에 앉아 오늘 회의에 대해 곱씹었다.
“하아, 야당 의원 놈들. 도대체가 양보할 생각이 없어. 아우, 머리 아파.”
최익현 의원이 자신의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그러다가 앞에 앉은 김 비서를 바라봤다.
“김 비서.”
“네, 의원님.”
“오늘 별일 없었지?”
“저기…….”
최익현 의원이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그 표정은? 무슨 일 있는 거야?”
“강철 군에게 일이 생긴 모양입니다.”
김 비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강철이? 휴가 나왔다며. 그런데 사고라도 친 거야?”
“예!”
“하아, 진짜 그놈은 언제 철들려는지……. 이번에는 무슨 사고를 쳤는데?”
“지금 강철 군은 경찰서에 있습니다.”
“경찰서?”
최익현 의원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슨 일로? 심각한 거야?”
“심각할 뻔한 상황이었습니다.”
“뭐야? 정확하게 말해봐.”
“그게 말입니다.”
김 비서가 차근차근 얘기를 했다. 김 비서가 얘기하는 동안 최익혁 의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이놈의 자식이!”
최익현 의원은 곧바로 집에 들어갔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최강철을 찾았다.
“최강철! 최강철!”
최익현이 소리를 질렀다. 엄마는 이미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그런데 거실 소파에서 누군가 쓰윽 일어났다.
“아버지 오셨어요.”
최강희가 최익현 의원을 맞이했다. 최익현 의원은 의아한 얼굴로 최강희를 바라봤다.
“강철이는?”
“지금 방에 들어가서 자고 있어요.”
“이 자식이…… 이 판국에 잠이 와! 내 이놈을 당장!”
최익현 의원이 2층으로 올라가려고 했다. 그러자 최강희가 말렸다.
“그만두세요. 강철이도 얼마나 놀랐겠어요.”
“놀라기는 뭘 놀라. 그 난리를 쳐놓고.”
“그러니까, 놀라죠. 아버지 아들이라는 이유로 큰일을 겪을 뻔했는데.”
“뭐?”
최익현 의원의 표정이 굳어졌다. 최강희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우선 이쪽으로 와서 앉으세요. 차근차근 설명해 드릴 테니까요.”
최강희는 최익현 의원을 소파로 안내했다. 최익현 의원도 고개를 끄덕인 후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래, 얘기해 봐. 그게 무슨 말이야?”
“제가 경찰서 다녀왔는데, 강철이 골탕 먹이려고 했던 애들이, 강철이가 국회의원 아들이라서 한번 제대로 엿 먹이고 싶어서 그랬다고 했어요.”
“허! 세상에 일이 어떻게 돌아가려고 이러는지 원. 국회의원을 우습게 알아도 유분수지.”
“그러니까, 아버지도 강철이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그래도 이번에 강철이가 현명하게 대처해서 망정이지. 만약에 그 술수에 넘어가 보세요. 아버지가 오늘 제대로 집에 올 수 있었겠어요?”
“에이……. 네 엄마는?”
“엄마는 주무시죠.”
“아니, 너희 엄마는 잠이 온다니?
“그렇지 않아도 조금 전까지 속상해하시다가 들어가셨어요.”
“하아…….”
최강희가 소파에서 일어났다.
“물 갖다 드릴까요?”
“그래.”
최강희가 부엌으로 갔다. 시원한 물에 꿀을 탔다. 그리고 얼음까지 동동 띄워서 최익현 의원에게 줬다.
“아버지 여기요.”
최익현 의원이 마시더니 물잔을 봤다.
“꿀물이야?”
“그냥 드세요. 피곤하신 것 같아서 탔어요.”
“네 엄마도 안 하는 짓을…….”
“그러니까 하죠.”
최익현 의원이 쓴웃음을 지으며 꿀물을 마저 마셨다. 꿀물을 먹고 난 후 머리도 좀 맑아지고, 속도 편해졌다.
“어떻게 처리되었어?”
“뭐, 잘 됐어요. 그보다 강철이 휴가 나온 것은 알고 계셨어요?”
“김 비서에게 들었다.”
“그런데 연락 한 번 없으셨어요?”
“알잖니, 요새 국회 진행 중이잖니. 한창 바빠.”
“그러세요.”
최강희가 물잔을 도로 부엌에 가져다 놓고 다시 소파로 왔다. 최익현 의원이 다시 물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말해봐. 김 비서에게 대충 얘기는 들었는데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실은…….”
최강희가 있었던 일을 찬찬히 설명을 했다. 김 비서에게 들은 것과 크게 다른 것은 없었지만 어떻게 된 연유인지 과정이 추가되었다.
또 누가 누가 연루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서 최강철 이병 어떻게 행동을 했는지에 대한 것도 추가되었다.
“그러니까, 강철이가 자기 소대장에게 전화를 했단 말이지.”
“네.”
“너한테 먼저 전화하지 않고?”
“예!”
“허허, 왜 너한테 하지 않고, 소대장에게 했지?”
“강철이한테 듣기로는 민간인하고 엮이면 안 된다면서 무조건 자기에게 연락을 하라고 했답니다.”
“그 소대장 재미있는 친구네. 그래서 그 소대장이 경찰서에 전화했고?”
“그랬다고 해요.”
“그게 그 소대장 처리 방식이래?”
최강희가 조용히 말했다.
“그렇게 열 내지 마시고요. 저도 경찰을 바로 움직였다고 해서 조금 어이가 없었는데 들어보니까, 그냥 경찰이 아니었나 봐요.”
“그냥 경찰이 아니면 뭔데?”
“예전에 뉴스에서 암매장 살인사건 아시죠?”
“어, 그거 알지. 혹시 그거 해결한 형사야?”
“네.”
“그 사람은 어떻게 알았대?”
“부대에 친한 선임이 있는데 그 형사의 동생이라고 합니다.”
“친동생?”
“네.”
“그래서 겸사겸사 한 거야?”
“그리고 그 형사를 도와서 시체를 발견했다던 군인이 바로 강철이 소대장이라고 합니다.”
“그게 정말이야? 나는 왜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지?”
“아버지가 담당하시는 분야가 아니라서 관심 두지 않으셨겠죠.”
“그랬나? 암튼 그 친구 재밌네. 어떻게 시체를 발견했대.”
“일단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고요. 그렇게 인연이 있었는데. 오상진 소위가 이강진 형사에게 부탁을 한 모양입니다. 이강진 형사가 미리 경고를 했다고 합니다. 만약에 최익현 의원 아들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 그 뒷얘기는 책임질 수가 없다. 강철이를 빼달라고 하면 그건 들어주겠다는 식으로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오상진 소위가 그럴 필요 없다고 했어요. 그냥 정정당당하게 수사를 하고, 오히려 초반에 결백함을 밝혀달라고 했다나 봐요.”
“무슨 배짱으로 그렇게 얘기한 거야?”
“들어보니까, 강철이 말을 믿는다고 해요.”
“허허…….”
최익현 의원이 쓴웃음을 지었다.
“나도 안 믿는 강철이의 말을 믿는다고?”
그러면서 슬쩍 옆에 앉은 최강희를 바라봤다.
“강희 넌 강철이를 얼마만큼 믿니?”
“강철이요? 글쎄요, 동생이니까. 믿긴 해야죠.”
“100%로 믿냐, 말이다.
“그건 좀…….”
최강희가 난색을 표했다. 이에 최익현 의원 역시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애비도 마찬가지다. 내 아들이지만 100% 믿지를 못해. 왠지 뭔가를 숨기고 있을 것만 같아서 말이지. 그런데 그 소대장이라는 친구는 뭘 믿고 강철이를 그렇게 믿은 거래?”
“그건 저도 잘 모르죠. 그런데 강철이가 저와 아버지보다 소대장에게 먼저 전화를 한 것을 보면 모르겠어요? 분명히 둘 사이에 끈끈한 유대가 있는 건 확실한 것 같아요.”
“뭐? 강철이가 군대 간 지 얼마나 되었다고.”
“꼭 시간이 신뢰의 지표가 될 수는 없죠.”
최익현 의원이 최강희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단시간에 견고해지는 경우도 있었다.
“흠…… 재미있네. 검사 결과는 어떻게 나왔어?”
“검사 결과는 확실히 음성으로 나왔어요. 그 관련해서 담당 형사 취재도 확보했어요. 함 변호사가 남아서 뒷수습을 하고 있어요. 듣기로는 초반에 다른 거 없이 모두가 있는 앞에서 검사를 받았고. 무엇보다 강철이가 마약이 든 술을 먹지 않았어요. 그래서 만에 하나 문제가 생겨도 관계가 없다는 것을 충분히 입증할 수 있어요. 뭐, 무혐의로 만들기에는 충분할 것 같아요.”
“그래도 말이야. 내 아들이 경찰서에 들어갔다는 것이…….”
최익현 의원이 살짝 인상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