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25화
31장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7)
“사장님!”
“왜요?”
이강진이 술병을 흔들었다.
“이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아세요?”
“내가 어떻게 알아요?”
“만약에 이 안에 뭔가가 들었다. 그럼 사장님은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이강진의 말에 여사장의 표정이 굳어졌다. 여사장의 시선이 김철중에게 향했다. 김철중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 그래도 이런 식이면 곤란하죠!”
여사장이 강하게 말했지만 이미 전의를 상실했다.
“아이고, 사장님! 우리가 아무런 증거도 없이 움직였겠습니까? 증거도 있고, 증인도 확보가 된 상태입니다.”
그때 임 형사가 룸으로 들어왔다.
“팀장님. CCTV 확인 끝냈습니다. 웨이터가 그 술병을 직접 들고 들어왔습니다.”
“그 웨이터는?”
“찾아서 데리고 오는 중입니다.”
잠시 후 웨이터가 들어왔다. 웨이터는 눈알을 굴리며 말했다.
“전 아무것도 모릅니다. 진짜입니다.”
이강진이 피식 웃었다.
“누가 뭐라고 합니까? 아니면 누가 물어봤습니까? 갑자기 그렇게 오리발을 내밀면 더 의심스럽지 않습니까.”
이강진이 탁 짚어서 말하자 웨이터는 입을 꾹 다물었다. 이강진이 조용히 말했다.
“내가 묻는 말에 성실히 답해주길 바랍니다.”
이강진이 술병을 들고 말했다.
“이 술병에 뭘 탔지? 뭘 탔는지 말해봐.”
“전 진짜 모릅니다. 아무것도 모릅니다.”
웨이터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게다가 몸도 바들바들 떨었다. 그러면서 김철중에게 시선이 자꾸 갔다. 이강진이 그것을 확인하고 물었다.
“아, 이 자식이 시켰습니까?”
김철중이 고개를 홱 들었다.
“무슨 소리 하는 겁니까? 저는 저 사람 모릅니다.”
“정말 몰라?”
“네. 모릅니다.”
“그런데 왜 CCTV엔 저 술병을 든 웨이터가 이 룸으로 들어가는 것이 찍혔을까?”
이강진의 말에 두 사람의 얼굴이 낯빛이 되었다.
“뭐, 나야 상관없어. 어차피 증거도 있고, 둘이 나란히 감방에 가면 되겠네.”
그러자 웨이터가 지레 겁을 먹고는 입을 열었다.
“저, 저 사람이 시켰습니다. 저는 시킨 것을 한 것밖에 없습니다.”
“그러니까, 여기다가 뭔가를 넣었어, 안 넣었어!”
“요, 요즘 유행인 ‘물뽕’을 넣었습니다.”
“아, 뽕을 넣으셨다.”
이강진이 히죽 웃으며 여사장을 봤다.
“사장님 어때요? 이래도 증거가 없다고 할 겁니까?”
여사장은 웨이터를 강하게 노려보며 소리쳤다.
“이런 미친 녀석!”
여사장이 웨이터의 뺨을 때리려는데 바로 이강진이 막았다.
“아이고, 경찰 앞에서 폭행을 하시면 안 되죠.”
여사장이 이강진을 노려봤다. 이강진이 피식 웃으며 물었다.
“이제부터 협조해 주실 거죠?”
그러자 여사장이 씩씩 콧김을 뿜어내며 말했다.
“맘대로 해요!”
그리고 룸을 나가버렸다. 이강진이 주변에 있는 형사들에게 말했다.
“자, 얘들아. 일하자!”
이강진 팀장이 지시를 내리자 잠시 멈췄던 형사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가만히 있어.”
“왜, 왜……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김태종이 잔뜩 겁을 먹고 손을 내저었다. 형사가 그런 김태종을 보며 말했다.
“그건 경찰서에 가서 조사를 받으면 다 나옵니다.”
“그, 그래도 전 잘 모른다니까요.”
“그러니까, 경찰서에 가서 얘기합시다.”
김태종이 형사에게 이끌려 밖으로 나갔다. 임하진도 마찬가지였다.
“왜 그러십니까? 일단 전화 한 통화만 합시다. 우리 아빠에게 연락을 해야 할 것 아니에요.”
“네네, 하세요. 경찰서에 가서.”
“당신들 이러면 곤란해. 우리 아빠가 누군 줄 알아!”
“네네, 알겠으니까 경찰서 가서 아버지 부르세요.”
이강진은 두 사람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화장실이 어디더라…….”
한쪽 구석에 문이 하나 있었다.
“저기구나.”
이강진이 그 문으로 갔다.
똑똑똑!
“최강철 군. 나 이강진이에요.”
최강철 이병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이에 이강진은 화장실 내부도 보지도 않고 바로 말했다.
“좁은 화장실에 있느라고…….”
그런데 막상 화장실을 확인하던 이강진의 눈이 커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화장실이 너무 좋았다. 게다가 욕조까지 겸비되어 있었다.
“무슨 클럽 룸 화장실에 욕조까지 있어.”
이강진이 화장실을 둘러보았다.
“이 정도면 2박 3일은 있겠네. 밥까지 시켜 먹을 수 있겠어.”
최강철 이병이 멋쩍게 웃었다. 그리고 밖의 상황을 확인하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제 다 끝난 겁니까?”
“다 정리되었어요.”
“다행이다.”
최강철 이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참, 강철 군.”
“네?”
“자네 모발 검사는 해야 해.”
“네.”
“솔직히 말해봐. 떳떳해? 아무것도 안 했어?”
“네. 떳떳합니다.”
“마지막으로 묻는 거야. 정말 하나도 연관된 것이 없어?”
“예, 그전에 술을 마시기는 했지만 다른 것은 없었습니다.”
최강철 이병이 솔직하게 말했다. 이강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마약이 들어갔다는 것을 말이야.”
“그게…….”
최강철 이병의 시선이 한참 조사를 받고 있는 최지현에게 향했다.
“저 아가씨가 알려줬습니다.”
이강진도 시선이 최지현에게 향했다.
“저 아가씨?”
“네.”
“오호, 저 아가씨가 알려줘서 알았다고.”
“예.”
“알겠어. 일단 강철 군도 조사를 받아야 하니까. 경찰서까지 함께 가지.”
“알겠습니다.”
이강진과 최강철 이병이 나란히 룸을 빠져나갔다. 그러다가 이강진이 문득 생각이 나서 물었다.
“그런데 아버지에게 연락 안 해도 되겠어?”
“일단은 검사를 받고 연락하겠습니다.”
“오오, 자신 있나 보네.”
“전 떳떳합니다.”
“알았어. 가자.”
이강진이 최강철 이병을 데리고 경찰서로 이동했다.
11.
한편, 상황실에 있는 오상진은 잔뜩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이 잘되고 있는 건가? 답답하네. 누가 연락이라도 줬으면 좋겠는데.”
때마침 이강진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상진은 바로 확인을 한 후 전화를 받았다.
“네, 여보세요.”
-이강진입니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쪽은 잘 마무리되었고, 경찰서로 다 넘어와서 조사 중입니다.
“강철이는요?”
-강철 군도 함께 넘어왔습니다. 절차상 모발 검사를 해야 해서요. 검사를 했는데 다행히 약물 반응은 없었습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럼 강철이는 마약 관련해서는 깨끗한 것이죠?”
-네네. 그래도 룸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사는 해야 해서요. 아마 당분간은 조사를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럼 집에 알려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지 않아도 연락은 해야 할 것 같은데……. 내가 전화를 하면 놀랄 것 같고, 어떻게 해야 하죠?
이강진의 물음에 오상진이 번뜩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그건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 최강철 누나의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습니다. 제가 거기로 한번 연락해 보겠습니다.”
-네, 그렇게 해주십시오.
“그럼 다시 연락 주십시오.”
-네.
오상진은 이강진과의 통화를 마치고 곧바로 최강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괜찮으려나.”
오상진은 시계를 한번 확인하곤 실례가 아닐지 걱정했다.
-네. 최강희입니다.
“안녕하세요. 오상진입니다.”
-네. 소대장님. 어쩐 일이세요?
“밤늦게 정말 죄송합니다. 실례인 줄 알지만 워낙에 급한 일이라서요.”
-괜찮아요. 저도 지금까지 일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어요? 혹시 강철이 문제에요? 강철이 휴가 나왔는데…….
최강희가 의문을 가졌다.
“네. 휴가를 나갔는데 그곳에서 문제가 생긴 모양입니다.”
-문제요? 어떤 문제요?
최강희의 물음에 오상진이 차분하게 설명을 해줬다.
“실은 말이죠…….”
그로부터 약 1시간 후 최강희가 변호사를 대동하고 중부 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냈다.
12.
자정이 다 된 시간이었다.
경찰서 내부로 세단 두 대가 나란히 섰다. 첫 번째 세단 운전석에서 모델 뺨치는 여성이 차에서 내렸다.
순간 밖에서 담배를 피우던 형사들의 눈이 커졌다.
“오오, 모델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예쁩니다. 누구죠?”
최강희가 담배를 피우고 있는 형사들에게 다가갔다.
“저기 말씀 좀 묻겠습니다. 여기 특수수사본부팀이 어디죠?”
“아, 네네. 절 따라오십시오.”
형사가 황급히 담배를 끄며 말했다. 최강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또각또각.
최강희가 형사의 안내를 받고 특수수사본부팀에 들어갔다. 이강진이 최강희를 발견하고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최강철 누나 되는 최강희라고 해요.”
최강희가 자신의 명함을 내밀었다. 이강진이 명함을 받아 확인했다.
‘응? 선진그룹 홍보팀장?’
이강진이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최강희 뒤에 서 있는 남성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아, 그러십니까? 이쪽으로 와서 앉으세요.”
최강희가 의자에 앉았다.
“정확하게 어떻게 된 일이죠?”
최강희의 물음에 이강진은 다시 한번 뒤에 서 있는 남성을 바라봤다. 딱 봐도 ‘나 변호사요’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저분은 변호사신가요?”
“아, 네에.”
그러자 곧바로 그 남성이 명함을 내밀었다.
“법무법인 일성에서 나온 함재원입니다.”
이강진이 명함을 받고 살짝 놀랐다. 법무법인 일성은 대한민국 로펌에서 1위를 차지하는 유명한 곳이었다.
“와, 국내 1위 로펌 일성이라니. 말만 들었지 그곳 변호사분을 만나기는 처음입니다.”
이강진이 웃으며 말했지만 함재원 변호사는 웃지도 않고 가만히 서 있었다. 이강진은 순간 멋쩍게 웃었다.
“하하하…….”
그러면서 최강희를 바라봤다. 최강희 역시 무표정한 얼굴로 있었다. 이강진은 곧바로 정색하며 말했다.
“어험, 사실 이런 일이 있었는데…….”
이강진은 그간의 일을 쭉 설명했다.
“뭐, 강철 군 모발 검사에서도 아무런 혐의점이 없었습니다. 지금 전체적인 얘기를 취합해서 듣고 있는데, 김철중 씨가 동생분에게 일명 물뽕이라는 것을 먹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 외 다른 사람들은 모르고 술자리 있으면 불러달라는 부탁만 받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공범 여부에 대해서 현재 확인 중에 있습니다.”
최강희가 입을 뗐다.
“도대체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그랬답니까?”
이강진이 뒷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게, 그러니까…….”
이강진이 막 말을 하려는데 경찰서 내부로 또 다른 한 명이 잡혀 왔다.
“놔! 놓으라고. 이거 안 놔?”
우석이었다. 곧이어 강하나도 잡혀 왔다.
“전 몰라요. 진짜 모른다니까요.”
그때 최강철 이병을 발견한 강하나가 매달렸다.
“오빠, 오빠! 나 진짜 몰랐어. 오빠 나 믿지? 믿는 거지?”
하지만 최강철 이병은 그런 강하나를 차갑게 무시했다. 형사가 강하나의 팔을 붙잡으며 말했다.
“여기서 이러지 말고, 저쪽으로 갑시다.”
“오빠! 오빠아아아…….”
강하나의 외침에도 최강철 이병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강하나는 그런 최강철 이병의 반응에 당황한 듯 계속해서 외쳤다.
“나 진짜 몰랐어. 믿어줘!”
그러자 우석이 강하나를 보며 소리쳤다.
“모르긴 뭘 몰라! 알고 있었잖아! 네가 데리고 와 놓고 무슨 헛소리야.”
“야, 미친놈아! 그렇게 말하면 어떻게 해. 난 진짜 아무것도 몰랐단 말이야. 으아아앙.”
강하나가 바닥에 주저앉으며 울었다. 솔직히 강하나는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다. 그렇다 보니 너무 억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