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24화
31장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6)
-아뇨, 조사는 철저히 해주십시오. 다만, 최강철 이병이 아무 혐의가 없다는 것만 밝혀주십시오.
“어…… 그런데 그 친구를 너무 믿으시는 거 아닙니까? 만에 하나 실수로 마약을 조금이라도 섭취했다면 일이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저에게 절대 마약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전 최강철 이병을 믿습니다. 그러니 철저히 밝혀주십시오.
“그러다 일이 커지면 수습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해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그거야 어렵지 않습니다. 차라리 한 사람 눈감아 달라는 것이 더 어렵죠! 철저히 조사하라는 것은 저희가 잘할 수 있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네, 부탁드립니다.
“그 친구 전화번호를 알려주시겠습니까?”
-제가 문자로 넣어드리겠습니다.
“네, 그럼 확인 후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이강진 팀장이 전화를 끊고, 잠시 후 문자로 전화번호가 왔다. 이강진 팀장은 망설임 없이 전화를 걸었다. 수화기 너머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여보세요.
“혹시 최강철 이병?”
-네, 누구십니까?
“나, 해진이 형 이강진이다. 기억하지?”
-네, 기억납니다.
“좋아, 거두절미하고 그쪽 상황을 자세히 설명해 줄래?”
이강진 팀장의 눈빛이 바뀌었다. 주위에 있던 형사들 역시 긴장한 얼굴로 통화를 예의주시했다.
9.
한편, 룸 안에서는 셋이서 술을 먹고 있었다. 그때 문이 열리며 웨이터가 나타났다.
“가져왔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김철중이 말하며 술을 받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로얄 샬루트였다.
“야, 왜 이렇게 비싼 술을 가지고 왔어.”
“또 뺀찌 맞으면 어떻게 합니까.”
“아, 진짜! 우리도 아까워서 못 먹는 술을…….”
“괜찮습니다. 이 술 어떤 손님이 킵해놓은 술입니다.”
“알았어!”
웨이터가 주춤하며 말했다.
“진짜로 전 이번 일은 모르는 겁니다.”
“알았어. 빨리 나가!”
김철중이 손을 휙휙 저으며 웨이터를 쫓아냈다. 그런데 웨이터는 주춤거리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저기 팁은…….”
“이런 염병…….”
김철중은 인상을 쓰며 지갑을 꺼냈다. 그곳에서 10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꺼내 내밀었다.
“자!”
“감사합니다.”
웨이터는 히죽 웃으며 룸을 나갔다. 김철중이 물뽕이 들어간 양주를 슬쩍 확인하며 화장실로 시선을 뒀다.
“저 자식 뭐야? 왜 이렇게 안 나와!”
“몰라요. 내가 어떻게 알아요?”
김태종과 임하진은 자신들의 여자 파트너랑 노느라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하고 있었다. 김철중이 고개를 돌리자 둘 다 여자애들을 끌어안고 난리였다.
“야, 태종아.”
“왜요?”
“화장실 간 강철이가 안 나온다고!”
“그걸 제가 어떻게 알아요.”
“인마, 좀 가 봐!”
김철중의 말에 김태종이 옆에 있던 임하진을 툭 건드렸다.
“왜?”
“강철이가 안 나온다잖아! 어서 가 봐!”
“아이씨, 한창 재미있게 놀고 있었는데…….”
“지랄 말고, 어서 가 봐.”
“하아……. 자식이 왜 안 나와서는…….”
임하진이 잔뜩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화장실 앞에 가서 문을 두드렸다.
똑똑!
“강철아, 강철이 뭐하냐?”
임하진의 물음에 그제야 최강철 이병의 음성이 들려왔다.
“아, 왜?”
“뭐해? 왜 안 나와?”
“나 큰 거 보고 있어. 좀 기다려.”
“똥 싸?”
“으응…….”
“아, 진짜 더럽게! 무슨 클럽에서 똥질이야. 무슨 영역표시라도 하게?”
“…….”
“아, 진짜……. 클럽에서 똥을 싸고 있어.”
임하진이 잔뜩 인상을 구기며 자신의 자리로 갔다. 김철중이 급히 물었다.
“뭐래?”
“큰 거란다, 큰 거!”
“큰 거? 그런데 30분 동안이나 나오지 않고 있는데?”
“몰라! 변비가 보지.”
“군인이 무슨 변비야!”
“군인이라고 변비 안 걸리라는 법 있나?”
“군인은 똥 잘 쌀걸.”
“나도 모르지!”
김태종과 임하진이 얘기를 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다가 김철중이 고개를 돌렸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우석에게서 온 전화였다.
“어, 그래.”
-형, 어떻게 됐어?
“확실히 하려고 준비 중이야.”
-뭐야? 아직 안 했어?
“아니,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똥 싼단다.”
-뭐? 똥? 이상한데, 혹시 눈치채고 어디 전화하고 있는 거 아냐?
“에이, 설마…….”
-모르니까, 확실히 처리해야지. 빨리 나오라고 해봐. 무슨 클럽 화장실에서 똥을 싸.
“그런가? 뭔가 눈치를 챘나?”
김철중이 고개를 갸웃하며 화장실을 바라봤다.
-들어간 지 얼마나 되었는데?
“한 30분?”
-형, 들어간 지 30분이나 되었는데……. 정말 똥 싸러 간 것이 확실해?
“야, 내가 이런 것까지 해야 하냐?”
-형! 우리 한배 탄 거 몰라? 형도 강철이 맘에 안 들어 했잖아. 이런 식이면 진짜 곤란해. 그리고 형, 하나랑 안 하고 싶어?
“뭐, 하나?”
-형이 예전에 그랬잖아. 하나랑 자고 싶다고. 잘 생각해. 지금 하나가 누구랑 사귀고 있는지 말이야.
“미친……. 그래서 뭐? 네가 하나랑 자게 해준다고?”
-왜? 내가 못 할 것 같아?
우석이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김철중의 눈빛이 바뀌었다.
“알았어. 일단 끊어봐.”
김철중이 전화를 끊은 후 휴대폰을 바라봤다.
“이 자식……. 뭣도 아닌 자식이 말이야.”
김철중이 잠깐동안 인상을 쓰다가 화장실로 시선이 갔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막 화장실로 가려는 찰나 최지현이 김철중을 막았다.
“오빠, 오빠 잠깐만…….”
“왜?”
“오빠 이리와.”
“왜, 이년아.”
“할 말 있다니까. 빨리!”
최지현이 급히 손짓을 했다. 김철중은 짜증이 잔뜩 묻어난 얼굴로 최지현에게 갔다.
“야, 뭔데?”
최지현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오빠도 참…… 좀 그렇다.”
“뭐가?”
“지금 저 오빠 말이야. 급해!”
“뭐가 급해? 똥? 그거야 진즉에 급했나 보지.”
“아니, 그 말이 아니라. 아까 나랑 스킨쉽을 좀 했단 말이야.”
“그래서 뭐?”
“에이, 오빠도 알잖아. 내가 귀에 바람 좀 넣었거든.”
그제야 김철중이 이해를 했다. 그리고 인상을 팍 쓰며 중얼거렸다.
“아놔, 정신 나간 놈! 아무리 군대에서 굶었다고 하지만…….”
그러면서 김철중은 최지현을 노려봤다.
“야, 내가 그러라고 널 부른 줄 알아?”
“그러라고 부른 거 아니야? 나 그런 줄 알고, 열심히 유혹했는데.”
“하아…….”
김철중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그런데 옆에서는 입을 막으며 쿡쿡거렸다.
“그러니까, 저 안에서 강철 씨 열심히 흔들고 있는 거야? 하긴 이해한다, 이해해. 군인인데 얼마나 굶었을까.”
“맞아, 맞아. 아주 끓어오르겠지.”
“끓어오를 뿐일까? 막 상상도 하겠지?”
“어멋! 나도 막 상상이 되네.”
여자들끼리 희희낙락거렸다. 게다가 비웃음 가득한 것도 들려왔다. 한마디로 최강철 이병을 변태남으로 만들고 있었다. 김태종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런 거라면 우리 강철이 이해해 줘야지. 얼마나 힘들었겠어.”
“아니면 우리 강철이 맥심이라도 사줘야 하나?”
쿡쿡쿡! 낄낄낄.
두 사람은 서로 말을 하면서 웃음을 참지 못했다. 김태종이 화장실을 향해 소리쳤다.
“강철아, 나에게 죽이는 동영상 있는데 보내줄까? 킥킥킥!”
“살살해라, 살살해!”
두 사람의 짓궂은 장난에 룸 안에 있던 사람들이 ‘킥킥’ 웃었다. 그러고 있는데 문이 벌컥 하고 열렸다. 김철중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누구십니까?”
문 입구에 선 사람은 바로 이강진이었다. 이강진은 잠시 룸 안을 훑더니 살짝 놀란 얼굴이 되었다.
“어? 죄송합니다. 방을 잘못 찾아온 것 같네요.”
이강진은 미리 전화를 통해 상황을 전달 받은 상태였다. 그 기억을 더듬어봤다.
-처음에는 이상한 파란 술이 들어왔습니다. 그걸 보고 뭔가 이상해서 안 먹고 화장실로 왔습니다. 어차피 그걸 치우는 것은 봤고, 다음에는 아주 비싼 술이 들어올 것입니다.
최강철 이병이 말했던 대로 탁자 위에 비싼 양주병이 보였다. 이강진이 잠깐 나가는 척하다가 다시 몸을 돌렸다. 김철중이 짜증을 확 냈다.
“도대체 뭡니까?”
“잠깐만요.”
이강진은 엄청 비싼 술병을 보더니 그쪽으로 슬슬 다가갔다.
“와, 이 양주 로얄 샬루트 아닙니까. 이런 비싼 술을…….”
“아니, 당신 누구냐 말입니다.”
김철중이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저요? 그냥 지나가는 사람?”
“헐, 장난합니까?”
이강진은 김철중의 말을 무시하고 로얄 샬루트를 병째로 잡았다.
“와, 이런 비싼 술을…….”
“그 술병 내려놓으시죠.”
김철중이 날카로운 눈으로 말했다. 하지만 이강진은 실실 웃으며 입을 뗐다.
“그러지 말고, 이 술 딱 한 모금만 마시면 안 될까요?”
그러자 김태종이 불쑥 끼어들었다.
“이런 거지 녀석을 봤나. 그래, 그래! 한 잔 따라 줄 테니까. 먹고 꺼져!”
김태종이 자리에서 일어나 로얄 샬루트 뚜껑을 따려고 했다. 김철중의 손이 불쑥 나타나며 로얄 샬루트를 뺏었다.
“야, 미쳤냐! 이 비싼 술을 주게.”
“왜요? 한 잔 주고 쫓아내죠.”
“안 돼!”
그러다가 이강진이 다시 로얄 샬루트를 뺏었다.
“사람 참 인심 박하시네. 딱 한 모금만 마신다니까.”
“안 돼! 이리 내놔!”
김철중이 당황하며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강진은 그 손을 뿌리치며 뚜껑을 땄다. 그런 와중에 김철중과 이강진의 몸싸움이 있었다. 그러다가 김철중이 손을 뻗어 술병을 잡으려는데 이강진이 홱 뒤로 뺐다.
“어어어…….”
김철중은 앞으로 나서려는 힘을 이기지 못하고 앞으로 넘어졌다. 수치심과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아놔, 이 자식을 진짜…….”
김철중이 고개를 홱 돌리는데 그 앞으로 이강진이 술병을 흔들며 씨익 웃고 있었다.
“왜? 여기에 뭐 탔니?”
순간 김철중의 얼굴이 화들짝 놀라며 심하게 흔들렸다.
“무,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긴……. 솔직히 말해. 너구나!”
“뭐, 뭘 말입니까?”
김철중은 뭔가 이상한 낌새가 느껴져서 물었다. 이강진이 품에서 명찰을 내밀었다.
“안녕, 나 특수수사본부 이강진 팀장이다. 형사라는 거지~”
“혀, 형사?”
김철중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그리고 문이 벌컥 열리며 형사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모두 그 자리에 꼼짝하지 않습니다.”
“뭐, 뭐야?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
김태종은 갑작스러운 형사들의 난입에 깜짝 놀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들이 걸릴 만한 일을 한 게 없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강진은 증거품인 로얄 샬루트를 챙겼다.
“여기에 마약을 넣었단 말이지?”
김철중은 고개를 푹 숙였다. 이미 알고 이곳을 덮친 모양이었다. 그때 룸 안으로 매니저가 들어왔다.
“지금 뭐하시는 겁니까? 지금 영업 방해입니다.”
그러자 임 형사가 경찰 명찰을 내밀었다.
“경찰입니다. 이 룸에서 마약이 유통되었습니다.”
“네? 마약요? 우린 마약을 취급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영장 있습니까? 영장도 없이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되죠!”
매니저가 강하게 나갔다. 곧이어 여사장도 와서 소리쳤다.
“지금 뭐하는 거죠?”
“향 정신성 약물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당신을 체포합니다.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이강진은 김철중에게 수갑을 채우며 미란다 원칙을 읊었다. 그리고 몸을 돌려 여사장을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