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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23화 (323/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23화

31장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5)

“점호 마치자.”

“부대 차렷! 충성!”

“충성.”

“점호 끝!”

오상진이 몸을 돌려 나갔고, 박대기 상병은 전투모를 벗으며 인상을 썼다.

“에이 씨…….”

30분 후 부대 전체 점호가 끝이 났다. 오상진이 상황실로 와서 마이크를 잡았다.

“현재시간 22시 05분 22시 10분까지 모든 정리 마치고 소등할 수 있도록, 이상!”

오상진이 마이크를 끄고 자리로 가서 앉았다. 그때 테이블에 올려놓았던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어? 이 시간에 전화?”

순간 오상진은 뭔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직감했다.

오상진에게 걸려온 전화는 모르는 번호였다. 하지만 이 전화가 최강철 이병이 건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오상진이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충성! 소대장님, 접니다. 최강철.

“강철이냐? 무슨 일이야?”

오상진은 최강철 이병이 전화한 게 분명 일이 터졌기 때문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소대장님, 제가 지금 클럽에 있는데 말입니다.

“클럽? 그런데 왜? 시비라도 붙었어?”

-그게 아닙니다. 제가 예전에 좀 클럽에서 놀았습니다.

“그래서?”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과는 안 친합니다. 그런데 클럽에 왔는데 이 친구들이 있었고…….

최강철 이병은 횡설수설 뭔가 변명을 늘어놓았다.

-예전에 클럽을 다니면서 사귄 친구들인데.

“그 친구들이 왜?”

-아, 친구들이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군대 갈 때 이미 다 정리를 했습니다. 오늘도 우연히 아주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 친구들이랑 무슨 일이 생겼어?”

-그러니까, 이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응.”

-그런데 이 친구들이 술에 뭔가를 탄 것 같습니다.

“술에 뭘 타? 뭘 탔는데?”

-그게 왠지 마약 같기도 하고…….

“뭐?”

오상진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막말로 군인이 휴가 중에 마약을 했다고 하면 그냥 끝나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줄줄이 중징계를 받을뿐더러 최강철 이병은 불명예제대를 해야 할 것이었다.

예전에 대마초 사건이 있었다. 주범인 병사는 감방에 갔고, 나머지 공범은 벌금과 영창으로 마무리되었던 일도 있었다.

“강철아, 그래서 그 마약 탄 술 먹었어?”

-아니요, 먹지 않았습니다.

“확실해?”

-네, 술에 뭔가를 탄 것을 자꾸만 먹이려고 해서 우선 화장실로 피해와서 이렇게 전화를 건 겁니다.

“잘했다.”

-그런데 소대장님. 아무래도 나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왠지 저 엮으려고 누군가 일을 벌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클럽에 저 혼자입니다.

“누가 도와줄 사람 없어?”

-네. 아는 여자애랑 왔는데……. 아무튼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렇게 되었습니다.

최강철 이병은 지금 정신이 없었다. 왜 이런 일이 자신에게 벌어졌는지 몰랐다. 솔직히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소대장님 이제 어떻게 합니까?

“강철아, 이제부터 소대장이 하는 얘기 잘 들어라.”

-네.

“걱정스러운 것은 아는데 이 일은 그냥 도망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닐 거 같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내가 아는 형사가 있는데 그쪽으로 보낼게.”

-네? 형사 말입니까?

“너 지난번에 봤던 이해진 상병 형 알지?”

-아, 네에. 이강진 형사님.

“그분에게 도움을 청할 거야. 그리고 너의 집안 얘기도 잠깐 할 거야. 그래도 괜찮겠지?”

오상진의 물음에 잠깐 고민하던 최강철 이병이 말했다.

-어, 그래도…….

“무슨 얘기인지는 알겠지만 이대로 외부에 얘기가 흘러나가는 것보다는 이강진 형사님이 알고 있어야 너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 거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면 최대한 버티고 있어. 내가 이강진 형사님에게 전화를 할 테니까.”

-알겠습니다, 소대장님.

오상진은 전화를 끊고 다급히 이강진 형사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8.

이강진 형사는 오랜만에 잠복근무를 마치고 경찰서로 복귀했다. 이강진 형사는 세면도구를 챙겨 화장실로 가서 간단히 씻고 난 후 다시 돌아왔다. 때마침 사무실에서는 큰 양은 냄비에 라면을 끓이고 있었다.

“와, 팀장님! 왜 이렇게 늦게 오셨습니까? 라면 다 불었습니다.”

늦은 밤이라 시켜먹기도 힘들어 라면을 끓인 것이었다.

“불면 좋지. 많이 먹을 수 있고. 소화도 잘되겠네.”

이강진 형사가 말을 하고는 수건을 의자에 널었다.

“에이, 라면은 그렇게 먹으면 안 되죠.”

이강진 형사가 힐끔 냄비 속을 확인했다. 라면을 거의 다 먹고 국물만 남아 있었다.

“야! 라면 다 먹었네.”

“팀장님께서 늦게 나오셨지 않습니까.”

“됐다. 난 사발면이나 먹으련다.”

이강진 형사가 캐비닛을 열었다. 그곳에서 뭔가를 막 찾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나의 킹뚜껑이 어디 갔냐?”

“그거 떨어진 지가 언제인데요. 벌써 다 먹었죠.”

“에이 씨…….”

이강진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그런데 뒤에 있던 임 형사가 킹뚜껑 하나를 손에 들고 있었다.

“네 손에 들린 킹뚜껑은 뭔데?”

“이게 마지막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감히 강력계 팀장의 킹뚜껑을 먹어!”

이강진 팀장이 눈을 부라렸다. 임 형사는 짐짓 모르는 척하며 시선을 피했다.

“에휴. 됐다, 많이들 먹어라.”

이강진 팀장은 자신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한쪽에 쌓인 서류를 펼쳐 확인했다. 그 서류철 위에는 특별수사본부라고 적혀 있었다.

이강진 형사와 그의 강력계 형사들은 지난번 살인사건의 공로를 인정받아 모두 일 계급 특진을 얻었다. 특히 이강진 형사는 뛰어난 수사를 인정받아 특별수사본부의 팀장으로 내정되었다.

이강진 형사는 특별수사본부의 팀장이면서 권내 일어나는 모든 수사권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무슨 일인지 특별수사본부로 사건이 넘어오지 않았다.

“그런데 팀장님 우리 너무 일이 없는 거 아닙니까? 있어 봐야, 자잘한 잠복근무밖에 없고 말이죠.”

강 형사가 입을 열었다. 임 형사 역시 곧바로 말했다.

“진짜 큰일입니다. 이러다가 우리 실적이 없어서 해체되는 거 아닙니까?”

임 형사는 잔뜩 걱정이 되었다. 이강진 팀장도 걱정이 되었다.

“그러게 나도 이 팀이 만들어지고 잘 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네.”

이강진 팀장이 반장에서 팀장으로 계급이 올라갔다. 관할서에서는 이런 일이 처음이었다. 하물며 이강진 팀장이 워낙에 일을 잘했다. 그래서 경찰청에서 특수수사본부를 하나 만들라고 했다. 그곳의 팀장으로 이강진을 넣은 것이었다.

원래의 취지는 다른 부서에서 해결하기 힘든 사건을 특수사본부에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다른 부서에서 사건을 넘기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 넘기면 우리 실적이 아니라 저쪽 실적으로 넘어가지 않습니까. 가뜩이나 눈치 보여 죽겠는데, 만약 우리가 해결하지 못하고 저쪽에서 해결해 버리면 우리 입장이 뭐가 됩니까.”

“그리고 저는 저 팀 정말 보기 싫습니다.”

몇몇 형사들은 질투인지 아니면 그냥 싫은 것인지 은근슬쩍 배척하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특수수사본부 팀이 한 달째 큰 사건을 받은 적이 없었다.

“이러다가 우리 특수수사본부 해체되는 거 아닙니까?”

“나도 왠지 그럴 것 같은데…….”

그때 이강진 팀장 책상 위에 있던 휴대폰이 ‘지잉’ 하고 울렸다. 이강진 팀장은 소파에 드러누워 있었다. 라면을 먹던 임 형사가 다가갔다.

“팀장님.”

“왜?”

“전화 왔는데요.”

“누군데?”

“오 소위라고 뜨는데요.”

“오 소위? 이리 줘봐!”

이강진 팀장에 벌떡 일어나며 손짓을 했다. 임 형사가 휴대폰을 이강진 팀장에게 건넸다. 이강진 팀장의 표정이 밝아졌다. 오상진이 자신에게 그냥 전화를 했을 리가 없기 때문이었다.

‘분명 뭔가 일이 생겼을 거야.’

이강진 팀장의 촉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강진 팀장이 자연스럽게 받았다.

“아이고, 오 소위님. 어쩐 일이십니까?”

-이 반장님, 잘 계셨습니까?

“네. 잘 지냈습니다. 그리고 저 반장이 아니라, 이제 팀장으로 올라갔습니다.

-오오, 승진하신 겁니까?

“네. 덕분에 그렇게 됐습니다.”

-덕분은요. 다 고생한 것이 아닙니까. 아무튼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입니까?”

-저기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어후, 오 소위님 부탁이라면 들어 드려야죠. 그런데 무슨 부탁입니까?”

이강진 팀장의 눈빛이 반짝였다. 뭔가 확실하게 촉이 왔다.

-혹시 강철이라고 아시려나? 최강철 이병이라고…….

“아아, 네. 우리 해진이가 챙기는 후임병 말이죠.”

-네, 맞습니다.

“그 친구 무슨 일 있습니까?”

-그 친구가 휴가를 나갔는데요.

“네네.”

-지금 클럽에 있답니다.

오상진의 말을 듣고 이강진 팀장이 탄성을 내질렀다.

“크으, 클럽 좋죠. 대충 감이 오는데요. 딱 보니까, 술 좀 마시다가 시비가 붙었습니까?”

-시비가 아닙니다.

“그럼…….”

-아무래도 마약에 연루된 것 같습니다.

“네?”

이강진 팀장에 깜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확실합니까?”

-네, 사실 조금 전에 연락을 받았는데요.

오상진은 최강철 이병과 통화했던 것을 쭉 설명해 주었다. 이강진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 소위님 말씀은 그 친구에게 마약을 먹이려고 하는 거군요.”

-네,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런데 왜 최강철 군에게 왜 그런 답니까? 그 친구가 크게 잘못한 거 있습니까? 그렇게 안 보이던데.”

-사실 최강철 이병 아버지가 현역 국회의원입니다.

“네? 국회의원 누구…….”

-최익현 의원입니다.

“아! 그분 아들이었습니까?”

이강진 팀장이 곰곰이 생각을 해봤다. 최강철 이병과 최익현 의원의 얼굴을 비교했다.

“오오, 생각해 보니 닮은 것도 같습니다.”

-네.

“그런데 도대체 누가 그런 짓을 한 겁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최강철 이병 말로는 군대 가기 전 클럽에서 잘 나갔던 모양입니다.

이강진 팀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충 뭔 일인지 감이 왔습니다. 휴가를 나와서 클럽에 오랜만에 갔는데 예전에 어울렸던 친구들을 만났다. 그래서 같이 놀던 중 그 못된 친구들이 마약을 권하고 있는 상황이군요.”

-자연스러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비슷한 상황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거절을 하고 그냥 나오면 되지 않습니까.”

-저도 그걸 정확하게 파악을 하지 못했습니다. 만약에 최강철 이병이 무조건 빠져나온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최강철 이병이 국회의원 아들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아,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제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되겠습니까?”

-그 현장을 좀 통제해 주시고, 직접 조사를 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이강진 팀장이 씨익 웃었다.

“그 말씀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일단 조사를 하고, 최강철 군의 이름이 있다면 제가 뒤로 빼돌리면 되는 겁니까?”

오상진이 곰곰이 생각했다.

‘그게 맞는 걸까? 아니야, 누군가 최강철 이름을 말하면 더 큰 일이 날지도 몰라.’

오상진은 몇 가지를 추론해 봤다. 결론은 최강철 이병이 함께 조사를 받는 것이 나았다. 만약 최강철 이병이 같이 있었는데 도망간 것으로 보도가 되면 일이 더 커질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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