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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리셋 오 소위-322화 (322/1,018)

인생 리셋 오 소위! 322화

31장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4)

“이렇게요.”

“으응, 그래.”

최강철 이병이 살짝 당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이 환호성을 터뜨렸다.

“오오오오.”

“이야, 멋지다.”

“여자가 적극적이네.”

최강철 이병은 주위의 환호성을 들으며 러브샷을 했다. 그런데 최강철 이병의 귓가로 최지현의 음성이 들려왔다.

“오빠,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이 잔 마시고 난 후로 앞으로 들어온 술은 절대 마시면 안 돼. 알았지? 절대 먹으면 안 돼.”

최강철 이병의 몸이 움찔했다. 뜬금없는 말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곤 자신의 몸에서 떨어지는 최지현을 바라봤다. 최지현은 아무렇지 않은 듯 한쪽 눈을 찡긋거렸다.

“아, 술 맛있다.”

최지현은 술잔을 내려놓으며 최강철 이병의 팔짱을 꼈다. 다시 한번 눈이 마주쳤다. 최지현의 눈빛이 방금 한 귓속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냉철해 보였다.

“야, 술 떨어졌네. 새 술 시키자!”

김철중이 소리쳤다.

“오오, 좋지!”

“내가 말할게.”

김태종이 자리에서 일어나 인터폰으로 주문을 했다. 잠시 후 웨이터가 들어오면 양주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최강철 이병이 그 양주를 확인했다.

‘어? 저 양주는…….’

최강철 이병이 예전에 들었던 기억이 있었다. 저 양주는 비싼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싼 술도 아니었다. 그저 클럽에서 흔하게 먹는 그런 술이었다. 그래서 물뽕을 제조해 넣는 양주로도 유명했다. 양주의 향이 독특해 물뽕의 냄새를 완벽하게 차단시켜 주기 때문에 물뽕을 타도 티가 나지 않았다.

일명 물뽕 양주인 몸빼르뇽으로 불린 술이었다. 특히 여자들이 좋아하는 양주였다.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에이, 양주 이걸 먹을 거야?”

“왜 그래. 여자들이 좋아하잖아.”

김철중이 고개를 돌려 여자들을 보며 물었다.

“너희들 이 양주 좋아하지?”

“네. 좋아요!”

“당연하죠.”

최강철 이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난 이 술 안 마셔!”

그러자 김태종 임하진 김철중은 난색을 표했다.

“야, 안 마셔?”

“아니, 왜? 이 좋은 술을?”

“야, 그냥 마셔라. 군인이 무슨 술을 따지고 드냐.”

그러자 최강철 이병이 표정을 굳히며 말했다.

“야, 군인은 술 가리면 안 돼?”

“어? 아니지. 강철이가 이 술 안 마시면 안 마시는 거지.”

김태종이 바로 말을 바꿨다. 물론 표정은 어두워졌다. 그러다가 괜히 큰소리를 쳤다.

“야, 이 술 누가 시켰어! 하진이 너지?”

순간 임하진에게 화살이 돌아갔다. 임하진은 당황했다.

“내가 시켰지만 원래는…….”

바로 김태종이 입을 막았다.

“됐어! 넌 입 닥치고 있어. 강철아, 그래도 이왕 온 건데 이 술로 먹자.”

“아니야. 너희들은 그 술 먹어. 난 다른 거 먹으련다.”

“그, 그래? 아, 알았어.”

김태종은 난처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임하진과 김철중을 바라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특히 김철중은 인상을 팍 쓰며 속으로 욕했다.

‘시발…….’

최강철 이병이 그런 김철중을 보며 물었다.

“형, 얼굴이 왜 그래요? 이 양주 형이 시켰어요?”

“어? 아니야. 무슨 소리야. 야야, 이 술 치워. 다른 거 가지고 오라고 해.”

김철중이 외쳤다. 곧바로 웨이터를 불렀다.

“야, 이 술 가져가고. 비싼 술 가져와. 아주 비싼 거로!”

“네.”

웨이터가 살짝 인상을 썼다.

‘뭐야, 다시 작업해야 하는 거야? 에이씨!’

웨이터는 양주를 도로 가져가며 말했다.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최강철 이병은 그 얘기를 못들은 척하며 일부러 옆의 최지현을 바라봤다. 김철중이 괜히 최강철 이병을 의식하며 말했다.

“알았으니까, 빨리 가지고 나가!”

“네.”

웨이터가 고개를 숙인 후 나갔다. 최강철 이병은 확실히 뭔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려 했다.

“야, 최강철 어디가?”

“나 화장실.”

“야, 인마. 화장실 여기도 있잖아. 왜 밖으로 가.”

“여긴 좀 그래.”

“뭐가 그래?”

“그냥 여기서 싸! 무슨 밖까지 가냐. 설마 너 우리 버리고 도망가려는 것은 아니지?”

김태종이 살짝 의심의 눈초리로 변하며 물었다. 최강철 이병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슨 소리야. 도망은…….”

“그래, 너 어림없다. 절대로 도망 못 가! 오늘은 너 취할 때까지 있는 거야.”

“맞아! 오랜만에 만났는데 코가 비뚤어질 때까지 마셔야지. 안 그래?”

최강철 이병도 여기서 도망가기엔 상황이 애매했다.

“알았어”

최강철 이병이 대답을 한 후 룸 안에 있는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휴대폰을 꺼냈다.

“소대장님께서 전화를 받으셔야 하는데…….”

그 시각, 오상진은 일석점호를 위해 상황실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7.

군대의 하루 일과는 점호로 시작해서 점호로 끝이 난다. 점호의 취지는 병력 관리에 있지만, 병사들에게는 그 배려가 무척이나 귀찮고 짜증을 유발시켰다. 오상진처럼 편안하게 일석점호를 해주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점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원점검과, 건강점검이지만 그런 것들을 제쳐두고 점호는 각을 얼마나 잘 잡았느냐를 점검하는 행사가 되어버린 지 오래였다.

오상진이 시간을 확인했다.

“당직사관.”

“네.”

“시작하자.”

“알겠습니다.”

당직사관이 마이크를 잡았다.

“각 내무실 점호 취하겠습니다. 보고자 정위치!”

이 방송이 나가면 부대는 일제히 일석점호를 취하기 위해 내무실에 각을 잡고 앉아 기다리기 시작한다. 보고자만 일어서서 자리했다. 이 순간 부대는 쥐죽은 듯 조용했다. 단지 당직사관의 우렁찬 보고와 전투화 발소리만 울릴 뿐이었다.

중앙 현관에 당직사령과 당직사관이 섰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하자.”

“네.”

당직사관이 뒤로 돌아 자세를 잡은 후 외쳤다.

“부대 차렷!”

다시 당직사령을 향해 뒤로 돌았다.

“충성!”

“충성.”

당직사관이 자신의 손에 들린 인원점검표를 보며 외쳤다.

“2004년 10월 21일 일석점호 인원보고! 총원 000, 사고 00, 열외 00. 사고내용 휴가 00 파견 00. 열외내용 근무자 00, 근무교대 00 이상 보고자 제외한 000명 점호준비 끝!”

오상진은 보고를 받고 외쳤다.

“점호는 1중대 1소대 내무실부터, 점호를 받지 않은 내무실은 열중쉬어!”

당직사관이 뒤를 돌아 소리쳤다.

“열중쉬어!”

일석점호 보고가 끝이 나고 오상진은 터벅터벅 1중대 1소대로 향했다. 당직사관이 재빨리 뛰어와 1중대 1소대 입구에서 와서 외쳤다.

“1중대 1소대 점호!”

그 순간 김일도 병장이 곧바로 외쳤다.

“부대 차렷!”

그리고 당직사령인 오상진이 내무실 입구에 서자 김일도 병장이 바로 경례를 했다.

“충성!”

“충성.”

“1중대 1소대 내무실 일석점호 인원보고! 총원 11명, 사고 1명, 열외 무 좌로 번호!”

분대장인 김일도 병장의 지시하에 빠르게 번호를 외쳤다.

“하나, 둘, 셋, 넷, 다섯,……아홉. 번호 끝!”

“사고내용 휴가 1명 이상 보고자 1명을 제외한 현재 9명 점호 준비 끝!”

“쉬어.”

“쉬어!”

오상진이 씨익 웃으며 소대원들을 둘러보았다.

“아픈 사람 없냐?”

“없습니다.”

“청소는 제대로 했고?”

“네, 그렇습니다.”

오상진은 대충 내무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최강철 이병의 관물대를 보며 말했다.

“강철이에게서 연락은 없지?”

“네. 없습니다. 지금 신나서 놀고 있겠지 말입니다.”

김일도 병장이 말했다.

“그래.”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소대장이 잠깐 동안 2소대를 맡게 되었다. 그래서 1소대에 신경을 못 쓰더라도 이해해 주고. 알았지.”

“네, 알겠습니다.”

“뭔 일 있으면 바로 부소대장에게 말하고.”

“네!”

“그 외 질문자 거수!”

“상병 김우진!”

김우진 상병이 손을 들었다. 오상진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우진이. 왜?”

“소대장님께서 2소대도 맡는다고 하셨는데 언제까지입니까?”

“그건 모르겠는데.”

“설마 소대장님 2소대로 가시는 것은 아니죠?”

순간 1소대원들의 시선이 일제히 오상진에게 향했다. 오상진이 피식 웃었다.

“안 가, 인마. 우리 애들 놔두고 어딜 가겠냐. 2소대는 새로운 소대장이 올 때까지만 맡는 거야.”

“아, 그런 겁니까?”

“그래! 자식들이 말이야. 소대장을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니야? 징그럽게 말이야. 난 남자들은 싫다. 여자를 좋아하지.”

“소대장님 저희도 여자를 좋아합니다. 다만, 남자로서 소대장님을 존경하고 좋아할 뿐입니다.”

김일도 병장이 웃으며 말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모르게 뿌듯했다.

“그래, 알고 있다. 아무튼 소대장은 항상 행정반에 있으니까, 언제든지 찾아오고.”

“네!”

“그래, 점호 마치자.”

오상진이 입구에 섰다. 김일도 병장이 외쳤다.

“부대 차렷!”

소대원들을 정 자세를 취했다. 김일도 병장이 오상진을 향해 경례했다.

“충성!”

“충성.”

“점호 끝!”

“쉬어.”

“쉬어.”

오상진이 내무실을 나갔다. 곧바로 2소대 내무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2소대에서도 똑같이 보고를 받고 내무실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1소대의 내무실과 2소대의 내무실 분위기가 극과 극이었다.

“내무실 분위기가 왜 이래?”

오상진의 한마디에 보고자 박대기 상병이 말했다.

“뭐가 말입니까?”

“분위기가 차가운데?”

“그렇습니까?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박대기 상병이 차갑게 말했다. 오상진이 힐끔 박대기 상병을 바라봤다.

“아, 그래?”

오상진은 피식 웃으며 내무실을 둘러봤다.

“아픈 사람 거수!”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없나?”

“네, 없습니다.”

“그럼 소대장에게 질문 있나?”

오상진의 물음에 2소대는 눈치만 보고 있었다. 그때 상병 한 명이 박대기 상병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손을 번쩍 들었다.

“상병 박중훈.”

오상진이 고개를 돌려 박중훈 상병을 봤다.

“그래, 말해봐.”

박중훈 상병은 다시 박대기 상병에게 시선이 갔다. 박대기 상병은 눈을 부릅떴다. 마치 ‘빨리 말해’라고 하는 것 같았다. 그것을 오상진이 확인을 했다.

“박중훈 상병.”

“상병 박중훈.”

“넌, 소대장에게 질문이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왜 분대장의 눈치를 보지?”

“아, 아닙니다.”

“박대기.”

“상병 박대기!”

“네가 소대장에게 질문이 있는 거냐?”

“아닙니다.”

“아니야?”

“네.”

오상진은 박대기 상병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박중훈 상병에게 향했다.

“말해봐.”

“저, 저희 새로운 2소대장님은 언제 오십니까?”

오상진이 쓰윽 박대기 상병에게 시선이 갔다. 박대기 상병은 짐짓 모르는 척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

“새로운 소대장 왔으면 좋겠어?”

“어, 그게…….”

박중훈 상병이 말을 얼버무렸다. 오상진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모르지, 내가 계속 너희들을 맡을지도.”

“네?”

박중훈 상병이 대답을 하면서 박대기 상병을 봤다. 박대기 상병도 흠칫 놀란 눈치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오상진이 말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하지만 당분간은 소대장이 맡게 될 거야. 그런 줄 알고 있어.”

“네.”

“또 질문자 거수!”

이번에는 아무도 들지 않았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인 후 몸을 돌렸다. 그때 강인한 상병과 눈이 마주쳤다. 강인한 상병이 애써 미소를 지었다. 오상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강인한 상병의 어깨를 한 번 툭 건드린 후 입구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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