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21화
31장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3)
“어이, 예쁜이! 나랑 술 한잔하자.”
“싫거든요!”
“싫어? 나랑 술 한잔하고 좋은 곳에 같이 가면 연예인 시켜줄게.”
“뭐래, 저 연예인 안 할 거거든요.”
“안 해? 왜 안 해? 여기 있는 국회의원 아들과 노는 것이 좋아?”
철중은 술에 약간 취한 상태로 비아냥거렸다. 당시 최강철 이병은 한창 혈기왕성할 때였다. 절제와 인내라는 건 없었다.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철중과 다툼을 벌였다.
“뭐? 방금 뭐라고 했어?”
“이 자식이, 지금 형에게 무슨 말버릇이야.”
철중 역시 강하게 나갔다. 결국 주먹다짐이 오가고, 결국 경찰까지 출동하기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경찰서로 갔다. 물론 두 사람 다 변호사가 와서 빼갔다. 합의는 변호사를 통해서 해결을 봤다. 그때 그 이후로 최강철은 김철중을 만나지 않았다.
그러고 난 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서 강하나가 말했다.
“오빠, 오빠. 김철중 오빠 있잖아. 나에게 뭐라고 하면서 꼬셨는줄 알아?”
“왜, 또 그 자식 얘기는 꺼내고 있어.”
최강철은 인상을 썼다. 또다시 김철중 얘기가 나오자 기분이 확 상했다.
“아니, 얘기할 것이 있어서 그렇지.”
“그래서 뭔데?”
“그러니까, 그 오빠 아버지가 연예기획사 대표잖아.”
“그랬어?”
최강철은 모르는 사실이었다.
“으응, 아무튼 그 오빠가 나에게 연예인 시켜주겠다고 접근을 한 거야. 당연히 난 거절을 했지. 그런데 그 조건이 뭔 줄 알아?”
“뻔하지. 자기랑 한 번 자는 거겠지.”
“어머나, 어떻게 알았데.”
“그런 자식이야 뻔하잖아!”
“역시 우리 오빠는 똑똑해.”
강하나가 활짝 웃으며 최강철의 팔짱을 꼈다.
“아무튼 그 오빠 평판이 엄청 안 좋아. 내가 딱 눈치를 까고 거절한 거잖아. 나 잘했지! 어쨌든 나에게는 오빠밖에 없어.”
그때 최강철 이병은 강하나가 하는 말이라면 다 믿고 봤다. 뒤늦게서야 강하나도 놀 만큼 논 여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땐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었다.
“에이 씨, 씁쓸해지네. 아무튼, 그래서 안 올 거라고?”
-몰라, 그 오빠 있으면 안 가.
“진짜 안 올 거야?”
-그럼 철중이 오빠 보내던가!
“알았다. 끊자!”
-오빠, 삐진 거 아니지?
“아니야.”
-진짜지?
“그래.”
-그럼 있다가 호텔에서 볼까?
“너는?”
-난 여기서 좀 놀다가 먼저 호텔에 가 있을게.
“그러든지!”
-알았어, 오빠. 그럼 있다가 호텔에서 봐. 쪽!
최강철 이병은 씁쓸한 얼굴이 되었다. 전화를 끊고 곧바로 술을 들이켰다.
“후우…….”
최강철 이병이 잔뜩 인상을 찡그렸다.
5.
한편, 강하나는 전화를 끊은 후 눈살을 찡그렸다. 그때 강하나의 어깨로 슬쩍 팔 하나가 둘러졌다. 강하나가 그 팔을 보며 고개를 홱 돌렸다. 우석이 강하나를 보며 피식 웃고 있었다.
“오오, 강하나. 연기 잘하는데.”
“진짜, 이런 일 좀 시키지 마. 아, 짜증 나!”
“야, 서로 좋자고 그런 거잖아. 안 그래?”
“몰라! 아무튼 짜증 나.”
강하나는 잔뜩 인상을 쓰며 핸드백을 챙겼다.
“나, 이제 가도 되지?”
“그래, 가라.”
강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우석의 눈빛이 확 바뀌었다. 오늘따라 강하나의 몸매가 엄청 섹시하게 보였다.
‘뭐야? 왜 이렇게 섹시해.’
우석이 일어나려는 강하나의 팔을 잡고 도로 앉혔다.
“아, 왜?”
강하나의 얼굴에는 짜증이 잔뜩 묻어났다. 우석이 입 꼬리를 슬쩍 올렸다.
“너, 오늘따라 X나 섹시하다.”
“뭐라는 거야.”
강하나는 깨끗이 무시하며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우석은 그런 강하나를 놓치지 않았다.
“잠깐 이리 와봐.”
“뭐?”
“이리 와보라니까.”
우석이 강하나의 허리를 팔로 감싸며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이거 왜 이래. 안 놔?”
강하나가 반항을 해봤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 우석의 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우석이 웃으며 말했다.
“강하나, 오늘 너 예쁘다.”
우석이 강하나의 머릿결을 넘기며 귓속말을 했다. 강하나의 몸이 부르르 떨었다.
“뭐라는 거야. 언제는 안 예뻤나.”
“물론 예뻤지. 그런데 오늘은 더 예쁜 것 같다.”
“미쳤나봐. 저리 가! 징그러워!”
“어허, 왜 그래. 너도 좋으면서…….”
“좋기는…….”
강하나가 ‘흥’ 하며 고개를 돌렸다. 우석이 피식 웃으며 작게 속삭였다.
“우리 옆 모텔 갈까?”
강하나가 고개를 홱 돌리며 눈에 쌍심지를 켰다.
“넌 나 보면 그런 생각밖에 안 드니?”
“어!”
“미친놈!”
강하나는 상대도 하기 싫다는 듯 고개를 돌렸다. 우석은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해서 실실 웃고 있었다.
“난 이런 너의 모습도 예뻐 보인다.”
“아, 진짜 뭐라는 거야.”
강하나는 여전히 토라져 있었다. 그러자 우석의 손이 주머니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뭔가를 뒤지더니 주먹을 쥐며 꺼냈다.
“이거 봐라.”
“뭘 봐?”
우석이 강하나 눈앞에 주먹을 가져갔다.
“뭐야?”
강하나는 짜증이 확 났다.
“에헤이. 성질 하고는. 일단 이거나 보고 말해.”
우석은 자신 있는 말투로 말했다. 그리고 손에 힘을 풀자 뭔가가 사르르 떨어졌다. 순간 강하나의 눈이 크게 떠졌다.
“어머! 이게 뭐야?”
“뭐긴 목걸이지. 너 예전에 목이 허전하다고 했잖아. 그래서 이 오빠가 하나 장만했지.”
“설마 이거 18K야?”
“야, 날 뭐로 보고! 요 앞에 너 잘 가는 가게 있잖아. 루에비똥인가?”
루에비똥이라는 말에 강하나가 냉큼 목걸이를 낚아챘다.
“저, 정말? 가짜는 아니지?”
순간 우석이 움찔했다.
“야, 당연히 진짜지! 이 오빠가 메이커 아니면 안 사는 거 알면서 그러냐.”
“그렇지. 우리 오빠는 가짜는 안 사지.”
강하나는 환하게 웃으며 목걸이를 이리저리 확인했다. 그 모습을 보는 우석이 히죽 웃으며 속으로 외쳤다.
‘진짜에 가까운 이미테이션이다. 요년아!’
그러면서 우석이 다시 한번 강하나의 허리를 감으며 입술에 뽀뽀를 했다.
쪽!
“하나야.”
“아잉, 왜 이래. 술 냄새나.”
조금 전과 달리 강하나는 허리를 배배 꼬며 아양을 떨었다. 우석이 바짝 밀착하며 말했다.
“이리 와봐. 흐흐흐.”
“어머, 이 오빠가…….”
그러면서 강하나가 못 이기는 척 우석의 품 안에 안겼다.
6.
한편, 최강철 이병도 전화를 끊고 인상을 썼다. 그러자 앞에 있던 김철중이 물었다.
“누군데? 그렇게 얼굴이 똥 씹은 표정이야?”
그러자 옆에 있던 김태종이 입을 열었다.
“아마 하나일 겁니다.”
“하나?”
김철중이 살짝 어이없는 표정으로 물었다.
“강철이 너 아직도 하나 만나냐?”
“네, 뭐…….”
“넌 하나가 뭐가 좋아서 계속 만나냐?”
최강철 이병이 술잔을 들어 한 번에 들이킨 후 말했다.
“그 얘긴 그만하죠.”
“어! 그럴까?”
김철중 역시 술을 먹은 후 잔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계속 놀 거야? 분위기가 너무 칙칙하다.”
“그렇죠?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얘네들이 하나급은 아니죠?”
순간 여자들이 눈에 불을 켰다.
“뭐라는 거야!”
“짜증 나네.”
최강철 이병 좌우에 앉았던 여자들이 잔뜩 화가 났는지 한마디씩 했다. 가만 보던 김철중이 손을 휙휙 저었다.
“시끄러워! 너희들 안 되겠다. 그만 나가라.”
“오빠! 너무한 거 아니야? 언제는 재미나게 놀자고 끌고 와놓고.”
김철중이 가볍게 무시했다. 그러자 한 여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 재수 없어!”
다른 한 여자도 일어나며 말했다.
“가자! 남자들이 여기밖에 없나. 아, 짜증 나!”
“매너가 개똥이시네요.”
여자들이 한바탕 독설을 쏟아내며 룸을 나갔다. 그러자 김태종이 발끈했다.
“형! 애들 다 내보내면 어떻게 해. 그래도 내 옆에 있는 애는 그나마 괜찮았는데.”
김태종은 잔뜩 실망한 얼굴이 되었다. 그런데 김철중은 피식 웃으며 휴대폰을 꺼냈다.
“인마, 기다려 봐. 형이 완전 섹시한 여자들 불러줄 테니까.”
“진짜?”
“너, 형 못 믿냐?”
“아, 아니, 믿지!”
김태종이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김철중이 최강철 이병을 바라봤다.
“넌 어때?”
“나? 상관없는데.”
“그래?”
김철중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상관은 없겠지만 너도 알다시피 우리 아버지가 뭐 하는 줄은 알고 있지?”
“알지. 무슨 연예기획사 하신다고 하지 않았어?”
“그래! 그것도 제법 잘나가는 연예기획사야.”
김철중이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하지만 최강철 이병은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그래서?”
“사실 여기에 이번에 새로 들어온 애들이 놀고 있거든. 얼굴이며 몸매가 완전 죽여.”
그러자 김태종이 불쑥 끼어들었다.
“진짜? 그 애들 부르자!”
“인마, 지금 그러려고 하고 있잖아. 기다려 봐.”
김철중이 어깨를 으쓱하며 휴대폰에서 전화번호를 검색했다. 그런데 최강철 이병도 뭔가 관심이 갔다.
“연예인이야?”
“아니, 연예인 지망생.”
“에이, 좋다 말았네요.”
“야, 인마! 연예인이 뭐 좋다고 여기에 오겠냐.”
“하긴……. 그런데 형이 부르면 오긴 와요?”
최강철 이병도 관심이 가는지 슬쩍 물었다. 김철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인마. 내가 누군데……. 지금 옆방에서 놀고 있으니까. 부르면 바로 와.”
“아, 그래요?”
“기다려 봐, 잠깐 얼굴 비추라고 할 테니까.”
김철중이 휴대폰에서 번호를 찾아 통화버튼을 눌렀다.
“나다, 그래. 옆방이니까, 잠깐 들어와.”
김철중이 휴대폰을 끊고 잠시 후 문이 열리며 여자들이 들어왔다.
“오빠!”
“그래 들어와라.”
“같이 놀던 애들도 같이 왔는데 괜찮지?”
“야, 당연하지. 어서 와서 앉아.”
그 여자 뒤로 다른 연예인 지망생들도 함께 들어왔다. 그중에서 제일 마지막에 들어온 여자애가 가장 예뻤다. 굳이 강하나와 비교하자면 마지막에 들어온 여자애 쪽으로 점수를 더 주고 싶었다.
‘와, 정말 예쁘긴 하네.’
최강철 이병이 속으로 감탄하며 마지막에 들어온 여자에게 시선이 꽂혔다. 김철중이 피식 웃으며 마지막에 들어온 여자애에게 말했다.
“지현아. 넌 그쪽에 앉아.”
최지현이 최강철 이병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넸다.
“오빠, 안녕.”
“아, 안녕…….”
“나 지현이.”
“설마 성이 전 씨는 아니지?”
“아니에요. 최 씨예요.”
“반가워요. 최강철입니다.”
“어멋! 같은 최 씨네요. 어디 최 씨예요?”
최지현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최강철 이병이 막 말을 하려는데 김철중이 소리쳤다.
“자자, 여자들도 왔으니까. 다들 술잔을 채우고.”
그 말에 최지현이 최강철 이병의 빈 술잔에 술을 채웠다. 다른 녀석들도 표정이 환해졌다.
“자, 그럼 첫 만남을 기억하며 원샷!”
김철중의 외침에 다들 술을 입에 넣었다. 최강철 이병도 막 술을 입에 넣으려는데 최지현이 막았다.
“오빠! 첫잔인데 그냥 마시면 안 되죠.”
“응?”
최강철 이병이 의아해하며 쳐다봤다. 그러자 최지현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오빠, 첫 잔은 원래 러브샷인 거 몰라요?”
“러, 러브샷?”
“네. 이렇게요.”
최지현이 적극적으로 다가와 최강철 이병의 품속으로 안겨왔다. 그리고 최강철 이병의 목덜미를 살포시 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