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20화
31장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2)
“강하나? 아까 들어올 때 보니까, 스테이지에서 어떤 놈이랑 부비부비하던데.”
“뭐? 얘가 미쳤……. 하아, 됐다.”
최강철 이병이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 도로 앉았다. 강하나가 저랬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개 버릇 남 못 준다더니…….’
최강철 이병은 남은 술을 들이켜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것만 마시고 일어나야겠다. 앞에 있는 철중도 싫고, 하나도 답이 없고…….’
최강철 이병은 적당한 타이밍을 봐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런 최강철 이병의 속내를 눈치챈 듯 철중이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야,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자 없이 남자끼리 무슨 재미로 술을 마시냐!”
철중의 한마디에 김태종이 바로 나섰다.
“아니, 형이 데리고 올 줄 알고 우리는 기다렸지.”
“야, 인마! 내가 너희들 여자 대주는 사람이냐!”
“그래서, 형! 여자 없어?”
“아이 씨, 기다려 봐.”
철중이 곧바로 웨이터를 불렀다.
“네.”
“여기 룸 보이지? 뭔가 허전한 것 같지 않냐?”
순간 웨이터의 표정이 바뀌며 말했다.
“아……. 제가 곧바로 모셔오겠습니다.”
“그래, 그래. 얼굴 괜찮은 애들로 부탁해.”
철중이 말하면서 슬쩍 10만 원짜리 수표 한 장을 줬다. 웨이터의 눈이 크게 떠지며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아이고, 형님들! 걱정 붙들어 매십시오. 제가 확실한 것들로 데리고 오겠습니다.”
웨이터가 나갔다. 최강철 이병은 조금 불편했지만 여자가 온다는 말에 눈을 반짝였다.
‘물 좋은 애들? 얼마나 괜찮은 애들로 들어오는지 확인만 할까?’
최강철 이병이 술잔을 탁자에 내려놓고 느긋한 자세로 소파에 기댔다.
3.
그 시각, 오상진은 오늘 당직사령을 섰다. 상황실에서 잠시 일지를 쓰고 오늘 함께 할 당직사관을 봤다.
“오늘 네가 나랑 근무 서는 날이냐?”
“병장 강귀태! 네, 그렇습니다.”
“후후후, 그래 귀태야. 오늘 잘 부탁한다.”
“네, 소대장님.”
강귀태 병장은 4중대 3소대 분대장이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때 상황실 문이 열리며 하영운, 하영진 일병, 쌍둥이가 들어왔다.
“충성, 일병 하영운 외 1명이 상황실에 용무 있어 왔습니다.”
오상진이 쌍둥이를 보고 표정을 밝게 했다.
“어, 그래, 어서 와라. 이쪽으로 와서 앉아!”
“네.”
“알겠습니다.”
하영운, 하영진 일병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오상진이 힐끔 당직사관을 봤다.
“귀태야.”
“병장 강귀태!”
“잠시 부대 인원 좀 체크하고 올래?”
“아, 네에. 알겠습니다.”
강귀태 병장이 인원 체크 판을 챙겨서 상황실을 나갔다. 그리고 오상진은 쌍둥이를 보며 입을 열었다.
“요새 2소대 분위기는 어때?”
오상진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하영진 일병이 바로 말했다.
“말도 마십시오. 분위기가 아주 살벌합니다. 특히 강인한 상병은 소대에서 잔뜩 쫄아 있습니다. 맞지?”
하영진 일병이 하영운 일병에게 물었다.
“네, 맞습니다. 강인한 상병 소대에서 배신자로 낙인 찍혀 있습니다. 그래서 강인한 상병이 아주 곤란해하고 있습니다.”
“그래?”
오상진의 표정이 매우 심각해졌다.
‘이런…….’
오상진이 다시 물었다.
“혹시 말이야. 그런 분위기를 만든 사람이 박대기 상병이냐?”
“아뇨, 박대기 상병은 아무 말도 안 합니다. 그냥 강인한 상병 바로 밑에 있는 상병들이 난리입니다.”
하영운 일병이 말했다. 오상진은 그래도 증거 인멸을 위해 입을 맞출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보니 그런 것 같지는 않았다. 박대기 상병도 눈치는 보이는지 강인한 상병에게 함부로 굴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밑에 상병들?”
“네. 상병들이 아무래도 박대기 상병과 강인한 상병 두 사람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것 같습니다.”
“줄다리기?”
오상진의 물음에 이번에는 하영진 일병이 답했다.
“거 있지 않습니까? 누구에게 줄을 서야 할지 말입니다.”
“맞아!”
하영운 일병이 곧바로 동조했다. 사실 쌍둥이의 말을 대략적으로 요약해 보면 이랬다.
먼저 박대기 상병은 사고를 쳤기 때문에 끈 떨어진 분대장이었다. 만약 영창이라도 가거나, 전출을 가버리면 당연히 강인한 상병이 실세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박대기 상병에게 잘못 보일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상병들이 두 사람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럼 상병들이 박대기 상병에게 붙었냐?”
오상진의 물음에 하영운 일병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하영진 일병이 반문했다.
“에이, 아니지. 아직은 아무것도 결론 난 것이 없잖아. 굳이 위험부담을 안고 박대기 상병한테 붙을 게 뭐 있냐?”
“야, 무슨 소리야. 나 화장실에서 똥 싸다가 들었거든. 상병들이 대부분 강인한 상병을 깠거든.”
“그렇다고 곧바로 박대기 상병에게 붙겠냐.”
“야, 잘 생각해. 박대기 상병 제대하려면 아직 몇 달이나 남았어. 아직 병장도 안 달았는데…… 당연히 나 같아도 박대기 상병에게 붙지. 제대해도 강인한 상병에게 분대장 갈 것도 아니고 말이야. 안 그래?”
하영진 일병의 설득력 있는 말에 하영운 일병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 씨, 생각해 보니 그러네.”
하영운 일병도 박대기 상병과 고작 한 달 차이인 강인한 상병이 실권을 잡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어 보였다.
“하긴 말년 병장에게 분대장 견장을 주지는 않겠지?”
“당연하지.”
쌍둥이는 처음에는 싸우더니 끝에 가서는 서로의 의견을 일치시켰다. 그런 쌍둥이의 대화를 듣던 오상진은 속으로 생각했다.
‘하아, 인한이가 많이 힘들겠네.’
오상진이 홀로 고민하고 있을 때 하영운 일병이 물었다.
“그런데 소대장님.”
“응?”
“박대기 상병은 처벌 안 받습니까?”
“왜? 처벌받아야 할 것 같아?”
“그건 아니지만, 저희도 솔직히 힘듭니다. 장재일 소대장만큼이나, 박대기 상병도 잘못한 것이 많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대로 유야무야 넘어가 버리면 달라지는 건 없지 않습니까.”
하영진 일병이 바로 동조를 했다.
“맞습니다. 저희는 진짜 박대기 상병이 잘못한 것이 많아서 그걸 다 해결해 주실 줄 알았는데. 분위기가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서 소대 분위기가 좀 그렇습니다.”
오상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사실 아직 그 부분에 대해서는 뚜렷하게 결론 난 것이 없다. 지금 확실히 조사 중이고, 소대장 역시도 고심 중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오상진의 말을 듣고 하영운, 하영진 일병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말했다.
“그럼 저희 기대해도 되는 겁니까?”
“야, 소대장님 부담 주지 마.”
“뭐, 어때?”
쌍둥이는 또 자기들끼리 말다툼을 시작했다. 그런 쌍둥이를 보며 오상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후, 한 놈만 부를걸! 그래도 한 놈만 부르면 남은 한 놈이 서운해할 것 같아서 같이 불렀는데. 이래서 쌍둥이는…….’
오상진은 이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았다.
“알았다. 알았어. 두 사람은 소대로 내려가.”
“네.”
“알겠습니다. 충성!”
하영운, 하영진 일병이 경례를 하고 상황실을 나갔다. 때마침 인원 체크를 하러 갔던 강귀태 병장이 들어왔다.
“인원 체크 다 했냐?”
“네.”
“큰 문제는 없지?”
“그렇습니다. 수고했다.”
오상진의 시선이 시계로 향했다. 저녁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으음……, 강철이에게서 아직까지 연락이 없네. 뭐 별다른 일 없는 거겠지.’
4.
다시 최강철 이병이 있는 클럽 제우스의 방 안.
최강철 이병은 앞에 있는 세 명이 계속해서 권하는 술을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마치 1 대 3으로 술 먹기 대결을 펼치는 것 같았다.
“야, 최강철 술잔 비었네! 어서 따라줘.”
철중의 말에 김태종이 바로 술병을 들고 최강철 이병의 잔을 채웠다.
“어어, 그래. 고마워.”
최강철 이병이 입술만 살짝 대고는 그대로 술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그 모습을 보고 김태종, 임하진, 철중은 속으로 놀랐다.
‘어? 저 자식이 술을 안 먹네.’
‘뭐야? 예전에는 바로 마셨잖아. 왜 잔을 내려놔?’
‘이 자식 좀 달라졌는데.’
그들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최강철 이병은 적절하게 조절을 하며 술을 마셨다. 솔직히 최강철 이병은 군에서 절제와 인내라는 것을 배웠다.
“나 술은 좀 조절하면서 먹을게. 미안하다.”
그러자 곧바로 공격이 들어왔다.
“이야, 최강철! 너 군대 가더니 술 많이 약해졌다.
“예전에는 안 그랬잖아.”
“맞아!”
최강철 이병이 피식 웃었다.
“야! 군대에서 술 먹을 기회가 있어? 그리고 김태종, 넌 군대 갔다 왔냐?”
“나? 안 갔지! 군대를 왜 가?”
김태종이 당당하게 말했다. 최강철 이병은 살짝 어이가 없었다. 최강철 이병은 곧바로 임하진을 향해 물었다.
“너는?”
“당연히 나도 안 가지. 너는 끔찍한 소리 좀 하지 마라.”
최강철 이병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 참, 어이가 없어서. 군대도 안 갔다 온 녀석들이 무슨 말이 그리 많아!”
그러자 철중이가 오상진의 말을 맞춰줬다.
“야, 그래 맞아. 군대에서 무슨 술을 먹을 기회가 있냐? 당연히 술은 못 먹지. 하도 먹지 않으니까, 이 술만 먹어도 술이 독한 거지. 안 그러냐, 강철아.”
철중이 동조를 해주자 최강철 이병의 표정 역시 밝아졌다.
“어? 형이 좀 아시네요.”
“당연하지!”
“그럼 형은 군대 어디 나왔어요?”
“군대? 당연히…… 안 갔지.”
순간 최강철 이병은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철중이 물었다.
“그런데 넌 군대 왜 갔냐? 난 아직도 그게 궁금하다.”
최강철 이병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에이, 지금 군대 얘기해서 뭐해? 술이나 마시자!”
철중이 다시 술잔을 들었다. 김태종, 임하진 역시도 술잔을 들었다. 이런 상황에 분위기상 술잔을 안 들 수는 없었다. 최강철 이병이 다시 술을 원샷했다. 그러자 살짝 술기운이 올라왔다.
‘와, 오랜만에 먹었더니 바로 올라오네. 그보다 강하나 얘는 도대체 어디서 뭘 하고 있는 거야?’
최강철 이병이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쿵쾅거리는 음악 소음에 제대로 전화를 받을 수 있을까 했지만 강하나는 바로 받았다.
-어, 오빠!
“강하나, 너 어디야?”
-나? 그냥 있어.
“그냥은 개뿔! 스테이지에서 부비부비 하고 있다며!”
-그냥 모처럼 스트레스 좀 풀고 있었어. 그런데 오빠는? 혼자 있어?
“아니, 아는 사람 누구랑 같이 있어.”
-그럼 여자 불러서 놀고 있겠네.
“아니거든! 남자끼리 있거든.”
-어차피 부를 거잖아.
“뭐, 그건…….”
최강철 이병은 이미 불렀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남자 누군데?
“태종이하고 하진이. 그리고…… 철중이 형도 있어.”
-철중이? 내가 아는 그 철중?
“음? 너도 철중이 형을 알아?”
-오빠! 지금 장난해? 그 철중 때문에 둘이 크게 싸웠던 거 몰라?
“아, 맞다. 너 때문에 싸웠구나.”
최강철 이병은 그제야 철중과 왜 싸웠는지 기억이 났다.
‘그랬지. 강하나를 소개받아서 만나고 있는데…….’
최강철 이병은 그때의 기억을 더듬었다. 강하나를 소개받고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하며 술을 마셨다. 그런데 그곳으로 철중이 들어와 강하나를 집적대며 비아냥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