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리셋 오 소위! 319화
31장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1)
1.
클럽 입구에 차를 세우자 곧바로 주차 도우미가 나타났다. 당연히 포루쉐가 서자 주차 도우미의 눈빛이 달라졌다.
“손님 키 주십시오.”
최강철 이병이 키를 건넨 후 클럽 제우스를 바라봤다. 강하나는 잔뜩 기분 좋은 표정으로 제우스를 바라보다가 뛰어들어갔다.
“오빠, 나 지금 화장실이 급해서 먼저 들어갈게.”
“야, 같이 가!”
“오빠, 나 진짜 급하다니까.”
“지금 줄 서는 데 안 보여?”
“왜 그래? 나 프리패스잖아. 아무튼 미안해, 오빠. 안에서 보자.”
강하나는 손을 흔들며 급히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입구에서도 강하나를 붙잡지 않았다.
“미안, 미안. 오빠 안에서 봐.”
그런 강하나를 보며 최강철 이병이 중얼거렸다.
“뭐가 그리 급해서…….”
최강철 이병이 잠시 생각을 하다가 앞으로 걸어갔다. 긴 줄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
“아이 씨, 줄 서야 하나?”
최강철 이병도 군대에 가기 전까진 당연히 줄을 서지 않고 프리패스로 클럽에 들어갔었다. 그런데 오늘은 왠지 기가 죽었고, 다른 사람들처럼 줄을 서야 할 것만 같았다.
최강철 이병이 머리를 긁적이며 기다랗게 늘어서 있는 줄 끄트머리에 가서 섰다. 줄을 서고 있던 여자들이 그런 최강철 이병의 모습을 보며 수군거렸다.
“어머, 뭐야? 군인인가?”
“군인? 어떻게 알아?”
“머리 모양 봐봐. 게다가 가만히 있어도 풍기는 기운이 달라.”
“그래? 난 모르겠는데……. 그래도 옷 입는 스타일은 괜찮네. 게다가 전부 명품이야.”
“명품만 두르면 뭐해, 본바탕이 군바리인데.”
“그런가? 그런데 군인이 왜 여기에 와?”
“몰라, 휴가 나왔나 보지.”
그녀들의 수군거림을 들은 최강철 이병은 살짝 부끄러워졌다.
“아이 씨, 강하나! 진짜 너무하네. 그냥 돌아갈까?”
최강철 이병이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지. 여기까지 왔는데 그래도 클럽 물은 봐야지.”
그렇게 결심을 한 최강철 이병은 수군거림을 애써 무시했다. 그렇게 약 30분이 흐르고 드디어 바로 다음 순서가 최강철 이병이 되었다.
최강철 이병의 바로 앞사람이 들어가고 난 후 최강철 이병이 들어가려고 할 때, 덩치 큰 사내가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
“왜 그러죠?”
사내는 최강철 이병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무리 옷을 세련되게 잘 입어도 군인 특유의 풍기는 기운이 있는 모양이었다. 물론 머리 모양이 스포츠라 그럴 수도 있었다.
아무튼. 입구를 지키던 덩치 큰 사내는 최강철 이병을 막아서곤 말했다.
“잠깐만요.”
“네? 왜요?”
“군인이세요?”
순간 최강철 이병이 움찔했다. 하지만 이내 모르쇠로 일관하며 입을 뗐다.
“저 군인 아닌데요.”
오상진 짐짓 모르는 척하며 말했다. 직원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에요? 그런데 머리가…….”
최강철 이병이 자신의 머리를 쓰윽 만지고는 말했다.
“아, 제대한 지 얼마 안 되었어요.”
“그래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은 쉽게 들여보내 주지 않았다. 최강철 이병의 가슴이 두근두근거렸다. 여태껏 단 한 번도 클럽에 못 들어간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군대에서 몇 달간 생활하며 일단 자존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최강철 이병이 직원을 똑바로 보았다. 직원은 의심의 눈초리를 쉽사리 지우지 못했다. 그때 클럽 제우스 실장이 나타났다.
“왜 그래? 왜 안 들여보내?”
“그게 이 손님께서…….”
“손님? 왜 말썽 일으켜?”
실장이 고개를 돌려 최강철 이병을 봤다. 잠깐 인상을 쓰던 실장의 표정이 바로 밝아졌다.
“이야, 이게 누구야. 강철아.”
“어? 실장님, 오랜만이에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
“나야, 물론 잘 지내고 있지.”
“와, 여기서 이렇게 만나니 정말 반갑네요. 옛날 생각도 나고…….”
“나도 그래. 그보다 왜 여기 줄을 서 있어? 강철이 넌 그냥 프리패스잖아.”
최강철 이병이 머리를 긁적였다.
“저도 그러려고 했지만 너무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아직 마음에 준비도 덜 된 것 같아서요.”
실장이 최강철 이병을 똑바로 바라봤다. 특히 머리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 군대…… 갔어? 아니면 제대인가?”
“제, 제대입니다.”
“아! 그렇구나. 제대했구나. 그보다 왜 혼자야?”
“하나는 볼일이 급하다고 먼저 들어갔어요.”
“그래? 알았어. 어서 들어와.”
실장이 대기 바를 치워줬다. 최강철 이병은 냉큼 들어가며 말했다.
“아, 실장님,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대신 오늘 매출 확실히 뽑아줘야 한다.”
“걱정 마세요. 제가 누굽니까. 최강철 아닙니까.”
최강철 이병은 자신만만한 눈빛으로 말했다. 실장이 흐뭇하게 웃었다.
“그래! 멋진 최강철이지. 어여 들어가!”
“네.”
최강철 이병이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 최강철 이병의 뒷모습을 바라보던 직원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실장님, 그냥 보내줘도 됩니까?”
“왜? 문제 있어?”
“딱 봐도 군인이잖습니까. 제대는 무슨. 군기 바짝 잡힌 게 이등병쯤 될 거 같은데요.”
“그래서?”
“그게 위에서 군인들 문제 일으키니까 들여보내지 말라고…….”
그러자 실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입을 뗐다.
“인마, 사람 가려서 막아! 저 녀석이 누군지 알아?”
“누굽니까?”
“현직 국회의원 아들이야.”
순간 깜짝 놀란 직원은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대박! 정말입니까?”
“그래. 너 큰일 날 뻔했어.”
“그, 그래도 위에서 군인은 최대한 받지 말라고 했는데…….”
직원이 소심하게 말하자 실장이 한마디 했다.
“그래도 쟤는 받아도 돼!”
2.
클럽 안으로 들어온 최강철 이병은 심장을 바운스시키는 요란한 클럽 음악에 자신도 모르게 몸이 움찔거렸다.
“그런데 하나는 어디 간 거야?”
최강철 이병이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강하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에이…….”
최강철 이병이 살짝 인상을 쓰며 휴대폰을 꺼냈다. 최대한 조용한 곳으로 이동해 전화를 걸었다.
“너 어디냐? 안 와?”
-자, 잠만……. 나 지금 중요한 때라서…….
현재 강하나는 클럽 제우스의 화장실을 이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알았어. 6번 방으로 와.”
-으응, 알았어.
최강철 이병이 전화를 끊고, 예약한 6번 방으로 들어갔다. 잠깐 앉아 있다가 웨이터가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웨이터는 방 안에 앉아 있는 최강철 이병을 발견하고 표정을 밝게 했다.
“어? 강철이 행님. 오랜만에 오셨습니다.”
“으응, 그렇게 됐네.”
웨이터가 과일 안주와 술을 쫙 깔았다. 룸을 잡으면 기본 양주 하나는 있어야 했다.
“형님 이거 어떻습니까? 밸런타인 31인데…….”
“그래. 그걸로 하자.”
“그런데 혼자 드시는 겁니까?”
“아니, 혼자 아니야. 같이 온 친구가 있어.”
“네. 알겠습니다. 행님.”
웨이터가 나가고 술도 세팅이 끝이 났다. 최강철 이병은 쿵쾅쿵쾅대는 음악에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이야, 오랜만에 클럽 오니까. 좋긴 하네.”
그때 룸 문이 열리며 낯이 익은 두 명이 들어왔다. 두 사람은 최강철을 발견하고 바로 맞은편에 앉았다.
“강철아!”
최강철 이병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어? 너희들 여긴 어떻게 알고…….”
“아, 저 앞을 지나가는데 웨이터가 너 왔다고 하데? 그래서 이렇듯 직접 찾아왔잖아.”
“아……. 웨이터 이 자식 입이 왜 이렇게 싸.”
최강철 이병이 잔뜩 인상을 쓰며 중얼거렸다. 그때 한 녀석이 입을 열었다.
“그보다 강철아. 너 휴가 나왔다면서.”
“그렇게 됐다!”
“됐고, 어쨌든 이리 보니 좋네. 다 같이 건배하자!”
“좋지!”
“그래, 하자.”
세 사람은 건배를 하곤 단숨에 들이켰다. 그러면서 최강철 이병은 앞에 앉은 두 녀석을 찬찬히 바라봤다.
‘어디 보자, 그러니까, 왼쪽에 있는 녀석이 거대 게임 회사 대표 김태종이고, 그 옆에 앉은 사람이 건설 회사 사장의 아들인 임하진이지?’
최강철 이병이 이 두 사람을 알게 된 계기는 당연히 클럽에서였다. 그래서 그런지 최강철 이병은 앞에 있는 두 사람과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
“야, 최강철. 뭐해? 안 마셔?”
“마셔, 마셔.”
최강철 이병이 술을 들이켰다. 어쨌든 최강철 이병 입장에서는 오늘만 보고 또 언제 볼지 모르는 녀석들이었다. 그렇게 술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야, 그런데 남자들끼리만 있으니 재미없지 않냐?”
김태종이 물었다. 곧바로 임하진이 동조를 했다.
“맞아! 뭔가 많이 허전하네.”
“안 되겠다. 자리 좀 채우자.”
“왜? 아는 여자 좀 부르게?”
“내가 아는 여자가 어딨어?”
“그럼? 남자를 부르겠다고?”
“그냥 남자 말고 아는 여자 많은 남자인데, 왜? 싫으냐?”
“그럼 당연히 불러야지!”
“강철아. 괜찮지?”
“그래.”
최강철 이병이 승낙했다. 어차피 놀 거면 사람이 북적북적 많이 늘었으면 했다. 김태종이 휴대폰을 들어 전화를 했다.
“어, 형! 나 태종이. 응, 우리 제우스에 있어. 6번 방. 그래? 형도? 알았어. 빨리 들어와.”
김태종이 전화를 끊었다.
“형도 제우스라네. 바로 온대.”
최강철 이병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자기 일에 열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어서 와요, 철중 형!”
김태종이 곧바로 들어온 인물에게 인사를 했다.
순간 최강철 이병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설마하니 여기서 다시 철중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던 것이다.
최강철 이병의 눈이 번쩍 떠지며 철중을 바라봤다. 철중도 못내 불편한 얼굴로 김태종을 바라봤다.
“왜들 그래? 둘이 뭐 싸우기라도…… 아차. 그랬지 참.”
잠시 잊고 있었던 옛일을 떠올린 김태종이 미안한 얼굴이 되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임하진이 툭 옆구리를 건드렸다.
“왜? 뭔데?”
“야, 저 둘이 예전에 한바탕 했잖아.”
“아 진짜?”
김태종은 곧바로 최강철 이병에게 사과했다.
“미안, 강철아. 내가 실수했다. 철중이 형. 진짜 미안해요.”
철중이 손을 들어 괜찮다는 표현을 한 후 최강철 이병을 바라보며 말했다.
“최강철, 나 나갈까?”
최강철 이병은 미간을 찌푸렸다. 마치 옛일 따위는 다 잊은 것처럼 구는 철중에게 대놓고 ‘어, 그래! 꺼져버려’ 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냥 앉아.”
그러자 철중의 얼굴이 밝아지며 최강철 옆자리에 앉았다.
“그래,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로 그냥 묻어두자. 우리 한때는 좋았잖아!”
철중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최강철 이병은 차갑게 변한 얼굴로 입을 뗐다.
“내 옆에는 앉지 말고.”
“어어, 그래.”
철중이 곧바로 앞자리로 이동했다. 그리고 철중이 온 기념으로 또 다 같이 술잔을 부딪쳤다. 최강철 이병은 마지못해 또 함께했다.
“강철아, 어차피 꿍해 있는 것도 좀 그렇고. 이번 기회에 우리 둘 다 가지고 있는 앙금을 풀자!”
철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최강철 이병은 그저 말없이 술만 들이켰다. 철중이 순간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이내 밝은 표정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너 혼자 왔냐?”
“아니, 하나랑.”
“하나? 강하나? 와, 너희들 아직도 만나냐? 대박이다.”
“뭐, 그냥……. 그런데 얘는 왜 안 들어와.”
최강철 이병의 시선이 문 쪽으로 향했다. 그러자 철중이 입을 뗐다.